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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 인사이드 - 국가대표 특집 3] 김현정, "연아 언니와의 재회, 기대돼요"

기사입력 2009.05.23 13:34 / 기사수정 2009.05.23 13:34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144cm의 작은 체구를 가진 그녀는 시각적으로 돋보일 수 있는 체격조건을 지니지 못했다. 또한, 고난도의 기술을 일찍부터 능숙하게 구사했던 선수도 아니었다. 피겨 국가대표 김현정(17, 군포수리고)은 가능성은 인정받았지만 결코 크게 평가받지 못했던 스케이터였다. 그러나 지난 시즌을 가장 알차게 보낸 스케이터는 바로 그녀였다.

최고의 피겨 선수가 되기엔 여러모로 불리한 점이 많다는 평을 불식시킨 김현정은 어느새 '국제무대에서 경쟁력을 가진 선수'로 거듭났다.

또한, 다음 시즌에 펼쳐지는 '2010년 밴쿠버올림픽 예선전'에서 올림픽 티켓을 거머쥘 후보 중 한명으로 주목받고 있다. 열정과 근성으로 똘똘 뭉친 김현정은 지난 시즌, 많은 어려움과 부상을 극복하고 인상적인 성과를 남겼다.

부상과 최악의 컨디션을 극복하고 올린 소중한 결과물

김현정은 "지난 시즌을 되돌아보면 시즌 초반은 많이 힘들었다. 부상과 컨디션 난조로 인해 주니어 그랑프리 시리즈에서 부진했던 점이 많이 아쉽다. 하지만 시즌 막판에 좋은 성적을 올리고 트리글라프트로피대회에서 동메달을 따서 매우 만족하고 있다"라고 지난 시즌을 평가했다.

자신의 존재를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되었던 2008~2009 ISU(국제빙상경기연맹) 4대륙대회를 준비할 때도 김현정의 몸 상태는 정상이 아니었다. 특히, 시즌 내내 자신을 괴롭힌 발목 부상은 더욱 악화되고 있었다. 김현정의 어머니인 전윤숙 씨는 발목을 치료하는 기계를 구입해 대회가 벌어진 밴쿠버 현지에서 손수 치료를 했다.

그래도 발목의 상태는 쉽게 회복돼지 못했다. 또한, 먼 타지에서 병원을 지속적으로 찾는 일도 쉽지 않았다. 발목 부상을 고스란히 안고 빙판에 들어섰지만 끝까지 해내야겠다는 근성은 좋은 연기로 이어졌다.

기술이 성공하고 연기의 구성이 자연스럽게 풀리면 김현정은 경기 도중 자주 미소를 짓는다. 4대륙 대회 프리스케이팅을 연기한 김현정의 표정은 시종일관 미소를 띠고 있었다. 자신이 만족할만한 연기를 펼친 김현정은 밴쿠버 퍼시픽 콜리시움 특설링크를 가득 메운 팬들에게 열렬한 갈채를 받았다. 피겨를 하면서 가장 많은 관중 앞에 섰던 김현정은 꿈과 같은 시간을 보냈다.

4대륙 무대에 선 추억에 대해 김현정은 "링크에 들어섰을 때, 박수소리가 굉장히 커서 매우 놀랐었다. 또한, 그렇게 큰 무대는 처음이어서 긴장감도 밀려왔다. 하지만 많은 관객들이 오직 나만 쳐다보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서 실수하지 말고 잘해야겠다는 생각도 가지게 됐다"라고 당시의 느낌에 대해 밝혔다.

2008~2009 시즌이 시작됐던 1년 전보다 김현정은 체력적으로 많이 향상됐다. 김현정이 가장 잘하는 기술인 스핀은 물이 올랐고 트리플 토룹 + 더블 토룹, 그리고 트리플 살코 + 더블 토룹의 콤비네이션 점프도 한층 깔끔해지고 있다.

그러나 김현정은 아직도 부상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한쪽 무릎에 했던 깁스를 풀었다. 한동안 이 부상 때문에 점프 연습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다. 그러나 심기일전한 김현정은 다시 점프의 감각을 높이기 위해 훈련에 전념하고 있다.

부상과 더불어 현재 김현정이 안고 있는 걱정거리는 스케이트 문제이다. 최근에 새롭게 주문한 스케이트는 도저히 신을 수가 없었다. 이것을 돌려보내고 다시 얻은 스케이트도 발에 맞지 않기는 마찬가지였다. 이 스케이트에 자신의 발을 맞추려고 노력했지만 적응은 쉽게 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러한 어려움은 김현정에게 낯선 일이 아니다. 지금까지 온갖 어려움을 이기고 국가대표의 자리까지 올 수 있었던 원인은 끈질긴 투혼과 '열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누구보다도 빙판 위에서 스케이트 타는 것을 좋아하는 김현정은 어려운 여건을 극복하고 자신이 걸어가야 할 길을 묵묵히 걸어가고 있다.



종합선수권대회 2위와 트리글라프대회 동메달, 올림픽 예선전에서도 최선을 다하고 싶다

김현정은 국내대회에서 지속적으로 상위권에 꾸준히 유지했다. 그러나 최고의 자리는 늘 다른 선수에게 내줄 수밖에 없었다. 지난 시즌, 전국 랭킹 전을 비롯해 가장 중요한 종합 선수권에서 1위를 차지한 스케이터는 김나영(19, 인하대)이었다. 그러나 종합선수권대회에서 김현정의 선전은 놀랄만한 부분이었다. 최악의 상태였던 컨디션을 이끌고 인상적인 연기를 펼친 김현정은 준우승을 차지했다.

주니어 그랑프리 시리즈에서 만족할만한 성과를 내지 못했던 김현정은 4대륙 무대에서 선전을 펼쳤다. 또한, 지난달 초에 슬로베니아에서 벌어진 트리글라프트로피 대회 시니어 부분에 참가한 김현정은 자신이 출전한 국제무대에서 처음으로 메달을 따내는 쾌거를 올렸다. 그러나 슬로베이아에 도착했을 때, 예상치 못한 큰 어려움이 닥쳐왔다. 스케이트가 현지에 늦게 도착해 적응훈련을 하지 못하고 곧바로 실전경기에 임했기 때문이다.

이때의 상황에 대해 김현정은 이렇게 설명했다. "쇼트프로그램 참가를 위해 현지 시간으로 6시 반에 차를 타고 링크장으로 떠났다. 그런데 스케이트는 그날 6시에 도착했다. 상황이 이러다보니 현지 적응훈련은 전혀 하지 못했다. 또한, 시합이 눈앞에 있는데 스케이트가 도착하지 않아 매우 초조했었다. 이러한 상황 때문에 쇼트프로그램은 실수가 있었다. 하지만 프리스케이팅에서는 만족스러운 연기를 펼쳐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4대륙대회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펼친 김현정은 시즌을 마무리할만한 국제대회를 찾고 있었다. 결국, 트리글라프트로피 대회에 참가하기로 결정하고 주니어가 아닌, 시니어부분에 도전하게 됐다. 메달 권에 충분히 도전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의외의 복병이 버티고 있었다. 독일의 사라 해켄이 주니어가 아닌 시니어 부분에 출전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 김현정은 "처음에는 해켄이 주니어 부분에 나오는 줄로 알고 있었다. 하지만 막상 현지에 도착해보니 시니어부분에 참가하고 있었다. 이 선수가 시니어로 참가한 것을 알고 난 뒤, 금메달 획득보다는 메달 권에 드는 것으로 목표를 수정했다"라고 밝혔다.

트리글라프트로피 대회를 끝으로 김현정은 2008~2009 시즌을 모두 마무리 했다. 이제 새로운 시즌을 대비하기 위해 김현정은 새 프로그램 준비와 기술 완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이번 시즌은 올림픽예선전이 펼쳐지는 중요한 시즌이다. '피겨 여왕' 김연아(19, 고려대)와 함께 밴쿠버올림픽에 참가할 선수는 단 한 명뿐이다.

이 한 장의 티켓은 국가대표를 포함한 모든 선수들이 목표이기도 하다. 물론, 김현정도 예외는 아니다. 올림픽대표 선발전의 준비에 대해 김현정은 "올림픽은 가장 큰 무대이기 때문에 당연히 출전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라고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았다.



새 시즌을 위한 캐나다 전지훈련, 그리고 김연아와의 만남

자신의 성장에 있어서 이번 캐나다 토론토 전지훈련은 매우 중요하다. 24일, 다른 국가대표 선수들과 함께 캐나다 토론토로 떠날 예정인 김현정은 자신의 약점인 스케이팅과 표현력 강화에 중점을 둘 예정이다.

김현정은 "우선, 이번 전지훈련에서 스케이팅 스킬과 스텝 등을 보완하고 싶다. 심판들도 선수들이 스케이팅하는 것을 보고 기준을 매긴다. 부드럽고 빠르게 스케이트를 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스케이팅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지난해 김현정의 전지훈련 장소는 캐나다 밴쿠버였다. 그곳에서 엠마뉴엘 산두를 가르친 조앤 맥로드에게 지도를 받았었다. 이번에는 2주간의 짧은 기간이지만 김연아의 코치인 브라이언 오서에게 지도를 받을 예정이다. 그리고 자신의 우상인 김연아도 만날 수 있다. 하지만 연습 스케줄이 서로 틀려서 많은 시간을 보내긴 어렵다.

지난달 말,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 특설 아이스링크에서 벌어진 'KCC스위첸 페스타 온 아이스2009'에서 김현정은 1회와 2회 공연을 관객석에서 지켜봤다. 비록 공연에 초청받지는 못했지만 김연아의 모습을 직접 볼 수 있게 돼 무척 기뻤다. 백 스테이지에 가지는 못했지만 김연아와 우연히 마주쳐 서로의 안부도 확인했다.

'페스타 온 아이스'에 참가한 모든 선수들의 연기가 인상적이었지만 제레미 애보트(24, 미국)의 연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김현정은 밝혔다. 자신도 실력을 인정받아 아이스쇼에 초청받는 선수가 되고 싶다는 말도 김현정은 빼놓지 않았다.

또한, 김현정은 피겨 스케이팅을 이론적으로 공부하는 열의가 대단하다. 자신의 연습노트를 빼곡하고 채우면서 연구에도 몰두하고 있는 김현정은 오랜 기간 동안 선수로 활동하기를 꿈꾸고 있다. 또한, 은퇴 뒤에는 지도자로서 선수들을 키우고 싶은 목표도 가지고 있다.

김현정은 궁극적으로 국제심판이 되기를 원하고 있다. 어학공부를 열심히 해 ISU 국제심판 자격시험을 통과하는 것이 최고의 목표인 김현정은 "재능이 많은 어린 후배들을 보면, 내가 이런 방향으로 지도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조금씩 든다. 현역에서 은퇴하면 후배들을 밀어주고 도움을 주는 일에 전념해보고 싶다"라고 밝혔다.

이제 17세인 김현정은 위로는 김나영과 김채화(21, 간사이대) 등 쟁쟁한 선배가 버티고 있다. 또한, 밑에서는 곽민정(16, 군포수리고)과 윤예지(15, 과천중) 등 무서운 후배들이 치고 올라오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 속에서 자신의 기량을 꾸준하게 갈고 닦은 김현정은 어느새 올림픽 티켓을 따낼 후보 중 한명으로 급부상했다.

선수 생활로 얻어지는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에 대해 김현정은 "스케이트를 타면서 쌓인 스트레스는 여러 가지 방법으로 푼다. 인터넷 검색과 음악을 많이 듣는데 얼마 전엔 '꽃보다 남자'란 드라마에 푹 빠졌었다. 특히, 이민호가 제일 멋졌다"라며 환하게 미소 지었다.

김현정은 24일 출국해 2주간 국가대표 합동훈련을 받은 뒤, 캐나다에 체류하면서 전지훈련을 가질 예정이다. "너무 힘들지만 그만큼 재미있는 것이 피겨"라고 정리한 김현정은 고단한 몸을 이끌고 다음 훈련장소로 발을 옮겼다.



[사진 = 엑스포츠뉴스DB 김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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