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5-24 0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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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을 이긴 승리의 3인방, 챠디-노종건-전재호

기사입력 2009.05.18 17:22 / 기사수정 2009.05.18 17:22

유기봉 기자
 


▲챠디, 노종건, 전재호(왼쪽부터)

 

지난 17일 인천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2009 K-리그 10R에서 인천은 후반 22분 터진 챠디의 결승골로 성남에 1대0 승리를 거두었다. 이로써 리그 4연승을 달리며 선두 전북과 승점을 나란히 하였고 골 득실에서만 뒤진 채 3위를 유지했다. 또한, 홈 무패의 기록을 계속 이어나가고 있어 홈 팬들에게 재미와 감동을 더해 주고 있다.

 


지난 3년간 홈에서 유독 성남에 약했던 인천은 예년과 달리 공-수의 짜임새 있는 모습을 드러냈다. 서로 간의 공방전을 벌이면서도 유효슈팅을 늘려간 인천은 프리킥에 이은, 코너킥 상황에서 도화성이 올려준 볼을 챠디가 머리로 받아 넣으면서 지긋하리만큼 쌓여 있던 성남전 부진을 한 방에 날려버렸고, 챠디는 컨디션 회복으로 앞으로 진행될 리그에 좋은 활약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물론 이 날 경기에서는 결승골을 성공시킨 챠디의 활약이 가장 눈에 띄었지만 그 못지않은 활약을 보인 선수가 두 명 더 있었다. FA컵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옛 명성을 잠시 되찾은 모따를 꽁꽁 묶은 노종건과 조동건이 버틴 성남의 오른쪽 공격을 무력화시킨 전재호로 그들 역시 팀 승리에 숨은 주역이었다.

 


모따는 노종건에 막혀 경기 내내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못한 채 전후반 각각 1개의 슈팅만 기록했으며, 조동건은 전반 내내 전재호에게 막혀 큰 활약이 없었으며 후반 최전방으로 나섰지만 라돈치치의 공격을 떨어뜨려 전체적으로 팀 공격을 유기적으로 이끌지 못하였다.

 


챠디, 골로 자신을 드러내다

 


챠디는 3월 리그와 컵에서 각각 한 골을 넣은 후 이번 달 초 대구와의 리그에서 선제골을 넣을 때까지  두 달 동안 골 침묵을 지켜왔다. 스트라이커로서 감독의 전폭적인 신임을 얻었지만 부진이 거듭하자 전체적인 팀 공격라인에 걱정을 안겨주었다. 그러는 사이 후반 자신을 대신해 투입된 강수일이 리그에서 벌써 두 골을 넣으며 좋은 활약을 보여주자 자신의 거듭된 부진에 적지 않은 속병을 앓았을 것이다.

 


울산전 때는 처음 느꼈을 한국의 무더위에 지친 기색이 역력해 남은 일정에 부진이 계속되지는 않을까 팬들의 우려를 낳기도 했다. 그러나 FA컵 휴식이 약이 되었을까? 팀 전체가 대학팀에게 일격을 당하면서 받은 때아닌 자존심의 상처가 성남과의 경기에 보약이 되었던 듯 싶었다. 물론 여기에는 챠디도 포함되어 있었다.

 


평소보다 늘어난 활동량으로 인천의 공격을 이끌면서 사샤가 빠진 성남의 수비진의 애를 먹였다. 의욕이 앞서 여러 번의 오프사이드를 범했지만 제자리를 찾지 못했던 지난 경기들에서의 아쉬움보다는 이전 경기와 달라진 그의 활동에 긍정적인 의미를 부여해 주고 싶었다.

 


5개의 슈팅을 날리면서 끈질기게 성남의 수비라인을 괴롭혔던 챠디는 결국 도화성이 코너킥으로 올려준 볼을 머리로 받아 넣으며 자신의 진가를 다시금 드러냈다. 골 장면에서 이호의 팔에 맞긴 했지만 이미 공은 골문으로 향해 있었기 때문에 그의 골로 인정되기에 충분했다.

 


모따가 FA컵을 통해 되살아났다가 다시 리그로 돌아와 제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는 사실을 볼 때, 챠디는 한 경기를 쉬면서 떨어진 체력을 끌어올려 최고의 컨디션을 유지했다. 두 선수의 희비가 엇갈렸던 것만큼 그들을 바라보는 팬들의 얼굴 또한 서로 상반되었을 것이다.

 


노종건, 음지에서 빛난 인천의 파수꾼

 


화려하게 그라운드에서 빛나는 선수가 있다면 묵묵히 자신이 맡은 일을 하면서 조용히 팀 승리에 기여하는 선수들도 많이 있다. 그들은 일반 팬들의 눈에는 잘 띄지 않지만, 감독들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주요 선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또한, 활발한 움직임이 단연 중요시되기 때문에 그 누구보다 성실하게 경기에 임할 수밖에 없다.

 


인천에는 그런 역할을 하는 선수들 중 한 명으로 노종건을 꼽을 수 있다. 올 시즌 라돈치치를 성남에 내주고 손대호를 영입하면서 그가 있는 자리는 선수층이 두터워졌다. 두 선수 이외에 김영빈, 박창헌 등이 그 자리를 대신할 수 있어 어느 때보다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현재 특유의 부지런한 움직임과 최적의 대인방어 능력을 보여주고 있는 노종건이 주전으로 뛰면서 인천이 최소실점을 기록하고 있는데 1차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김남일처럼 화려하지는 않지만 매 순간 최선을 다하고 있는 그의 성실함이 페트코비치 감독으로부터 하여금 그를 그라운드에서 능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게 해주고 있다.

 


성남과의 경기에서는 그의 숨은 활약이 더욱 돋보였다. 라돈치치로 인해 최전방에 서지 않은 모따를 수비하기에는 그가 제격이었다. 경기 전 감독으로부터 전략적으로 체크하라는 주문을 받고, 완벽히 분석한 후 경기에 나선 그는 경기 내내 모따와 신경전을 벌이는 어려움 속에서도 팀 승리에 이바지했다.

 


한 선수를 집중마크 하는 데 자신 있고, 그 역할이 제일 편하다는 그는 경기 내내 몸싸움하는 과정에서 모따와 끊임없는 신경전을 펼쳤지만 곧 마음을 가다듬고 주어진 임무를 다 했다고 말하였다. 모따의 움직임이 차단되자 성남은 날카로운 공격을 이끌지 못했으며, 라돈치치 혼자서 공격을 이끌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결국, 인천이 무실점으로 승리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수비라인의 조직력에 있지만 그 앞서 노종건이 모따를 꽁꽁 묶는 활약에 있었다. 그의 숨은 활약이 없었다면 수비라인이 큰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며, 경기 결과 또한 어떻게 변했을지 모른다.

 

 

 

전재호, 상대 날개의 기(氣)를 꺾다

 


인천의 공격전술상 최고의 강점 중 하나는 양쪽 사이드 공격이다. 박재현, 보르코, 김민수 등으로 빠른 스피드와 돌파로 공격을 이끌고 있으며, 여기에 전재호, 윤원일이 상황에 따라 과감하게 오버래핑하면서 공격의 칼날을 더해 가고 있다.

 


성남과의 일전에서는 시의적절한 오버래핑과 왼쪽수비로 조동건을 효과적으로 막은 전재호의 역할이 단연 돋보였다.

 


조동건은 전반 내내 전재호의 수비에 막혀 공격을 제대로 하지 못하였다. 전반에는 슈팅이 한 개도 없을 정도로 완벽하게 막혀 있었다. 후반 들어 최전방으로 배치되면서 골키퍼와 일대 일로 맞서는 결정적인 찬스를 잡기도 하였지만 그마저도 허공으로 공을 날리면서 신태용 감독의 마음을 아프게 하였다.

 


때론 과감한 공격으로 인천의 공격에 윤활유 역할을 해왔던 전재호는 이 날도 공격에 있어 박재현과 함께 왼쪽 라인을 책임지며, 적절한 패스와 빠른 오버래핑으로 성남을 괴롭혔다. 상대 공격수의 움직임을 잘 막으면서 상대가 노리는 공간을 효과적으로 차단하면서 알토란같은 역할을 다 했다.

 


이에 후반 들어 조동건이 최전방으로 나섰지만 이는 라돈치치의 공격력을 더욱 떨어뜨리는 악재를 가져왔다. 끝내 성남의 공격에 날카로움보다는 무뎌짐이 더해졌다. 신태용 감독은 후반 41분 라돈치치를 빼고 김진용을 투입했지만 이미 교체 타이밍이 늦은 때였다. 전재호의 수비에서 비롯된 조동건의 공격력 저하가 팀 전체 공격 전술의 빛을 잃게 하는 원인이 되었다.

 

 

 

인천이 상승세를 보이면서 리그 선두권을 유지하고 있는 비결은 유병수라는 특급 신인의 등장, 오랜 시간 발맞춰 온 수비라인의 안정 등을 들 수 있다. 하지만, 이 외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자신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노력하는 많은 선수가 있기 때문에 연승과 리그 상위권에 올라설 수 있었다.

 


예년에 비해 선수층이 두터워졌다는 얘기가 계속해서 드러난 지금의 현실, 자주 접해보지 못했던 연승의 분위기, 이기고도 개운치 못했던 지나간 옛 기억 아닌 시원스러운 승리를 보여주고 있는 상승세 속에서 특별히 조명받지 못한 많은 인천의 선수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사진=챠디, 노종건, 전재호 (c) 김지혜 UTD기자 제공]



유기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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