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5-19 0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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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선동렬 NO, 제1의 한기주 YES!

기사입력 2006.10.08 03:28 / 기사수정 2006.10.08 03:28

김종수 기자

 '슈퍼루키' 한기주의 첫 정규리그 결산

▲ 리그최고에이스를 향해 나아가는 한기주선수  
 ⓒ 원본출처: 기아타이거즈 

[엑스포츠뉴스 = 김종수 기자] '185㎝, 90㎏의 균형 잡힌 체구, 140㎞ 후반대의 직구를 꾸준히 뿌리며 최고구속은 150㎞를 훌쩍 넘는다. 이렇듯 위력적인 강속구 외에 커브와 슬라이더, 체인지업 등 다양한 구질을 구사할줄 알며 위기상황에서도 좀처럼 당황하지 않고 어린나이 답지 않게 게임운영 능력이 무척 좋다.'

광주동성고 출신의 우완에이스 한기주(19·기아타이거즈)에 대한 고등학교시절의 평가다. 한기주는 갓 고교무대에 발을 들여놓기 무섭게 전국대회를 석권하며 '최고투수'로 주목받아왔다. 

신입생이던 2003년 청룡기 대회에서 모교에 우승을 안겨주는 것을 시작으로 이듬해인 봉황기에서도 팀 우승과 MVP를 동시에 거머쥐었다. 어디 그뿐인가? 졸업반이던 2005년 역시 대통령배의 주인공은 한기주였다.
9개월 여의 기간동안 세운 51이닝 연속 무자책이라는 대단한 성적 역시 고교시절의 엄청난 포스에 비하면 그다지 놀라운 것이 아닐 정도였다.

류현진, 유원상(현 한화), 김광현(현 SK), 나승현(현 롯데) 등 쟁쟁한 투수들이 리그를 호령하고있었지만 그중 으뜸은 단연 그의 몫이었다.
라이벌이 없는 '고교괴물투수'에게 쏟아지는 언론의 관심은 대단했고 이에 연고팀 기아타이거즈는 메이저리그 스카우터들과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10억이라는 역대최고 계약금으로 최대어를 낚는데 성공한다.

'제2의 선동렬'이라는 극찬을 받던 한기주는 이렇게 프로무대에 입성하게 된다.

최고, 최고, 최고! 하지만…

고교시절 내내 최고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니며 역대최고 계약금에 역대프로야구 최다우승팀에 들어오게 된 한기주, 그에 대한 언론의 관심은 대단할 수밖에 없었으며 그의 일거수 일투족은 각종매체를 통해서 기사화되었고 팬들 사이에서는 과연 그가 얼마만큼의 성적을 올릴 수 있을지 팽팽한 논쟁이 일어나기 일수였다.

아직 어린 선수에게 지나친 주변의 관심이 부담이 되었던 것일까? 그렇지 않아도 고교시절의 혹사와 동계훈련부족으로 제 컨디션을 찾지 못하던 한기주는 구단에서 믿고 내보낸 선발등판경기에서 연일 기대이하의 모습을 보이며 팬들의 탄식을 자아내게 한다.

설상가상으로 프로동기생 류현진이 놀라운 활약상을 보이며 소속팀 한화의 상승세를 이끌어나가자 상대적으로 비교가 되며 마음의 짐은 더욱 커져만 간다.

'진정한 프로의 보검은 한기주가 아닌 류현진이었다.' '구단 선배인 김진우의 루키시절보다도 한참 떨어진다.' '한기주가 최고인 것은 계약금밖에 없다.'등등… 관심이 컸던 만큼 돌아오는 악평들도 끊이질 않았다.

심지어는 먹튀라는 오명까지 뒤집어쓰며 점점 상황은 좋지 못한 쪽으로 흘러가게 된다.
7월 6일 두산전에서는 단 1회를 못 버티고 3자책을 범하고 이에 코칭 스탭에서는 결국 2군 행을 결정하고 만다.
학창시절부터 항상 최고였던 '황금팔'이 자부심을 잃고 고개를 떨구는 순간이었다.

낭중지추(囊中之錐), 최고는 어딜 가도 최고!

아직 시련을 많이 겪어보지 못한 어린 나이라는 것을 감안했을 때 프로에서의 초반난타와 2군 강등은 자칫 마음에 큰 상처를 남기고 잘못될 경우 채 꽃을 피워보지도 못하고 가능성이 시들 우려마저도 있었다.
하지만 가장 확실한 차기 호랑이에이스감인 한기주는 뭐가 달라도 달랐다.

2군에서 무너진 몸과 마음을 다잡은 한기주는 28일 다시 1군 복귀전을 치르게되고 복귀이후 3경기동안 좋은 경기내용을 보여준다. 하지만 시련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이제 서서히 기대했던 능력이 나온다는 평가를 받고있던 시점에서 등판한 8월 9일 한화전에서 2이닝 동안 무려 6실점을 범하며 결국 꿋꿋하게 지켜오던 선발진에서 물러나며 불펜으로 전격 전환하게 된다.

물론 여기에는 허약한 중간계투진이 걱정되던 팀의 입장과 어떤 식으로든 팀에 보탬이 되고싶었던 한기주 개인의 의사가 같이 포함되어 있었던 것으로 보여지지만 적어도 당시로서는 그리 썩 바람직한 상황은 아니었다.
어떻게든 선발로테이션을 지켜줘야 할 투수가 중간진으로 내려가고 말았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불펜전환 후 한기주는 '예전의 그가 맞나?'싶을 정도로 엄청나게 달라지기 시작한다.
아니 그제야 마음의 부담을 털고 예전의 모습을 회복해간다고 보는 것이 맞을 듯 싶다.

최고 구속 155㎞의 흡사 레이저광선 같은 직구를 펑펑 뿌려대고 예리한 각의 슬라이더를 자유자재로 꽂아 넣으며 기아불펜의 수호신으로 떠오른 것이다.
가운데로 집어만 넣어도 치기 힘들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구위는 물이 오를데로 올랐고 방어율은 물론 피안타율, 피장타율, 피출루율, 피OPS 등에서 짠물피칭을 기록한다.

불펜전환 이후의 성적만 놓고 봤을 때는 '리그최고의 수호신'이라는 삼성의 오승환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그저 그런 대형유망주가 단번에 초특급 셋업맨으로 탈바꿈하는 순간이었다.

한걸음, 한걸음, 역사를 만들어라.

부상으로 인한 강철민의 선발진 제외, 김진우의 잦은 로테이션 결근으로 인해 강점인 선발진이 완전히 무너진 상태에서도 기아가 4강행을 결정지을 수 있었던 데에는 크게 기대하지 않았던 '막강계투진'의 힘이 절대적이었다.

신용운, 정원, 한기주, 윤석민 등의 젊은 선수들이 버티는 불펜은 삼성과 비교될 정도였고 그 중심에는 한기주가 있었다.
막판까지 순위가 결정되지 않아 혹사논란이 제기된 것은 사실이나 한기주 개인적으로 봤을 때는 그의 존재감과 앞으로의 가망성을 확실히 확인시켜준 후반기였다.

아직 플레이오프가 남아있기는 하지만 이제 그는 기아에 없어서는 안될 존재가 되어 있다.
적어도 현재 모습을 바탕으로 한 앞으로의 활약은 충분히 '제2의 선동렬'이라는 언론의 평가가 극찬이 아닌 기대감으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김성한, 선동렬, 이종범 이후 대가 끊긴 '호랑이표 괴물' 신화에 한기주라는 이름이 새겨질 수 있을지, 최고의 관심을 받았던 신인답게 한걸음, 한걸음 자신의 역사를 만들어가기를 기원한다.
그리하여 '제2의 선동렬'이 아닌 '제1의 한기주'로 리그를 호령하는 모습을 기대해본다. 

새끼호랑이의 포효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김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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