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5-19 01:06
스포츠

고종수와 대전시티즌, 함께하는 부활의 왈츠

기사입력 2007.10.05 20:05 / 기사수정 2007.10.05 20:05

박영선 기자



좋은 선수는 희귀하고, 대중은 항상 천재에 대한 향수와 로망을 기대한다.

고종수가 2경기 연속 공격 포인트를 기록했다. 고종수는 지난달 30일 삼성하우젠 K리그 23라운드에서는 기어코 득점에 성공하며, 그의 팬들이 기다렸던 덤블링을 재현해 내고야 말았다. 고종수의 득점 소식에 연이어 그의 부활을 축하하는 기사들이 나왔다.

8월 달부터 기다려오던 소식이었지만, 정작 고종수 자신과 김호 감독은 경기가 끝난 후, 여전히 기량이 만족할만한 수준으로 올라와 있지는 않음을 지적했다. 그럼에도, 고종수가 공격 포인트를 기록했다는 것은 그의 녹슬지 않은 센스에 대한 방증이기도 할 것이다.

그렇게 세상은 희귀한 천재의 부활에 열광했지만, 좋은 선수를 드물게 하는 것은 빛에 가려진 또 다른 빛을 구분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11명이 한팀이 되어 치루게 되는 축구에서는 고종수 역시 11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9월 22일 대전-대구전에서의 어시스트 기록과 9월 30일 대전-전남전에 역전골을 기록한 고종수에게는 10명의 동료가 존재하고 있었다.

완벽하지 않은 기량임에도 불구하고 고종수가 대구전과 전남전에 연이어 공격 포인트를 기록할 수 있었던 데에는 고종수에게 패스를 전달하고, 수비수를 유인해 공간을 만들어 줬던 그의 동료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가능하였다. 이들 중에는 득점보다도 칭찬받아야 할 만한 패스와 어시스트도 존재하고 있다.

다다익선. 좋은 것은 많을수록 좋다. 많을수록 좋은 것은 예쁜 아가씨들만이 아니다. 좋은 축구 선수 역시 많을수록 좋다. 별 뒤에 가려진 또 다른 별들 중에는, 고종수의 부활을 돕고 있는 대전 시티즌 선수들의 빛나는 플레이들이 있었다. 좋은 선수란 좋은 플레이로 증명된다.

브라질리언 3인방 (데닐손, 슈바, 브라질리아)

고종수와 가장 많은 패스를 주고받는 이들의 포지션은 경기기록부를 보면 포워드로 나와 있다. 미드필더로 나와 있는 고종수는 정작 아직은 미드필더에서의 거친 몸싸움이 버겁다. 김호 감독 역시 고종수에게서는 "순간 찔러주는 정확한 패스와 득점 기회를 놓치지 않는 센스"를 기대한다며, 고종수의 재능을 살릴 수 있도록, 수비에 대한 부담을 덜어줄 계획임을 시사한 적이 있었다.

때문에 중원에서 움직임은 고종수보다는 슈바와 브라질리아 쪽이 활발하다. 공격은 물론, 수비에도 성실히 가담하는 대전의 외국인 선수들은 스스로 기회를 만들어 팀의 공격을 이끌고 있다. 



특히, 브라질리아는 고종수의 복귀 골에 도움을 준 장본인이다. 대전-전남전, 슈바에게서 패스를 받은 브라질리아는 순간적으로 골기퍼와의 1대1 상황을 맞이하였다. 득점을 100% 확실할 수는 없지만 6대4정도의 가능성을 점칠 수 있는 골기퍼와의 슈팅 각이었다.

하지만, 브라질리아가 선택한 것은 60%의 확률이 아닌 100%의 확률이었다. 자신이 슈팅을 시도하기에 충분한 기회가 있었지만, 브라질리아는 오른쪽에서 기다리고 있던 고종수에게 패스를 연결하고 브라질리아의 슈팅을 예상하고 역방향이 걸려있던 전남의 수비수들과 골기퍼가 쓰러지며, 고종수에게는 순도 100%짜리의 짜릿한 역전골의 영예가 주어졌다.

순간 자신의 욕심을 접고 팀의 득점을 위해 득점의 가능성이 큰 위치에 있는 동료 선수에게 패스를 할 줄 아는 브라질리아의 이타적인 플레이는 칭찬받아 마땅한 것이었다. 그가 스스로 슈팅을 날렸을 때, 그의 득점은 확실한 것이 아니었고, 그의 팀은 역전골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앞을 가로막는 수비수는 없었지만, 여전히 염동균 골기퍼가 전남의 골대를 지키고 있었고, 그의 왼발 슈팅이 낮게 깔리는 저인망 미사일에 버금가는 파워를 지니고 있다 하더라도, 팀플레이를 위해, 팀의 승리를 위해 더 나은 길이 어떤 길인지를 알고 있는 브라질리아의 겸손한 패스는 고종수를 부활 시켰고, 대전의 역전승을 이끌어 내었던 것이다.

오른쪽 윙어 2인방(김창수, 나광현)

대전의 No.13 나광현은 2007년에 들어 측면 수비수에서 전진한 측면 공격수로 보직을 변경하였다. 내셔널리그 인천한국철도에서 K리거로 입성한 그는 매우 성실한 타입의 선수이다. 공격수가 되었다 해도 부지런한 성품은 여전해 공격지역에만 머무르지 않고 수비에도 자주 가담하며, 오른쪽 지역을 커버한다.

고종수가 첫 선발명단에 이름이 오르던 날, 나광현 역시, 김호감독 체제에서 처음으로 출전명단에 이름을 올리게 되었다. 이후 계속해서 선발출전을 하고 있는 고종수와 함께 나광현도 김호감독의 로테이션 명단에서 고정적인 출전자가 되어 가고 있다. 

고종수의 수비 가담 능력과 몸싸움에 적극적이지 못한 고종수가 중원에서 상대 공격수에게 빼앗기는 패스들에 대한 수비진의 부담을 덜고, 공격과의 연계 고리가 되어주기 위해서는 성실하고 수비력 있는 공격수인 나광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나광현의 수비에 대한 적극적인 가담은 발이 빠른 측면 수비수 김창수가 오버래핑 시 뒷공간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어 맘 편히 공격에 나설 수 있다는  효과가 있다. 프로 4년차에 베이징 올림픽 대표인 김창수가 측면 수비수로서 보여주는 성장세는 조용하지만 확실한 전진을 보여주고 있는 중이다.

적절하게 오버래핑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이로 인해 비어있는 뒷공간에 대해 동료 선수들의 움직임을 파악하여, 무리하지 않는 최근 김창수의 플레이는 경기를 읽는 능력의 향상을 증명해주고 있다.

김창수의 그러한 능력이 빛을 발휘했던 것은 고종수의 두 번째 선발출장과 2년여 만에 첫 공격 포인트를 기록했던 대전-대구전이었다.

자신이 마크하고 있던 대구의 선수가 올린 횡 패스를 읽고 왼쪽 지역으로 달려들어 가로챈 후 드리블해 치고 올라가다 슈바에게 패스를 연결하던 순간 대전은 대구를 1-0으로 앞서가고 있었다. 중앙으로 드리블해 올라간 슈바는 다시 왼쪽 공간으로 패스를 찔러주었고, 어느 틈인가 왼쪽 공격지역에 올라가 있던 오른쪽 윙백인 김창수가 그의 패스를 받아 고종수에게 연결하였다.

순간 김창수에게 집중되어 있던 수비는 고종수를 완벽하게 방해하지 못하고 크로스를 허용하며, 데닐손의 두 번째 득점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레일을 타지 말라" 예전에 최윤겸감독이 김창수에게 했던 말이다. 측면 수비수들이 자신의 지역을 고집하며 올라가고 내려오기만을 반복하는 것이 그리 표현되었다. 측먄에서 활약하는 윙어들에게는 주어진 기본적인 역할과 지역이 있지만, 자신을 그 틀에 가두지 말아야 한다는 의미였다. 윙어들 역시 중앙공간을 활용할 줄 알고 언제든지 공격에도 가담해 주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는 주문과 함께였다.

대구 선수들의 패턴과 흐름을 읽고 바로 중앙을 가로 질러 상대의 공을 가로채 팀의 공격으로까지 연결되었던 김창수의 움직임은 자신에게 부여되어 있던 틀을 깨는 매우 창조적인 플레이였다. 데닐손 선수의 득점으로 이어지기까지 흐름의 시발점을 만든 후, 그것으로 만족하지 않고, 공간을 찾아 올라가 두 번째 터치에서 고종수에게 패스를 연결했던 김창수 역할이 컸다.

고종수의 크로스와 데닐손의 헤딩 득점으로 편집될 것이 아닌, 오른쪽 수비지역에 있던 김창수가 대구의 패스 흐름을 읽고 달려가던 시점부터 함께했을 때, 더욱 아름다울 장면이다.

작고 섬세한 톱니바퀴들이 서로 맞물려 돌아가 골이라는 결과를 얻어냈고, 그 속에서 고종수는 김창수-슈바-김창수-고종수-데닐손으로 이어지는 흐름의 한 마디를 자신의 몫으로 해내었다. 사람들은 그것에 천재의 부활이 시작되었다 흥분하기 시작했다.

주장, 강정훈

많은 이들을 흥분시키는 고종수의 부활이라는 즐거운 화두의 이면에도 그늘은 있다. 전남전이 끝난 후, 광양에서 김호 감독은 고종수의 현 상태를 "만들어가며 쓰고 있다"는 말로 표현했다. 무한경쟁에서 고종수에게 만큼은 현 상태의 실력으로써 경쟁이 아닌 가능성을 위해 기회를 주고 있음을 의미한다. 물론 이러한 특혜는 고종수에게 특별할 것이 없을 수도 있다. 그는 이미 젊은 시절 누구나 인정한 재능을 증명해 보였었고, 그의 지명도는 팀 내에서 유일에게 '전국구 스타'라고 불릴 만한 것이다. 

부임 초, 연패에 대해 김호 감독은 게임을 조절해 줄 미드필더의 부재를 원인으로 꼽은 적이 있었다. 주도권을 잡지 못한 채 혼란스러운 경기 내용을 보여주던 대전 선수들 사이에 경기 흐름을 조절하고 공수의 연결고리가 되어 줄 미드필더로 김호 감독의 머릿속에 있던 이는 고종수였다.

미드필더로 등록된 대전의 선수들 중에는 고종수 이외에도 강정훈, 이성운, 민영기, 임영주, 김용태, 조재민, 황규환, 박도현, 이도성, 황병주가 있다. 이중 황병주는 김호감독 체제에서 왼쪽 측면 수비수로 보직을 변경하였다. 황병주를 제외한 10명의 미드필더 중 고종수가 출전하지 않던 이전 경기에서 대전의 경기 흐름을 조절하고 공수를 연결하는 패스를 담당하고 있었던 것은 강정훈이었다.

그는 올해부터 최은성을 이어 대전의 주장이 되었다. 2년째 부주장을 역임하다 주장으로 올라게 된 당연 서러운 자리였음에도 스스로는 여러 차례 고사를 하였다. 그러나 대전에서만 10년차에 근 3년간 매년 30경기 이상을 소화하는 확고한 주전이었기에 필드플레이어 주장이 요구되던 시점에서 그보다 더 적합한 적임자는 없었다.

본인 자신도 가장 좋아하는 포지션이라 말하는 미드필드 외에도 강정훈은 오른쪽, 왼쪽 측면을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선수이다. 현 대전의 주전 측면 수비수라고 볼 수 있는 김창수와 주승진의 부재 시 백업자원으로써 기대 이상의 활약을 보인다. 시즌 초에는 김창수와 오른쪽 측면을 놓고 경쟁자로 부각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그가 가장 빛을 발하는 때는 바로 미드필더로 출전하였을 때였다. 강정훈의 플레이는 동료 선수들로부터 "정훈이 형이 팀 내에서 제일 쉽게 플레이를 한다"는 말을 듣는다. 화려한 플레이로 포장된 축구가 아닌 탄탄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강정훈 특유의 영리하고 팀 동료와 함께하는 플레이를 보여준다.

순간에 대처하는 플레이의 응용력도 뛰어나, 상대선수를 따돌리기 위해 재치 있는 동작을 선보여 관중석의 탄성과 박수를 끌어내기도 하며, 대전의 경기 전반을 이끌었던 그이지만, 새로이 김호 감독이 부임한 이후 미드필드 자리엔 강정훈이 없었었다. 실전에서 두어 차례 평가는 모두 측면 자원으로  치러졌음은 물론 이요 연습경기에서도 미드필더로서의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그는 지난 8월 8일 이후 더 이상의 출전 기록이 없다.

경기에 나오지 못하는 선수가 갖는 괴로움이라는 게 무엇인가에 견주기도 미안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출전하지 못하는 그에게 괜찮으냐는 질문을 한 적이 있었다. 괜찮지 않을 것을 뻔히 아는데도, 그는 괜찮다고 했다. 처음에는 무척이나 힘들게 웃어보이며 말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웃음은 진심을 담은 편안한 미소로 변해 가고 있었다.

강정훈은 지금 이순 간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하면 된다고 했다. 후배들과 함께 즐겁게 운동하는 것만으로도 지금 행복하고, 그것이 자신이 할 일이라고 했다. 그의 할 일이란 주장의 일이다. 팀 내 선수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고, 팀의 단결력을 끌어올려, 승리라는 목표가 출전 선수들만의 목표가 아닌, 대전의 이름을 가슴에 새긴 유니폼을 입는 선수들 모두에게 주어지도록 하는 것, ‘우리’라는 울타리를 지켜내는 것이었다.

괜찮다는 그의 답을 듣고도 여전히 미심쩍은 시선으로 훈련을 지켜본 적이 있었다. 뙤약볕 아래에서 전용연습구장이 없는 대전 선수들은 고등학교 인조 잔디 위에서 몸을 풀고 전술을 연습했다. 열악한 팀의 사정에 기세가 한풀 꺾일 만도 한데, 연습 중 선수들 사이에서는 즐거운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김호 감독이 지시가 내려질 때면 일순 진지하고 긴장된 공기가 흐르지만, 공을 놓고 선수들이 달릴 때면, 누구랄 것도 없이 웃음을 터트리곤 하는 것이었다.

뜨거운 햇볕에 인조 잔디의 체온은 주변의 공기보다도 높았지만, 힘들다는 내색조차도 웃음 속에서 사라져갔다. 그리고 훈련이 끝나고 스트레칭을 하기 직전, 연습생이 일렬로 서는가 싶더니, 전력을 다해 경기장을 가로질러 달렸다. 스트레칭을 하기 위해 자리를 잡고 있던 다른 선수들의 환호와 웃음소리가 그들을 휘감았다.

그중에서도 고종수와 강정훈은 자리에서 일어서 허리가 꺾어지도록 웃었다. 자신들이 1등일 것이라 점찍었던 연습생이 다른 선수에게 밀리자, 일어나 응원까지 해주었지만, 1위를 차지하지 못하였던 상황이 그리 우스웠나보다. 심판을 보았던 안승민 스카우터 앞으로 가서 뭐라 뭐라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변명을 하는데도 웃음은 여전히 그들을 떠날 줄 몰랐다. 훈련의 피로도 함께 싣고 갈듯 가벼운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열악한 재정상태 때문에 대전은 가진 것이 별로 없다. 내세울 것이 무엇일까 싶은 이 팀에게 가장 자랑하고 싶은 것을 대보라 한다면, 아마도 팀 분위기를 보여줄지도 모르겠다. 어린 선수건 고참 선수건, "다른 팀들도 다 마찬가지겠지만, 팀 분위기만큼은 대전만한 곳이 없어요"고 말할 만큼 대전팀의 분위기는 선수들 스스로가 내세울 만큼 인간적이고, 따뜻하다.

강정훈은 다른 길을 선택할 수도 있었다. 김호 감독이 더 이상 그를 준용하지 않는 경기가 쌓여 갈 때마다 그의 미래에 대한 불안은 팬들까지도 눈치챌 수 있을 만큼 커지었다. 몇 년 전, 강정훈에게는 타 팀에서 거부하기 힘든 거액이 제시된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는 팀을 배신할 수 없다는 생각에 거절하며 대전에 남았을 만큼, 팀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선수다. 때문에 그 자신에게도 대전이 아닌 팀을 생각해 보아야 한다는 현실의 충격파는 괜찮다고 말할 수 있는 수준의 것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지금 강정훈은 대전이라는 팀을 선택했다.

필드에 나가 주장완장을 찰 수 없는 그였지만, 주장에게 주어지는 책임과 의무를 버리지 않았다. 동료 후배들을 위해 자신의 아픔을 숨겨두고 웃을 수 있을 만큼 그는 마음씀씀이가 깊다.

대전 시티즌

고종수의 화려했던 모습은 과거라 칭해야 할 만큼, 그의 전성기는 오래전의 이야기가 되어간다. 수많은 이들의 안타까워하는 그의 재능을 다시 일깨우기 위해 축구장으로 돌아왔던 그를 받아주었던 팀은 대전이 처음은 아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의 재기의 가능성을 더욱 어둡게 했던 몇 차례의 도전들과 실패가 있었다. 2년여 만의 1골과 1어시스트. 하지만, 그것만으로 완벽한 부활을 외치기에는 아직 이르다.

물론 그의 부활에 대한 가능성은 이전 그 어느 팀의 어떤 때보다도 가장 높게 올라가 있다. 고종수 자신의 개인적인 노력의 결과물이지만, 축구는 11명이 함께하는 스포츠다. 고종수가 어시스트를 하고, 골을 넣고, 순도 높은 역전골이 될 수 있었던 데에는 최전방에서 몸을 날려 상대의 슈팅을 막아내며 23라운드의 베스트 일레븐에 선정된 골키퍼 최은성이 있었고, 수비와 미들, 그리고 공격진의 대전의 동료들이 존재했다. 

부천SK를 거처 현 대전의 재활트레이너인 이재규 트레이너는 말한다. "대전이 다른 팀보다 재정이 열악하다 보니, 선수들의 마음을 더 신경 쓰게 되요. 마음을 더 채워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부천에 있을 때와 달라진 점이죠."

어쩌면 처음부터 고종수를 부활시킬 수 있었던 것은 높은 연봉의 미끼나, 훌륭한 시설의 훈련환경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그것이 있으면 더 좋았겠지만, 대전은 그에게 이 두 가지를 제공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그는 대전의 피치위로 돌아왔다.

수원삼성의 상징과도 같았던 고종수가 먼길을 돌아 대전의 유니폼을 입었을 때, 그는 낯선 이방인과도 같은 모습이었다. 초췌하고 조금은 주눅이 들어있었다. 아무것도 가진 게 없어 보이던 그가 선택했던 팀은 그처럼 가진 것보다 마음이 큰 팀이었다. 열악한 팀 재정을 실력과 비례하게 보던 사람들은 그의 동료를 과소평가하곤 했다.

돌아온 그곳에는 그를 경쟁자가 아닌 팀을 위한 동료로서 받아들이며, 자신의 자리에서 뒤로 물러서 웃음으로 배려해주는 주장이 있었고, 고종수가 실수하더라도 다시 달려와 패스해주는 후배가 있었고, 몸싸움에 밀린 고종수가 뚫릴 때면, 상대팀의 속공 앞에 온몸을 던져 막아내는 수비진들이 있었고, 그를 믿고 자신의 기회를 양보해주는 실력 있는 동료들이 있었다. 무엇보다도 그들에겐  상처입고 추락한 천재 고종수의 부활을 도와줄 충분한 실력과 또한 그에 못지않은 여유와 배려가 있었다.

고종수를 담은 대전이라는 이름의 팀에는 있었다. 빛 속에 가려진 또 다른 빛인 대전 선수들, 자신의 실력과 그들의 마음이 우러나오는 축구. 마음으로 시작되는 축구, 그 속에서 잊혀 가려던 축구 천재, 고종수가 부활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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