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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의 일상이 그저 즐거운, 인천 U-15 김정재 감독

기사입력 2009.07.20 16:41 / 기사수정 2009.07.20 16:41

유기봉 기자


[엑스포츠뉴스=유기봉] 유소년 시스템을 연령별로 갖춘 인천 유나이티드 산하 유소년 팀은 각각 리그에 참여하고 있다.

그 중 U-15팀은 올해 처음으로 진행되고 있는 2009 전국 중등 주말리그(인천·경기서부리그)에서 2위에 올라 있어 3위까지 주어지는 전국대회 진출 자격에 한발 다가서고 있다.

12세나 18세에 비해 상대적으로 조명을 덜 받고 있는 U-15팀이지만 그 어느 연령 때보다 이 시기가 선수로 성장하는데 중요한 시간이 되기에 그들을 이끄는 지도자의 역할은 매우 중요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인천의 미래를 위해 묵묵히 항상 땀을 흘리고 있는 유소년 감독을 만나는 두 번째 시간으로 U-15를 지도하고 있는 김정재 감독님과의 만남을 가졌다. 선수들의 미래에 대한 책임감으로 지도자로서의 힘겨움을 토로하지만 그의 눈에 비친 어린 선수들은 아들과 같은 존재였다.

1997년 성남에서 선수생활을 시작해 리그 3연패라는 위업을 달성한 주축이었으며 이후 2004년 인천으로 이적, 1년의 짧은 선수생활을 마치고 트레이너로 전향, 2군 코치를 거치면서 본격적인 지도자의 길로 들어선 김정재 감독님은 이제 유소년 감독을 맡은 지 2년밖에 되지 않은 초보 감독이지만 그라운드에서 보여주는 열정만큼은 명장이라 해도 손색이 없었다.

지도자로서 내디딘 첫걸음, 그리고 유소년 감독

8년 이란 짧은 시간 선수생활을 했었기에 좀 더 선수생활을 하고 싶었지만 일단 몸이 아팠고, 경기력이 떨어진다는 사실을 알고 더 이상 선수로 남겠다는 마음을 가질 수 없었습니다. 지도자로 들어서는 많은 분처럼 저도 이런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지도자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습니다.

그때 마침 인천에서 지도자가 될 수 있도록 그 길을 열어주었습니다. 프로팀에서 지도자 연수를 받는다는 의미로 장외룡 전 감독님께서 제안하신 트레이너직을 수락하였고 지도자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장 감독님 이외에 많은 감독님의 지도방법 등을 보면서 스스로 연수를 받는다 생각했고, 지도자로서의 영향 또한 많이 받았습니다.

처음 지도자 생활을 시작할 때 유소년지도 경험만은 꼭 한 번 해보고 싶었습니다. 비록 제가 성인 축구에 목표를 세우고 있지만 아직 나이도 젊고 지도자로서 제대로 된 길을 가고 싶었기 때문에 유소년에 대한 지도 경험을 해보고 싶은 마음이었습니다.

프로팀 감독은 하고 싶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제대로 된 지도자 교육방법을 터득하고 트레이닝하면서 모든 상황이 맞아떨어져야지만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그런 목표가 있다 하더라도 쉽게 얻을 수 있는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지금은 맡고 있는 팀(인천)을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 생각만 하고 있습니다.

구단에서 유소년 체계를 만들면서 제 생각과 맞아떨어져 이 자리에 있을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클럽과 학원의 조화, 아이들을 키우는 길

어린 선수들이라도 운동을 시키기 위해 강압적인 방법으로 운동을 시키고 억지로 만들어 내려는 교육방법이 과거에는 많았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 틀렸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이를 바라보는 시각은 각각 다르지만 클럽과 학원스포츠 간의 교육방법에는 서로 장·단점이 있습니다. 학원 스포츠가 한국 스포츠 100년사를 이끈 밑바탕인데 무조건 잘못되었다고 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우리가 왜 강압적이었나 생각해보면 선수자원이 부족하기 때문에 없는 (선수)자원을 가지고 키우다 보니 강압이라는 방법을 쓴다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브라질처럼 동네마다 축구 하는 아이들이 있고 그 안에서 선수로 발굴할 수만 있다면 강압적일 이유가 있습니까? 좋은 선수가 정말 많으면 강압적으로 하라고 해도 안 합니다.

그런데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선수 인프라가 부족하고 선수수급이 어려운 형편이다 보니, 없는 인원을 데리고 선수로 육성해야 하는데 자유롭게만 해서 좋은 선수가 나온다고 보기 힘든 것 같습니다.

어느 정도 한국 실정에 맞는 그런 교육방법도 선택해야 하고, 적은 인원으로 많은 선수를 키워내는 교육방법을 택해야지 하지 않나 개인적으로 그렇게 생각합니다. 선수 인프라가 부족하기 때문에 자유에만 맡겼을 경우 득이 될 게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예전 교육방법을 좇아가자는 말은 아닙니다. 자유는 주어지면서 스스로 책임을 지는 교육을 해야 합니다. 즉, 클럽시스템의 강점인 개개인의 인격을 중요시하며 자유를 안겨주되, 우리는 여기에 책임감을 더해 올바른 길을 아이들이 헤쳐 나아갈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합니다.

아이들과의 하루, 일상이 그저 즐거움

U-15팀에서 2년째 생활하고 있는데 훈련과정에서 아이들의 장점으로 표현되었을 때, 다음 단계에 도전할 수 있는 계기를 아이들 스스로 만들어 냈을 때 보람을 느낍니다. 물론 아이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는 때가 가장 보람이 있습니다. 그래서 유소년 축구 지도자의 장점이 이런 데에 매력이 있는 거 같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모습을 바라본다는 게 얼마나 즐거운지.

아이들도 시합에 나가면 이기고 싶어 합니다. 그래서 준비를 하고 나가는데, 결과가 좋게 나오지 않았을 때는 실망하고, 또 어떤 아이들은 울기도 합니다. 컨디션이 다운되기도 하는데, 그것을 잘 조절해 주어야 합니다. 아이들 심리를 관리하는 것도 굉장히 중요기 때문입니다.

이는 운동시간에 특별히 할애할 수 없기에 제일 중요한 것이 아이들과의 대화입니다. 상담으로 해결해야 하는데, 아이들은 전체적인 미팅보다는 일대일 미팅을 통해서 제가 생각하고 있는 것을 솔직히 얘기합니다.

그리고 아이들 상태를 정확하게 물어보고, 지금 아이가 무엇이 필요한지를 정확하게 얘기를 해줍니다. 기를 살려주어야 할 때는 살려주고, 반대 상황일 때는 제대로 갈 수 있도록 직언을 해주면서 스스로 잘 이겨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요즘 아이들이 솔직해서 그런지 대화를 시도하면 대화가 잘 되고, 아이들도 오히려 그 시간을 좋아하는 분위기입니다. 저 또한 그러합니다.

잠재성(기술)을 가르치는 지도자

저는 아이들을 판단하거나 스카우트할 때 잠재성을 먼저 봅니다. 잠재성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첫 번째로 기술을 가진 선수들을 많이 흡수하려고 노력합니다.

유소년 축구에서는 힘에 의해서 능력이 판단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키가 크다든지, 빠르다든지 이런 점으로 그 선수의 능력을 판단하는 경우가 많은 것을 봐왔는데, 저는 힘이 조금 떨어지고 힘있는 스타일은 아니더라도 기술을 가진 선수를 키워보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유소년 시절 가장 중요한 부분은 기술이라고 생각해서 기본으로 기술을 습득시키려고 노력하고, 그렇게 습득된 선수들을 흡수하려고도 노력하고 있습니다. 기술훈련은 모든 훈련의 밑바탕이 됩니다. 시합을 하니까 경기를 하기 위한 전술적인 훈련도 있지만 모든 바탕은 기술훈련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물론 전술을 접목시키긴 하지만 아직 15세 아이들에게는 전술을 접목시키는 것보다 기술습득이 더 중요시되고 있습니다. 전술훈련이란 기술을 경기장에서 어떻게, 어떤 상황에서 사용해야 한다는 정보를 주는 훈련이지, 이기기 위함은 아닙니다.

인천 U-15를 말하다

인천 유소년 시스템은 피라미드 형식을 따라서 운영되고 있어 점차 12세에서 좋은 선수를 선발해서 15세로, 15세에서 좋은 선수 선발해 열심히 훈련해서 18세로, 18세에서 좋은 선수로 키워 주기적으로 프로팀에 좋은 선수들을 공급해 줄 수 있는 목표를 가지고 운영하는 시스템입니다.

궁극적으로는 프로팀에 선수수급, 팀 스쿼드를 두텁게 하기 위한 장기적인 목표를 안고 있다고 보면 됩니다.

지금 U-15팀은 아이들 학교가 각각 다 다릅니다. 각자 생활을 집에서 하고, 오후 5시에 모여서 1∼2시간 정도 훈련만 합니다. 그리고 훈련이 끝나면 각자 집에 갑니다. 달리 말하면 이중생활을 하고 있는 셈입니다.

운동과 학교가 같이 운영되는 체계가 아니고 사생활(학교) 따로 훈련 따로 운영되면서 각자 생활은 그대로 존중해 주고, 훈련만 따로 교육하는 시스템으로 가고 있습니다.

타 클럽처럼 숙소, 사무실, 훈련장이던지 아이들이 훈련만 할 수 있게, 마음 편하게 공부하면서 마음 편히 훈련만 할 수 있는 시스템이 아직 깔끔하게 되어 있지 않습니다. 또한, 학교가 가까운 아이들이 있는 반면, 먼 아이들이 있는데 이곳(승기 연습구장)까지 오는데 시간이 많이 걸려 다른 친구들보다 일찍 나와야 해 아이들이 많이 고생을 합니다. 학교 선생님들도 그 아이들을 관리하는데 어렵기 마찬가지입니다.

학교 미창단으로 오는 어려움은 또 있는데, 경기감각 저하로 오는 경쟁력 차이입니다. 경기를 많이 해본 아이들하고, 경기 경험이 적은 아이들하고는 분명한 차이가 있습니다. 이것은 장기적으로 보면 좋지 않습니다.

프로팀의 유소년 시스템은 현대는 현대중, 전남은 광양제철중 등 한 학교를 선정해 클럽시스템을 운영되고 있습니다. 그 아이들은 리그면 리그, 전국대회면 전국대회 등 엘리트 코스 등을 밟으면서 좋은 경험을 해 동 학년 내에서 축구를 잘하는 아이들이 됩니다.

우리는 아직 학교 창단이 안 되었고 그러다 보니 전국대회를 나갈 수 없어 경기 수가 적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면 스카우트를 할 대상의 아이들이나 부모님이 인천과 울산을 비교하여 판단할 때 당연히 후자를 택할 수밖에 없게 됩니다. 울산과 같은 경우에는 학교를 끼고 훈련을 할 수 있어 조건이나 여건이 우리보다 훨씬 좋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에게 그런 학교들처럼 좋은 경험을 많이 해 줄 수 없으니까 우리는 경쟁에서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장기적으로 구단 유소년 발전을 위해서는 학교 창단이 꼭 필요합니다. 그렇게 되면 선수관리, 좋은 선수 발굴, 스카우트 등 여러 부분에서 플러스 요인이 생길 수 있습니다. 물론 구단에서 이런 계획을 갖고 있으며, 현재 이런 사항을 조율 중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지금은 힘들더라도 구단에서 내실있게 운영하고 있어 서로 조금 더 고생을 하면 곧 좋은 소식이 있을 것입니다.

주말 리그제 참여, 아이들 기량 발전이 최우선

올해 주말 리그제가 시행되면서 우리에겐 좋은 기회가 되었습니다. 주기적으로 아이들에게 경기감각을 익힐 수 있도록 해주는데 큰 강점이 있는 대회이기 때문입니다. 우리처럼 학교창단이 안 되어서 연맹대회를 출전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더 없는 기회가 됩니다.

경기를 1주일에 한 번씩 하는 것은 괜찮은데 경기 수가 너무 적게 느껴집니다. 왕중왕전에 나가지 못하면 우리는 18경기밖에 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제 생각에는 1년에 최소 50경기 이상은 해줘야 하는데, 18경기로 1년을 마무리한다는 게 아이들 성장하는데 경기 수가 모자랍니다. 그래서 결승무대에 꼭 나가야만 하는 실정입니다.

리그에서 성적을 몇 승, 몇 패까지 생각해보지 않았지만 예상은 10개 팀 중에 상위에 오를 수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물론 왕중왕전에 3위까지 나가는데, 거기에 명단을 한번 올려볼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왕중왕전은 지역리그 예선 후 모든 지역팀들이 다 모여서 할 예정이기에 아이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주말 리그제 참가 목표는 비단 이뿐만이 아닙니다. 물론 성적도 중요하겠지만 우리 아이들이 운영되고 있는 목표가 성적이 아닌 18세에 좋은 선수를 수급하는 시스템인데, 아이들이 대건고 눈높이를 맞출 수 있느냐의 판단을, 리그를 통해 다른 선수들과 비교하면서 기량을 높이고, 대건고 수준에 도달할 수 있게 만들고 싶은 게 또 하나의 목표입니다.

1년 동안 훈련하고 시합하면서 부상 없이 잘 성장해 좋은 환경이 갖춰진 다음 단계로 도전할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해 주고 잘 성장해서 좋은 학교, 좋은 클럽에 가서 훈련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것도 목표입니다. 장기적으로는 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내서 인천에 걸맞은 결과를 가져오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인터뷰를 마치며…

유소년 지도를 가장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김정재 감독님은 1,2,3학년 아이들의 성향이 다 다르기에 그 아이들의 진로를 냉철하게 판단해줘야 한다는 책임감과 그 판단 자체의 힘겨움을 들었다.

또한, 감독님은 아이들을 봤을 때 그 아이가 정말 축구를 해서 성장할 수 있는 아이인가, 아니면 축구 아닌 다른 길로 가야 저 아이한테는 더 좋은 길로 갈 수 있지 않은가를 생각한다는 것이 한 아이, 그 부모님과의 관계, 지도자의 관계 등의 복잡함 속에서는 이런 판단이 흐려지기 때문에 사심 없이 판단해 아이들의 장·단점을 정확하게 보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이것이 결코 쉬운 일만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그저 아이들의 기량이 발전되고, 한 단계 도약하는 모습을 보면서 보람을 찾는다는 감독님의 말씀 속에는 이미 아이를 판단한다기보다 모든 아이들의 장점을 최대한 끌어내려는 열정이 더 돋보였다.

인천 유소년 클럽에 대한 많은 관심으로 이 아이들이 곧 인천에서 프로선수로 활약하는 모습을 그려, 그들이 구단에 애착심을 가질 수 있도록 힘을 보태달라는 초보 감독님. 프로무대의 그라운드를 뛰는 그 아이들을 보면서 우리는 그 뒤에는 언제나 정(精)이 많고 무거운 책임감을 안고 사는 김정재 감독님 또한 응원할 것이다.

[사진=김정재 감독 (C) 김지혜 UTD기자 제공]



유기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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