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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세 박정자의 마지막 '해롤드와 모드'…"나와의 약속 지켜" [종합]

기사입력 2021.03.22 15:28 / 기사수정 2021.03.22 15:28


[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80세의 모드, 이제 더는 욕심 없어요."

80세를 맞은 배우 박정자가 ‘해롤드와 모드(19 그리고 80)’에 출연하는 소회를 밝혔다.

윤석화가 연출하는 연극 ‘해롤드와 모드(19 그리고 80)’가 5월 1일부터 23일까지 KT&G 상상마당 대치아트홀에서 선보인다. 자살을 꿈꾸는 19세 소년 해롤드가 유쾌한 80세 노인 모드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크고 작은 소동과 두 사람 사이의 우정, 사랑을 다룬 블랙 코미디이자 컬트 연극이다. 

‘죽음’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면서 ‘삶’이 얼마나 가치 있는가를 사랑을 통해 역설한다. 콜린 히긴스 작가의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한 동명 영화(1971)로 먼저 알려졌고 1973년 히긴스에 의해 연극으로 탄생됐다.

한국에서는 1987년 김혜자, 김주승 주연으로 초연했다. 한국 연극계의 거목으로 불리는 배우 박정자는 작품의 대중화에 기여했다. 박정자의 연극 ‘해롤드와 모드(19그리고 80)’는 2003년부터 18년간 5번의 연극 (2003, 2004, 2006, 2012, 2015)과 1번의 뮤지컬(2008)로 관객과 만났다. 해롤드 역할에 김영민, 이종혁, 강하늘 등을 배출했다.

박명성 프로듀서는 22일 서울 중구 페이지 명동에서 진행된 연극 ‘해롤드와 모드(19 그리고 80)’ 기자간담회에서 "2008년에 뮤지컬로 자유소극장에서 공연한 적 있다. 13년이란 세월이 지났다. 그때 박정자 선생님과 약속한 게 팔순이 되면 이 작품을 같이 한 번 해보자 였다. 선생님 나름대로 공연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체력 관리와 건강 관리를 너무 잘하셔서 다시 만나볼 수 있게 됐다. 또 윤석화, 박정자 선생님 두 분이 약속을 하셔서 올릴 수 있게 됐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박명성 프로듀서는 "작년에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 '렛미인'이 잡혀 있었는데 '렛미인'은 연습 중 중단했고 '나와 아버지와 홍매와는 공연 반정도 채우지 못하고 중단했다. 오랜만에 좋은 연극을 만든다는 생각에 가슴이 설레고 기대된다. 팔순이 되셔도 왕성하게 활동하는 모습이 큰 귀감이 되지 않을 수 없다. 너무나 감동적이다. 세대별로 다 모여 하는 게 정말 연극의 힘이고 좋은 연극을 만드는 기본이 아닌가 한다. 열심히 잘 만들어 모처럼 좋은 연극을 선사하겠다"라고 자신했다.

윤석화 연출은 "박정자 선생님이 2003년에 이 작품을 처음 공연할 때 나는 제작을 했다. 처음과 끝을 내가 함께하게 됐다. 선생님에게 프러포즈를 받은 건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정도인 것 같다. 나보고 연출을 하라고 하셔서 '선생님 지금은 안 되고요' 했다. '내가 80세가 될 때 그때는 네가 해야해' 라고 해서 난 '네' 라고 무심결에 말씀드렸다. 전문 연출가가 아니어서 연출을 잘한다는 소신을 가질 수가 없고 다소 두려움이 있기도 하다"라고 솔직하게 말했다.

그러면서 "선생님의 80세가 이렇게 올 줄 몰랐다. 그때는 까마득하게 생각했는데 시간이 흘러 80세에 '헤롤드와 모드'를 하게 됐다. 코로나19 팬데믹 속 제작자로서 힘든 상황인데 기꺼이 약속을 이행해준 신시컴퍼니 대표를 비롯한 모든 스태프들에게 감사하다. 20대부터 80대 배우가 세대별로 포진된 것 같다. 고목도 있고 묘목도 있고 40대, 50대 배우들과 함께 멋진 꽃밭을 만들 수 있어 아주 행복하고 감사하게 이 작품을 이끌어가려고 한다"라고 전했다.

박정자는 사랑할 수밖에 없는 유쾌한 할머니 모드 역을 맡았다.

박정자는 "80세라는 건 핑계가 아닌가 싶다. 80세를 기다렸는지 아닌지 모르겠는데 오늘 여러분들과 같이 만나게 됐다. 오늘 아침에 눈을 뜨면서, 그리고 이 장소로 오면서 '참 감사하다', 모든 시간에, 모든 사람들에게 그리고 내게까지도 감사하다는 생각을 가졌다"라고 털어놓았다.

이어 "'해롤드와 모드'를 7번째 만난다. 2003년에는 한 회로 공연을 끝낼 줄 알았다. 관객과 만날 때 나보다 관객이 더 좋아하더라.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이 공연을 80세까지 해야 한다고 스스로 약속했고 주위에 많은 분들, 관객들에게도 일방적으로 얘기했다. 속으로는 '박정자의 아름다운 프로젝트 19 그리고 80'이었다. 한 배우가 이 나이까지 하는 게 기네스북 같은 곳에 안 오르려나 이런 생각을 했다. 80세라는 이야기를 굳이 하지 않더라도 처음 연극을 시작한 그 마음으로 이번에도 좋은 배우들, 스태프들과 무대를 만들어보려고 한다"라고 다짐했다.

박정자는 "어떤 사람은 '90세까지 하지'라고 얘기한다. 이제 더 욕심은 없다. 가벼울수록 좋다고 생각한다. 아주 사뿐하게, 가뿐하게 '해롤드와 모드'를 이쯤에서 무대에서 내려오는 게 더이상의 욕심을 부리지 않는 모습이 아닐까 생각한다. 아마 이 자리에서 내가 제일 당연히 나이가 많겠지만, 가볍고 싶다. 다음에는 윤석화 씨가 모드를 할 수도 있다. 그러면 객석에서 즐겁게 모드를 바라볼 거다. 누군가는 이제부터는 나이를 거꾸로 먹어가면 어떠냐고 하는데 내가 이 나이 먹느라고 얼마나 힘들었는데 다시 거꾸로 가고 싶지 않다고 했다. 나이를 먹어 참 편해지고 매사에 감사한 마음이 많이 생겼다. 아마 이 나이가 되면 느낄 거다"라고 이야기했다.

윤석화는 "이번이 7번째여서 어떤 디렉션을 드린다는 것 자체가 어쩌면 무의미하다. 두 해롤드는 나무가 될 것을 꿈꾸는 묘목이라는 생각이 들어 대사 분석에 대한 조언 등을 아낌없이 주고 있다. 다만 선생님에게 연출로서 바라는 것이 한 가지 있다. 내가 처음 선생님과 이 작품을 만들었는데 그때 선생님이 60대여서 오늘의 내 나이보다 어렸다. 여섯 번의 공연을 다 봤는데 반추를 해보니 첫 무대의 모드가 내 느낌에는 가장 밝고 사랑스러웠다. 무대가 미니멀해 배우들의 연기가 오롯이 보일 수 있다. 행간 행간이 '시'가 되기를 바란다. 선생님이 가장 처음 한 첫사랑으로 회귀하길 바라며 연습을 시작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박정자라는 배우가 어떤 배우냐. 경험과 깊이는 따라갈 수 없다. 선생님은 2003년 그때의 모드로 많이 돌아가 있더라. 80세의 박정자라는 배우의 맑은 모습을 볼 수 있다. 19세 해롤드 역을 맡은 두 친구가 작품, 모드를 통해 구원을 받듯 작품 밖에서는 대선배, 선생님을 통해 배우로서 엄청난 맑음의 자리로 돌아가 오랜 기간 좋은 배우로 자라나길 바라면서 감사하고 행복하게 작업하고 있다"라고 했다.

박정자는 "우리 둘 사이가 그렇게 좋은 것만은 아니다. 내가 전생에 윤석화와 어떤 인연일까 생각한다. 너무 똑같은데 너무 다르다. 그게 장점이다. 너무 똑같으면 발전이 없다. 너무 똑같은데 너무 달라서 편해 보이지만 긴장감이 감돈다"라며 웃어 보였다.

박정자는 "(과거 공연과) 다를 것 같았는데 다르지 않다. 나이를 먹는다는 게 내가 원한다고 먹는 것도 아니고 원하지 않는다고 안 먹는 게 아닌 것처럼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았고 어느덧 이 자리에 와 있다. 내가 성숙할 줄 알았는데 여전히 미성숙인 채로 나이를 먹는다. 이번 무대가 여섯 번 해온 무대보다 더 나으리라는 자신은 못 한다. 그렇지만 너무 감사하니 최선을 다할 거다. 관객과 어떻게 만나느냐가 제일 중요하다. 무대는 관객이 우선순위여서 0순위 자체다. 최근에는 온라인으로 공연을 보여주곤 하는데 그것처럼 끔찍한 게 없다. 연극은 아날로그인 채로, 연극이 디지털이 될 수는 없다. 내가 성숙하지 못한 것도 여전히 아날로그에 머물러 있다는 걸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라고 말했다.

박정자는 "젊은이들에게 특별히 메시지를 강요하지 않는다. 연극을 보는 관객들은 굉장히 똑똑하고 예민하다. 특히 초대권이 아닌 표를 사서 스스로 극장에 온 관객들은 연극을 만드는 우리보다 몇 발자국 앞서 간다고 생각해 더 조심스럽다. 내가 모드라는 80세의 할머니를 볼 때 정말 무공해다. 가진 게 하나도 없다. 물론 극중에 마지막 부분에는 그야말로 80세의 생일에 스스로 삶을 택한다. 선택할 수 있다는 것도 굉장한 도전이고 용기가 부럽다. 특히 여성 관객이라면 인생에서 내 롤모델이 바로 모드다. 모드 같은 사람들이 사는 세상이라면 환경을 걱정할 것도 없고 네 것 내 것 싸우거나 욕심을 부릴 일도 없다. 연극 배우 박정자가 모드를 롤모델로 삼듯 많은 관객이 무대를 바라보듯 나도 80세의 모드처럼 살고 싶다고 생각했으면 좋겠다"라고 바랐다.

윤석화는 "이 자리에 앉아 있으면서도 끊임없이 작품에 대한 고민을 한다. 또 이 고민을 어떻게 표현하는 것이 여러분에게 아름다운 선물이 될까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아주 평범하지 않은 19세 해롤드는 사회로부터 스스로 격리가 됐든 사회가 격리를 시켰든 소외당한 청춘이다. 해롤드가 모드를 만나게 되면서 자신을 회복하고 꿈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언뜻 보면 일상적인 스토리 같지만 엄청난 부조리 극이라고 생각한다. 부조리 극이라고 해서 결코 어렵게 만드는 건 아니다. 이 부조리한 것을 어떻게 조화롭게 승화할 수 있는가는 배우들의 연기력이 가장 중요하겠지만 연출로서 작품의 해석을 어떻게 하느냐는 다른 문제 같다. 80세를 살고 삶을 내려놓으려는 모드를 보면서 해롤드는 삶을 발견한다. 너무 부조리한데 사랑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한다. 소외당하고 소외를 느끼는 젊은이들이 있다면 사랑의 끈을 회복시킬 수 있으면 좋겠다. 어느 정도 삶을 살아온 사람들에게는 더 아름다운 인간을 꿈꾸는 작품이 되길 바란다"라며 작품의 메시지를 언급했다.

죽음을 꿈꾸는 19세 소년 해롤드 역에는 임준혁, 오승훈이 캐스팅됐다.

오승훈은 "이렇게 좋은 작품에서 좋은 선배님들과 작업할 수 있어 영광스럽다. 최선을 다해 좋은 작품을 보여드리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연습을 시작한 지 많은 시간이 지나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선생님 두 분에게 많은 걸 배웠다. 앞으로 더 많은 것들이 있을 거다. 내가 훨씬 어리고 모자라다. 두배 세배 더 에너지를 준비해야 하는데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너무 많이 배우면서 그만큼 행복한 마음으로 연습에 임하고 있다. 특히 박정자 선생님이 이번이 마지막 '해롤드 앤 모드'라고 하시면, 더더욱 선생님의 자리를 빛내드리도록 좋은 해롤드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작품 안에서 충실하게 좋은 연기를 하겠다"라며 감회를 밝혔다.

이어 "해롤드가 사랑을 배워가고 찾아가는 이야기가 있다. 내가 이 작품을 지금 연습하면서도, 공연하면서도 다 끝나고 나서도 배우로서, 나로서도 한 단계 변화하고 성장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한다. 힘들 때도 있겠지만 치열하게 부딪히려고 노력한다. 선생님을 더 귀찮게 해 드릴 것 같다"라며 미소 지었다.

임준혁 역시 "연극을 오랜만에 해 설렌다. 박정자 선생님이 올해 80세가 되셨다. 내게도 더 뜻깊은 공연이 될 것 같다. 대본에 있는 그대로 충실히 분석하고 연습해서 해롤드로서 무대에서 열심히 연기하겠다"라고 소감을 털어놓았다.

그는 "선생님이 모드 역할을 마지막으로 하실 줄 몰랐다. 마지막이라는 말씀을 들었을 때 내게는 엄청난 부담감으로 다가오는 것도 사실이었다. 항상 해오셨던 작품에 내가 들어가 잘 해내야 하고 누가 되지 않아야 할 텐데라는 마음으로 들어왔는데 연습을 하면서 하나하나 에너지를 써서 알려 주신다. 호흡을 맞출 때 같은 대사라도 선생님이 한 마디를 하면 가슴에 훅훅 들어오고 꽂힐 때가 있다. 연습하고 공연하는 내내 많은 것을 배워야겠다, 사람 임준혁으로서도 이 작품을 통해 조금 더 성장할 수 있을 거라는 설렘이 있다. 열심히 해서 좋은 작품을 만나겠다"라며 각오를 다졌다.

임준혁은 "해롤드가 19세인데 어찌 된 영문인지 죽음을 동경하고 관심을 받고 싶은 걸 표현한다. 난 34세인데, 그 아이의 감정의 변화나 왜 그렇게 됐는지가 중요한 부분이었다. 해롤드가 왜 이렇게 됐을까에 조금이라도 다가가서 가까워지고 싶다. 모드를 통해 세상을 알아가고 내가 생각한 이 삶이 사실은 되게 가치 있고 행복하다는 걸 알아가는 과정을 담는다. 내가 맞다고 생각한 것, 틀렸다고 생각한 것들을 고착화하지 않고 다른 시선으로 많은 걸 바라보고 아이처럼 깨끗한 시선으로 바라본다면 내게 큰 의미가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선생님과 작업을 한다는 것 자체가 행복하다"라고 덧붙였다.

박정자는 "연극은 더블 캐스팅이 별로 없는데 이번에 행운이고 적금을 탔다. 두 해롤드를 만나서 기대하는 게 크다. 앞으로 이 인연을 통해 그대들의 무대를 지켜볼 거다. 역대 해롤드를 다 초청하려고 한다. 이 작품이 끝나면 다른 해롤드와 모드가 올려질 텐데 기대된다"라고 거들었다.

이 외에도 홍지영, 오세준, 최명경, 이경미가 함께한다. 

khj3330@xportsnews.com / 사진= 신시컴퍼니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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