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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커튜드] 밤 샌 보람이 없는 월드컵, 재미없는 이유 7가지

기사입력 2010.06.17 16:07 / 기사수정 2010.06.17 16:15

조성룡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성룡 기자] 남아공 월드컵이 한창이다.

축구팬들은 대한민국의 경기는 물론이고 다른 국가들의 경기까지 지켜보느라 시차만큼은 남아공에 맞춰져 있다. 그런데 그렇게 고생한 만큼 이번 월드컵은 그다지 재미있지 않다. 도대체 무슨 이유일까.

1. 시청자를 우롱하는(?) 빈곤한 득점력

예전의 월드컵에 비해 골이 없다. 이러다가 정말로 툴리오가 자책골 몇 골 넣고 득점왕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점점 더 공포로 다가오고 있는 자블라니와 높은 고도에 위치한 경기장은 선수들에게 정상적인 경기를 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독일이 호주를 4대 0으로 대파한 것 이외에는 별다른 다득점 소식이 없다.

체력은 훨씬 더 많이 소모되고, 공은 훨씬 더 예측할 수 없고. 이번 월드컵은 선수들에게 악몽으로 기억될지도 모르겠다. 언제 골이 들어갈지 몰라서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는 축구팬들은 다크서클이 더욱 진해질 뿐이다.

2. 운도 따라주지 않는다

빈곤한 득점 가운데서도 시원한 골이 터진다면 팬들은 그나마 보람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월드컵에서는 운마저 따라주지 않는다. 들어갈 것 같은 중거리 슛은 모두 다 시원하게 골포스트나 크로스바를 튕기고 밖으로 나가버리니 말이다.

자블라니가 인사이드 킥이 잘 감기지 않는 탓에 중거리 슛 자체를 날리기도 힘든 상황이지만, 그 가운데서도 터지는 중거리 슛마저도 빗나가니 이래저래 탄식만 나온다. 우리는 호날두의 세리머니를 보고 싶은 것이지, 짜증스러운 표정을 보기 위해 TV 앞에 앉은 것이 아니다.

3. 유달리 '홈런'이 많다

축구팬들은 경기를 보면서 아마 WBC를 보는 착각에 빠질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이번 대회에서는 유난히 형편없는 슈팅이 잦아지고 있다. 골문 근처에도 가지 못하고 남아공 대기권을 뚫을 기세로 치솟는 공을 볼 때마다 축구팬들의 영혼도 하늘로 날아가는 기분일 것이다.

역시 문제점은 반발력과 탄성이 높은 자블라니와 공기 저항이 적은 높은 고도에 위치한 경기장 덕분일 것이다. 남아공 지리의 특수한 상황이기 때문에 그것 역시 경기의 일부가 될지 모르겠지만 일부 성급한 축구팬들은 경기장 연고이전을 외치고 싶은 마음뿐이다.

4. 멋있는 골은 줄고, 어이없는 골은 늘고

축구를 볼 때는 역시 치킨과 맥주가 최고다. 하지만, 이번 월드컵 기간에는 절대로 딴 짓을 해서는 안 된다. 언제 어떻게 골이 들어갈지 전혀 예측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골키퍼 실책이 잦아진 만큼 어이없는 골이 들어갈 확률 역시 점점 커지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잉글랜드와 미국과의 경기에서 잉글랜드 그린 골키퍼의 실책. '저 정도는 안전하게 막겠지'하고 고개를 숙여 닭다리를 뜯고 고개를 다시 들었다가는 선수들의 골 세리머니만 보게 될 지경이다. 새벽에 배고프면 서러운데 야식마저 먹지 말라니, 잔혹한 월드컵이다.

5. 강팀이 강팀이 아니다

이번 월드컵은 벌써 이변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2002년 월드컵이 떠오르는 순간이 아닐 수 없다. 많은 사람은 이변을 보는 재미가 있다며 의문을 제기할지도 모르겠지만, 약팀의 실력이 강해서 이변이 일어난 것과 강팀이 약해져서 이변이 일어난 것은 엄연히 다르다.

우승후보들 중에 독일 빼고는 이렇다 할 시원한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는 세계 1위 브라질마저도 105위 북한에 쩔쩔매다가 2대 1로 겨우 이겼다. 약간은 운도 따라준 마이콘의 골이 아니었으면 정말 어떻게 되었을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스위스마저도 '끝판 왕' 스페인을 잡았고, 자국민들도 3패를 예상했던 일본이 첫 승을 거뒀으니 정말 이번 대회는 알 수 없게 되었다. 우리는 약팀이 강해지길 원하는 것이지, 강팀이 약해지는 걸 원하는 게 아니다. 그리고 한국은 기복없는 강팀이기 때문에 당연히 그리스를 2대 0으로 이겼다.

6. 부부젤라 때문에 미치겠어요

이번 월드컵을 라디오로 듣는다면 오직 "뿌우우우아아아아앙아아아"밖에 들리지 않았을 것이다. TV가 있는 시대에 사는 우리는 축복이다. 만일 TV가 없는 시대에 남아공에서 월드컵이 열렸다면 어땠을까, 상상도 하기 싫은 악몽이다.

모깃소리와 같은 부부젤라 덕분에 새벽에 TV 앞에 앉아있는 축구팬들은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 소리가 귓가를 맴도는 모깃소리인지, 부부젤라 소리인지 구분이 가지 않아 피해가 참 크다.


 

7. 그리고 시험 기간의 악몽

대학교들은 거의 다 시험 기간이 종료되었지만 중, 고등학교는 아직 시험 기간이 한창이다. 축구를 잘 즐기지 않는 여학생들은 시험 등수를 올릴 절호의 기회가 다가왔고 어린 축구팬들은 오랜만에 깊은 고민에 빠지게 될 것이다. 만일 고3 축구팬이라면 상황은 더욱 심각해진다.

월드컵을 보려고 TV 앞에 앉아도 눈앞에서는 형편없는 점수가 매겨진 시험지가 어른거리는데 월드컵이 재미있을 리가 없다. 그렇다고 책상 앞에 앉는다 한들 귓가에 부부젤라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공부는 더욱 되지 않을 뿐이다. 이래저래 학생들은 그저 고통스러울 뿐이다.



조성룡 기자 press@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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