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6-01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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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s 초점] 김생민마저…연예계 성폭력, 개인적 일탈 아닌 구조적 병폐

기사입력 2018.04.02 18:35 / 기사수정 2018.04.04 11:35

이아영 기자

[엑스포츠뉴스 이아영 기자] 꾸준함과 성실함을 무기로 제1의 전성기를 누린 방송인 김생민. 그가 10년 전 스태프를 성추행한 사실이 드러났다.

2일 김생민은 소속사 SM C&C를 통해 "10년 전, 출연 중이었던 프로그램의 회식 자리에서 잘못된 행동을 했다"며 "그 당시, 상대방이 상처를 받았다고 인지하지 못했고 최근에서야 피해 사실을 전해 듣게 되었다"고 잘못을 시인했다.

"너무 많이 늦었다는 것을 알지만 그 분을 직접 만나 뵙고 과거 부끄럽고, 부족했던 제 자신의 행동에 대해 머리 숙여 진심으로 사죄 드렸다"고 밝힌 김생민은 "부족한 행동으로 인해 상처받으셨을 그분을 생각하면 너무 마음이 무겁고 죄송한 마음뿐"이라며 사과했다.

평범한 방송인, 리포터였던 김생민이 자신의 이름을 내세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MBC '전지적 참견 시점' tvN '짠내투어' 등 고정 프로그램에 출연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인간적인 매력 때문이었다. 사람들은 다른 사람을 이기거나 짓밟으려고 하지 않고 자신만의 길을 묵묵히 걸어온 김생민의 세월에 찬사를 보냈다.

그랬기 때문에 대중이 느끼는 실망과 배신감은 다른 연예인의 비슷한 사건을 접했을 때보다 더욱 클 수밖에 없다. 동시에, 연예계 만연한 성폭력은 개인의 일탈적 행위이면서 동시에 구조적인 병폐임이 드러났다.

김생민에게 성추행당한 피해자 A 씨는 사건 직후 방송사에 이를 알렸다. 하지만 방송사는 김생민을 프로그램에서 하차시킨 게 아니라, 오히려 피해자인 A 씨를 현장에서 제외했다. 또, 다른 피해자 B 씨의 사례만 윗선에 보고됐다. 즉, 사건이 축소된 것이다.

특히 김생민으로부터 큰 상처를 입은 A 씨는 다른 스태프들에게 2차 가해를 당해야 했다. A 씨에 따르면 당시 같이 일하던 스태프들에게 '너만 당한 것도 아니다', '출연진이 술김에 한 일' 등의 폭언을 들었다. 결국 A 씨는 스스로 일을 그만뒀다.

이 사건을 두고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감추고 덮어 2차 가해를 가한 분들의 사과도 촉구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1차 가해자인 김생민뿐만 아니라, 사건을 은폐하려고 했던 방송사에도 책임이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최근 문화예술계의 '#미투 운동(나도 당했다)'으로 배우 조민기, 조재현, 오달수, 최일화, 이영하, 가수 남궁연, 영화감독 김기덕 등의 과거 성폭력(성희롱, 성추행, 성폭행을 모두 포함하는 단어) 가해 사실이 드러났다.

이들의 도덕적 해이 역시 질타받아야 마땅하지만, 이런 일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은폐한 사회 구조와 가해자를 편드는 분위기가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점이 이번 사건을 통해 더욱 명백하게 밝혀졌다.

또 '10년 전' 등 과거 시점에 집착하며, 뒤늦게 사실을 고발한 피해자의 의도를 억측하고, 이미 잘못을 시인한 가해자를 옹호하는 것 또한 2차 가해라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이런 피해자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기 위해서는 개인의 도덕의식 함양뿐만 아니라 사회적 인식 변화 역시 필요하다.

lyy@xportsnews.com / 사진=엑스포츠뉴스DB

이아영 기자 lyy@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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