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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등 위기' 수원, 김병수 전격 경질→승부수로 염기훈 감독 대행…"특단의 조치 불가피" [오피셜]

기사입력 2023.09.26 18:59 / 기사수정 2023.09.26 18:59



(엑스포츠뉴스 권동환 기자) K리그1 명문 수원 삼성이 강등 위기를 타개하고자 김병수 감독을 전격 경질하고, 염기훈 감독 대행이라는 승부수를 띄웠다.

수원은 26일 보도자료를 통해 "수원 삼성 축구단은 김병수 감독을 경질하고, 염기훈 감독 대행체제로 올시즌을 마무리하기로 결정했습니다"라고 공식 발표했다.

1995년 12월에 창단은 수원은 이후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K리그를 호령했던 명가였다. 창단 2년 만에 K리그 우승에 성공한 삼성은 '레알 수원'이라고 불릴 만큼 K리그 최고의 선수들이 즐비했다. 대표팀 선수들은 물론 외국인 선수들도 최고의 기량을 선보였다. 

막대한 지원 아래 K리그를 넘어 아시아 최고의 클럽을 성장한 수원은 이에 걸맞게 엄청난 팬덤을 보유하면서 K리그 부흥을 이끌었다. 특히 FC서울과의 맞대결은 '슈퍼 매치'라고 불리며 K리그 최고의 라이벌 매치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그러나 삼성이 구단 운영을 제일기획에 넘기고 지원금을 줄이자 '레알 수원'의 명성은 희미해졌다. 이후 2016년과 2019년에 FA(대한축구협회)컵 우승을 차지하며 관록을 보여줬지만 이제 남은 건 뼈대만 남은 위태로운 수원의 민낯이었다.

2016년부터 수원은 4번이나 파이널B(하위리그)에 머물면서 좀처럼 명성을 회복하지 못했고, 지난 시즌엔 리그 10위를 차지해 K리그2 안양FC와 승강 플레이오프까지 치르면서 극적으로 잔류에 성공했다.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살아남으면서 창단 이후 단 한 번도 강등당한 적이 없는 수원은 자존심을 이어갔지만 이번 시즌엔 강등 위기가 코앞으로 다가온 상태다.

수원은 지난겨울 쉽지 않은 이적시장을 보냈다. 매탄고 시절부터 애지중지 키워 올시즌 핵심 공격수로 활용하려던 스트라이커 오현규가 50억원 안팎의 이적료 제의에 스코틀랜드 명문 셀틱으로 이적한 것이다. 그를 대체하기 쉽지 않다는 점을 알면서도 선수의 꿈을 존중해 유럽으로 보냈다. 그렇다면 그 이적료로 좋은 공격수를 다시 확보해야 했지만 성남에서 뛰던 뮬리치 한 명만 데려와서 팬들의 적지 않은 원성을 샀다.

그리고 우려는 현실이 됐다. 2023시즌이 시작된 후 수원은 이병근 감독 체제에서 개막 후 리그 7연패를 당하며 리그 최하위 12위로 추락했다. 결국 수원은 부임 1년 되는 날 이 감독을 경질하는 특단의 조치를 이미 지난 4월에 단행했다. 이후 최성용 감독 대행 체제에서도 3연패를 기록하면서 좀처럼 반등의 실마리를 잡지 못하다가 최 대행의 마지막 경기에서야 승리를 챙기면서 한숨 돌렸다.




위기에 빠진 수원이 소방수로 낙점한 사령탑은 김병수 감독이었다. 김 감독은 선수 시절 천재 미드필더로 각광받았으나 고질적인 부상으로 은퇴한 뒤 지도자로 다시 명성을 쌓았다. 

영남대 감독 시절 많은 우승과 K리그 정상급 선수들을 다수 육성, 배출해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서울 이랜드 감독을 거친 그는 2018년 부임한 강원에서 수적 우위를 통한 볼 소유, 패스를 바탕으로 경기를 지배하며 이른바 '병수볼'이라는 새 바람을 일으켰다. 

김 감독 밑에서 새롭게 출발한 수원은 반등에 성공하는 듯 보였다. 김 감독의 수원 데뷔전인 '하나원큐 K리그1 2023' 11라운드 인천 유나이티드 원정에서 데뷔승이자 수원의 시즌 첫 승을 신고했다.

다만 간신히 찾아온 좋은 흐름을 잡지 못하면서 14라운드부터 6경기 동안 1무5패로 다시 부진에 빠졌고, 7월부터 8경기에서 3승4무1패를 거두며 다시 잔류에 대한 희망을 키웠다.




그러나 김 감독의 마법은 여기까지였다. 지난달 27일 리그 28라운드 광주FC원정에서 0-4로 완패한 이후 4연패를 당하면서 탈꼴찌에 실패했다. 지난 23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던 31라운드 대전하나시티즌 원정 경기도 1-3으로 완패했다.

일본에서 미드필더 카즈키를 데려오고 김 감독과 포철공고에서부터 합을 맞췄던 애제자 고무열을 전소속팀 충남 아산과의 계약 해지 뒤 자유계약 형식으로 영입하는 등 여러모로 애를 썼으나 걸출한 공격수 및 특급 외인의 확보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K리그 특급 골잡이 출신으로 해외에서 뛰던 포워드의 영입을 위해 박차를 가했으나 해당 선수가 수원보다는 다른 팀을 원하는 등 강등이 유력한 현실에 선수들이 수원이라는 과거 매력적이었던 구단을 외면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스플릿 라운드까지 포함해 단 7경기만 남은 가운데 수원은 승점 22(5승7무19패)로, K리그2로 다이렉트 강등되는 리그 꼴찌에 위치했다. 11위 강원FC가 승점 25(4승13무14패)라 승점 차이가 크지 않아 기회가 남아 있기는 하지만 현재 강등 후보 1순위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결국 수원은 지난 5월에 이어 다시 한번 칼을 빼들었다. 수원은 "구단은 절체절명의 위기를 타개하고, 희망의 불씨를 되살리기 위해서는 특단의 조치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라며 김병수 감독을 전격 경질했다.

오동석 수원 단장도 보도자료와 구단 SNS을 통해 "죄송합니다. 변명의 여지가 없습니다"라며 입장문을 발표하면서 팬들에게 사과했다.




오 단장은 "지난해 뼈저린 악몽을 경험했음에도 올시즌 최하위의 수렁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두 명의 감독이 팀을 떠나야 하는 안타까운 상황을 맞이했습니다"라며 "구단은 현 상황을 직시하고 앞으로 남은 7경기 동안 과연 반전할 수 있는지 고민하고 검토한 결과 감독의 사퇴가 불가피하다는 판단에 이르렀습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구단의 책임 역시 피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지금은 살아남는데 집중하려고 합니다. 시즌을 마친 후 팬 분들의 비판과 회초리를 달게 받겠습니다"라며 "최악의 부진한 상황 속에서도 더 큰 함성과 목소리로 응원해 주시는 지지자분들께 다시 한번 죄송하고 감사합니다"라고 덧붙였다.

또 "수원삼성을 사랑하는 팬 여러분. 지지를 거두지 마시고, 마지막까지 우리 선수들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라며 잔류를 위해 마지막까지 응원해 줄 것을 부탁했다.

한편, 김 감독과 결별한 수원은 잔여 경기를 베테랑 공격수 염기훈에게 감독 대행직을 맡기고 결정했다고 발표하면서 눈길을 끌었다. K리그 최고의 왼발잡이로 활약하면서 명성을 떨쳤던 1983년생 염기훈은 어느덧 40세가 되면서 위기의 수원을 구하기 위해 지도자로 변신했다.




구단은 "올시즌 7경기를 남겨둔 상황에서 지휘봉을 잡은 염 대행은 26일 선수단 미팅을 진행하고, 첫 훈련에 돌입했습니다"라며 "주장 김보경, 부주장 고승범, 불투이스, 이종성 등 주장단을 교체했고, 코칭스태프와 지원스태프의 역할을 조정하는 등 팀분위기 일신에 나섰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 중책을 맡게 된 염 감독 대행은 "오랫동안 수원삼성과 함께 하면서 무엇을 해야 팀이 좋아질 수 있을지 잘 알고 있는 만큼 강등 탈출을 위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라며 각오를 드러냈다.

이어 "선수들에게 '혼자서는 이룰 수 없다. 다 함께 서로를 도와서 단 하나의 목표를 바라보고 달려가자'라고 주문했다"라며 "지난 일은 잊고 오늘부터 앞으로 달리는 일만 생각하겠다"라고 전했다.

팬들에게는 "혼을 내시더라도 시즌을 마치고 내셨으면 좋겠다. 지금처럼 힘든 상황에서는 오로지 힘을 합쳐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라며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변함없는 응원을 보내주시기를 부탁한다"라고 말했다.




수원은 오는 30일 리그 32라운드를 치르기 위해 인천 원정을 떠날 예정이다. 마침 김 감독이 5월에 소방수로 부임했을 때도 팀의 무승 행진을 끊었던 경기가 인천 원정 경기였다.

잔류를 위해 염 감독 대행이라는 승부수까지 띄운 가운데 K리그 명가 수원이 지난해에 이어 다시 한번 강등을 피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일단 당장의 시급한 과제는 강원을 제치고 탈꼴찌를 이뤄 승강 플레이오프라도 가서 마지막 기회를 잡는 것이다.

수원의 행보는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 명문 첼시를 보는 듯하다. 첼시 역시 2022/23시즌 초 토마스 투헬 감독을 경질하고 그레이엄 포터 감독을 데려왔으나 포터 감독 아래서도 10위권 밖으로 밀려나자 프랭크 램퍼드를 임시 감독으로 재영입하는 등 한 시즌에 감독을 두 번이나 바꾸는 수모를 겪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수원삼성 SNS

권동환 기자 kkddhh95@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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