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5-18 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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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휴이시에게 복수하고 싶었다"-①

기사입력 2010.03.15 03:54 / 기사수정 2010.03.15 03:54

조성룡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성룡 기자]밴쿠버 올림픽에서 가장 악몽 같은 순간을 꼽으라면 당연히 여자 쇼트트랙 계주 경기를 꼽을 것이다. 전 국민을 탄식하게 만든 휴이시 심판의 그 유창한 영어 몇 마디, 그리고 동생 같고 딸 같은 선수들이 흘리는 눈물들‥ 군대 다시 가는 꿈만큼이나 무서운 악몽일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한 인터뷰를 기억한다. 경기 후 격앙된 목소리로 여과 없이 감정을 드러내던 김민정(26·용인시청). 그녀는 이번 올림픽을 어떻게 추억할까, 태릉 빙상장에서 '사진보다 실물이 훨씬 더 예쁜' 김민정 선수를 직접 만나봤다.

-만나서 반갑다. 요즘 근황은 어떤가

밴쿠버 올림픽 끝나고 여러 행사에 참석해서 바쁜 일정 보냈고 다시 불가리아 소피아에서 열리는 세계 선수권 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쉴 틈이 없다. (모 행사에서 노래도 부르던데?)아, 나는 정말 노래 못한다.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추억이었다(웃음).

-소속팀인 용인시청에서의 생활은 어떤가?

뭐 특별한 건 없지만 일단 용인시청의 멤버가 좋다. (성)시백이도 같은 팀이고, 또 감독님도 좋으셔서 훈련할 때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이제 본격적으로 물어보겠다. 지겨울 지 모르겠지만 아직도 그 계주 실격 사건이 속상한가

지금도 그렇다. 올림픽 끝나고 행사를 많이 다니다보면 항상 경기 영상을 틀어주는데 꼭 실격 당하는 영상이 나오더라. 볼 때마다 (실격은) 아니지 않는가, 하면서 속상한 마음이 든다.

근데 어쩔 수 없다. 주심의 영향이 크고 또 그 사람이 마음을 먹고 실격을 준 것이기 때문에 우리가 항소를 해도 안되리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마음도 접고 있었는데 그래도 기억에 많이 남는 경기라 보면 볼수록 아쉽고 속상하다.

-실제 경기에도 실격이 원래 많지 않나?

많다. 아무 것도 하지 않았는데 덜컥 실격을 주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하지만, 올림픽은 큰 경기이기 때문에 그런 대회에서 실격을 주니까 더 속상하고 알면서 당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휴이시 심판도 실격 이후로 참 많이 고생한 것 같다

일부 국민들께서 휴이시 심판에게 항의 전화도 많이 하셨고 심지어는 호주의 휴이시 심판 자택까지 찾아간 분들도 많다더라. 좀 고소했다. 이렇게라도 벌을 받는구나 싶어서, 정말 우리나라 누리꾼들은 대단한 것 같다(웃음). 사실, 그 다음 경기에서 휴이시에게 어떻게든 복수를 하려고 찾아봤는데 어떻게 된 건지 없더라. 그래도 계속 찾았는데 나중에 보니 경호원의 보호를 받고 가고 있었다. 자기도 잘못한 건 아는 것 같았다.

-그런 국민들의 반응이 위로는 됐나

정말 많이 됐다. 5연패를 실패해서, 더욱이 1위로 골인하고도 놓친 거라 나는 울지 않았지만 다른 선수들은 정말 많이 울었다. 울면서 인터넷을 보는데 국민 여러분들께서 잘했다, 너희는 금메달이다. 이런 말씀 많이 하셔서 우리가 진짜 잘했구나 하면서 또 울었다. 기뻐서 울고 슬퍼서 울고 참 많이도 운 것 같다.

-위로 받고 나서 이후에 좀 차분한 마음이 들었는가?

그게 마지막 경기였다면 내내 우울했을텐데 남자 선수들 계주 경기가 있었다. 계주, 특히 남자 계주는 우리보다 몸싸움이 치열하다. 실격도 잘 주고, 그런데 우리가 그러면 팀 전체 분위기가 가라앉을 것 아닌가, 특히 나는 그 당시 여자 대표팀 맏언니였다. 내가 그러고 있으면 안되지 않겠는가.

-이제 그 인터뷰 얘기를 하자. 무슨 의도가 있었는가? 후배들을 의식했었나?

아무 의미도 없었다. 경기 끝나고 잔뜩 화가 나있는데 신발 풀자마자 바로 그 민감한 부분에 대한 인터뷰를 시작하더라. 마음 같았으면 욕을 했겠지만 정말 많이 참고 얘기한 거다. 사람들이 그 인터뷰 보고 인터넷에 많이 올라왔다면서 보라고 했는데 아직도 안봤다(웃음).

-이제 맏언니니까 미안하지만 나이 얘기를 하겠다. 사실 쇼트트랙 선수 치고는 나이가 정말 많은 것 같다

지금도 현역 중에서 나이가 많다. 아마 내가 최고령 아닐까도 싶다. 하지만 아직 은퇴할 생각은 없다. 몸 관리만 잘하면 선수 생활에 지장은 없으리라 생각한다. 사실 고등학교 시절에는 운동이 싫었는데 이제는 흥미가 느껴져서 힘든 걸 모르겠다.

-소치 올림픽 때는 서른이다. 도전할 생각 있는가?

예전에 '열심히 해야지'하는 마음으로 경기했을 때는 안풀리더니 오히려 ‘하다보면 되겠지’하면서 즐기니까 경기가 더 잘 된다. 아직 힘들거나 그런 생각 전혀 없다. 그래서 될 때까지 할 것이다. 소치도 된다면 당연히 나갈 것이다.

-마지막으로 국민들과 팬들에게 한 마디 부탁한다

지금까지 응원해주시고 아껴주셔서 정말로 고맙다. 여러분들이 응원해 주는 만큼 더욱 더 노력해서 더 멋진 모습 보여드리는 김민정이 되도록 하겠다. 감사드린다.



조성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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