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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준의 피겨 인사이드] 김해진-박소연, 韓피겨의 새로운 가능성 제시

기사입력 2011.01.17 07:56 / 기사수정 2011.01.17 13:22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2010년부터 한국 피겨에 대대적인 세대교체가 이루어졌다. '피겨 여왕' 김연아(20, 고려대)와 함께 한 세대를 이끌어온 김나영(20, 인하대), 신나희(20, 계명대) 그리고 김현정(19) 등이 국가대표에서 물러났다.

이 자리를 대신한 이들은 97년생 동갑내기 스케이터들이었다. 김해진(13, 과천중), 박소연(13, 강일중), 이호정(13, 서문여중), 그리고 박연준(13, 연화중)은 두 가지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모두 97년생이라는 점과 태극마크를 달았다는 점이다.

이 중에서도 김해진과 박소연은 선의의 경쟁을 하며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다. 만 12세의 나이에 트리플 점프 5가지(토룹, 살코, 룹, 플립, 러츠)를 모두 완성한 김해진은 2010년 1월에 열린 '제64회 전국남녀 피겨 스케이팅 종합선수권대회'에서 정상에 등극했다.

그리고 지난 16일 막을 내린 '제65회 전국남녀 피겨 스케이팅 종합선수권대회' 여자 싱글 시니어부에서 다시 우승을 차지했다. 이 대회 2연패에 성공한 김해진은 '국내 피겨 챔피언'의 자리를 확고하게 지켰다.

또한, 박소연은 이번 대회 준우승을 차지했다. 지난해 전국종합선수권대회에서 3위에 올랐던 그는 '한국 여자 싱글의 간판'인 곽민정(17, 군포수리고)를 제치고 2위를 기록했다.

김해진과 박소연은 만 13세의 어린 선수들이다. 두 선수 모두 앞으로 발전해야할 부분이 많은 기대주임은 틀림없다. 하지만, 2년 연속 국내 정상권에 올랐던 이들은 이제 유망주를 넘어서 한국 피겨를 대표하는 선수로 성장했다.

김연아와 곽민정의 대를 이을 기대주들이 꾸준히 등장한다는 점은 한국 피겨의 '축복'과도 같은 일이다.

시야를 넓혀줄 국제대회 경험이 필요

김해진과 박소연은 한국이라는 무대에서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하지만, 앞으로 풍부한 국제대회 경험이 필요한 '새내기'들이기도 하다. 김해진은 지난해 8월에 열린 2010-2011 ISU(국제빙상경기연맹) 주니어 그랑프리 대표 선발 파견전에 출전해 1위에 올랐다.

하지만, 연습도중 상대선수와 충돌해 종아리를 봉합하는 수술을 받았다. 2개의 대회에 출전할 수 있는 자격을 획득했지만 부상으로 1개 대회 밖에 출전하지 못했다. 이 부상으로 인해 김해진은 한 달 동안 스케이트를 타지 못했다. 한참 선장 중인 유망주에게 가장 무서운 적은 바로 '부상'이라는 불청객이다.

모처럼 얻은 주니어 그랑프리 대회에서 김해진의 자신의 기량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 부상에서 회복되지 않은 채 대회에 출전했지만 자신의 장기인 트리플 점프를 선보이지 못했다. 그러나 김해진은 "좋은 성적보다는 경험을 생각하고 출전했기 때문에 큰 아쉬움은 없다"고 밝혔다.

'디펜딩 챔피언'이었던 김해진의 2연패는 가늠하기 어려웠다. 이 대회를 앞두고 몸 상태가 많이 호전됐지만 지난 시즌, 부상으로 고생했던 기간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해진은 부상을 극복하고 2년 연속 국내 피겨 정상에 올랐다.



박소연도 이번 대회를 앞두고 컨디션이 100%는 아니었다. 발목부상으로 인해 한 달 동안 제대로 된 점프 훈련을 소화하지 못했다. 그러나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에서 가장 기복 없는 연기를 보이며 2위에 올랐다. 지난해 10월에 열린 '2010 전국 피겨 스케이팅 랭킹전'에서는 출전 선수 중, 가장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이번 대회에서 박소연의 점프는 한층 성장해 있었다. 프리스케이팅 때, 트리플 룹에서 넘어지는 실수가 있었지만 트리플 토룹에서 0.3점의 가산점(GOE)를 받았다. 또한, 그동안 갈고 닦은 트리플 러츠도 성공시켰다.

2년 전, 꿈나무대회에서 우승하며 두각을 나타낸 박소연은 흔들림 없이 꾸준하게 성장하고 있다.

올 시즌, 박소연이 출전할 가장 큰 대회는 슬로베니아에서 열리는 트리글라브트로피 대회이다. 정상급스케이터들의 등용문으로 유명한 이 대회는 김연아(2002), 윤예지(2008) 이동원(2009), 그리고 김해진(2010년) 등이 우승한 대회이다.

국제대회 경험이 무엇보다 필요한 박소연은 다음 주 캐나다에서 열리는 친선 경기에 출전할 예정이다.

또한, 김해진은 주니어 그랑프리대회의 저조한 성적으로 인해 오는 2월 28일 개막하는 '2010-2011 강릉 세계주니어 피겨 스케이팅 선수권대회'에 출전하지 못한다. 아직까지 출전할 국제대회가 결정되지 않은 김해진은 다음 시즌을 기약하고 있다.

2년 연속 국내대회 정상에 오르며 가능성 제시, 남은 것은 체계적인 훈련 지원

피겨 선수들의 지원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피겨 유망주들은 계속 등장하고 있으며 아이스링크를 찾고 있는 이들은 해나다 늘고 있다. 이번 대회에 출전한 노비스(3,4급 선수)선수들은 무려 61명(여자 싱글 55명, 남자 싱글 6명)이었다.

그러나 이들 선수들에 대한 지원 체제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김해진과 박소연 등 기대주들은 어린 나이에 2년 연속 국내 정상에 오르며 한국 피겨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선수 스스로가 모든 것을 극복하고 올림픽 정상에 오른 사례를 한국 피겨는 충분히 경험했다.

이런 과오가 계속 되풀이 된다면 어린 선수들의 분전과 61명의 노비스 출전 선수들의 의미는 퇴색된다.

잘하는 유망주가 나타나면 무조건 '제2의 김연아'란 꼬리표를 붙이고 큰 기대를 부여하는 것보다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주고 꾸준하게 지켜보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사진 = 김해진, 박소연 (C) 엑스포츠뉴스 권혁재 기자]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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