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돈꽃’은 극본, 연출, 연기까지 3박자가 어우러진 드라마였다.
3일 MBC 주말드라마 ‘돈꽃’이 종영했다. 마지막회까지 긴장감을 놓지 않았다. 장국환(이순재 분)을 비롯한 청아 일가는 모두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정말란(이미숙)은 정신이 제대로 돌아오지 않았다.
3년형을 선고받은 강필주(장혁)은 이후 출소했다. 청아그룹 회장은 우사장(전진기)은 강필주에게 다시 회장으로 돌아와 달라고 했다. 그런 가운데 청아가의 혼외자라 주장하는 사람이 강필주를 칼로 찔렀다. 나모현(박세영) 덕분에 목숨을 건진 강필주는 청아바이오 지주사 대표이사 후보 면접 자리에 장은천이라는 진짜 이름으로 나섰다.
10.3%의 시청률로 출발해 자체최고 시청률인 23.9%로 막을 내린‘돈꽃’은 밀도 있는 스토리와 연기 구멍 없는 배우들, 과거와 현재를 오가면서도 잘 정돈된 연출까지, 잘 만든 드라마로 남았다. 그동안 MBC에서 선보인 기존 가족 주말극과 달리 높은 작품성을 앞세워 시청자를 끌어당겼다. 재벌가의 탐욕과 모순을 시종 긴장감 있는 흐름으로 담아냈다.
많은 드라마가 그렇듯 결론은 권선징악이지만 뻔하지는 않았다. 필주 역시 3년간 수감됐으며 공허함 때문인지 복수를 끝낸 뒤 마냥 행복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정말란과 장부천도 왠지 모를 연민이 가는 악역으로 만들어냈다.
그런가하면 청아가 오너 집안에 세습되는 것을 끊고 최고 영자를 이사회에서 공모로 뽑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 비자금을 바이오 신약 연구비에 전부 쏟아 넣으라는 필주의 뜻을 통해 재벌 개혁에 대한 바람을 그렸다.
기획의도처럼 돈을 지배하고 있다는 착각에 살지만 실은 돈에 먹혀버린 사람들의 이중성을 실감 나게 보여주고자 출생의 비밀, 살인, 교사, 혼외자식, 자살시도 등 자극적인 소재를 쓰기도 했다. 그래서 잘 만든 막장드라마라는 뜻으로 ‘명품 막장’으로 불렸다. 하지만 자극적인 요소는 한 부분일 뿐 탄탄한 서사를 보여줬다. 결코 막장이 아닌, 웰메이드 드라마라고 해도 손색없다.
배우들의 연기도 한몫했다. 이순재, 이미숙, 선우재덕, 박지일 등 베테랑 중년들을 비롯해 장혁, 장승조까지 열연하며 완성도를 더했다.
주인공 장혁은 없어선 안 될 존재감을 발산했다. 강필주는 내면에 깊은 상처가 가득한 캐릭터였다. 청아그룹의 혼외자식으로 어머니와 동생을 죽게 만든 정말란에게 비밀리에 복수를 준비하고, 나모현을 사랑하지만 장부천과 결혼시킬 수밖에 없는 인물의 복합적인 감정을 짜임새 있게 연기했다. 장씨 일가를 향한 복수를 본격화하는 후반에서도 절제된 연기가 빛났다. 7년 만에 '추노'의 대길을 잊게 할 캐릭터를 만나 인생작을 경신했다.
장혁과 대척점에 있는 이미숙 역시 악역 정말란에 제격이었다. 자기 아들을 회장으로 만들기 위해 남편은 물론 부천의 친부까지 죽이는 극악무도한 역할이다. 그러면서도 우아함과 세련됨은 잃지 않는 정말란의 모습은 이미숙만이 소화할 수 있는 듯하다.
장승조의 재발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재벌3세로 위태로운 악역 연기를 펼쳤다. 장혁에게 밀리지 않는 존재감으로 극의 한 축을 담당했다.
그는 사실 2005년 뮤지컬 ‘청혼’으로 데뷔해 다수의 뮤지컬과 연극 무대를 통해 입지를 다녀온, 공연계의 유명한 배우다. 2014년부터 드라마 ‘신의 퀴즈4’, ‘라이어 게임’, ‘화정’, ‘훈장 오순남’, ‘당신을 주문합니다’ 등에 출연하며 활동 범위를 넓혔다. 전작 ‘훈장 오순남’의 악역을 지우고 ‘돈꽃’에서 또 다른 느낌의 악역으로,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데 성공했다.
khj3330@xportsnews.com / 사진= MBC 방송화면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