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5-18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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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윅' 데뷔 10주년 전동석의 변신, 아름답고 처연하다 [엑's 리뷰]

기사입력 2019.09.02 11:11 / 기사수정 2019.09.02 13:42


[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뮤지컬 '헤드윅'의 주인공 헤드윅은 흔히 말하는 성 소수자다. 하지만 어느새 소수자라는 한정된 이들의 이야기가 아닌 현재의 우리, 나의 이야기로 이끈다.

살면서 아픔이나 고뇌를 한 번도 겪지 않은 이는 없을 터다. 사회와 사람에 대한 분노와 냉소를 지닌, 사랑을 갈구하면서도 자신을 온전히 사랑하진 못한 헤드윅이 상처를 치유하고 비로소 완전한 자유를 맞을 때 그래서 관객은 고개를 끄떡이게 된다.

뮤지컬 ‘헤드윅’이 2년 만에 컴백,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에서 공연 중이다. 15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인기를 끌 수 있는 건 소외당한 성 소수자에 대한 편견을 불식하는 작품이라서만은 아닐 터다. 자신의 정체성을 잃어버린 이들, 마음에 상처가 있거나 공허한 삶을 살아가는 다수를 대변하는 작품이다.

동독 출신 트랜스젠더이자 록 가수 헤드윅은 동독과 서독의 경계를 갈랐던 베를린 장벽처럼, 남성과 여성의 경계에 서 있다. 미처 다 잘려 나가지 못한 1인치의 성기는 그에게 남겨진 숙제와도 같다. 아버지에게 성적 학대를 받고 어머니에게도 무관심 속에 길러진 헤드윅은 불행한 유년 시절을 보냈다. 사랑에도 실패한다. 자유의 상징 미국에 건너오기 위해 성전환수술까지 받지만 잃어버린 반쪽이라고 믿었던 루터에게 버림 받는다. 이후 안경잡이에 여드름 자국이 있지만 섹시한 소년 토미와도 사랑에 빠지지만 토미 역시 그를 배신한다. 이후 투어 중 만난 드랙퀸 이츠학과 록밴드 앵그리인치 밴드의 멤버로 활동한다.

잃어버린 반쪽을 찾으려는 헤드윅의 여정이 록 음악과 함께 펼쳐진다. 그 여정에 배우 전동석이 합류했다. 여자보다 예쁜 미모가 눈에 들어온다. 화려한 가발과 짙은 화장, 반짝이는 의상을 입은 트렌스젠더로 완벽하게 변신했다.

전동석은 데뷔 10주년을 맞은 가운데 ‘헤드윅’으로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2009년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로 데뷔해 '몬테크리스토', '모차르트', '햄릿', '엘리자벳',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해를 품은 달', '마리 앙투아네트', '더 라스트 키스', '팬텀', '프랑켄슈타인', '지킬 앤 하이드' 등 다양한 작품에서 활약한 바 있다.

이번 '헤드윅'에서는 또 다른 새로운 면모를 보여준다. 성악 발성을 지닌 그가 록 넘버를 부르고 욕설도 거침없이 내뱉는다. 루터 앞에서 애교를 부리다 현실을 마주한 듯 ‘돈 벌기 되게 힘드네’라고 너스레를 떠는 모습이 흥미롭다.

헤드윅은 배우의 색깔에 따라 다른 느낌을 주는 캐릭터다. 짜인 애드리브가 많은 공연이지만, 전동석은 애드리브에 치중하기보다 헤드윅의 감정에 밀도 있게 접근하는데 주안점을 둔 듯 보인다. 단순히 신나거나 흥겨운 무대를 꾸미는 것을 넘어 평탄하지 않은 삶을 산 헤드윅의 슬픔과 증오, 아픔, 외로움을 녹여낸다. 활발하지만 차분한, 에너제틱하지만 진지한 매력이 있는 헤드윅이다. 

헤드윅이 그토록 찾던 반쪽은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이다. 상처를 치유한 헤드윅은 이츠학의 본연의 모습을 존중해준다. 자신도 가발과 가짜 가슴을 벗고 자유의 세상으로 향한다. 맨몸의 자신을 마주하며 밝은 빛 속으로 나아가는 그의 모습이 여운을 남긴다.

'오리진 오브 러브'(Origin of Love), '위그 인 어 박스'(Wig In A Box), '앵그리 인치(Angry Inch)', '위키드 리틀 타운(Wicked Little Town)', '티어 미 다운(Tear Me Down)', ‘더 롱 그리프트’(The Long Grift), ‘미드나잇 라디오(Midnight Radio)' 등 헤드윅의 다양한 감정을 담은 넘버들은 관객의 가슴을 뜨겁게 만든다. 다만 가사가 종종 정확히 전달되지 않아 음향을 보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11월 3일까지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에서 열린다. 120분. 만 15세 이상.

khj3330@xportsnews.com / 사진= 뮤지컬 헤드윅 쇼노트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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