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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야 놀자] 메이저리그 4대 비극(4) - 약물 파동

기사입력 2009.02.16 13:24 / 기사수정 2009.02.16 13:24

유진 기자

[엑스포츠뉴스=유진 기자] 칼 메이스의 저주, 블랙삭스 스캔들과 이에 대한 연장선상으로 볼 수 있는 피트 로즈의 도박사건, 1994년 메이저리그 총파업 등은 메이저리그의 침체를 불러일으켰을 뿐만 아니라, 내부적으로도 자성의 목소리가 일기에 충분했다. 이 중 메이저리그 파업은 구단과 선수들의 ‘이기주의의 끝’을 보여주는 단면이 되기도 했다. 이에 팬들은 다시 야구장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끊어 버렸고, 제 2의 침체기가 다가오자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흥행을 목적으로 전문 경영인을 커미셔너에 앉히기도 했다. 그리고 그러한 바람에 맞추어 취임한 인사 중 하나가 바로 현 커미셔너인 버드 셀릭이었다.

‘이기주의’라는 암초를 만난 메이저리그는 다시 한 번 더 1927년 베이브 루스와 같은 슈퍼스타의 등장을 바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길고 긴 야구의 침묵을 깬 이들이 나타났으니 바로 마크 맥과이어(前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세미 소사(前 시카고 컵스)였다.

약물파동의 전초전 : 칸세코의 폭로

두 사람의 홈런 레이스는 야구팬들로 하여금 다시 야구장에 오게 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이에 메이저리그는 다시 한 번 전에 없는 호황을 누렸으며, 맥과이어는 이 시기에 팬들의 야구사랑에 보답이라도 하듯 단일 시즌 최다 홈런(70개)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들의 홈런레이스로 다시금 기세를 회복한 메이저리그는 호세 칸세코(前 오클랜드 어슬레틱스)가 은퇴하게 되는 2002년도까지 승승장구했다. 그러다 500홈런을 치고 은퇴하고 싶다던 칸세코가 자서전 ‘약물에 취해(JUICED)’를 발표하며 약물 파동의 불씨를 지폈다. 그러나 원래부터 칸세코가 약물파동을 일으키려 한 것은 아니었다. 시카고 화이트삭스에서 16홈런을 치며 점차 기세를 회복한 칸세코는 다시금 재기를 위해 몸부림을 쳤으나 그에게 기회를 주는 구단은 몇 되지 않았다. 문제의 발단은 바로 여기서부터 시작된 것이다.

현역 복귀가 소원해지자 그는 켄 캐미니티(사망)를 비롯하여 맥과이어, 소사, 본즈, 지암비,로드리게즈 등의 이름을 거론하며 이들이 금지 약물(스테로이드)을 꾸준히, 규칙적으로 복용했다고 폭로했다. 이 때에는 자신의 저서를 발표하기 전이었다. 물론 당시 거명된 해당 선수들은 혐의를 부인했다. 그리고 오히려 칸세코가 선수들과 여론 양쪽에서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하자 2002년 오프시즌 인터뷰를 통하여 “내가 잘못 알았다. 메이저리그 선수 중 약물을 복용하여 안타를 치는 선수는 하나도 없다” 라고 해명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그는 초청선수로 참가한 LA 다저스 스프링 캠프에서도 메이저리그 재입성에 실패하자 다시 한 번 약물사건을 꺼내들었다. 이 시기에 자서전 ‘약물에 취해(Juiced)’를 발표해 버린 것이다. 이에 따라 맥과이어 등의 법정 증언이 이어졌고, 이후 본즈도 위증 혐의로 법정에 출두하는 등 슈퍼스타들의 수난이 이어졌다.

결국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피츠버그 시절때와는 달라진 비정상적인 본즈의 신체구조등을 거론하며 도핑테스트의 필요성을 역설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관련자 중 한 명인 캐미니티가 사망하자 버드 셀릭 커미셔너 역시 이를 받아들여 주요 관련자의 도핑 테스트를 실시했다. 2003년도에는 무기명/무처벌을 존재로 주요 선수들의 도핑 테스트가 진행되었다고 한다면, 2007년도 이후에는 이러한 규정이 강화되어 약물 테스트가 성문화되기에 이른다.

어쨌든 도핑 테스트 결과는 본즈의 참패였다. 결국 그는 샌프란시스코 외의 도시에서는 환영받지 못한 인사가 되었으며, 스테로이드를 끊은 이후에는 이전과 같은 파괴력을 보여주지 못하며 풀타임을 뛰는 데에도 실패했다. 스테로이드 파문은 지암비의 질병과도 이어졌다. 양키스 이적 이후 2년간 30홈런 이상 기록하며 승승장구했던 그도 결국 무너졌고, 질병으로 1년간 푹 쉰 이후에야 예전과 같은 장타력을 선보이긴 했지만, 이제 더 이상 그에게 3할대 타율을 기록하기란 어려웠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명예의 전당 투표권자들은 맥과이어의 ‘제 1차 명예의 전당 입성’을 거부하기에 이르렀다. 현재까지도 그는 명예의 전당 투표율 30%에 그치고 있다.

여기에 일부 관계자들은 다소 엉뚱한 주장을 했다. 바로 로저 메리스의 명예의 전당 입성 여부였다. 약물을 복용한 것으로 드러난 마크 맥과이어, 배리 본즈의 홈런 기록이 무효라며 그들의 기록에 빨간 숫자를 기록해야 한다는 이들은 진정한 최고의 홈런 타자가 메리스라 주장했다. 그리고 그를 하루 빨리 명예의 전당에 오르게 함으로써 약물을 복용한 이들의 최후가 어떤 것인지를 몸소 느끼게 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이는 본즈나 맥과이어 등 약물중독자에 대한 경고로써 메리스에 선구자(Pioneer)자격으로 입성시키자는 것을 골자로 한다.

▲ 최근 메이저리그에 큰 충격을 안겨 준 알렉스 로드리게즈의 약물 파동

A. 로드리게즈마저 ‘약물에 취해’

약물파동에 대한 여파는 이후에도 꾸준히 선수들을 괴롭혔다. 작년 시즌에는 로저 클레멘스를 포함한 앤디 페팃이 약물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법정 출두 및 증언, 해명을 반복해야 했고, 이 과정에서 페팃은 자신의 유죄를 인정하기도 했다. 맥과이어, 본즈, 클레멘스 등 과거 슈퍼스타들을 그라운드가 아닌 법정에서 본다는 것은 결국 유소년들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올 뿐이었다.

그러던 메이저리그에 또 한 번의 충격이 내리쳤다. 바로 알렉스 로드리게즈(뉴욕 양키스)마저 약물 복용을 시인했다는 사실이었다. 선수들의 약물 복용 실태를 고발한 ‘미첼 보고서’에서도 살아남은 알렉스 로드리게즈. 더구나 모두 약물을 했다고 손가락질 받는 많은 슈퍼스타들 중에서 ‘너만은 아닐 것이다’, ‘최후의 보루’라고 생각되었던 그마저 약물을 복용했다는 사실은 미국 대통령 버락 오바마까지 비난을 할 만큼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약물 의혹으로 점칠 된 시기인 1996년부터 2006년까지 가장 많은 홈런을 때린 선수가 공교롭게도 로드리게즈라는 점이다. 로드리게스는 이 기간 동안 무려 459홈런을 기록했다. 본인 스스로는 텍사스와 거액에 계약을 했던 2001년도에 성적에 대한 부담을 떨치지 못하고 3년간 약물을 복용했다고 하지만, 진실은 아직 밝혀지지 않은 상황이다.

물론 그는 처벌을 받지 않는다. 그의 약물 복용 사실이 2003년도, 무기명/무처벌을 조건으로 하는 도핑 테스트로 인하여 검증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단 하루라도 약물을 복용했다는 사실은 팬들로 하여금 ‘너 역시 어쩔 수 없구나’라는 지탄을 감수해야만 할 것이다.

메이저리그 사무국도 문제

그러나 문제는 바로 메이저리그 사무국에 있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1994년 파업으로 야구계의 침체기가 시작되자 선수들의 약물 복용을 눈감아 줌으로써 ‘약물 홈런’에 똑같이 열광했다는 잘못을 저질렀다. 또한 약물을 선수 개인의 문제로 볼 것이 아닌 규정과 시스템의 문제로 봐야 함에도 불구하고 ‘지나간 약물 복용 문제’에 대해 철저하게 진상 규명을 할 의지도 보이지 않았다.

또한 약물 복용과 관련하여 나오는 이야기는 늘 한결같았다. 즉, ‘약물 복용한 아무개는 나쁜 선수다. 기록 삭제하고 명예의 전당에 못 들어가게 막아야 한다’는 비난 뿐이었다. 그러나 무엇이 선수들의 약물 사용을 가능하게 했는지, 또 섣불리 기록을 삭제할 수 없는 이유는 어디에 있는지 ‘탐구’하는 자세도 결여되었다는 데에 문제가 있다. 또한 전미 언론사 역시 이러한 탐구를 선행하지 않은 채 특정 선수 비난에만 열을 올려 왔고, 팬들은 그런 언론의 말을 믿어 버리고 만 것이다.

결국 약물 문제는 선수 개인의 문제 뿐만 아니라 메이저리그의 취약한 약물 규정 등 조금 더 광범위한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문제다. 하지만 메이저리그 사무국을 비롯한 전미 언론들은 전혀 그러하지 못했고, ‘미첼 리포트’가 공개된 이후에는 ‘이젠 다 끝난 일이다’, ‘약물 얘기는 지겨우니 이제 그만하자’는 태도만 보여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자 슈퍼스타 로드리게즈라는 이름이 거론되자 다시 한 번 호들갑을 떨고 있는 것이 약물을 바라보는 메이저리그 사무국의 현실이다.

2007년도부터 강화된 도핑 테스트, 더욱 강화해야

슬픈 영화는 모두를 울린다. 100년 역사의 메이저리그도 울기는 많이 울었다. 그러면 그 울음을 그치게 해 주는 보약이 적시에 나타나줬다. 1919~20년 이후에는 메이스의 저주와 블랙삭스 스캔들 이후 침체기가 된 야구판에 베이브 루스가 나타나 다시금 사람들을 야구장으로 끌어들였고, 1994년 파업 이후에는 맥과이어와 소사가 나타나 사람들을 이끌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그 맥과이어와 소사가 다시금 야구 침체기로 이끈 장본인 중 하나가 됐다. 그리고 이것이 로드리게즈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앞서서도 언급했지만, 결국 ‘야구를 더 이상 울리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선수노조 - 커미셔너 - 구단 - 지역 팬 모두가 한마음이 되는 수밖에 없다. 약물 사건을 포함하여 선수 노조는 도덕성(깨끗함)을 갖추는 데 우선적으로 노력해야 함과 동시에 자신의 실력도 쌓아야 한다. 실력에 앞서 팬과 동료를 외면하는 선수가 되어서는 안 된다.

커미셔너는 더 이상 비극이 없도록 구단/선수노조에 대한 단속을 철저히 해야 한다. 더 이상 약물로 세운 기록이 없도록 이에 대한 총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은 두말 할 나위 없다. 그리고 이러한 비극을 전적으로 책임지고 ‘물러날 수 있다’는 각오를 아울러 가져야 한다.
 
[사진(C) = MLB.com 홈페이지 캡쳐]



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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