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5-24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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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구단의 '옆구리 투수'를 알아본다.

기사입력 2005.06.07 23:39 / 기사수정 2005.06.07 23:39

서민석 기자

프로야구 초창기만 해도 언더스로나 사이드암, 더 넓게 봐서 쓰리쿼터형인 '옆구리' 투수들은 '찬밥'신세였다.

좌타자에게 약한 태생적 한계도 있었겠지만 그것보다는 투수하면 강속구나 빠른 직구 위주의 피칭을 떠올리는 코칭스테프 입장에선 아리랑볼과 같은 느린 볼을 던지는 사이드암-언더스로 투수는 언제 맞아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과 같은 존재였다.

하지만 8,90년대 빙그레의 한희민을 중심으로 이후 9년 연속 두 자리 승수를 거둔 이강철을 필두로 김기덕-김현욱-이용철-박정현-이태일-박충식 등의 투수들이 선발과 중간에서 쏠쏠한 활약을 보여주며 옆구리 투수들은 '비주류'에서 점점 '주류' 혹은 '감초' 역할을 톡톡히 보여주고 있다.

위상이 격상된 옆구리 투수들은 올 시즌에도 각 구단에서 맹활약 중이다. 그럼 각 구단의 대표적인 옆구리 투수(쓰리쿼터 포함)와 그들의 특징에 대해서 알아보자.


▲ 사이드암의 원조, '극악 싱커'의 주인공 - SK 조웅천

조웅천의 장점은 역시 타자 앞에서 '뚝' 떨어지는 싱커다.

잠수함 투수의 주무기는 역시 강속구 보단 변화구. 옆구리 투수기 때문에 스트라이크 존으로 오다 떨어지는 싱커가 주무기가 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겠지만, 조웅천의 싱커는 옆으로 변화하는 커브와 갑자기 가라앉는 볼 등과 더불어 위력을 배가 시킨다.

잠수함 투수. 특히 볼 스피드가 그리 빠르지 않는 선수임에도 불구하고, 2003시즌 마무리로 1.97의 방어율에 30세이브를 거둔 그는 1996년 68경기 등판을 시작으로 2004시즌까지 평균 9시즌동안 59경기에 출장할 정도로 전천후 출격 또한 그의 장점이다.

현대에서 SK로 이적한 이듬해인 2001년 5.63의 방어율을 기록하기도 했지만 매 시즌 3점대 미만의 방어율에 60경기 가까이 출장하는 그는 선발을 제외한 모든 보직을 수행할 정도로 묵묵히 제 몫을 하는 것 역시 감독 입장에선 믿음직스럽다.

6월 반격을 노리고 있는 SK. 그 중심에 '전천후 잠수함' 조웅천이 서 있다.


▲ 아직 '조라이더'는 죽지 않았다 - 현대 조용준

현대의 수호신 조용준을 이야기 할 때 역시 슬라이더를 빼놓지 않을 수 없다.

올 시즌 들어 느린 슬라이더나 포크볼 같은 메뉴를 늘리긴 했지만 그래도 조용준의 슬라이더는 국내 최고라 하기에 손색이 없다. 현 뉴욕 양키즈의 에이스인 렌디 존슨과 같이 '빠른' 슬라이더를 구사하는 조용준 공은 140km대 빠른 직구와 더불어 위력을 배가한다.

지난 시즌 10승 3패에 34세이브, 방어율 2.28을 기록해 현대의 우승을 이끈 그는 2002년 데뷔이후 꾸준히 3년 평균 29세이브를 올려주고 있다.

그런 그의 또 다른 장점은 구위 이외에도 '승부근성'이다.

타자를 만나 결코 피하는 않는 당당한 모습과 남들 눈을 의식하지 않는 자신감은 타고난 마무리 투수라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도 올 시즌은 위기인 것 같다. 21경기에 출전하는 동안 비록 패는 없지만 방어율이 5.06으로 상당히 높고, 지난 시즌 한 개도 허용하지 않았던 피홈런도 벌써 4개가 될 만큼 구위가 저하됐다.

프로에 데뷔한 이래로 가장 큰 위기를 맞은 올 시즌, 변화된 모습으로 예전의 명성을 되찾을지 아니면 2~3년 반짝했던 잠수함 투수로 기억될지는 본인의 손에 달려있다.


▲ 오늘보단 내일이 더 밝은 잠수함 - 롯데 이왕기

이왕기는 오늘 보단 내일이 더 기대되는 신인이다.

사실 최근 롯데의 상승세의 중심에는 '이정민-노장진' 이라는 필승 카드가 성립하면서 승승장구 했지만, 변함없는 마무리 노장진과는 달리 이정민은 최근 서서히 약발이 다해가는 모습을 지울 수 없다.

그런 롯데입장에서 대안을 찾는 와중에 가장 먼저 언급되는 선수가 바로 부산고를 갓 졸업한 신인 이왕기이다.

144km에 육박하는 직구와 고교시절부터 '명품'으로 인정받던 슬라이더나 커브 역시 좋은 제구를 바탕으로 잘 구사하고 있으나 프로원년인 올 시즌은 16경기에 나와 2승 1패 방어율 5.21의 부진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그에 반해 19이닝을 던져 삼진이 22개나 될 정도로 타자를 돌려세우는 마운드 '깡'에 있어서는 여타 프로 선수들 못지않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다만 그의 약점은 좌타자를 상대하는 방법이다. 일례로 지난 29일 사직 한화전에서 고동진-김수연 좌타자에게 연속으로 안타를 허용하며 패전을 기록한 모습이 그 선례가 될 수 있다. 결국 그에겐 지금 기술적인 측면보다 잦은 등판으로 자신감과 타자를 대하는 방법을 늘리는 ‘경험 축적’만이 살길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롯데 마운드의 '믿을맨'으로 자리 잡을 날도 그리 멀지 않아 보인다.


▲ 내 공은 가운데 던져도 아무도 못쳐! - 삼성 권오준

권오준은 입단 당시 별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해병대를 현역으로 다녀온 지난 시즌 선동렬 감독(당시 투수코치)의 조련으로 권혁과 더불어 '권-권 쌍권총'으로 거듭나며 삼성의 준우승을 이끌었다.

최근 까지 21.2이닝 무실점 기록이 지난 기아전 2사후 마해영에게 1타점을 맞으며 종지부를 찍었지만 아직도 그의 구위는 건재하다.

권오준의 주무기는 타자 앞에서 휘면서 떠오르는 라이징 패스트볼로 여타 사이드암이나 언더스로투수와는 다르게, 144~147km의 빠른 직구가 주무기이다. 

특히나 우타자 몸쪽으로 자연스럽게 역회전이 걸려 아웃코스로 완벽하게 제구되는 공은 가히 '최상급' 피칭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외에도 슬라이더, 서클체인지업을 던지는데 서클체인지업의 경우 싱커성 궤적을 그리며 타자 앞에서 뚝 떨어지는 공으로 직구의 구사비율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간간히 던진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현재 1승 14세이브에 방어율 0.41을 기록하면서 정재훈(16S)-노장진(15S)에 이어 구원 3위를 달리고 있지만 구위에 있어서는 두 선수 못지않은 기량을 보여주고 있다.

역설적으로 사이드암이면서 직구 구속은 좋지만 반대로 변화구 제구가 잘 안되는 단점을 극복한다면, 팀 동료인 임창용의 전성기 시절 투구 그 이상을 보여줄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 선수가 바로 권오준이다.

▲ 소리없이 강하다 - 삼성 박석진

야구선수 중에 아마 박석진 만큼 '곡절'이 많은 선수도 드물 것이다.

1995년 정식 드래프트가 아닌 '연습생'으로 삼성에 입단한 박석진은 삼성에선 그리 좋은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다가 박석진+이동수 <-> 김종훈+박동희의 트레이드 때 롯데로 이적, 이후 야구에 눈을 뜨며, 99년 중간계투로는 드물게 148이닝을 던져 11승을 거두는 등 기량이 '만개' 하는 듯했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도 시련이 왔다. 1999년(148.1IP)-2000년(94.1이닝)-2001년(133이닝)의 무리함의 결과였을까? 오른쪽 어깨 부상으로 그는 3년여 가까운 허송세월을 보내고 만다. 

게다가 부상의 악령을 어느 정도 떨쳐버릴 즈음 2004년 김대익과 함께 삼성 노장진-김승관과 2:2 트레이드가 되며, 다시금 친정팀 삼성으로 복귀해 올 시즌까지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의 장점은 역시 오른쪽 타자 몸 쪽을 파고드는 싱커와 직구-체인지업-커브 등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제구력이다.

좌타자를 맞아서도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경우가 거의 없고 오랜 프로생활로 붙은 관록미로 23.1이닝을 던져 5개의 삼진에 불과하지만 맞춰 잡는 피칭으로 방어율도 2.31을 마크, 상당히 안정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제 그에겐 앞으로 부상 없이 꾸준히 마운드를 지키는 일만 남았다.

좌타자와 스위치 히터들이 꾸준하게 늘어남에 따라 잠수함 투수들의 영향력은 갈수록 감소하고 있다. 

하지만, 투수 운용이 분업화되면 될 수록 점점 '옆구리 투수'들의 역할도 중요해 질것이고, 그들도 이제는 '조연'이 아닌 '주연'으로 거듭날 날도 멀지 않은 듯하다. 아무쪼록 '옆구리투수'들의 선전을 기대해 본다.



서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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