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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 인사이드 - 국가대표 특집 2] 신예지, "피겨 안 했으면 크게 후회했을 거예요"

기사입력 2009.05.21 09:41 / 기사수정 2009.05.21 09:41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 특설 아이스링크에서 벌어진 'KCC스위첸 페스타 온 아이스2009'에서 사흘 내내 첫 무대를 장식한 스케이터가 있다. 뛰어난 스케이팅 스킬과 다양한 '끼'를 가진 신예지(21, 서울여대)는 아이스쇼에서 빠지지 않는 단골손님이다.

7,000여 명의 많은 관객이 숨죽이고 지켜보는 가운데 등장한 신예지는 한 때 '팝의 황제'였던 마이클 잭슨의 'You Rock My World'와 'Beat it'에 맞춰 다이내믹한 연기를 펼쳤다. 음악을 자연스럽게 타는 안무와 감탄이 절로 나오는 애드리브, 여기에 빼어난 관중 호응유도까지 선보인 신예지는 신선한 무대를 선보였다.

특히, 자신이 연기할 갈라 안무는 모두 신예지가 직접 짜고 있다. 주체할 수 없는 끼를 가진 신예지는 '갈라의 여왕'이라고 불리고 있다.

또한, 신예지는 대학 3학년인 지금까지 꾸준하게 스케이트를 타고 있다. 국내 피겨 국가대표들 중, 맏언니이자 최연장자인 신예지는 아이스쇼에서 나타나는 화려한 모습과는 달리, 실제로 걸어온 길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

화려한 벚꽃이 흩날리는 길은 신예지와 어울리지 않는다. 오히려 험준한 물이 흐르는 강가에 옹기종기 놓여 있는 징검다리가 신예지와 흡사하다. 어려운 환경을 이기고 지금까지 스케이트를 타고 있는 신예지는 전성기가 지났다는 평가를 뒤로하고 아직도 국가대표로 활약하고 있다.



피겨 스케이팅과 학업의 병행, 스케이트를 타는 시간은 줄었지만 여전히 즐겁다

신예지는 지난달 초에 벌어진 전국종별선수권대회 이후로 충분한 훈련을 하지 못했다. 최근에는 매일 저녁 8시부터 목동아이스링크에서 훈련을 하고 있지만 낮에는 학교에 가야하기 때문에 예전만큼 훈련을 할 시간이 부족하다. 현재 서울여대 3학년에 재학 중인 신예지는 한층 많아진 학교 수업과 과제에 전념하고 있다.

지금까지 운동에만 몰입해온 신예지는 공부에 쏠쏠한 재미를 느끼고 있다. 언어에 관심이 많아서 영어를 조금 구사할 줄 안다. 또한, 근래에는 불어도 공부하고 있다. 실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최근 복수전공으로 불어를 신청한 상태이다.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운동과 학업을 병행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외국의 경우를 보면, 국내보다 학업에 대한 의무가 상당히 강한 편이다.

이 부분에 대해 신예지는 이렇게 대답했다. "이번에 페스타 온 아이스쇼에 참가한 알리사 시즈니(22, 미국)는 공부할 책을 상당히 많이 가지고 왔다. 그리고 2년 전, 일본 오사카로 전지훈련을 간 적이 있었다. 그곳에 있는 일본 코치들에게 일본 선수들은 학업을 어떻게 병행하는지에 대해 질문을 했다. 그분들은 무조건 새벽에 공부를 한 뒤, 훈련을 해야 하는 게 순서라고 말했었다"

운동선수들의 인격향상과 은퇴 뒤의 진로를 생각하면 학업은 매우 중요하다. 그동안 학업의 짐을 덜고 운동에 전념할 수 있는 국내 시스템에서 성장한 신예지는 피겨에 전념해 나름대로 좋은 성과를 올렸다. 그러나 지금은 학업에도 충실하고 싶은 것이 신예지의 의지이다. 학교 출석을 하루도 빠지지 않고 성실하게 임하고 있는 신예지는 학교수업으로 인한 피로를 뒤로하고 저녁에는 자신이 그토록 좋아하는 스케이트 훈련에 매진하고 있다.



타고난 '끼'를 발휘한 아이스쇼, "일찍 은퇴를 했다면 크게 후회했을 것"

피겨 팬들에게 신예지는 '갈라의 여왕'으로 불리고 있다. 그만큼 아이스쇼에서 위력을 발휘하는 것이 신예지의 장점이기도 하다. '페스타 온 아이스2008' 공연에서 비지스의 곡에 맞춰 신선한 무대를 선보인 신예지는 지난해 크리스마스 때 벌어진 '김연아와 Angels on Ice'에도 참가했다.

마돈나의 '4minutes'와 '007 Another Day'의 주제음악에 맞춰 인상적인 연기를 펼친 신예지는 이번 '페스타 온 아이스2009' 공연에도 초청을 받았다. 신예지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이 공연에 참가한 자신의 '우상'과 재회했다. 2006 토리노 동계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아라카와 시즈카(28, 일본)는 신예지가 가장 좋아하는 선수이자 '롤 모델'이기도 하다.

은퇴 이후에도 아이스쇼에서 뛰어난 연기를 펼치는 아라카와의 모습이 신예지의 마음을 흔들었다. 신예지는 이번 기회에 아라카와와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고 털어놓았다. "아라카와에게 아마추어 시절보다 몸이 더 유연해진 것 같다고 물었다. 그랬더니 아라카와는 자신도 그런 것 같다고 웃으면서 대답했다"라며 아라카와와 나눈 대화를 밝혔다.

신예지의 어머니인 허정미 씨는 "성적에 대한 부담이 있고 없고의 차이가 아라카와에게서 나타나는 것 같다. 대회에 출전하는 시절에는 성적에 대한 부담감이 엿보였다. 그러나 지금은 자신이 너무 좋아서 스케이트를 타는 모습이 역력히 드러난다. 보통 아이스쇼를 일반 시합만큼 전념해서 하는 경우는 드문데 아라카와는 혼신의 힘을 다해 연기하고 있었다. 그런 모습은 존경스러울 정도였다"라고 아라카와 시즈카의 연기를 본 소감에 대해 답변했다.

아라카와 시즈카는 신예지의 연기를 보고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페스타 온 아이스2009'에서 선보일 프로그램을 연기한 신예지의 모습을 본 아라카와는 따뜻한 미소와 함께 'Good luck to you future'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또한, 패트릭 챈(19, 캐나다)과 애덤 리폰(20, 미국), 그리고 제레미 애보트(24, 미국) 등과도 친분을 쌓았다고 공개했다. 가장 재미있는 기억으로는 스테판 랑비엘(24, 스위스)이 여장을 하고 나와 독특한 퍼포먼스를 벌인 추억을 꼽았다.

페스타 온 아이스쇼는 신예지에게 평생에 남을 추억을 안겨주었다. 또한, 스케이트를 타는 진정한 참맛도 느끼게 해줬다. 이러한 점에 대해 신예지는 "대학교에 들어와서 은퇴를 했다면 이런 기회를 얻지 못했을 것이다. 힘들었지만 꾸준하게 걸어오니 스케이트를 타는 참맛을 알려준 것 같다"라며 환하게 미소 지었다.



전성기가 지났다고는 하지만 자신감은 여전히 살아있다

지난 시즌, 신예지는 다시 국가대표로 선발됐다. 지난해에 벌어진 전국랭킹전에서 비록 7위로 턱걸이를 했지만 꾸준하게 걸어온 노력은 신예지를 배신하지 않았다.

2008~2009시즌을 걸어오면서 가장 만족스러웠던 점과 아쉬운 부분에 대해 신예지는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여러 가지 전략을 짜고 체력을 끌어올렸지만 내 마음을 추스르지 못해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다. 이 점이 가장 아쉬웠고 만족스러운 부분은 체력을 다시 회복시켰다는 점이다. 내가 피겨 선수로서 키가 매우 큰 편(167cm)인데 체격이 크다 보니 그만큼 체력 소모도 많다. 이러한 점을 극복하고 한 시즌을 무사히 마쳐서 감사하게 생각한다"라고 지난 시즌을 평가했다.

신예지는 24일, 국가대표 동료와 함께 캐나다 토론토로 출국할 예정이다. 신예지가 지금까지 떠났던 전지훈련 장소는 미국 LA였다. 그곳에서 '피겨의 전설'인 미셀 콴(29, 미국)의 코치였던 프랭크 캐롤에게 지도를 받아왔다. 신예지는 캐롤에게 더블 악셀을 비롯한 모든 기본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배운 경험이 있다. 또한, 캐롤은 스케이팅 스킬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캐롤에게 40개월 동안 지도를 받으며 LA로만 전지훈련을 떠났던 신예지에게 캐나다행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학교에서 학업을 병행하고 있는 신예지는 대한빙상경기연맹에서 마련한 2주 전지훈련만 마치고 귀국할 예정이다. 그러나 김연아의 코치인 브라이언 오서와 세계적인 안무가인 데이비드 윌슨과 트레이시 윌슨과 함께한다는 경험은 신예지에겐 매우 특별하다.

신예지는 "비록 짧은 기간이지만 오서 코치에게 배운다는 점이 흥분된다. 스케이팅 스킬과 점프 등, 피겨의 요소를 어떻게 지도하는지 궁금하다"라고 캐나다 전지훈련에 대한 소감에 대해 밝혔다.

2006 ISU(국제빙상경기연맹) 주니어 그랑프리 3차 시리즈 멕시코시티 대회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것이 신예지의 가장 화려한 경력이다. 또한, 2007 토리노 동계유니버시아드 대회에서는 아쉬운 점수 차이로 4위에 머물렀다. 그러나 신예지는 어린 시절부터 두각을 나타냈고 20세가 넘은 현재, 국가대표로 활약하고 있다.

국내 현역 피겨 선수들 중, 신예지만큼 꾸준하게 활동하고 있는 스케이터는 드물다. 출전하는 대회마다 좋은 연기를 펼치며 팬들에게 한걸음씩 다가선 신예지는 아이스쇼를 통해 피겨에 대한 열정을 마음껏 표현했다.

자신이 직접 짠 갈라 프로그램에는 신예지의 마음이 담겨있다. 신예지는 원래 '그 누구도 시도하지 못했던 곡'을 갈라 프로그램 곡으로 쓰려고 했다. 그 중에서도 신예지의 시선을 가장 확실하게 사로잡은 것은 마이클 잭슨의 곡과 안무였다.

어머니인 허 씨는 '퀸'의 불멸의 명곡인 '보헤미안 랩소디'를 권유하기도 했다. 신예지도 장중한 이 곡에 맞춰서 연기를 하고 싶었지만 우선은 마이클 잭슨의 곡을 선택하고 싶었다.

신예지는 자신의 새 갈라 곡인 'You Rock my world'가 어머니인 허 씨와 자신을 사랑해 준 팬들에게 바치는 프로그램이라고 밝혔다. 어머니와 팬들에게 전하고 싶은 자신의 뜻이 이 곡의 가사에 고스란히 들어있다고 신예지는 설명했다.

사흘에 걸쳐 펼쳐진 '페스타 온 아이스'가 끝나자 신예지는 복받친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눈물을 쏟았다. 힘겹게 걸어온 지난 세월이 아련히 스쳐 지나갔다. 또한, 은퇴를 미루고 지금까지 꾸준하게 스케이트를 탄 자신에게 이런 찬란한 경험이 다가와 너무 기뻤다. 시간이 멈췄으면 하는 순간이 마침내 다가오자 신예지의 감정은 복받치기 시작했다.

신예지는 이 즐거움에 자신의 모든 것을 던졌다. 그리고 아이스쇼가 끝나자 아쉬움은 밀려왔고 끝내 흘러내리는 눈물을 참아내지 못했다.

자신이 걸어온 길에 대해 신예지는 이렇게 말했다. "연아만큼 큰 선수가 되지 못했지만 현재의 내 자신에 대해 만족하고 있다. 만약, 일찍 은퇴를 했다면 피겨로 얻을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이 그만큼 줄었을 것이다. 그리고 항상 옆에서 힘이 돼준 엄마와 팬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다"

신예지는 또 다른 소중한 경험을 얻기 위해 캐나다 토론토행 비행기에 오른다. 비록 2주간의 짧은 기간이지만 브라이언 오서의 지도를 받으며 피겨에 대해 새롭게 눈뜨고 싶다는 신예지는 인터뷰를 마치고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무대인 링크로 발을 옮겼다.



[사진 = 신예지 (C) 엑스포츠뉴스DB 남궁경상, 김혜미, 조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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