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5-06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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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범, UCL 데뷔전 82분 뛰고 11.2km…"개처럼 뛰겠다" 약속 지켜→즈베즈다 맨시티에 1-3 역전패

기사입력 2023.09.20 10:37



(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황인범이 자신, 그리고 팬들과 한 약속을 지켰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데뷔전에서 82분을 뛰면서 11.2km를 이동한 것으로 드러났다. 90분 풀타임을 뛰었다면 과거 박지성이 챔피언스리그에서 기록했던 12km 정도의 엄청난 활동량이다.

"맨시티전에서 개처럼 뛰겠다"는 그 약속을 확실히 실천했다.

세르비아 명문 츠르베나 즈베즈다에 입단한 황인범은 20일(한국시간) 영국 맨체스터 에티하드 경기장에서 열린 2023/24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G조 1차전 맨시티와 원정 경기에서 등번호 66번을 달고 수비형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해 후반 37분까지 분전한 뒤 교체아웃됐다. 황인범은 이날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부터 최후방 수비까지 그라운드를 두루 누비면서 맨시티 선수들과 비교해 밀리지 않는 실력을 선보였다.

다만 팀이 선제골을 넣고도 역전패해 승점 없이 돌아가는 것이 아쉬울 뿐이었다.

즈베즈다는 전반 45분 2선 공격수 오스만 부카리가 선제골을 넣어 맨시티를 침묵시켰으나 후반 2분과 15분 상대팀 아르헨티나 스트라이커 훌리안 알바레스에 동점포와 역전포를 연달아 내주더니 후반 28분 맨시티 '월클' 미드필더 로드리에 쐐기골까지 얻어맞고 1-3으로 패했다.





멤버 전체가 결연한 의지로 챔피언스리그 2연패를 노리는 맨시티와 물러서지 않고 싸웠으나 골키퍼 실수로 역전골을 헌납하는 등 뒷심 부족을 드러낸 것이 안타까웠다. 다만 황인범 만큼은 꿈에 그리던 챔피언스리그 데뷔를 이루면서 향후 유럽 생활에 자신감을 갖게 됐다.

이날 홈팀은 전반에만 무려 22개의 슈팅, 7개의 유효슈팅을 쏠 만큼 즈베즈다를 일방적으로 몰아붙였다. 그러나 역습 한 방에 수비라인이 무너지면서 즈베즈다가 전반을 1-0으로 앞선 채 마쳤다.

맨시티는 전반 14분 수비형 미드필더 로드리가 아크 정면에서 상대 선수를 한 명 제친 뒤 오른발 강슛을 날렸으나 상대 골키퍼 글레이저의 동물적인 선방으로 땅을 쳤다.

이어 전반 24분엔 로드리가 볼을 잡았을 때 황인범이 태클로 걷어내 공격이 끊어졌다. 이어 1분 뒤인 전반 25분엔 필 포든의 크로스를 홀란이 골지역 왼쪽에서 헤더로 연결했으나 크로스바 맞고 나오면서 첫 골에 또 다시 실패했다.

전반 30분엔 즈베즈다의 찬스 때 황인범이 페널티지역 오른쪽으로 빠져 크로스를 올렸으나 홈팀 골키퍼 에데르송이 원정팀 선수에게 연결돼 슛으로 이어지기 전에 걷어냈다.

맨시티가 좀처럼 상대의 두꺼운 수비벽을 뚫지 못하자 과르디올라 감독은 전반전이 끝나기 전에 다비드 실바를 빼고 예레미 도쿠를 집어넣는 과감한 용병술을 단행했으나 전반 45분 원정팀 2선 공격수 부카리에 한 방 얻어맞고 비디오판독(VAR) 결과 온사이드 판정으로 바뀌면서 한 골을 내주고 후반을 맞았다.





그러나 전열을 정비한 맨시티는 후반 2분 동점골을 넣어 승부를 일찌감치 원점으로 돌렸다.

후반 킥오프 휘슬이 울리자마자 공세를 강화한 맨시티는 '괴물 공격수' 엘링 홀란이 아크 오른쪽에서 전진 패스한 것을 알바레스가 글레이저를 순식간에 제치더니 볼이 골라인을 넘어가기 전 오른발을 뒤로 빼서 살짝 방향만 바꾸는 슛으로 1-1 동점에 성공했다. 황인범이 끝까지 쫓아가며 골을 막아보려고 했으나 이미 늦은 상황이었다.

후반 15분엔 페널티지역 오른쪽 외곽 프리킥 찬스를 알바레스가 찼는데 이날 꾸준히 좋은 선방을 펼치던 즈베즈다 골키퍼 옴리 글레이저가 이를 걷어내려다 펀칭에 실패, 볼이 그대로 골문 안으로 빨려들어 가고 말았다.

황인범이 후반 16분 페널티지역 정면에서 오른발 슛을 쏘면서 분위기를 띄웠으나 후반 28분 로드리가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동료 선수와 패스를 주고받은 뒤 반박자 빠른 오른발 감아차기를 즈베즈다 골문 하단에 꽂아넣어 3-1 쾌승을 확정지었다.

황인범은 이날 선발로 출전하면 한국인으론 13번째로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무대를 밟는 역사를 썼다.

앞서 지난 2001년 벨기에 안더레흐트에서 뛰던 설기현이 챔피언스리그 한국인 출전 1호 기록을 썼으며 이후 송종국(페예노르트), 박지성, 이영표(이상 PSV), 이천수(레알 소시에다드), 박주호(바젤), 박주영(아스널), 손흥민(레버쿠젠), 황희찬(잘츠부르크), 정우영(바이에른 뮌헨), 이강인(발렌시아), 김민재(나폴리·이상 챔피언스리그 첫 경기 뛰었을 때의 팀)가 지난해까지 '별들의 전쟁'이라 불리는 무대를 차근차근 밟았다. 그리고 황인범이 챔피언스리그 무대를 누비는 또 다른 한국인으로 기록에 남았다.





특히 황인범은 이날 챔피언스리그 데뷔전을 지난 시즌 우승팀이자 '세계 1강' 맨시티와 싸웠음에도 "개처럼 뛰겠다"는 약속처럼 자신의 약속에 어긋나지 않는 플레이와 활동량을 선보여 유럽 수준급 미드필더임을 알렸다.

앞서 황인범은 즈베즈다와의 입단식 기자회견을 통해 챔피언스리그에 대한 각오와 포부를 밝혔다. 그는 "챔피언스리그에서 쉬운 그룹은 없다. 우리는 좋은 팀이고, 맨시티 같은 유럽의 빅클럽들과 경기하게 돼 기쁘다"라며 "난 그 경기를 기대하고 있으며, 우리는 누구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내 생각엔 우리는 G조에서 누구든 이길 수 있을 거 같다"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이어 맨시티와 경기하는 것을 두고 손흥민, 황희찬 등 프리미어리그에서 뛰는 대표팀 동료들에게 조언을 구했다며 "맨시티에 대해 물어보니 모두 90분 동안 쉬지 않고 달릴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다. 챔피언스리그에서 이겨야 하고, 수비를 통해 무승부를 위해 경기를 해야 한다. 난 팀을 도울 준비가 돼 있으며, 개처럼 뛸 준비가 돼 있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개처럼 뛰겠다"는 그의 발언은 한국팬들에게 엄청난 반응을 일으켰다.

무엇보다 '해외 축구의 아버지' 박지성 현 전북 현대 디렉터가 챔피언스리그에서 세계적인 선수들을 막아냈을 때 들었던 찬사였기 때문이다. 박지성은 PSV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시절 윙어로 뛰면서도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 안드레아 피를로(AC밀란) 등 상대팀 에이스들을 꽁꽁 묶어 승리에 공헌했기 때문이다. 이 때 외신은 박지성의 평가하는 문구에 "개처럼 뛰었다"고 자주 소개했다.




그리고 맨시티전에서 황인범은 엄청난 활동량과 함께 거의 최전방에 가까운 위치부터 수비수 자리까지 그라운드 전체를 '개처럼' 뛰어다녔다.

UEFA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황인범은 맨시티전에서 패스 20개를 뿌려 15개를 성공시키며 성공률 75%를 기록했고, 최고 스피드는 시속 30.3km를 냈다. 또 태클에선 하나를 성공하고 하나는 실패했다.

무엇보다 그의 활동량이 눈에 띈다. 

황인범은 이날 11.20km를 뛰었는데 이는 두 팀 선수들 중 90분을 전부 뛴 마테우스 누네스(11.96km), 마르코 스타메니치(11.76km)에 이어 3번째로 많은 이동거리를 기록했다. 황인범이 후반 추가시간까지 10분 이상 덜 뛴 점을 고려하면 이날 즈베즈다와 맨시티 선수들 중 가장 많이 뛰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챔피언스리그 첫 경기부터 주눅들지 않고 자신의 장점을 마음껏 발휘한 것이다. 특히 맨시티라는 거대한 팀을 상대로 당당하게 싸운 것이어서 더욱 눈길을 끈다.

유럽축구 통계사이트 '풋몹'에 따르면 황인범은 이날 평점은 6.5점을 받아 부카리와 글레이저(이상 7.6점), 이바니치(7.1점), 은디아예(6.7점)에 이어 선발로 투입된 즈베즈다 선수들 중 5위를 차지했다. 양팀 합쳐 최고 평점은 멀티골을 터트리며 9.5점을 받은 로드리였다.  




즈베즈다는 오는 10월5일 오전 4시 홈구장인 라이코 미티치 경기장에서 스위스 영 보이스와 G조 2차전을 치른다.

비록 맨시티전에서 역전패했으나 경기력이 나쁜 편은 아니어서 영보이스와의 홈 경기에서 이번 시즌 챔피언스리그 첫 승을 낚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황인범도 즈베즈다 입단 뒤 첫 선발로 나선 경기에서 제 기량을 펼친 만큼 승리가 필요한 영보이스전에선 보다 공격적인 역할을 부여받을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황인범은 이날 새 동료들과의 커뮤니케이션도 비교적 원활했다.

황인범은 이날 경기 뒤 자신의 SNS에 "새벽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응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아쉬운 결과였지만 평생 잊지 못 할 순간이네요. 생일 축하해주고 계신 모든 분들께도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합니다! 어디서든 성장하는 모습으로 보답할게요. 감사합니다"라고 전했다.




사진=연합뉴스, 즈베즈다, 황인범 SNS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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