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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의생' 곽선영·'부부' 이동하, 무대에서 보세요…연극 '렁스' [엑's 리뷰]

기사입력 2020.06.03 11:21 / 기사수정 2020.06.03 14:28


[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우리는 과연 좋은 사람일까? 완벽할 순 없지만 늘 자신을 돌아보고 고민하고 노력한다면, 그것만으로 우리는 이 세상을 살아갈 가치가 있다.

연극 ‘렁스’(Lungs)가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2관에서 관객과 만나고 있다. 영국 작가 던컨 맥밀란의 작품이다. 무겁고 진지하지만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일상에서 한번은 맞닥뜨려야 할 주제를 녹여냈다. 2011년 워싱턴에서 첫 공연한 뒤 영국, 캐나다, 스위스, 벨기에, 필리핀, 홍콩 등에서 꾸준히 무대에 올리고 있다. 올해 ‘연극열전8’의 첫 번째 작품으로 한국에서 처음으로 선보였다. 연극 ‘오만과 편견’, 음악극 ‘태일’,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 등 다양한 장르를 오간 박소영이 연출한다.

“7년간 매일 뉴욕을 다녀와도 아이를 낳는 것보다 배출하는 탄소 발자국보다 적어. 아이 한 명의 탄소 발자국이 이산화탄소 1만톤, 에펠 탑의 무게라고. 내가 에펠탑을 낳는 거야.” 

박사 학위를 준비하는 조금은 예민한 여자와 그의 연인인 음악가 남자가 주인공이다. 이들은 비닐봉지, 스프레이를 쓰고 차에 시동을 켜놓고 아보카도를 먹는다. 하지만 책, 다큐도 보고 작은 카페를 가고 자전거를 타고 재활용을 하는 등 지구와 인류의 미래를 위해 나름대로 노력하며 죄책감을 애써 떨친다.

여자는 지구를 위해 인간의 숫자가 늘어나는 것에 기여하지 않겠다면서도 아이가 나무를 심어 숲이라는 지구의 폐를 만들 수 있다는 희망을 걸기도 한다. 남자는 우린 좋은 사람들이라며, 인류의 생존과 지구의 문제는 우리가 살아있을 때 해결될 것이며 좋은 부모가 될 거라고 독려한다.


자연 보호만을 주제로 한 환경극은 아니다. 결국은 사랑과 결혼, 임신과 유산, 이별 등을 겪는 평범한 커플의 이야기를 담는다. 매우 현실적이다. 출산은 특히 사랑, 공포, 희망, 두려움을 내포하고 있는 복합적인 문제다. 여자는 자신의 몸에 찾아올 변화, 일의 제약 등이 두렵다. 누군지도 모르는 선조들로부터 아이의 유전자가 결정되는 것도 걱정한다. 남자 역시 여자를 사랑하고 아이를 낳고 싶어하지만 여자의 마음을 온전히 이해하지는 못하고 아이에게 제대로 신경을 써줄 지 확신이 없다.

두 사람은 ‘완벽하게’ 좋은 사람은 아닐 터다. 그러나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고, 갈등하고 다투고 질문하고 화해하려고 한다. 성장한다. 시행착오는 있을지언정 어떤 사람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스스로 고민하고 결정하며 앞으로 나아간다.   

2인극의 매력을 고스란히 담은 작품이다. 최소한의 음악과 신발 소품을 제외하고 장치, 의상의 변화가 없다. 단 두 명의 배우가 좌우로 긴 무대에서 끊임없이 대화를 이어간다. 이동하와 곽선영은 치열하게 호흡한다. 100분 동안 퇴장 한번 없이 방대한 대사와 휘몰아치는 감정을 쏟아낸다. 

두 사람 모두 TV에서도 모습을 드러내 낯설지 않다.

곽선영은 2006년 뮤지컬 '달고나'로 데뷔해 ‘김종욱 찾기’, ‘궁’, ‘빨래’, ‘두근두근 내 인생’, ‘사의 찬미’,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줄리 앤 폴’ 등 다양한 작품에서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드라마에도 진출했다. ‘친애하는 판사님께’, ‘남자친구’, ‘VIP’를 거쳐 '최근 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이익준(조정석 분)의 여동생 이익순으로 분해 인기를 끌었다. 여군 소령으로 오빠의 친구이자 흉부외과 교수 김준완(정경호)과 달달한 러브라인을 그려 존재감을 발산했다.

연극 ‘렁스’로 무대로 금의환향한 곽선영은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의 코믹 연기와는 다른 면모를 보여준다. 욕도 거침없이 쏟아낸다. 남자와의 연애, 결혼, 출산, 유산, 사별까지 여자가 겪는 복잡하고 세심한 심정을 밀도 있게 녹여내 관객을 몰입시킨다. 모든 스토리를 대사로 표현하는 극인 만큼 쉴 새 없이 쏟아지는 대사를 뚜렷한 딕션과 발성으로 소화해낸다. 

이동하 역시 곽선영과 에너지를 주고받으며 무대를 채운다. 여자를 사랑하는 남자의 모습부터 이해와 위로에 서투른 모습, 결국은 여자와 서로를 인정하고 좋은 사람이 되려고 하는, 주위에서 볼 수 있을 법한 보통 남자를 이질감 없이 그린다. 

뮤지컬 배우 출신으로 무대에서 활동하던 이동하는 최근 드라마 ‘미워도 사랑해’ 주연에 이어 ‘부부의 세계’에서 여회장(이경영)의 심복으로 이태오(박해준)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이실장 역을 맡아 인상을 남겼다. ‘렁스’에서는 직설적인 여자에게 상처받기도 하고 배신도 하지만 따뜻하고 사려 깊은 남자를 연기한다. 여자와 이별하고 한눈을 팔고 다시 사랑하는 남자의 내적 갈등을 공감 가게 담아낸다.

김동완, 이동하, 성두섭, 이진희, 곽선영이 출연한다. 7월 5일까지 서울 종로구 아트원씨어터 2관에서 공연한다. 100분.

khj3330@xportsnews.com / 사진= 엑스포츠뉴스DB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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