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5-21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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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다 잔인할 수 없다' 최근 월드컵 '죽음의 조'는?

기사입력 2009.12.04 13:22 / 기사수정 2009.12.04 13:22

박문수 기자



- 조 추첨식 때쯤 하면 빠짐없이 화제가 되는 '죽음의 조' …최근 월드컵 죽음의 조는?

[엑스포츠뉴스=박문수 기자] 세계인의 축제 2010 FIFA 남아공 월드컵이 4년간의 침묵을 깨고 전 세계 축구팬에게 돌아왔다.
 
오는 12월 5일 새벽 2시(한국시간) 이번 월드컵의 향방을 가늠할 수 있는 조 추첨식을 앞둔 가운데, 국내외 언론은 조추첨 대진을 예상하고 있다. 한편, 이번 대회에 참가한 32개국은 죽음의 조를 피하며 조별 예선 통과가 편한 조에 배정되기를 바라고 있다. 그렇다면, 모든 참가국이 두려워하는 죽음의 조를 최근 3개 대회에서 나온 월드컵 죽음의 조에 대해 알아보자.

▶ 1998 FIFA 프랑스 월드컵 D조: 나이지리아, 파라과이, 스페인, 불가리아

결과적으로 말하면 이 조는 죽음의 조가 아니다(?).

나이지리아와 파라과이는 16강전에서 각각 덴마크와 프랑스에 무릎을 꿇으며 8강 진출에 좌절했다. 특히 나이지리아는 시종일관 덴마크를 상대로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며 1-4로 대패. 아프리카 최강의 자존심을 저버렸다.

그럼에도, 1994 미국 월드컵에서 4위에 오른 불가리아와 현재 브라질과 함께 세계 최강을 다투는 스페인이 예선에서 탈락했다면 다소 의아할 것이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에 이어 남미의 신흥강호로 부상한 파라과이는 D조 조별 예선 1차전에서 전 대회 4위 불가리아와 0-0무승부를 거뒀다. 불가리아는 흐리스토 스토이치코프가 4년 전에 이어 또 다시 팀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했지만 전력 약세와 팀 컨디션 난조 때문에 호세 칠라베르트가 버틴 파라과이를 상대로 무득점에 그쳤다.

한편, 스페인과 나이지리아의 조별 예선 1차전은 역대 월드컵 최고의 명승부에 걸맞은 난타전이 이어졌다. 스페인은 페르난도 이에로의 선제 득점으로 앞섰지만 나이지리아는 무티우 아데포주의 동점 골로 균형을 맞췄다. 후반 시작과 함께 라울 곤잘레스가 역전골에 성공하며 전세를 뒤집지만, 나이지리아는 가르바 라왈의 동점골과 선데이 올리세의 벼락같은 중거리 슛으로 역전에 성공. 승점 3점을 획득한다.

조별 예선 2차전에선 나이지리아는 불가리아를 1-0으로 제압하며 파라과이와 0-0으로 비긴 스페인을 제치고 16강 진출을 확정지었다. 이로써 나이지리아는 승점 6점으로 조 선두를 확정지었고 파라과이가 2점, 스페인이 1점, 불가리아가 0점으로 그 뒤를 이었다.

나이지리아의 순항이 계속되는 가운데 조별 예선 마지막 경기에 따라 조 1,2위가 결정되는 상황에서 스페인은 승점 1점에 무릎을 꿇어야 했다.

현지 시각 오후 9시, 랑스의 스타드 펠릭스 볼레로에서 열린 스페인과 불가리아의 D조 조별 예선 3차전은 화려한 골 폭풍 때문에 보는 이로 하여금 즐거움을 주었다. 물론 6골을 득점하며 16강 진출에 매진했던 스페인과 달리 6골을 실점한 불가리아는 끔찍한 악몽일 것이다. 전반 6분, 이에로의 페널티킥을 시작으로 골 퍼레이드를 시작한 스페인은 페르난도 모리엔테스, 키코의 2득점과 루이스 엔리케의 1득점에 힘입어 에밀 코스타디노프가 한 골을 만회한 불가리아를 상대로 6-1 대승을 거뒀다.

그러나 경기 종료 휘슬이 울렸을 때, 스페인의 벤치와 이에로를 비롯한 선수들은 울고 있었다. 같은 시각 툴루즈에서 파라과이가 나이지리아에 3-1 승리를 거둔 것이다. 이미 조 선두를 확정지은 나이지리아였기 때문에 그들의 패배는 어떠한 영향도 주지 못했으며 대어를 낚은 파라과이는 극적으로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1950년 브라질 월드컵 이후, 4강에도 올라본 적 없는 스페인이기 때문에 이번 남아공 월드컵을 통해 설욕을 준비할 것이다. 물론 가능성은 반신반의하다. 스페인은 늘 대회 직전 최강 팀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탈락했다.

▶ 2002 FIFA 한일 월드컵 F조: 스웨덴, 잉글랜드, 아르헨티나, 나이지리아

대한민국과 일본이 월드컵을 공동 개최했기 때문에 잉글랜드는 탑 시드를 획득하지 못하는 불운을 맞이했다. 톱시드에 속한 팀들이 잉글랜드만은 피해야 된다는 강박관념에 휩싸인 사이 그들은 아르헨티나와 스웨덴, 나이지리아와 함께 죽음의 F조에 입성했다.

아르헨티나는 지난 프랑스 월드컵 16강 전에서 승부차기에서 잉글랜드를 꺾으며 8강 진출에 성공했고 대회 직전까지 프랑스와 함께 강력한 우승후보로 거론되었다. 브라질이 주축 선수들의 부상 때문에 남미 예선에서 고전하고 있었지만, 아르헨티나는 일찌감치 지역 예선을 1위로 통과하며 경제 위기에 처한 조국에 한 줄기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하였다. 한편, 스웨덴은 잉글랜드가 이기지 못하는 상대였고 나이지리아는 아프리카 최강이었다.

잉글랜드는 사이타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F조 조별 예선 1차전 스웨덴과의 경기에서 전반 24분 숄 캠벨의 헤딩슛으로 기선제압에 성공했지만, 후반 14분 스웨덴의 니클라스 알렉산드르슨에게 동점골을 허용. 스웨덴 징크스를 떨쳐내지 못하며 승점 1점에 만족해야 했다. 반면, 아르헨티나는 가시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나이지리와의 경기에서 후안 세바스티안 베론의 코너킥을 받은 가브리엘 바티스투타가 깔끔하게 헤딩 결승골로 마무리하며 승점 3점을 획득. 조 선두로 앞서갔다.

문제는 조별 예선 2차전이었다. 스웨덴이 나이지리아를 상대로 헨리크 라르손의 두 골 때문에 역전승을 거두며 승점 3점을 획득했지만, 조별 예선 최고의 빅 매치 잉글랜드와 아르헨티나의 경기는 여운이 남았다.

일본인들은 삿포로 돔에서 열린 잉글랜드와 아르헨티나 경기에서 데이비드 베컴과 마이클 오웬으로 대표되는 스타 플레이어를 보유한 잉글랜드를 일방적으로 응원했다. 이 날 경기에 나선 아르헨티나 선수들은 중립 경기임에도 원정 경기에 나선 기분이 들었을 것이다.

양 팀의 경기는 조심스러웠다.

잉글랜드는 수비를 중시하면서 아르헨티나의 키 플레이어 베론을 철저히 봉쇄했다. 이 때문에 공의 배급이 이루어지지 않은 아르헨티나는 경기 내내 고전했으며 잉글랜드는 자신들이 원하는 역습에서의 한 방을 노렸다. 결국, 전반 44분 마이클 오웬이 과도한 할리우드 동작 때문에 아르헨티나의 수비수 마우리치오 포체티노를 상대로 페널티 킥을 획득. 데이비드 베컴이 성공하며 1-0으로 승리했다. (이 날 경기 후반전에서 보여준 잉글랜드의 전원 수비와 선제 득점 과정에서 나온 할리우드 동작은 명승부에 걸맞지 않은 오점이다.)

조별 예선 3차전은 16강 진출 팀을 가늠할 수 있는 최종전이었다. 잉글랜드가 나이지리아와 0-0무승부를 기록한 가운데, 스웨덴과 아르헨티나의 경기는 승점 3점을 획득하지 못하면 탈락하는 아르헨티나와 무승부만 거둬도 진출하는 스웨덴이었기 때문에 상황이 달랐다.

스웨덴은 안정적인 경기를 운영하면서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한 방을 노렸으며 아르헨티나는 맹공을 통해 승리를 갈망했다. 그러나 후반 14분 스웨덴의 안드레스 스벤손이 선제 득점에 성공하며 우승후보 아르헨티나가 탈락 위기에 처했다. 아르헨티나는 맹공을 했으며 16강 진출에 대한 희망을 저버리지 않았다. 결국, 후반 43분, 에르난 크레스포가 페널티킥 상황에서 득점에 성공했지만 (아리엘 오르테가가 페널티킥을 얻어낸 과정에서 크레스포는 실축했지만, 공이 자신의 발 앞에 떨어지는 운 때문에 동점골에 성공했다.) 아르헨티나는 승점 4점으로 탈락했다.

▶ 2006 FIFA 독일 월드컵 E조: 이탈리아, 가나, 체코, 미국

E조와 함께 죽음의 조로 불린 아르헨티나, 네덜란드, 코트디부아르, 세르비아 몬테네그로(現 세르비아)가 속한 C조는 반전 드라마 없이 아르헨티나와 네덜란드가 무난히 16강 진출에 성공했기 때문에 체코가 탈락한 E조가 진정한 죽음의 조이다.

마르첼로 리피 체제의 이탈리아는 칼치오폴리 때문에 분위기 반전이 필요했으며 가나는 막강한 중원을 바탕으로 대회에서의 선전을 바라고 있었다. 체코는 파벨 네드베트의 마지막 국가 대항전이기 때문에 보다 의욕적이었으며, 미국은 지난 2002 월드컵에 이은 또 하나의 선전을 갈망했다.

2승 1무를 기록하며 조 선두에 등극한 이탈리아는 이 대회에서 우승까지 차지하며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지만, 남은 2위 쟁탈전은 치열했다.

조별 예선 1차전에서 미국을 상대로 3-0 승리를 거둔 체코는 얀 콜러와 밀란 바로스가 가나와의 2차전에서 결장했기 때문에 0-2 완패를 당했다. (실상 주전 포워드의 부재와 상관없이 체코는 경기 내내 가나에 밀렸다) 대회 직전 우승후보로 지목된 체코였지만 그들은 가나의 중원을 상대로 제대로 된 경기를 하지 못했다. 조별 예선 최대 이변으로 불리는 이 날 경기는 가나가 상대의 공간을 침투하는 능력과 한 방에서 체코에 우위를 점했다. 체코는 효율적인 축구를 구사하지 못했으며 가나에 농락당했다.

결국, 최종 3차전에 따라 16강 진출을 확정짓는 경기에서 체코는 이탈리아가 보여준 완벽한 공수 균형과 안정감에 밀리며 0-2로 패했고 가나는 미국을 상대로 스테판 아피아의 페널티킥으로 2-1 역전승에 성공.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관련 기사] ▶ 남아공 월드컵 '죽음의 조' 의미없다

[사진=조추첨 행사를 안내하는 피파 공식 홈페이지 캡쳐]



박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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