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5-17 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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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년 전 오늘의 XP] 김기덕 '미투'의 시작, 여배우 A의 호소

기사입력 2020.12.14 07:00 / 기사수정 2021.07.21 14:58




본 기획 연재에서는 연예·스포츠 현장에서 엑스포츠뉴스가 함께한 'n년 전 오늘'을 사진으로 돌아봅니다.

[엑스포츠뉴스 박지영 기자] 2017년 12월 14일, 서울 합정동 한국성폭력상담소 이안젤라홀에서 '영화감독 김기덕에 대한 검찰의 약식기소 및 불기소 처분 규탄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 자리에는 서혜진 변호사, 공동대책위원회의 이명숙 변호사, 홍태화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사무국장, 윤정주 한국여성민우회 여성연예인인권지원센터 소장 등이 참석했다.




지난 2014년 8월 2일 여배우 A는 김기덕 감독이 영화 '뫼비우스' 촬영장에서 뺨을 때리는 등 폭행을 가하고 원치 않은 베드신을 강요했다고 주장하며 그를 고소했다. 이에 대해 김 감독은 "감정이입이 필요하다"라는 이유를 들었고, 이어진 검찰 조사에서도 뺨을 때린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연기 지도를 위해 한 것일 뿐 고의가 없다고 진술했다.

그해 12월 7일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는 김기덕 감독의 폭행 혐의만 인정해 벌금 500만 원에 약식 기소했다. 또 베드신 강요에 의한 강제추행치상과 명예훼손 혐의에 대해서는 증거 불충분을, 모욕 혐의에 대해서는 고소 기간이 지났다며 공소권 없음으로 불기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이날 A의 변호를 맡은 서혜진 변호사는 그동안의 사건 경과를 설명하며 "논의 끝에 폭행을 제외한 나머지 고소사실에 대해 혐의없음 판단을 내린 검찰의 처분에 대해 항고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항고를 통해 고소인이 '뫼비우스' 촬영 현장에서 시나리오에도 없는 불필요한 연기를 강요받으며 강제추행을 당했던 부분, 촬영 현장을 무단이탈한 적이 없었음에도 마치 약속을 어기고 현장에 나타나지 않은 것처럼 언론에 입장문을 발표해 피해자에게 2차 피해를 가하고 명예훼손을 한 부분 등에 대해 다시 한 번 검찰의 판단을 구할 예정이다"라고 덧붙였다.

또 한국여성아동인권센터 대표를 맡고 있는 이명숙 변호사는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감독과 힘없는 평범한 여배우 사이에 일어난 일이라는 점, 이미 4년이 지난 후에 신고된 사건인지라 통화내역이나 문자, 객관적인 입장의 증인 확보 등 명확한 증거 확보가 쉽지 않은 점, 외상후스트레스증후군에 대한 검찰의 인식이나 이해가 부족하다는 점, 피해자가 자신의 피해 사실을 주장하고 진술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여배우 A는 얼굴을 공개하지 않겠다는 전제 하에 현장에 자리했다. 현장에서는 당시 A와 김기덕 감독 측의 통화 내용이 담긴 녹취 파일도 함께 공개됐다.

이 자리에서 A는 "오랜 고민 끝에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이 자리에 나왔다. 저는 4년 만에 나타나 고소한 것이 아니라, 이 사건은 고소를 한 번 하는데 4년이나 걸린 사건이다"라고 말문을 열며 눈물을 쏟았다.

이어 "사건 이후 2개월 동안 집 밖에도 못 나갈 정도로 트라우마에 시달렸고, 영화계의 변호사 분과 지인들을 통해 도움을 요청했지만 '세계적인 감동을 상대로 고소하는 것이 승산이 있겠냐'는 이유로 잊으라는 조언이 대부분이었다"고 토로했다.

A는 "충격적이고 두렵다. 명예훼손과 강요 부분에 대해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했는데, 저는 이해가 안된다. 그리고 검찰에서 그냥 외면하실까봐 많이 두렵다. 저는 연기 지도가 아닌 구타를 당했다. 카메라를 켜고 액션을 외쳐서 저는 연기를 할 수 밖에 없었고, 어느 누구도 그 상황에서 문제제기를 하거나 제재를 하며 저를 도아주는 분이 안 계셨다. 모두 저와 시선을 피했다. 매니저도 없는 저는 너무나 외로웠다. 여기에 대본에도 없는 남자 배우의 성기를 잡게 하는 비상식적인 행동을 요구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세계적인 감독인 김기덕 감독이, 무명의 힘없는 배우인 저에게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과연 무엇인지 궁금하다"면서 "검찰은 다시 한 번 이 사건의 증거들을 살펴봐주셔서 이 억울함을 풀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간청했다.

A는 "현재까지는 (고소를) 후회하지 않는다. 하지만 사건이 최종적으로 끝나기 전까지는 제 인생에서 이 사건이 어떤 의미를 차지할 지 모른다. 죽을 때까지 저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로 남을지 알 수 없다. 제 인생에서 이 사건이 의미있는 일이 되도록 도와주시길 부탁드린다. 나설 가치는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해외에서 여러 배우들이 '미투'(#MeToo)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것과 달리, 국내 영화계에서 여배우들이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환경을 지적하며 "저처럼 힘 없는 배우가 할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는 것 같다. 이 일을 계기로 앞으로 더 많은 분들이 용기를 내길 바란다. 2013년 강한 의지를 시작했고 여성단체에 도움을 요청했으나 영화계에서 전문성을 가지고 성폭력 사건을 밝히는 데 의견을 내주셔야 가능한 일이다. 앞으로 전문적인 시스템이 갖춰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기덕 감독은 검찰 조사를 통해 "뺨을 때린 사실은 인정하지만, 연기 지도를 위해 한 것일 뿐 고의가 없다"고 진술했고, 벌금 500만원의 약식명령에 그친 뒤 여배우 A를 무고죄로 고소했다.

MBC 'PD수첩'은 2018년 여배우 A의 진술을 토대로 김기덕 감독의 성추행을 고발하고 8월 후속편을 방송했다. 이 방송에서 여배우 A는 김 감독이 여성과 남성의 성기 명칭, 성적 수치심을 주는 발언을 입버릇처럼 했고, 자신의 앞에서 바지를 내리거나 가슴을 꼬집는 행위를 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여성과 함께 성관계를 하라는 요구를 거부하자 '함께 일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주장했다. 

이후 김기덕 감독은 여배우 A와 MBC가 허위 주장을 바탕으로 방송을 내보내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10억 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검찰은 허위사실로 단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이에 김 감독은 이 사건을 재수사해 달라며 서울고검에 항고했고, 서울중앙지검은 방송 내용을 허위사실로 단정할 수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한편 지난 11일(현지시간) 라트비아 매체 델피 등 외신은 러시아 아트독페스트 영화제 예술감독인 비탈리 만스키의 말을 인용, 김기덕 감독이 발트3국 가운데 하나인 라트비아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사망했다고 전했다. 

jypark@xportsnews.com

[정정보도문] 영화감독 김기덕 미투 사건 관련 보도를 바로 잡습니다.

본지는 2018. 6. 3. <'미투' 논란 김기덕, PD수첩ㆍ여배우 무고죄로 맞고소>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한 것을 비롯하여, 약 8회에 걸쳐 영화 '뫼비우스'에 출연하였으나 중도에 하차한 여배우가 김기덕 감독으로부터 베드신 촬영을 강요당하고 폭행당했다는 내용으로 김기덕을 형사 고소하였다고 보도하고, 위 여배우가 김기덕으로부터 강간 피해를 입었다고 오인할 수 있게끔 보도하였습니다. 또한 위 여배우가 김기덕을 상대로 형사 고소한 사건에서 영화 '뫼비우스'의 메이킹필름이 존재하고 이를 근거로 김기덕이 무혐의를 받은 것이라는 취지로 보도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사실 확인 결과, 뫼비우스 영화에 출연하였다가 중도에 하차한 여배우는 '김기덕이 시나리오와 관계없이 배우 조재현의 신체 일부를 잡도록 강요'하고 '뺨을 3회 때렸다'는 등의 이유로 김기덕을 형사 고소하였을 뿐, 베드신 촬영을 강요하였다는 이유로 고소한 사실이 없습니다. 그리고 위 배우는 김기덕으로부터 강간 피해를 입은 사실이 없고, 김기덕으로부터 강간 피해를 입었다고 증언한 피해자는 제3자입니다. 또한 영화 '뫼비우스'의 영화 본 촬영 영상 외에 촬영현장을 외부에서 객관적으로 찍은 메이킹필름의 존재는 확인되지 않았으므로 이를 바로잡습니다. 

박지영 기자 jypark@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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