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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소매' 정지인 감독 "너무 슬퍼하지 않으셨으면" [인터뷰 종합]

기사입력 2022.01.12 14:36 / 기사수정 2022.01.12 23:54


(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초록빛 여름 속을 해맑게 뛰어가던 덕임(이세영 분)을 기억해 주세요. 그런 덕임을 결코 잊지 않았던, 눈 내리는 시린 하늘을 물끄러미 보던 산(이준호)도 떠올려 주세요. 둘은 결국 행복하게 재회하니 너무 슬퍼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많은 사랑 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이 산과 덕임을 사랑한 것 이상으로 저도 둘을 사랑했습니다."

MBC 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의 정지인 감독은 엑스포츠뉴스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이런 인터뷰를 처음 하면서 어떻게 대답해야 하나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라고 털어놓았다.

사실, 정지인 감독의 서면 인터뷰 답변은 예정된 날짜보다 늦게 도착했다. 답변지를 본 순간 절로 이해됐다. 정 감독은 모든 질문에 대한 답을 정성스럽게 적어내려간 듯 보였다. 드라마에 대한 애착, 여운과 함께 진정성이 묻어나온다. 디테일하고 섬세한 연출이 괜히 나온 게 아닌 듯싶다.

'옷소매 붉은 끝동'은 시청률 5.7%로 시작해 17.4%로 인기 속에 막을 내렸다. 실제 역사를 기반으로 한 흥미로운 스토리, 섬세한 연출, 배우들의 열연이 어우러져 웰메이드 사극을 완성했다.

정지인 감독은 "방송을 함께 만들어 온 모든 스텝들과 배우 분들, 그리고 늦은 시간에 끝까지 함께 해주신 시청자 분들에게 감사 드린다. 원작과 대본의 힘을 믿었고 현장에서 배우와 스텝들의 에너지를 믿었기에 좋은 반응을 얻을 것을 기대했는데 이 정도까지의 반향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사랑해주신 모든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 드린다"라며 시청자와 드라마팀에게 공을 돌렸다.

"이 정도의 반응을 얻으니 그동안 고생 많았던 현장의 모든 사람들이 생각나고 그들과 함께 큰 만족감을 나눌 수 있어서 참 뿌듯합니다. 시청률이 무조건 중요한 건 아니지만, 상징적인 숫자를 넘겼고 이를 바탕으로 이 작품에 참여했던 모두가 행복한 새해를 맞이하게 돼 참 기쁩니다.

무엇보다 이렇게 반응이 뜨거운 드라마가 처음이라 좋으면서도 많이 낯설고 얼떨떨합니다. 이렇게 큰 사랑을 받을 지 몰랐고, 이럴 줄 알았으면 더 열심히 할 걸 그랬다는 생각도 많이 듭니다. 당장 복기할 자신은 없지만 보게 되면 또 부족한 면도 보이고 그럴 것 같습니다. 다들 반응이 좋은 건 얼마 안 가니 있을 때 즐기라고들 하는데 어떻게 즐겨야 하는 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이런 인터뷰도 처음 하면서 어떻게 대답해야 하나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습니다." 

'옷소매 붉은 끝동'은 비슷한 시간에 방송한 많은 경쟁작들을 제치고 주말 복병으로 떠올랐다. '복병'에 그치지 않고 17.4%, 화제성 1위라는 기록을 세우며 화려하게 종영했다. MBC 주말드라마 '두 번은 없다' 후 2년 만에 두자릿수를 기록한 드라마이기도 하다. 

정지인 감독이 꼽은 비결은 다름아닌 좋은 팀워크다. 산과 덕임의 감정선을 완벽하게 그려낸 이세영, 이준호에게도 고마워했다.

"분명 쟁쟁한 경쟁작들 틈바구니에서 편성된 상황이라 첫 방송 전에 긴장 많이 했습니다. 그래도 좋은 대본을 바탕으로 모든 배우와 스텝들이 진심을 가지고 열심히 만들어왔기 때문에 시청자들이 분명 알아봐 주실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다들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었고 그 에너지가 모여 최고의 팀워크를 만들었습니다. 좋은 팀워크가 좋은 시너지를 만들어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생각합니다.

또 산과 덕임의 절절한 감정에 많은 시청자들이 공감을 한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역사가 이미 스포이기 때문에 모두가 아는 결말을 향해 달려가지만, 둘의 마음이 어우러지는 과정을 시청자들이 함께 따라가는 게 느껴졌습니다. 이는 결국 이준호와 이세영 배우 덕이라고 생각합니다. 대사와 지문 이상으로 섬세하게 결을 나눠 산과 덕임을 연기한 두 배우 덕에 기대 이상의 사랑을 받았다고 느낍니다."

자신이 선택한 삶을 지키고자 한 궁녀와 사랑보다 나라가 우선이었던 제왕의 애절한 궁중 로맨스를 풀었다. 실존 인물인 이산 정조와 의빈 성씨의 사랑 이야기를 다루는 멜로 사극이었다. '왕은 궁녀를 사랑했지만 과연 궁녀도 왕을 사랑했을까'라는 물음으로 출발했다.

초반부터 덕임(이세영)과 이산의 간질간질한 로맨스 케미와 섬세한 연출, 아름다운 영상미 등이 시너지를 내면서 호응을 얻었다. 젊고 현대적인 분위기를 적당히 버무리면서도 너무 가볍지만은 않은 로맨스 사극을 보여줬다. 

"역사가 아닌 살아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궁궐이 빛바랜 느낌의 옛날 공간이 아니라 다양한 사람이 생활하는 느낌을 최대한 살리고 싶었습니다. 생생한 공간을 바탕으로 산과 덕임을 비롯한 모든 캐릭터들이 실제로 존재하면서 생생한 감정을 전해주길 바랐습니다. ‘저 사람들이 저 곳에서 진짜로 저랬을 거 같다’ 라는 이야기를 듣는 게 가장 행복합니다."

주인공 이세영과 이준호의 열연이 빠질 수 없다. 드라마의 인기에 큰 힘을 보탰다. 정지인 감독은 "둘 다 쉽게 만족하지 않는 배우들이다. 배려심도 많고 상대방과의 연기 합을 누구보다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감독의 입장에서 만날 수 있는 최고의 조합"이라며 흡족했다.

"특히 멜로물에서는 두 배우의 합과 케미가 중요한데, 세영 씨와 준호 씨는 리허설 중 끊임없이 상의하며 어떤 식으로 연기를 할 지에 대해 상대방과 맞춥니다. 물론 그 사이에는 세상 희한한 장난도 섞여 있기 때문에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했습니다. 웃다가 정신 못 차리는 적도 많았습니다. 새삼 저렇게 장난 치다가도 슛을 들어가면 산과 덕임이 돼 초집중하는 모습에 언제나 감탄했습니다."

이세영은 주체적인 덕임을 똑 부러지고 당차게 표현했다. 초반 당돌한 말괄량이 생각시 궁녀의 모습부터 후반에는 아이를 연이어 잃고 동료까지 보내면서 상심한 모습까지 덕임의 감정선을 폭넓게 그렸다.

"장난스러운 모습과는 다르게 세영 씨는 절대 대본을 손에서 놓지 않습니다. 언제나 들고 다니며 뭔가를 잔뜩 적어놓고 리허설 중에도 계속 메모를 하더군요. 스스로 연기가 만족스럽지 않으면 제가 오케이를 해도 다시 찍고 싶다고 꼭 얘기를 합니다. 이유가 명확하고 새로운 걸 보여주고 싶은 배우의 요구를 거절할 감독은 많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다른 배우들과 다르게 모니터링은 따로 하지 않습니다. 이유를 물어보면 감독님이 알아서 할 테니 본인은 안 봐도 된다고 합니다. 최선을 다해 표현하고 감독에게 최대한 많은 선택지를 안겨주는 연기자입니다. 가끔 근로 시간에 쫓겨 세영 씨가 다시 찍고 싶을 때마다 어쩔 수 없이 넘어가야 하는 순간이 가장 안타까웠습니다.

이준호 역시 안정적인 연기와 발성으로 사극에도 무리 없이 녹아들었다. 성군이면서도 왕의 위엄을 잃지 않는 면모를 비롯해 까칠하지만 설레게 하는, 섹시한 매력까지 담은 新이산을 완성했다. 17회에서 덕임을 생각하며 오열하는 모습, 환영 속 "날 사랑해라"며 눈물을 흘리는 감정신에서는 연기 성장을 엿보게 했다.

이세영이 대본을 손에 놓지 않는 것과 달리 이준호는 대본을 보지 않았다고 한다.

"준호 씨는 현장에서 어지간하면 대본을 보지 않았습니다. 언제나 완벽하게 숙지하려고 하는 스타일이었고 모든 걸 준비해서 현장에 나타납니다. 대사를 외우는 게 어렵다고 얘기하면서도 긴 대사량을 막힘 없이 술술 하면서 감정 연기도 섬세하게 하는 걸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촬영이 끝나면 언제나 물어봅니다. 본인 연기가 어땠는지에 대해. 너무 좋았고, 오늘 이 씬 완전 찢었고 아까 찍은 그 커트는 꿈 속에 나오겠다고 얘기해도 언제나 아쉬워하는 눈빛이었습니다. 내가 뭘 놓친 게 아닌지 편집실에 가서 또 확인하게 만드는 연기자입니다.

두 배우가 욕심껏 연기한 산과 덕임을 많은 분들이 사랑해주셨습니다. 저 역시 많이 사랑했습니다. 아직 보낼 준비가 안 됐는지 방송이 끝난 지 일주일이 넘었는데도 꿈 속에 산과 덕임이 계속 나옵니다. 산과 덕임의 행복한 순간이 영원이 되었듯이 이준호와 이세영이 앞으로 언제나 행복하길 바랍니다." 

정지인 감독에게 '옷소매 붉은 끝동'은 첫 사극이었는데, 자유로운 연출은 장점이었으나 현대와 다른 시대적 배경을 온전히 이해하는 것에 어려움도 느꼈다고 고백했다.

"촬영이나 미술, 조명, 심지어 날씨의 변화 등을 현대극보다 훨씬 더 직접적으로 통제하고 결정하면서 상상력을 발휘할 수가 있어 연출적인 면에는 자유롭고 흥미로웠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그 시대의 사람이 아니기에 현대인으로는 받아들이기 힘든 정서가 참 답답했습니다. 계급이 모든 걸 결정하고 여성이 할 수 있는 게 제약이 많은 시대인 걸 받아들이고 그 상황을 연출해야 되는 게 머리로는 이해하려고 했지만 마음으로 이해하기가 참 힘들었습니다."

매신 허투루 연출하지 않은 정 감독에게 가장 공들인 신을 물었다. "5회 엔딩에서 시경을 낭독하던 중, 영조의 난입 이후 덕임이 산에게 충성을 맹세하는 엔딩 촬영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라고 전했다.

덕임은 5회에서 "저하께서 보위에 오르시는 그날까지 제가 저하를 지켜드리겠다. 저하께서는 반드시 뜻을 이룰 수 있으실 것이다. 일평생 전하의 곁을 떠나지 않고 오직 전하만을 위한 전하의 사람이다. 제 목숨이 다하는 날까지 저하를 지켜드리겠다"라고 말해 이산의 마음을 울렸다.

"드라마 전개상 가장 중요한 장면이었고, 산과 덕임, 두 사람의 관계에 있어 가장 중요한 순간이었습니다. 동궁 처소 세트가 세워지자마자 두 사람의 위치를 어디에 놓을 지 고민했고, 촬영감독과 조명감독에게 그림자를 이용한 투샷을 꼭 찍겠다고 했습니다. 그림자 때문에도 그렇고 초반의 세트 촬영이라 조명과 촬영 장비 세팅도 한참 걸렸습니다."

이 장면을 촬영할 당시 이준호, 이세영과의 에피소드도 언급했다.

"점심 먹고 리허설을 시작해서 밤 1시가 꼬박 넘어 촬영이 끝난 후에 세영 씨랑 준호 씨가 기운이 다 빠진 상태로 저한테 와서 셋이 부둥켜 안았습니다. 셋 다 완전 지쳐 있는 상태로 얼싸 안고 너무 고생했으니 빨리 퇴근하자고 했습니다. 그 와중에도 둘 다 저한테 만족스럽게 나왔냐고 물어보더라고요. 설레는 감정에서부터 분노와 당혹감, 그리고 충심과 연심으로 이어지는 감정의 릴레이를 배우들 모두가 훌륭하게 소화한 덕분에 저에게는 최고의 장면 중 하나로 남아있습니다. 드라마의 수많은 엔딩 중 초반에 찍은 만큼 더욱 애착이 갑니다."

정지인 감독은 "그 외에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모든 순간"이라며 여운에 젖었다.

"촬영 장소의 세팅과 작은 소품 하나하나가 모두 다 떠오릅니다. 함께 했던 사람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방송이 끝나고 일주일이 지난 시점인데 여전히 촬영 중인 꿈을 꾸는 걸 보면 한동안 잊는 게 힘들 것 같습니다."

사진= MBC 옷소매 붉은 끝동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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