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6-02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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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츠인터뷰] 이상범 감독대행 "지금의 위기가 오히려 좋은 경험"

기사입력 2009.03.03 02:43 / 기사수정 2009.03.03 02:43

최영준 기자



- '초보 사령탑' 이상범 감독대행, 그의 '신바람 지도 철학'을 들어보다-

[엑스포츠뉴스=최영준 기자] 올 시즌 프로농구에는 신임 사령탑이 세 명 나타났다. 바로 창원 LG의 강을준 감독과 대구 오리온스의 김상식 감독, 그리고 안양 KT&G의 이상범 감독 대행이다.

최근 성적 부진으로 사임한 오리온스 김상식 감독을 제외하고, 남은 두 '초보 사령탑'의 성적표는 아직 미지수다. 지금까지 LG와 KT&G는 치열한 6강 진출 경쟁의 한가운데 위치하며 아직까지 전망이 불투명하다.

KT&G는 초반 신바람을 내며 1위에 오르는 등 돌풍을 일으켰지만, 최근 연달아 악재가 겹치며 위기에 빠지고 말았다. 외국인 선수 캘빈 워너가 '대마초 파동'에 연루되어 코트를 떠났고, 소금과도 같은 존재였던 양희종은 부상으로 시즌을 마감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시즌 초부터 KT&G를 괴롭혔던 부상 악령은 막판까지 떠나지 않았다.

표정을 찌푸릴 법하지만 항상 웃는 얼굴이다. '신바람 농구'로 무장하고 한때 선배 감독들의 노련함을 무색하게 했던 그, KT&G의 이상범 감독 대행을 만나봤다.

Q_바쁘신데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먼저 시즌 전의 이야기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을 것 같은데요. 아무래도 올 시즌 두 달쯤 전에 갑자기 팀을 처음 맡으시면서 어려운 점이 많았을 것 같습니다

준비 없이 시작을 했죠. 가면서 천천히 준비하자고 생각을 했고, 아직은 잘한 것보다 모자란 점이 많은 것 같습니다. 공부해서 전술적으로 다른 감독님들과의 격차를 더 메워야 하고, 선수 기용도 마찬가지에요. 하나의 큰 공부가 된다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감독 자리를 맡으면서 제가 8~9년 동안 프로에서 한 번씩 겪었던 여러 가지 사건들이 올 한 시즌에만 다 일어나는 것 같아요. 그렇지만 지금의 위기가 오히려 좋은 경험이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해요.

Q_굉장히 갑작스레 감독 자리를 맡게 되셨는데, 당시 팀을 맡으면서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사실 전에는 감독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크게 하고 있지 않았어요. 하지만 일단 선수들을 이끌어야 하는 입장이 됐고, 또 누구보다 잘 알고 누군가는 맡아야 하니까… 중간에 다른 누가 올지도 모르지만 그동안 해왔던 대로 해보자고 얘기를 했죠. 제가 부족한 것은 선수들이 메워주고, 선수들이 부족한 것은 제가 메워주고 서로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보자고 그렇게 생각을 한 거죠.

Q_코트에서 뵐 때나 말씀을 나눠보면 굉장히 밝고 인자한 이미지이신데, 농구 외적으로 본인의 성격은 어떻다고 생각하시나요?

전 뭐 특별히 꽉 막힌 사람은 아니에요. 그렇다고 너무 풀어주는 사람도 아니고 그냥 평범하다고 해야죠. 스트레스 받을 일이 있거나 하면 거기에 크게 얽매이지 않는 성격이고, 가능하면 빨리 풀어버리고 가슴에 담아두지 않는 스타일입니다. 제 생각엔 그런 것 같은데 남이 나를 평가하는 게 정확하겠죠.

Q_가족 분들이 평소에 경기를 자주 시청하나요? 그렇다면 보고 나서 어떤 이야기를 하시는지요?

아내는 많이 보는데, 딸아이는 스포츠에 별로 관심이 없어요. 그냥 경기 보고 나면 잘했다고 문자 오고 딸아이도 이기면 축하한다고 문자해주고… 근데 제가 가족에게 시간을 많이 못 내요. 시즌이 끝나도 오히려 더 바빠지니까, 항상 바쁘기만 해서 너무 미안하죠.

Q_평소에 댁에서 쉬는 시간에는 주로 무엇을 하시나요?

특별히 하는 건 없어요. 가족끼리 그냥 나가서 밥 먹고 영화 구경 가고… 집 앞에 호수공원에서 딸 자전거 태워주면서 놀아주고 그냥 그런 거죠 뭐. 다른 감독님들과 똑같지 않을까요?

Q_농구 이외에 다른 취미가 있다면요?

특별히 취미라고 할 건 없고, 그저 시간 날 때마다 그냥 즐기려고 해요. 영화 보거나 여행을 즐기려고 한다. 원래 어디 한 군데 잘 있지 않으려고 하는 성격이라서, 취미라고 하기엔 좀 그렇고 책을 보거나 영화 보고 여행 다니고, 또 (속에)쌓이는 게 생기면 혼자 차로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Q_선수 시절의 이야기도 좀 들어보고 싶은데요. 잘 모르시는 분을 위해, 현역 시절 감독님께서 어떤 선수였는지 간략히 설명해주십시오

그냥 뭐랄까… 잘 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아주 떨어지지도 않은 중간 정도 했던 선수였던 것 같아요. 그냥 중간에서 오르락내리락했던 선수?

Q_지금 프로에서 뛰는 후배 선수 중 자신과 가장 플레이 스타일이 흡사한 선수가 있다면 누가 있을까요?

제 스타일이 그렇게 빠른 타입은 아니었어요. 말하자면 잔머리로 농구를 한다고 할까? 스피드가 뛰어나지도 않았고 대체로 패스 타이밍을 보면서 슈터를 살려주는 역할을 했죠. 잘 모르겠어요. 지금 프로에서 누구라고  꼬집어 이야기하기는 어려운 것 같아요.

Q_원년 시즌 21경기에 모두 나와 9.6점, 1.5리바운드, 1.5어시스트라는 좋은 기록을 올리셨습니다. 3점슛도 경기당 2개씩(성공률 45.16%) 기록할 정도로 좋은 활약이었습니다. 그런데 원년 이후에는 상대적으로 역할이 많이 축소됐는데요

그때 굉장히 좋은 선수들이 많이 들어왔어요. 원년 이후에 홍사붕 선수가 들어오고, 조신영 선수도 있었고… 그리고 저는 실업 시절부터 주장을 맡았어요. 주로 선배 입장에서 선수들 관리하고 식스맨으로서의 역할만 하고, 뒤에서 선수들 서포트해주고…



Q_상당히 젊은 나이에 은퇴와 지도자로서의 길을 선택하셨습니다

쉽지 않은 선택이었죠. 그 당시 발목, 허리도 안 좋았고, 당시 SBS의 이충기 단장님이 '그게 나을 것 같다. 너는 원래 고참으로 리더쉽도 있고, 이제 좋은 선수들이 많으니까' 하시면서 차라리 일찌감치 지도자로 유학을 가는 게 어떠냐고 제의를 하신 거죠. 그리고 김인건 감독님께서 UCLA를 소개해주셨고 저도 그게 낫겠다고 생각을 했어요.

Q_너무 일찍 지도자의 길을 선택했던 것에 대한 후회는 없나요?
앞서도 말씀드렸지만 제 성격이 담아두거나 하지 않는 편이라서 후회는 없어요. 그보다는 미래에 대한 도전이 있잖아요. 어떤 선수나 마찬가지겠지만 그동안 (선수 생활을)한 것에 대해 아쉬움은 있죠. 그래도 어떻게 보면 제가 이 길을 걷는 게 좋은 케이스라고 생각도 들어서 미련 없이 털고 지도자의 길을 선택한 거죠.

Q_현역 프로농구 최고령 선수인 모비스의 이창수 선수와 동갑이신데요.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드세요?

원체 창수랑 친했으니까요. 요즘도 경기장에서 보면 같이 장난치고 그래요(웃음). 창수랑은 상무에서 같이 뛰면서 농구대잔치 준우승 멤버였어요. 당시 장훈이랑 상민이 있을 때 연세대에 패배. 창수가 센터를 보고, 제가 2번 자리에서 뛰었죠. 요즘은 보면서 참 진짜 오래한다고 생각하는데, 진짜 몸 관리 철저하게 하고 성실하니까 그만큼 하는 거죠. 제가 보기엔 앞으로도 한 2년은 더 갈 것 같아요.

Q_오리온스의 김상식 감독과 함께 선수 생활, 코치 생활을 오래 했고 개인적으로도 비교적 친분이 있으신 것으로 압니다. 이제 감독 자리에서 경쟁하게 되면서 서로 라이벌 의식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인터뷰 당시는 김상식 감독의 사퇴 소식이 알려지기 이전)

그런 건 별로 없어요. 워낙 친하다 보니깐 그런 건 없고, 그냥 상식이형 스타일을 아니까 오리온스랑 경기 때는 어떤 스타일로 나오겠구나 생각을 해서 그에 맞춰서 대응을 하고 그런 정도죠. 라이벌이라기보단 솔직히 잘 됐으면 좋겠어요. 1위가 있으면 꼴찌도 당연히 있는 거지만 그래도 하위팀도 정말 다 잘됐으면 좋겠어요. 해보니까 이 일만큼 힘든 게 없더라고요. 제 입장도 힘들지만 하위권은 더할 것 아니에요. 

상식이 형하고는 평소에도 가끔 연락하고 그래요. 형이 분당에 사는데, 서로 쉬는 날이 겹치면 “안양 와서 같이 소주나 한 잔 하자”고 하면 같이 한 잔 하면서 얘기도 하고… 편하게 이야기하는 사이에요.

Q_요즘의 이야기로 다시 돌아와 보겠습니다. 현재 이환우 코치님이 감독님을 보좌하고 계신데, 이 코치님도 지도자 경험이 적어서 어려운 점이 많지는 않나요?

사실 없지는 않죠. 그래도 이환우 코치가 매니저 생활을 오래해서 '준 코치'나 마찬가지였고, 작년에도 같이 있었으니까요. 우리가 초반에 잘 넘긴 것도 이환우 코치가 게임 중에 조언과 선수 관리에서 도움을 많이 줘서 그런 것 같아요. 정말 보조로서의 역할을 너무 잘 해준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Q_이기든 지든 언제나 '선수들이 너무 열심히 뛰어줘서 고맙다'는 말씀을 하십니다. 하지만 솔직하게 선수들에게 아쉬운 부분도 있지 않나요? 

물론 아쉬운 부분도 있는데, 그건 게임 중에 다 끝나는 거죠. 그때 나름대로 얘기를 해요. 경기에서 보면 때론 선수들한테 혼낼 일도 있고, 때론 어떻게 저만큼 뛸 수 있는지 정말 대단하다 싶을 때도 있어요. 아쉬운 건 거기서 끝이고, 다음에 준비해서 그것을 만회하면 되죠. 나부터 내 탓이오 생각해야 남 탓하기 시작하면 끝도 없어요. 선수들에게도 항상 그런 이야기를 하죠. 

정말 고마운 건 준비 없이 시작해서 정말 어려웠는데 선수들이 그만큼 잘 뛰어줘서 이 정도까지 온 거니까… 다른 팀보다 속공을 배로 나갈 수 있다는 힘은 전술 이전에 선수들이 얼마만큼 뛰어주느냐의 문제니까요. 경기를 잘 못 풀어갈 때는 저렇게 열심히 뛰는데 내가 이것밖에 못하나 하는 생각에 실망을 할 때도 있고 그렇죠. 그래서 잘못된 것은 바로 지적해주고, 내가 잘못한 것은 고치고 그런 거죠.

Q_감독님에 대해 '너무 사람이 좋은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싫은 소리를 할 때는 해야 하는 거 아닐까요?

뭐 저도 그런 얘기는 들었어요. 선수들한테 너무 관대한 것 아니냐고 많이들 그러는데 혼낼 때는 혼을 내죠. 당근도 있고 채찍도 있지만, 그 전에 인간 대 인간이기 때문에 저는 거기서 시작을 하려고 했어요. 어떤 면에서 지도자는 선수를 이용할 줄도 알아야 하지만 저는 아직 거기까지 갈 단계가 아닌 것 같아요. 일단은 아직 여러 감독들보단 한 수 아래니까 선수들과 마음 대 마음으로 이어가는 것부터 시작하려고 해요. 그게 잘못됐는지 아닌지는 이후 시즌을 더 치르면서 알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요.

최근에 동부와의 게임 때는 전반 끝나고 라커룸 가서 혼을 좀 냈어요. 어느 감독이나 잘못된 건 잘못됐다고 얘기를 하고 가야 하겠죠. 자꾸 잘한다 잘한다고만 하면 그건 지도자가 아니에요. 잘못된 길을 얘기해주고, 그걸 고칠 수 있게 이끌어줘야죠.

Q_시즌 전부터 신나는 농구, 흥이 나는 농구를 내세우셨습니다. 초반에는 그게 잘 통하면서 승승장구했지만, 최근에는 그런 신바람이 다소 무뎌진 느낌인데요

아무래도 분위기 탓인 것 같아요. 초반에는 워너 부상 이후에 선수들이 걱정이 되고, 여러 가지 문제점이 깊어지다 보니 17~18게임에서 실패를 한 거죠. 워너 복귀 이후에 다시 1라운드 때 모습으로 돌아왔는데, 이제 그렇게 나가버리니까… 선수들 입장에서도 이기고는 싶은데 전력이 빠져나가다 보니 무리를 하게 되고, 또 서로 잘 믿지 못하게 되는 문제도 생기고… 그걸 잡아주기 위해 저는 또 지적을 하고 그러는 거죠.

Q_너무 정해진 선수만 기용한다거나, 세트 오펜스 상황에서의 전술이 너무 한정되어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이 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저희 팀을 아는 분들은 그런 말씀을 안 하시는데, 객관적인 입장에선 잘 모르죠 또. 그분들이 우리 팀을 걱정해서 얘기해주니 일단 고맙게는 생각해요. 뭐 일단 선수 기용이 나름대로 밖에서는 모르는 속사정이 있는 거니까요. 그분들을 일일이 이해시킬 수는 없는 일이고,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에 대해 아는 분들은 다 아시겠죠.

아무래도 옥범준 같은 경우는 주희정이 워낙 잘해주니까 빛을 못 봤다고 할 수 있겠고…황진원이나 신제록, 양희종은 다 잘해줬다고 생각하고요. 정휘량 선수가 좀 아까웠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현호와 김일두 선수가 있기 때문에 기회를 거의 얻지 못했죠. 물론 다음 시즌엔 김일두가 군대를 가니까 더 많이 활용할 생각이에요. 그만큼 기대도 하고 있고…

세트 오펜스 부분은 인정을 해요. 사실 저는 신선우 감독님이 아니잖아요(웃음). 근데 대부분 사람들은 제가 신선우 감독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신선우 감독님도 처음부터 그 신선우 감독은 아니었고, 저는 이제 갓 팀을 맡았는데 처음부터 그 정도를 바라는 것은 무리가 아닐까 싶고… 물론 노력 중이지만 아직까진 부족한 게 많다는 얘기에요.

Q_마퀸 챈들러의 경우는 너무 무리를 하다가 자멸하는 경향도 종종 보입니다

그런 부분이 있죠. 근데 그게 워너랑 같이 뛸 때는 그런 문제가 생기지 않는데, 워너가 빠지니까 자기가 꼭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더라고요. 그렇게 되면 너무 주희정과 챈들러의 팀이 되어버리니까 문제지만, 사실적으로 상대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그 둘이긴 하죠. 아무튼 양희종이 터졌을 때는 그런 게 덜했는데 빠지고 나니까… 그게 저한테 또 하나의 숙제라고 생각을 해요.



Q_이제 본격적으로 KT&G팀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하는데요. 실업 시절부터 SBS에서 뛰었고 프로 출범 이후에도 계속 한 팀에서 뛰셨습니다. 팀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실 것 같습니다

네, 남다른 게 사실이죠. 다른 감독님들도 팀에 대한 애착이 마찬가지로 있겠지만, 저는 여기서 처음 사회 첫 발을 디뎠고, 여기 안양에서 벌써 8~9년째 생활을 하고 있고요. 다른 감독님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다고 생각해요. 오래 한만큼 선수들이나 프런트와의 관계도 다 좋고, 정말 열정은 있어요.

Q_KT&G는 24승 22패의 성적(3일 현재)으로 공동 5위에 올라있습니다. 시즌 전 전망과 비교해서 지금까지의 성적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시즌 전에 전문가들이 다 6강 못 간다고 예측을 했어요. 그게 당연히 기분이 좋지만은 않았죠. 저는 그냥 해볼 만하다고 생각했고 해보자고 생각했어요. 어떤 예상 순위를 정해놓은 것은 아니고, 그저 과정을 잘 지키면 성적이야 겸허하게 받아들일 수 있지 않나 했어요. 

사실은 워낙 악재가 겹쳐서 더 나락으로 떨어질 줄 알았는데 우리 선수들이 끝까지 하겠다고 잘 버텨주고 있어서 고맙죠. 성적에 만족을 떠나서 그냥 한 게임마다 신나는 농구를 하자고 생각하면서 가는 거에요. 5라운드까지도 별로 성적에는 신경을 쓰지 않았어요. 선수들이 와서 지금 성적 어떻다고 말해줘야 알았던 적도 있어요(웃음)

Q_그래도 시즌 전이나 초반 예상 중에는 KT&G를 6강권으로 분류한 전망도 꽤 많았던 것 같은데요. 특히 대학 감독들의 예상에서는 원주 동부, 전주 KCC와 함께 3강으로 분류되기도 했습니다

비시즌에 대학팀과 연습 게임을 하면 대학팀들이 빠르니까, 그게 우리 팀이 스피드로 상대가 되니까 보기에는 정말 잘한다고 생각을 했던 거죠. 게다가 우리는 팀 정비를 빨리 시켰으니까요. 멤버도 그대로니까 다른 팀보다 당시에는 더 나았던 게 아닐까 생각해요.

처음에 잘할 때도 생각대로 잘하고 있어서 만족했을 뿐이지, 사실 우리가 원래 멤버 그대로 다 있었으면 꽤 좋은 편이라고 생각해요. 근데 은희석, 신종석이 시즌 아웃되고 여러 가지 악재도 있어서… 1위 달리고 있어도 그 땐 불안했어요. 이후에 기용할 선수들이 있는데 제가 그 타이밍을 계속 놓치니까 불안해지고, 여러 악재도 생겼죠.

Q_이번 시즌 KT&G는 유독 부상 선수가 많아서 더욱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처음에 신종석 선수가 심장 문제로 운동을 할 수 없다고 병원에서 판정을 받았어요. 그래서 플레잉 코치로 돌리면서 벤치에서 어느 정도 제 역할을 대신해주길 바랬고… 그걸로 시작해서 워너가 부상당하고, 3라운드에 은희석이 돌아오면 은희석을 1번, 주희정 2번으로 쓰려는 구상도 했는데 막상 그때가 되니 은희석이 다시 수술해야 된다는 진단을 받았죠. 워너가 돌아오고 후반기에 5승 2패를 해서 초반 페이스가 다시 나온다고 생각을 했는데 다시 또 안 좋은 일이 생기고, 양희종 선수도 부상을 당했고…

Q_올 시즌이 끝나면 신제록 선수가 상무에 입대할 예정으로 알고 있습니다. 양희종 선수의 입대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신제록 선수를 일단 보낼까 하고 생각을 하고 있어요. 이번 신인들을 2-3번 백업을 볼 선수로 많이 뽑아서 그 선수들을 키우는 데 주력하고 2번 자리에는 어차피 황진원이나 은희석 있으니까… 포지션 겹쳐서 출전 기회 줄어드는 것보다 빨리 다녀와서 미래에 대한 대비를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양희종을 보낼 지가 미지수인데, 제때 빨리 보내서 나중을 바라보는 게 좋을지 고민을 하고 있어요. 제 개인적으로 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1년 더 붙잡아두는 것도 생각할 수 있는데, 선수 입장을 생각하면 빨리 가는 게 훨씬 선수에게 도움이 많이 된다고 보거든요. 또 팀의 미래를 위해서도 그렇고, 아마 다음 시즌에 제가 아닌 다른 감독님이 오더라도 마찬가지 고민을 하실 거에요. 

김일두는 공익 근무 요원으로 갑니다. 그동안 석사 과정으로 입대를 계속 미뤄왔는데, 이제는 박사 과정을 밟지 않는 이상 연기가 안 되요(웃음). 더 이상 미루기에는 너무 늦으니까 무리도 있고…

Q_이번 드래프트에서 선발하신 선수들에 대해 이야기해주세요

우리 팀이 슈터가 없었기 때문에 주희정이 어시스트를 해서 완벽한 찬스를 만들어도 못 넣는 경우가 많았죠. 그래서 주로 슛이 가능한 2, 3번 선수들을 대부분 뽑았어요. 케빈 미첼은 1, 2, 3번 모두 가능하니까, 우리 순번에 오면 무조건 뽑으려고 했어요. 사실 3순위가 되면 그레고리 스티븐슨을 뽑을지 미첼을 뽑을지 엄청 고민했는데 LG가 3순위를 잡아서 오히려 고민을 해결해줬죠(웃음). 국내 선수들도 수비가 되는 선수를 하나 뽑고, 전문 슈터를 하나 뽑았죠. 

신인들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제가 가장 고민인 것이 다음 시즌에 외국인 선수가 한 명 출전으로 바뀌면 4번 자리가 문제에요. 정휘량 선수를 장기적으로 3-4번이 모두 가능한 선수로 키울 생각을 하고 있는데, 지금은 스텝이 느려서 좀 어려움이 있어요. 이현호의 장점이 스텝이 좋아서 3-4번 모두 수비가 가능하다는 거죠. 작년에 그에 대한 연습을 집중적으로 시킨 것이 효과를 봤어요. 정휘량은 지금 그게 안 되는데 이제 이현호 선수가 했던 훈련을 시켜야죠. 여러모로 생각했을 때 정휘량은 무조건 쓸 수밖에 없는 선수고, 또 가능성이 큰 선수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Q_현재 10개 구단 중 유일한 감독 대행인데, 팀에서 정식 감독에 대한 이야기는 아직 없나요?

아직 구체적인 얘기는 없습니다. 뭐 이런 문제는 시즌이 끝나고 얘기해야 하는 거죠. 지금은 신경도 안 써요. 주위에서 그런 얘기를 들을 때도 있는데 그건 전적으로 프런트가 알아서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냥 최선을 다하고, 능력 판단은 회사에서 해야죠. 전 지금 그저 선수들과 같이 하는 게 재미있고 즐거워요.

Q_마지막으로 막판 KT&G를 응원하는 팬들께 한마디만 해주세요

사실 참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선수에겐 격려가 가장 큰 힘이고, 제가 못하는 부분도 팬 여러분이 해줄 수 있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자꾸 못한다, 못한다 하면 그 팀은 점점 나쁘게 가요. 잘한다고 칭찬해주시면 좋은 결과 있을 것 같습니다.

인터뷰 내내 이상범 감독 대행은 웃는 얼굴로 농담을 섞어가며 말을 이었다. 언제나 밝고 긍정적인 마음가짐은 어떤 위기도 극복해낼 수 있는 그만의 강력한 무기인 듯했다.

수많은 악재 속에 위기를 맞은 KT&G는 현재 공동 5위로 6강 진출에 대한 전망이 불투명하다. 요 며칠 사이 주전 선수를 두 명이나 잃으면서 막판 경쟁력이 점점 떨어진다는 평가도 많다. 하지만 시즌 초반에 그랬듯이 그들은 악착같은 투지와 '신바람'의 힘을 내세우며 또 다른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이상범 감독 대행 ⓒ 엑스포츠뉴스DB, 김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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