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5-15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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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비' 영리한 비유에 아쉬운 전달법 [엑's 리뷰]

기사입력 2023.07.19 12:50



*본 기사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엑스포츠뉴스 윤현지 기자) 1959년 미국의 장난감 회사 마텔에서 만들어진 인형 '바비'는 설립자 루스와 엘리엇 핸들러가 딸 바바라가 종이 인형을 가지고 노는 것에 아이디어를 얻어 만들어졌다. 아이들이 단순히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것이 아니라 어른의 생활 양식을 모방하는 것을 보며 옷과 악세서리를 착용할 수 있는 어른 인형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 것.

그렇게 만들어진 바비 인형은 성공을 얻었고, 자체적으로 세계관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1961년에는 남자친구 인형 켄이 등장했고, 의사, 사업가, 비행기 조종사, 대통령 등 다양한 직업을 가졌다. 



영화 '바비'(감독 그레타 거윅)는 바비의 탄생을 다소 거칠게 표현한다. 아기 인형을 가지고 놀던 소녀들은 수영복을 입은 바비가 등장하자 인형을 모조리 깨버리고 날려버린다. 여성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야 한다는 한 가지 길, 고정관념을 깨버리고자 하는 선언이다.

먼저 시선을 사로잡는 건 인형의 집을 고스란히 재연한 '바비랜드'다. '바비'의 사랑스러운 메인 컬러 핑크로 이루어진 이 공간은 당장이라도 소꿉놀이를 하고 싶은 장난감 같은 테마로, 드림하우스·해변·법정 등 거대한 공간을 만들어 냈음에도 미니어처 느낌을 내 인형이 살고 있는 공간이라는 디테일을 확실히 잡았다.



작품의 주인공 전형적인 바비(마고 로비 분)는 이름 그대로 완벽한 인형의 자태다. 가장 완벽하며, 모두에게 사랑받는다. 여느 때처럼 규칙에 따라 즐겁게 살아가던 바비는 죽음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내일이 없는 것처럼 신나게 즐기던 광란의 댄스파티의 음악이 뚝 끊긴다. 해서는 안 될 말을 했다는 것을 알게 된 바비는 겨우 상황을 모면하지만, 잠들기 직전까지 죽음에 대한 생각을 떨칠 수 없다.

다음 날 바비는 규칙에서 어긋난다. 입 냄새가 나고, 아침 식사인 식빵이 까맣게 타고, 점프도 제대로 되지 않는다. 제일 중요한 건 바비의 시그니처인 발이 까치발이 아닌 평평해진 것.

바비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이상한 바비(케이트 맥키넌)를 찾아간다. 이상한 바비는 바비랜드와 현실 세계 사이 균형이 깨졌으며, 이를 해결할지 모른체하며 살아갈지 결정하라고 종용한다. 인과관계 따위 모르는 전형적인 바비는 바비랜드에 남을 것을 선택하지만 사실 '답정너'인지라, 바비는 결국 현실 세계로 켄(라이언 고슬링)과 함께 여정을 떠나게 된다.

현실 세계로 넘어간 바비는 여성들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바비랜드와 다른 세상이 낯설다. 어떤 기억 속에서 자신을 가지고 놀고 있는 사샤(아리아나 그린블랫)를 찾아가지만 이미 5살 때 인형놀이를 그만두고 사춘기를 맞이한 그는 바비 인형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던진다.



여기서 영화는 다소 황당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바비를 따라나선 켄은 바비가 자신에게 안중도 없는 사이 현실세계의 '가부장제'를 배운다. 켄은 현실 세계에서는 자신을 존중해 주며, 말과 남자가 세상을 지배한다는 것을 느낀 켄은 바비랜드로 돌아가 또 다른 켄들에게 이러한 사상을 알린다.

그 사이 바비는 진짜 자신을 가지고 놀던 친구가 누구인지 알게 되고, 바비인형의 본사 마텔사와 혼란스러운 추격전을 벌인다. 지혜와 용기로 위기를 극복하고 바비랜드로 돌아가게 되지만 바비랜드는 이미 가부장제 사상이 가득 퍼진 켄의 세상이 된다.

무엇이든 될 수 있는 바비들은 켄의 시중을 들거나 켄의 행동에만 따라간다. 바비는 바비랜드마저 변해버린 상황을 믿지 못하고 무기력해지지만 글로리아(아메리카 페레라)의 기지를 통해 이를 극복한다.



켄이 보여주는 가부장제는 너무 많고 길다. 과연 '바비'를 선택한 관객들이 이런 장면을 오래 보고 싶어 할지는 의문이다. 또한 '자아 찾기'의 과정을 위한 장치라 하더라도 켄에게 의존하는 바비들의 태도를 '세뇌' 때문이라고 이야기하는데, 과연 이 현상을 단순히 세뇌라고 치부해도 괜찮을지 의아함이 든다. 

영화의 비유는 참으로 영리한데, 메시지를 주는 과정이 너무나도 약하다. 바비랜드가 원래대로 돌아오고 누군가 묻는다. '그래서 바비의 엔딩은 뭐죠?'라고. 전형적인 바비는 정작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찾지 못하고 있다가 누군가에 의해 깨달음을 얻게 된다. 그 과정이 감동스럽기는 하나 너무 직설적이다.

이러한 선택은 어떤 관객층의 지지도 받기 어렵지 않을까 싶다. 결국 남는 것은 마고 로비의 아름다움과 두아 리파의 OST뿐. '바비'는 현재 전국 극장 상영 중이다. 러닝타임 114분. 12세 이상 관람가.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윤현지 기자 yhj@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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