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6-02 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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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컵 결승] '한 수 위' 포항의 완벽한 승리

기사입력 2008.12.21 17:05 / 기사수정 2008.12.21 17:05

박형진 기자

[엑스포츠뉴스=제주, 박형진 기자] 포항은 제주 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08년 FA컵 결승에서 경남을 2-0으로 꺾고 FA컵 우승을 차지했다. 창단 후 첫 트로피를 노린 경남과 'FA컵 원년우승팀' 포항의 대결로 주목받았던 두 팀의 결승전은 뚜껑을 열자마자 희비가 엇갈렸다. 전반 5분도 되지 않아 황진성이 선제골을 넣으며 앞서가기 시작한 것.

경남은 준결승에서 고양을 5-0으로 누르며 순조롭게 결승에 올랐지만, 대부분 선수가 큰 경기 경험이 없는 상황에서 초반부터 수비 조직력이 무너졌다. 최효진은 경남 왼쪽 수비진을 농락하며 네 명의 수비수를 '바보'로 만들었고, 가볍게 황진성이 있는 골문 앞으로 공을 연결했다. 황진성이 할 일이라고는 침착하게 원터치 슈팅을 하는 것뿐이었다. 이처럼 포항은 첫 골부터 너무나 순조롭게 득점했고, 경남은 반대로 너무나 '허무하게' 첫 골을 실점하며 팀 전체가 혼란에 빠졌다.

'공격축구'를 지향하는 조광래 감독이라지만, 동점골을 만들려는 경남의 공격은 너무나 무계획적이었다. 많은 숫자의 선수가 공격에 가담하기는 했지만 수비의 빈틈을 보고 공을 찔러주는 지능적인 미드필더도, 포항 수비수 몇 명을 가볍게 제칠 수 있는 개인기의 공격수도 없었다. 경기 후반으로 흘러가면서 경남은 계속 공격에 무게중심을 실었고, 계속 아찔한 역습을 허용했다. 포항은 경남과 다르게 데닐손이 종횡무진으로 움직이며 최전방으로 공을 연결했고, 박원재와 최효진은 빠른 스피드로 측면에서 역습을 주도했다. 스테보가 조금만 더 컨디션이 좋았더라면 전반전에만 두 골, 세 골이 날 수 있는 경기 흐름이었다.

조광래 감독은 후반 초반 승부수를 던졌다. 후반 14분 산토스 대신 김영우를, 후반 18분에는 이상민 대신 김진용을 투입하며 선수 구성을 공격적인 방향으로 재편했다. 김영우와 김진용의 투입은 경남의 공격을 살아나게 하는듯했으나, 이미 잠그기를 시작한 포항의 수비를 뚫기에는 부족한 모습이었다. 후반 30분 박윤화 대신 투입된 정윤성 역시 경기 흐름을 뒤바꿔 놓을 만큼 위력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오히려 선수교체에서 재미를 본 쪽은 포항의 파리아스 감독이었다. 파리아스 감독은 이 날 경기에서 부진했던 스테보를 빼고 '특급 조커' 이광재를 투입했고, 곧이어 황진성이 부상으로 나오자 대신 김재성을 투입했다. 후반 26분 투입된 김재성은 불과 7분 만인 후반 33분, 박원재의 크로스를 멋진 헤딩슛으로 연결해 포항의 두 번째 골을 성공시켰다. 불운했던 황진성의 교체가 오히려 포항의 '행운'이 된 셈이다.

두 골을 실점하자 경남의 공격은 더 무모해졌다. 경남은 확실하게 조직을 갖춘 포항의 수비를 뚫는 방법을 몰랐던 반면, 포항은 흐트러진 경남의 수비를 뚫는 방법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결국, 포항은 끝까지 안정적으로 두 점차 리드를 잘 지키며 우승컵을 들었고, 경남은 창단 후 첫 우승의 기록을 다음으로 미루어야 했다.

결국, FA컵 결승전은 선수교체, 전략, 선수 개인기 등 모든 방면에서 앞선 포항의 '압승'으로 싱겁게 끝났다. 이로써 포항은 내년에도 AFC 챔피언십에 나갈 자격을 확보해 올 시즌 AFC 챔피언십 조기 탈락의 수모를 씻을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지난해 리그 우승에 이어 올해 FA컵 우승을 달성한 '파리아스 축구'가 내년에는 아시아무대에서도 빛을 발할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 : FA컵 우승 후 팬들과 함께 기뻐하는 포항 선수들]



박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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