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예나 ‘SMILEY’, 미소의 이면에는 고통이 있다 [엑's 초점]

(엑스포츠뉴스 이정범 기자) 최예나 ‘SMILEY’가 인기를 끌고 있다.

최예나 솔로 데뷔 앨범의 타이틀곡인 ‘SMILEY’는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웃음으로 넘겨버린다는 긍정 마인드가 담긴 가사와 밝은 멜로디가 인상적인 곡이다.

현재 이 노래는 유튜브 뮤직 주간 인기곡 차트 3위에 랭크되는 등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SMILEY’의 뮤직비디오는 사람들에게 웃음을 전파하는 ‘스마일리 히어로’와 그에게 호감을 느끼는 빌런의 이야기가 담겨 있어 만화적 재미를 주기에 충분한데, 곰곰이 곱씹어 보면 이 노래의 메시지와 구도는 (만화적이라기보단) 지극히 현실적이다. 비유하자면 첫 맛은 달콤한데 끝 맛이 쓴 초콜릿 같은 노래.

‘스마일리 히어로’라는 상큼발랄하고 귀여운 콘셉트를 지우고 미소(스마일)라는 단어와 빌런이라는 단어에 집중해 이 노래의 가사를 음미하면 위 두 단어가 교차하는 지점이 선명하게 느껴진다.

그 단어는 바로 감정노동이다.



감정노동은 직장인이 사람을 대하는 일을 수행할 때에 조직에서 바람직하다고 여기는 감정을 자신의 감정과는 무관하게 행하는 노동을 의미한다.

감정노동자라고 해서 아예 따로 분류되는 직군(간호사, 간병인, 승무원, 콜센터 텔레마케터 등)도 있는데,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사회인으로서 노동 현장에서 일한다는 것은 일정 수준 이상의 감정노동을 요구받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 감정노동이 힘든 이유 중 넘버원으로 꼽히는 것이 온갖 형태의 ‘빌런’을 상대해야 한다는 것. 2018년 10월 18일부터 시행된 ‘감정노동자보호법’이 이 노동의 고단함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법이다. 

힘들고 어려워도 웃으면서 극복하자는 메시지를 담은 노래들은 많지만, 최예나의 ‘SMILEY’는 그중에서 유독 이를 꽉 깨물고 웃는 느낌(ex : “세상 환히 웃고 있는 내게 미친 세상은 날 미쳤다 하겠지”)이 강한데, 비비가 연기한 매력적인 빌런 말고 현실 빌런을 떠올리면 그 이유가 바로 이해된다. 비비의 빌런은 ‘스마일리 히어로’의 미소를 보고 무장해제가 되는 사람이지만, 현실의 빌런들은 무장해제는커녕 웃는 얼굴에 침을 뱉을 수도 있는 사람들이기에.



감정노동하면 주로 떠올리는 것이 전화로 폭언, 욕설을 하는 블랙컨슈머들 상대하는 일이지만, 앞서 이야기했듯 사회인으로서 살아간다는 것은 온갖 형태의 ‘빌런’ 앞에서 ‘웃어야 한다’(스마일리)는 이야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

면전에서 얼굴 폄하하는 면접관 앞에서도 웃어야 하는 취업준비생, 금요일 오후 5시에 “다음 주 월요일 오전 9시까지 디자인 시안 3개 보내주세요”라고 보낸 클라이언트의 메시지에 “넵^^!”하고 대답해야 하는 디자이너, 온갖 종류의 악성 민원인 상대해야 하는 민원 담당 공무원, 배달앱 별점 테러리스트들을 상대해야 하는 자영업자, 작가 멘탈 어떻게 하면 부술 수 있는지 너무 잘 아는 독자들을 상대해야 하는 웹소설 작가 등등 웃을 만해서 웃는 게 아니라 웃는 수밖에 없어서 웃는 사람들이 현대 사회엔 정말 많다.

“한 번 사는 내 삶 I smile it”이라는 ‘SMILEY’의 가사를 보면 이 노래의 태도가 “네가 예뻐서 웃는 게 아니라 내 인생이 아까워서 웃는다”라는 화자의 태도가 뚜렷하게 잘 보이는데, 이런 마음가짐으로 하루하루, 일주일일주일을 사는 아르바이트, 직장인, 프리랜서가 얼마나 많은지 생각해보면, 이 노래를 “감정노동에 시달리는 모든 이들을 위한 헌사”라고 표현해도 그리 과장된 표현은 아니지 않을까 여겨진다.

한편, 현재 온라인에서는 ‘SMILEY 챌린지’가 뜨겁게 이어지고 있다. 팬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영상과 사진을 노래 가사에 맞게 짜깁기해 제작한 영상들이 SNS에서 많은 호응을 받고 있다.

사진 = 위에화 엔터테인먼트-유튜브 뮤직 차트-안전보건공단

이정범 기자 leejb@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