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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인시대 스페셜] 야구판을 떠나도 마음만은 '열정 가득'

기사입력 2009.03.04 16:23 / 기사수정 2009.03.04 16:23

유진 기자

[엑스포츠뉴스=유진 기자] ‘요즘 그 분 뭐하면서 지내시지?’

왕년의 야구팬들이라면 은퇴한 야구선수들에 대해 위와 같은 궁금증을 가져봄 직 합니다. 이에 ‘야인(野人 - 야구인)시대’에서는 은퇴한 야구선수들의 근황을 알아보고, 직접 찾아가 현역시절의 추억을 들어 보는 데에 의의를 두고 출발했습니다. 또한 은퇴 이후 사회로 나오는 데에 따른 어려움 등을 들어봄으로써 ‘이를 어떻게 극복했는지’를 후배 야구선수들에게 알려주기 위한 목적도 있었습니다.

2009년 1월, 전 삼미 슈퍼스타즈 에이스 인호봉 선수를 시작으로 회심차게 출발한 ‘야인시대’는 많은 야구팬 여러분들의 제보와 성원에 힘입어 2009년 2월 말까지 총 10명의 야인을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은퇴 이후 조용히 살고 계시는 분들에게 괜히 부담을 드리는 것이 아닐까 싶었지만, 그래도 대부분의 야인들이 흔쾌히 인터뷰에 응해주셨습니다. 그리고 오히려 ‘이렇게 잊을 만할 때 찾아주어 고맙다’는 것으로 감사인사를 표하기도 했습니다.

처음 시작했을 때에는 무엇보다도 어떻게 야인들을 찾아야 하는지 막막했습니다. 그리고 야인들에 대한 대상을 단순히 ‘은퇴 선수’에만 두어야 할지도 의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답답함을 해소해 주셨던 것이 바로 엑스포츠뉴스 편집팀 앞으로 보내 주신 야구팬 여러분들의 제보였습니다. 그래서 이 분들의 제보를 바탕으로 현장에 뛰어드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에 ‘야인시대’ 집필도 힘을 낼 수 있었습니다.

이에 본 시간에는 ‘야인시대 스페셜’로서 10명의 야인들을 만나면서 생겼던 뒷이야기들을 공개하고자 합니다.

야구판을 떠나 사회로 뛰어 든 야인들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속담도 있지만, ‘야인시대’의 집필 역시 첫 시작이 매우 어려웠습니다. 누구를 대상으로 할까 고민하던 중 영화 ‘슈퍼스타 감사용’에서 영감을 얻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감사용씨는 이미 영화를 통하여 대중들에게 많이 알려졌기에 영화 속 인물 중 다른 야인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러한 생각 끝에 연락이 닿은 야인이 바로 인천 제일유리 제 3공장 사장으로 근무하고 계시는 인호봉 선수였습니다.

원년 멤버로서 최하위팀 삼미 슈퍼스타즈의 에이스이자 고교 시절에는 40이닝 연속 무실점 기록을 세웠던 인호봉 선수는 ‘에이스 중의 에이스’였습니다. 구위에 대한 이야기는 뒤로 하더라도 인천을 떠난다는 사실 자체를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인천야구의 영원한 에이스’였기 때문입니다. 바로 이런 야인이야말로 진정한 ‘에이스’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데 인호봉 선수의 아들도 야구를 하고 있었습니다. 올해 인천고등학교 1학년에 입학한 인진교(16) 선수가 그러한데, 올해부터 투수로 활약하게 될 아들에 대해 날카로운 조언을 아까지 않은 모습이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자산관리사로서 제 2의 인생을 살고 있는 양현석(전 LG 트윈스) 선수 또한 회사생활을 하고 있는 야인 중 하나였습니다. 그런데 양현석 선수는 제 주변의 제보로 손쉽게 인터뷰를 할 수 있었습니다. 평소 기자와 알고 지내던 군대 선배가 자산관리사로 근무하고 있었는데, 바로 그 선배의 근무지자 양현석 선수와 동일한 곳이었습니다. 군 선배의 도움으로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던 양현석 선수는 본인의 직업에 상당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던 야인이었습니다. 이러한 양현석 선수의 열정은 그대로 기사로 드러났고, 이를 본 해당 회사 지점장께서도 조회 시간에 공개적으로 전 직원에게 기사를 읽어주고 양현석 선수를 칭찬하셨다고 합니다.

가장 기억에 남았던 야인, MBC 청룡 차준섭

이 외에 MBC 청룡 왕년의 4번 타자 송영운 선수는 강남구청 인근 호프집에서 개인사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야구판을 떠났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구에 대한 열정은 그 누구에게도 지지 않은 모습이 역력했습니다. 강남구청 사회인 야구단을 이끌고 있는 송영운 선수는 그라운드에만 나서면 ‘호랑이 선생님’으로 변한다고 합니다. 지금도 주말만 되면 선수들을 이끌고 펑고를 쳐 주며, 스스로도 타석에 나서는 열정을 가지고 있다는 후문입니다.

▲ 10명의 야인 중 성직자의 길을 걸은 차준섭 선수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대부분의 야인들이 야구판에 남아 있거나 사회에서 제 자리를 지키는 것에 비하여 MBC 청룡에서 활약했던 언더핸드 투수 차준섭 선수는 조금 이색적인 길을 걸었습니다. 바로 성직자(사제)의 길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아직까지 기억에 남는 야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원 야구에 대한 열정만큼은 성직자가 되어서도 여전했습니다. 한때 1990년도에 LG 트윈스 프런트로 현장에 복귀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지만, 그는 고심 끝에 성직자의 길을 걸었습니다. 그는 ‘오히려 지금 이렇게 사는 것이 주님의 뜻’이라고 하며 마음속으로 옛 동료들을 응원하는 것에 의의를 두는 모습이 역력했습니다. 이러한 모습이 진정 ‘야인’이 아닐까 싶습니다.

대부분은 현장(그라운드)에 남아 있어

인호봉(前 삼미 슈퍼스타즈), 차준섭, 송영운(이상 前 MBC 청룡), 양현석(前 LG 트윈스)선수를 제외한 나머지 여섯 명의 야인들은 어떤 형태로든지 그라운드에 남아 있었습니다. 김경원(경찰야구단), 추성건(서울고), 박준태(배명고), 김청수(부산고) 선수는 현장 제 일선에서 선수들과 직접 고락을 함께 나누는 지도자로서 제 2의 인생을 살고 있었으며, ‘해설의 달인’으로 유명한 김소식씨, 안양야구협회장 이형진씨는 야구협회 소속으로서 크고 작은 행정직을 담당하고 있었습니다.

김경원 코치를 제외한 나머지 야인들의 공통점은 ‘학생야구/아마야구’였습니다. 현장에서 느끼는 학생야구의 어려움을 비롯하여 프로구단과 KBO 차원에서의 학생야구 지원이 절실함을 느낄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기도 했습니다.

이 중 김소식 해설위원이 가장 많은 인터뷰 시간을 할애해 주셨다는 것입니다. 보통 1시간 정도면 인터뷰가 마무리되는데, 김소식 위원은 무려 세 시간을 할애해 주셔서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야인시대 김소식편’은 부득이하게 3편으로 나누어 연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만큼 어느 이야기 하나 놓치기에는 아쉬운 부분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김청수 부산고등학교 수석코치의 경우 ‘우연치 않게 인터뷰’하게 된 경우입니다. 원래는 前 롯데자이언츠 소속이었던 김민호 부산고등학교 감독을 인터뷰하려고 했었는데, 이것이 뜻한 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곤란함을 가지고 있었을 때에 만난 야인이 바로 김청수 코치였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또 다른 ‘수확’이었습니다. 김청수 선수 역시 많은 롯데 팬들이 궁금해하는 야인 중 하나였기 때문이었습니다. 또한 김 코치만이 구사할 수 있는 ‘구수한 입담’은 기자가 얻은 또 다른 수확이기도 했습니다.

▲ 배명고 박준태 감독과 부산고 김청수 코치는 부산 천우스포츠배 야구선수권 대회에서 만날 수 있었습니다.

많은 제보에 감사... 멀리 있어 못 찾은 일부 선수도 있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제보에 비해 현실적인 취재 여건이 여의치 않아 취재하지 못한 대상도 있었습니다. 前 삼성 라이온스의 ‘천재 2루수’였던 강기웅 선수의 경우 ‘창원’에서 제 2의 인생을 살고 있었지만, 지방까지 가기에는 제한이 많이 되어 못 만난 케이스입니다. 강기웅 선수는 얼마 전까지 장인의 병원에서 운영 총괄을 맡았지만, 최근에는 이를 그만두었다는 후문입니다.

멀리 해외에서 제보를 해 오신 분들도 계셨습니다. 프로 입단과는 거리가 멀었던 전 선린상고 이경제 선수에 대한 근황을 물어오셨지만, 이는 자료가 거의 없어 찾지 못한 케이스였습니다. 취재를 가고 싶어도 못 갔던 이러한 케이스가 가장 아쉬웠습니다.

대타로서 올스타전에 출전하여 MVP까지 오른 前 한화 이글스 정경훈 선수를 궁금해 하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현재 성남고등학교 코치로 후학을 양성하고 있기 때문에 조만간 만나는 것은 어렵지 않으리라 봅니다. 황금사자기 고교야구 전까지 꼭 만나서 인터뷰 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그 외에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고사한 야인도 있었습니다. 바로 1976년 이영민 타격상 주인공인 前 해태 타이거즈의 임정면 선수가 그러했습니다. 다소 안타까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정면 선수는 사회인 야구선수로서도 활약하며, 과거 날카로웠던 타격 실력을 뽐내고 있다는 후문입니다. ‘야구 잊은지 오래’라는 말을 했지만, 그 말 속에는 야구에 대한 열정을 잃은 것이 아니다 원년 프로야구에 대한 기억을 잊은지 오래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야인들이 무엇을 하건 간에 그라운드에서 뛰었던 열정만은 그대로임을 확인할 수 있었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만난 10명의 야인들 외에도 각지에서 제 자리에서, 제 모습으로, 제 구실을 다 하는 야인들의 건승을 기원합니다. 아울러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많은 야구팬 여러분들의 아낌없는 성원과 제보 부탁드립니다(제보 메일주소 : readers@xportsnews.com).



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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