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6-03 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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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리에A 톡] 밀란 베를루스코니는 악덕 구단주?

기사입력 2010.05.16 10:39 / 기사수정 2010.05.16 10:39

박문수 기자

[엑스포츠뉴스=박문수 기자] 스포츠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쉽게 구단주란 말을 듣는다. 여기서 구단주란 구단을 운영하는 사람을 뜻한다.

구단주가 구단을 운영하는 이유는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하나는 자신이 운영하는 팀에 대한 애정이며, 다른 하나는 자신의 팀을 통해 막대한 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서 소개할 구단주는 두 가지 모두 해당되지 않는 기이한 인물이다.

그는 자신의 팀을 사랑하지 않는다. 과거, 그가 보여준 모습과 상관없이 적어도 최근 그의 발언과 행동은 정상적인 구단주가 맞는지 의문이 든다. 팀을 위해 좋은 모습을 보여준 선수든, 감독이든 자신과 맞지 않으면 되지도 않는 이유로 쉽게 물갈이한다.

또한, 그는 자신의 팀을 위해 투자를 꺼린다. 팬들의 사랑을 얻기 위해서 팀이 갖춰야 할 것은 지리적 이점과 좋은 경기력이 필요하지만, 그의 팀은 후자를 갖추지 못했다.

끝으로 그는 자신의 팀을 정치적으로 이용했다. 자국에서 언론 장악에 성공한 그는 스포츠를 하나의 정치 수단으로 활용, 구단을 정치적 선전 목적으로 이용했다.

축구에 관심이 많은 팬이라면 이미 눈치를 챘겠지만, 여기서 지칭하는 그는 AC 밀란(이하 밀란)의 구단주 실비오 베를루스코니이다. 그는 현재 이탈리아 총리이다. 부패 관련 추문이 끊이지 않으며 뇌물수수로 구속된 전례가 있음에도, 여전히 자국에서 내로라하는 막대한 자산가이다.

정치적 선전 도구로 전락한 AC 밀란

밀란과 베를루스코니의 관계를 논할 때 반드시 언급되는 것 중 하나가 축구와 정치의 연관관계이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축구를 매우 좋아한다. 단적인 예로 前 밀란 선수 파울로 말디니가 웬만한 연예인보다 인기가 더 많으며, 돌체 앤 가바나를 비롯한 각종 유명 상표의 모델이 축구 선수다-)

베를루스코니(▲ 사진 오른쪽)의 높은 지지율 중 하나는 밀란이다. 1980년대 암흑기를 보낸 밀란의 구세주로 등장한 그는 전폭적인 지원으로 팀의 르네상스를 이끄는 데 크게 이바지했으며, 그가 부임하고 나서 밀란은 레알 마드리드에 이어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횟수 통산 2위에 오르게 됐다.

여기까지 보면 베를루스코니는 이상적인 구단주다. 필자 역시 과거 말디니의 발언처럼 베를루스코니가 없었다면 오늘날의 밀란은 존재하지 않았다는 생각에 동의한다.

그럼에도, 지난 5년간 보인 그의 모습은 이해하기 어려울 만큼 이상했다.

우선, 정치적 기반을 확고하게 다진 그는 팀에 대한 투자를 꺼리고 있다. 재정 적자를 메우기 위한 수단으로 팀의 에이스 카카를 레알 마드리드에 넘겼으며, 자유 계약 선수가 아닌 이상 영입에 뛰어들지 않고 있다.

앞에서 말했던 막대한 수익을 위해서는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선수들이 필요하며 때에 따라서는 과감한 투자도 필요하다. 그러나 베를루스코니는 대한민국 누리꾼의 발언처럼 밀란을 예전 모의고사에서 최상위급의 실력을 자랑했지만, 잘 안 풀려서 군대도 안 가고 학원에서 공부하는 재수생으로 전락하게 했다.

과거 밀란은 베를루스코니와 함께 제2의 전성기를 달렸었다. 아리고 사키와 파비오 카펠로로 대표되는 젊고 패기 넘치는 감독과 유럽 축구를 주름잡았으며, 세브첸코, 즈보니미르 보반, 데얀 사비체비치 같은 유능한 선수들을 대거 발굴했었다.

그러나 최근 밀란은 이름값만 남은 노장 선수들 영입에 주력하고 있다.

단적인 예로, 세계적인 스타 데이비드 베컴과 호나우지뉴가 이에 해당된다. 두 선수 모두 팀에 도움이 됐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낳았지만, 그들의 영향력을 고려했을 때 베를루스코니가 정치적 선전 도구로 그를 영입했을 가능성이 크다. 최근에는 잠잠하지만, SS 나폴리의 에스키엘 라베찌 영입설도 남부 지역을 자신의 손아귀에 넣으려는 그의 의도가 있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구단주와 감독의 의미를 모르는 베를루스코니

지난 15일 사임한 레오나르두 감독은 각종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밀란의 수뇌부를 직접적으로 비판했었다. 아드리아노 갈리아니 부 구단주와의 돈독한 관계를 고려했을 때, 그의 비판 대상은 구단주 베를루스코니일 것이다.

애초 이번 시즌 밀란은 팀의 상징인 말디니의 은퇴와 에이스 카카의 이적으로 어려움을 겼었을밖에 없었다. 설상가상 팀의 수장인 카를로 안첼로티는 첼시로 둥지를 옮겼다. 이러한 상황에서 밀란의 선택은 레오나르두였다. 감독경험이 없던 레오나르두는 선수 구성에 어려움을 겼었음에도, 3위라는 준수한 성적으로 시즌을 마감했다.

그러나 베를루스코니는 각종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레오나르두의 밀란이 거둔 성적에 공개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이에 레오나르두는 "밀란 보드진 중에서 축구를 제대로 이애하고 있는 사람들은 극소수에 해당한다"고 전하면서 대응했다.

레오나르두로서는 팀에 대한 지원도 없이 매번 왈가왈부하는 베를루스코니가 심히 못마땅했을 것이다. 감독의 전술과 상관없이 특정 선수의 기용을 주문하며, 자신의 상황은 잊은 채 남 탓만 하는 구단주의 모습은  그가 구단주가 아닌 감독이 더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최근 밀란의 현지 팬들은 구단주의 안일한 태도에 분노, 자신들이 주축이 돼서 팀 살리기에 나서고 있다. 즉, 팬들이 직접 이적 시장 활동을 위해 자금을 투자할 것이며, 다양한 운영 정책에 참여할 것이라 한다. 이는 베를루스코니의 비정상적인 행동에 대한 불신을 보여주는 직접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베를루스코니에 대한 '대한민국 AC 밀란 팬 페이지' 밀란 당사 회원들의 생각은?
 






박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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