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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토리] '투수 2년차' SK 강지광 "경험을 통한 성장 느낀다"

기사입력 2019.06.08 11:06


[엑스포츠뉴스 조은혜 기자] SK 와이번스 강지광이 '투수'로서 한 단계를 올라섰다. 보는 사람도, 스스로도 느껴지는 성장이다.

2017년 11월 열린 2차 드래프트, SK 와이번스는 1라운드에서 넥센 히어로즈 외야수 강지광을 지명했다. 그리고 2차 드래프트 종료 후 당시 단장이었던 염경엽 감독은 강지광을 야수가 아닌 투수로 키우겠다고 밝혔다. 투수로 포지션을 전향하게 된다는 사실을 강지광 본인도 기사를 통해 알았다. 넥센 시절 염경엽 감독의 권유로 불펜 피칭을 해본 적은 있었지만 정식으로 포지션을 바꾼다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던 강지광이었다. 

SK 유니폼을 입은 뒤에도 스스로 납득을 하기까지 많은 시간 스스로에 대한 의심과 질문을 던져야 했다. 강지광은 "사실 정말 하기 싫다고 땡깡을 많이 부렸다. 남들은 10년 동안 해온 걸 나는 고등학교 이후 10년 만에 해야 했다"고 말했다. 그런 강지광을 위해 팀은 차분하면서도 때로는 냉정하게 그를 설득했다. 고뇌의 시간을 거치는 동안 코치진의 배려로 타자로서의 준비도 병행하기도 했지만, 결국 '투수' 강지광을 받아들였다. 신앙의 힘도 있었다.

그러나 투수 전향 첫 해 성적은 만족스럽지 못했다. 최고 155km/h 빠른 공을 자랑했지만 자신도 공이 어디로 향할 지 몰랐다. 투수 데뷔 첫 해 강지광의 기록은 4경기 3이닝 7실점. 그는 "초반 마음 같아서는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1군에 올라가고 싶다'는 생각 밖에 없었다. 그런데 막상 해보니 그렇게 잘 되는 느낌은 받지 못했고, 생각한 것 만큼 쉬운 일도 아니었다"고 털어놨다.


그랬던 강지광은 올 시즌 투수로서 한 단계를 올라섰다. 시즌 첫 경기부터 승리투수가 됐던 강지광은 현재까지 23경기 25⅓이닝을 소화해 2승4패 4.26의 평균자책점을 기록중이다. 달라진 기록은 안정감에서 나왔고, 그만큼 그를 향한 벤치의 신뢰도 높아졌다. 강지광은 "벤치의 믿음은 안 느끼려고 해도 느껴진다. 이기고 상황에 던지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했는데, 기회가 주어지니 기분이 좋더라"고 전했다.

염경엽 감독과 손혁 코치를 비롯한 코칭스태프는 끊임없이 강지광을 향해 자신감을 불어넣는다. "감독님과 면담 20번은 한 것 같다. 혼날 때도 있다"고 웃은 강지광은 "많은 것을 바라지 않으니, 마운드에서 선수단에게 좋은 에너지를 주고 좀 더 자신감 있는 모습을 보였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많이 해주신다. 손혁 코치님은 투수 입장에서 생각하고 고민해야 하는 부분을 잘 집어주신다. 그게 도움이 많이 된다"고 말했다.

기술적으로 작년과 달라진 부분은 전혀 없다. 강지광은 "야구가 정말 멘탈스포츠라는 걸 깨닫는다"며 "코칭스태프의 조언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해야 좋은 퍼포먼스가 나온다는 자기만의 생각이 있어야 할 수 있다. 그걸 경험을 통해 얻어야 하는데, 나는 조금씩 얻어가는 것 같다. 경험을 통해 커가는 걸 느낀다. 일단 되든 안되든 많이 부딪혀보는 게 나랑 맞구나 싶다"고 돌아봤다.

강지광이 찾은 방법은 '몸과 생각을 구분 짓는 것'. 그는 "그동안 몸과 생각이 같다고 생각했다. 몸이 떨면 생각도 하나라고 생각해 같이 떨어버렸다. 제구도 안됐고, 생각대로 되지 않았다. 작년에도 그랬고, 불과 몇 경기 전까지도 그랬다"며 "몸은 두고 단순하게 생각만 70~80%로 던지자. 이렇게 다가가니까 그 와중에 제구에 대한 자신감이 조금씩 생겼다"고 설명했다.


강지광은 '다른 선수들 그 자체가 교과서'라고 말한다. 강지광은 "(김)광현이 형은 투수로서의 자세, 태도, 승부, 파이터 같은 기질, 그런 해보지 못하면 얻을 수 없는 것들에 대해 먼저 많이 얘기해준다. 광현이 형은 정말 대한민국 최고의 투수인 게 '안 좋았을 때'의 전제가 없다. 승리에 대한 '무조건적인' 말과 태도가 있다. 설명하기 힘들지만 표정에서 보이는 게 있지 않나. 그래서 확실히 다르구나 느꼈다"고 전했다.

같은 나이의 같은 가장, 투수 전향 등 닮은 점이 많은 하재훈도 강지광의 좋은 선생님이다. 강지광은 "선배, 코치님께 조언을 많이 듣는 편이고 재훈이한테는 내가 정말 많이 물어본다. 나보다 워낙 힘든 환경을 이겨낸 선수라 그런 지 웨이트 방법이나 몸 관리, 마운드 위에서의 승부까지 월등하게 많이 알고 있다. 그래서 짧은 기간이지만 이런 성적을 내고, 좋은 선수로 알려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포수 이재원 역시 강지광의 성장을 가장 가까이에서 보고, 돕는 선수다. 지난 4월 4일 롯데전에 등판한 강지광은 3타자 연속 볼넷을 내주면서 1아웃도 잡지 못하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그 날 저녁 이재원에게 메시지가 왔다. '나는 이제 너로 경기를 운영할 수 있는 자신감을 얻었다'. 강지광은 "솔직히 나는 새가슴인 편이다. 예전에는 마운드 위에 올라가면 모든 게 두려웠다. 그런데 재원이 형의 그 한마디에 위로도, 자신감도 얻었다. 덕분에 경험을 빨리 쌓으면서 궤도에 한 템포 빨리 올라선 것 같다"고 털어놨다.

아직도 마운드 위의 강지광은 그에게 생경한 시간일 지 모른다. '이제 투수가 된 것 같냐'는 질문에 강지광은 "아직도 많이 떨린다. 마운드로 뛰어가면서 항상 '주님'을 외친다"고 웃으며 "야구 인생이 끝날 때까지 투수가 아닐 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는 "이제는 내가 어떤 상황에 나갈 지, 코칭스태프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 지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그 부분들이 기대도 되고, 또 재밌기도 하다"는 마음을 전했다.

eunhwe@xportsnews.com / 사진=엑스포츠뉴스DB

조은혜 기자 eunhw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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