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5-15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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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와 기아의 닮은 점

기사입력 2005.06.15 00:53 / 기사수정 2005.06.15 00:53

이석재 기자

프로야구가 반환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126경기의 절반인 63경기까지는 각 팀이 6-7 경기만을 남기고 있으니 절반 정도 치른 셈이다. 중위권의 대혼전이 예상되는 점을 감안할 때 5할 승률이 가을 잔치 티켓의 마지노선이 될 것으로 보이는데 삼성과 두산은 이미 39승과 36승을 거두고 있어 남은 68경기에서 4할 정도의 승률만 거두더라도 삼성은 66승, 두산은 63승이 가능하다. 이렇게 본다면 두 팀에게는 최종 순위만이 관심일 뿐, 포스트시즌 진출에는 큰 이변이 없어 보인다.

반면 7위와 8위를 기록 중인 LG와 기아는 중위권이 혼전인 점이 다행일 뿐, 중위권으로  도약하기 위한 힘이 부족한 모습이다. 또한 이들 두 팀은 부진한 이유도 닮은 점이 많다
.

선발투수가 불안하다

올시즌 삼성, 현대와 함께 3강으로 예상되었던 기아가 최하위까지 떨어지게 된 배경에는 선발투수진 붕괴에 가장 큰 원인이 있다. 당초 시즌 전에는 리오스 - 김진우 - 존슨으로 이어지는 원-투-쓰리 펀치의 존재와 강철민 - 최상덕 등 다른 팀에 가면 3선발 정도는 차지할 수 있는 선수들이 있다는 점에서 기아의 우세를 전망한 전문가들이 많았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김진우나 최상덕은 부상의 후유증이 있었고 존슨은 몸이 정상이 아닌 상태에서 계약하였다. 강철민이 근근히 해 주는 모습이지만 다른 팀을 압도할 정도의 선수는 아니었다.

LG는 시즌 전부터 선발투수에 대한 불안감으로 높은 점수를 받지 못한 상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칭스태프는 두 명의 외국인 선수를 모두 타자로 뽑았다. 일단 첫 단추를 잘못 끼운 상태에서 출발하였고 문제는 자신들의 전력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한 코칭스태프에게 있다. 가뜩이나 허약한 선발 로테이션인데 선발 투수들은 부상 등을 이유로 자주 2군을 오르락 내리락 한다. 1군에 계속해서 잔류한 선발 투수가 최원호 한 명 뿐일 정도로 불안하기 짝이 없다.


모두가 4번타자

지난해 우승팀 현대가 그랬고 올시즌 삼성의 새로운 사령탑이 된 선동렬 감독 역시 세밀한 야구를 강조하였다. 더이상 뻥야구는 한국 야구와는 어울리지 않는 코드가 되어버린 모습이다. 두산을 상징하는 팀 컬러 역시 올시즌도 지난 해와 마찬가지로 팀베팅과 팀플레이다. 자신의 개인 성적보다는 팀의 승리를 우선으로 여기는 플레이가 되는 팀은 상위권에 남고 그렇지 못한 팀은 하위권에 처지고 있다. 여기에서 LG와 기아는 후자에 속한다.

한 예로 6월 12일 일요일 두산과 기아 경기를 들 수 있다. 이날 8회초 기아의 선두타자 홍세완이 중월 2루타를 치고 나갔다. 이어지는 마해영과 심재학은 타자를 3루에 보내야 하는 타격을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해결하겠다는 욕심에 내야파울플라이와 투수 땅볼로 물러나며 무사 2루의 상황을 2사 2루로 바꾸고 말았다. 팀이 상대 선발 이혜천에게 무득점으로 끌려가다 7회 동점을 만들고 역전의 분위기로 연결해야 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큰 스윙으로 일관하다 결국 1-4로 패하고 말았다.

같은 날 한화와 LG와의 경기에서 LG는 상하위타선 할 것 없이 자신들이 끝내려는 욕심이 강한 모습이었다. 특히 팀의 간판타자라 할 수 있는 이병규는 상대 선발 김해님을 과소평가해서일까 터무니 없는 스윙으로 두번째 타석까지 삼진을 당했고  9회초 두 점차로 뒤진 1사 1, 2루에서는 다음 타석의 동료를 믿는 마음이 아닌 자신이 2루타 이상의 장타로 동점을 가져가겠다는 생각으로 힘이 잔뜩 들어간 상태에서 타격하면서 2루수 앞 병살타로 찬스를 날려버리고 게임도 잃고 말았다.


준비된 리빌딩이 아닌 어쩔수 없는 리빌딩

대통령 선거에서 자주 나오는 말 중에 "인위적인 세대교체는 안 된다"라는 말이 있다. 나이가 상대적으로 많은 후보가 젊은 쪽을 겨냥해서 하는 말이다. 정치에서 사용되는 이 말이 야구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모습이다.

감독에 따라 노장의 경험을 선호하는 감독이 있고 젊은 선수들의 패기를 선호하는 감독이 있다. 이상적이라면 둘이 가장 잘 조화를 이루는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올 시즌 한화의 돌풍이 이 둘의 조화를 통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여 가장 이상적인 모습이라고 할 수 있는 반면 최하위 경쟁 중인 두 팀은 전략적인 리빌딩이 아닌 전력 손실에 따른 신인들을 이용한 땜질로 일관하고 있어서 올시즌 뿐 아니라 향후에도 문제가 될 소지가 많아 보인다.

기아의 경우 가장 이상적인 모습은 마무리 신용운이 자기 역할을 해냄으로써 뒷문을 단단히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그림은 이미 깨진지 오래되었다. 게다가 지난 시즌 중간을 책임지던 유동훈은 병풍으로 전력에서 이탈하였고 노장 이강철은 구위 저하로 2군에 내려가 있는 상태이다. 그 자리를 신인급인 차정민, 이상화, 이범석, 윤석민 등이 메우고 있는 상태이고 윤석민은 고졸 신인임에도 불구하고 올시즌 팀의 마무리로 활약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경험없는 투수들이 어려운 상황을 너무 자주 겪게 되고 잘 막아내면 다행이지만 실패할 경우 어린 선수들이 감당해야 할 부담이 너무 크다. 

LG의 모습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마무리 신윤호의 부진으로 정재복이 그 역할을 맡았다. 정재복은 마무리 직책을 맡은 첫 등판인 5월 31일 대 기아 전에서 3점차로 앞선 10회말에 등판하였지만 기아의 신인 포수 송산에게 3점포를 얻어 맞으며 쓰라린 아픔을 겪었다. 이후 6월 7일 대 현대 전에서도 승리를 따내기는 했지만 1점차 리드를 지키지 못하며 블론세이브를 기록하고 말았다. 아직까지는 성공보다 실패가 더 많은 모습이다.

이렇듯 준비되지 않은 리빌딩 속에서 선수들은 자신감을 잃고 팀은 점점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


과연 이들이 살아날 방법은 없는가?

두 팀 중 가을 잔치 진출이 가능한 한 팀을 고르라면 주저없이 기아를 선택할 것이다. 기아는 팀을 이끌어줄 고참 선수들이 있고 선발 투수에 힘이 있기 때문이다. 회생의 방법 역시 여기에 있다고 본다. 블랭크의 합류로 상위권 팀들과 선발투수의 힘에 있어서 대등한 모습을 찾은 만큼 고참 선수들이 후배들에게 솔선해서 팀플레이를 우선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기아는 의외로 빨리 제자리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LG는 현재 난국을 타개하기 어려운 모습이다. 일단 선발투수진이 안정감을 주지 못한다면 타자들이 많은 득점을 내야 하기 때문에 서두르기 마련이다. 그렇기 때문에 팀배팅보다 너도나도 큰 것을 노리기 마련이다. 중간 이후 마운드 운영에 있어서도 송현우, 민경수, 신재웅 등 젊은 투수들의 캐리어가 너무 떨어진다. 이들은 좋을 때는 한없이 좋을 수 있지만 무너지는 것 역시 한 순간이다. 경헌호, 류택현 등 고참급 선수들의 분전이 필요한 시기이다.

절반이 남은 시점에서 4위 롯데와 8위 기아의 승차는 불과 4.5게임에 불과하다. 3할 9푼이 넘는 최하위 기아의 승률은 최근 몇 년 동안 가장 높은 최하위 승률이다. 산술적인 가능성은 충분하다. 프로야구 흥행의 중요한 열쇠를 가지고 있는 LG와 기아가 가을 잔치 진출을 위해 모든 힘을 다 쏟는다면 400만 관중 동원도 그리 어려운 문제는 아닐 것으로 보인다.







이석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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