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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s 인터뷰] '첫 10승' SK 박종훈이 지난 길, 나아갈 길

기사입력 2017.08.31 11:30 / 기사수정 2017.08.31 11:20


[엑스포츠뉴스 조은혜 기자]SK 와이번스 8년차 투수 박종훈(27)이 데뷔 첫 시즌 두 자릿 수 승수를 달성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 동안 박종훈은 서서히 자신의 가치를 높여갔다.

2010년 SK의 유니폼을 입은 박종훈 상무야구단에서의 군복무를 마친 2015년부터 본격적인 선발 기회를 얻기 시작했다. 2015년 6승8패를 기록하며 가능성을 보인 박종훈은 지난해 8승13패 5.66의 평균자책점을 기록, 140이닝을 던지며 메릴 켈리에 이어 팀 내 최다 이닝 2위를 기록하며 제 몫을 다했다.

그리고 올지난 27일 인천 한화전에서 6이닝 2피안타 2볼넷 5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자신의 생애 첫 10승을 완성했다. 2005년 신승현 이후 SK에서 나온 12년 만의 언더핸드 투수의 10승이다. 현재까지 24경기에 나온 박종훈은 10승7패 4.24의 평균자책점으로 또 한 단계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다음은 박종훈과의 일문일답.

-데뷔 첫 시즌 10승을 달성했다. 큰 어려움 없이 달성했다고 보나.
"아홉수가 없었다. 팀 형들도 전부 '넌 아홉수 없을 거다'라고 말해줘서 편했던 것 같다. 어렵다면 그간의 시간이 어려웠다. 어렸을 때부터 10승이 꿈이었는데, 10승을 하기 위해 8년이 걸렸다."

-2015년에 6승을, 지난해에 8승을 했다. 올 시즌에 '10승이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나.
"작년에도 할 수 있겠다고 생각은 했었다. 그런데 욕심이 너무 많았다. 내가 생각해도 말도 안되는 걸 다 하고 싶었다. 다승왕이라던가(웃음). 그러다보니 될 것도 안되고 그랬던 것 같다. 올해는 성적을 신경 쓰지 않으니 오히려 잘됐다."

-10승이 확정 됐을 때의 느낌은?
"'와, 10승이다' 이런 건 없었다. 똑같이 기분 좋은 승이고, 당시에 팀 200홈런과 4연승까지 겹친 게 많아서 '이런 날에 내가 승리 투수다' 이런 생각은 있었다. 그런 거 있지 않나. 어릴 때 얼른 스무살이 되고 싶고, 스무살이 되면 이것저것 하겠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되면 그냥 스무살인, 그런 기분 좋으면서도 허무한 느낌이었다. 10승을 하면서 생각이 더 많아진 건 있다."

-어떤 생각을 했나.
"승리는 나 혼자 절대 할 수 없다고 다시금 생각했다. 내가 혼자 아무리 잘해도 10승을 할 수 없다. 그리고 (박)세웅이나 (최)원태 같이 어린 나이에 10승을 한 선수들을 보면서, 저 친구들은 나보다 뭔가를 빨리 깨우쳤기 때문에 일찍 10승을 했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올해 깨달은 것들을 몰랐던, 그 지나간 시간들이 아쉽긴 하지만 지금부터라도 하면 되지 않겠나. 내가 그 친구들보다 나은 건 단 하나, 군대를 갔다왔다는 거(웃음)…."

-10승 중 5승이 한화전이었다. 특정 팀에 강하다는 것이 장단점이 있을 것 같다. 
"단점이 더 많은 것 같다. 시즌 시작할 때 목표는 전 구단 승리였다. 한화전 5승 덕에 10승이 됐으니 좋긴 한데, 특정 팀에 강하거나 약한 모습을 보이면 투수로서는 별로 안 좋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장점보다 단점이 더 많은 것 같다."

-10승을 하면 포수 이재원을 업어준다고 약속 했다던데.
"업고 어디든 갈 수 있다. 홈경기 때 재원이 형 업고 예전에 이만수 감독님처럼 야구장을 한 바퀴(웃음)…. 구장 전체를 도는 건 무리니까 베이스를 도는 걸로 하겠다."

-10승 후에 트레이 힐만 감독과 얘기는 나눴나.
"'굿잡맨(Goodjob, man)'이라고 말해주셨다. 데이브 존 코치님은 10승에서 끝내지 말라고 얘기해주셨다. 11,12,13…, 숫자는 더 있다고. 다음 숫자가 더 있으니 여기서 만족하지 말라고 하셨다."

-데이브 존 코치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편해보인다. 어떤 도움을 받았나.
"제일 좋았던 건 스스로 컨트롤이 없다고 생각했을 때 '넌 그런 투수가 아니다. 특별한 투수다'라고 말을 해준 것이다. 감독님도 마찬가지다. 그러면서 자신감을 얻고 편해지니 더 다가가기 쉽다. '넌 컨트롤이 없으니까 그것만 고치면 돼'라고 하는 분에게는 나도 다가가기 싫었다. 내 약점을 계속 말하는 사람이니까. 하지만 존 코치님은 약점이 아닌 장점을 최우선으로 봐주셨다."

-확실히 컨트롤에 있어서 자신감이 생겼나.
"그것보다는 2볼, 3볼이 되도 볼넷에 대한 생각이 많이 없어졌다. 볼넷으로 내보내도 '내가 볼넷 안줬던 투수도 아니고' 이런 생각이 더 크다. 내려놓은 게 많다. 생각을 안하니까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


-올해 김광현의 빈 자리로 SK 선발진에 대한 우려가 많았는데 문승원과 함께 그 공백을 나름대로 잘 막아냈다. 두 사람 간의 시너지 효과가 있었을까.

"승원이 형에게 많이 얘기하고, 나도 도움을 정말 많이 받는다. 나는 선발 풀타임 2년째고, 승원이 형은 첫 해다. 원래부터 친해 서로의 장단점을 잘 안다. 어떤 부분에 예민한 지 잘 알고, 예민한 점도 비슷한 편이다. 경기 중간에도 '팔이 안 나오는 것 같다, 지금 좋으니 유지해라'는 식으로 서로 얘기해준다. 시너지가 좋은 거 같다. 나도 도움을 많이 받고, 형이 물어보면 나도 최대한 열심히 대답해준다."

-군복무를 마치고 온 이후 3시즌 동안 부상 혹은 부진 때문에 1군 엔트리에서 빠진 적이 없다. 비결이 있을까.
"트레이닝 파트다. 원래 안아픈 몸인 것도 장점이긴 하지만, 투구폼도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데미지가 그리 크지 않다. 트레이닝 파트와 근력 운동으로 더 쉽게 투구하는 법을 찾아나갔다. 켈리의 몸 푸는 방법이나 보강 운동을 따라한 것도 도움이 많이 됐다."

-작년에 4이닝이 모자라 규정 이닝을 채우지 못했다. 아무래도 승리보다 더 욕심나는 기록일 것 같은데. 올해도 아슬아슬하다. 
"남은 경기에서 세 번 6이닝 씩은 던져야 한다. 원래 처음 목표는 150이닝이었는데, 일단 일단 규정 이닝을 먼저 채우고 생각하겠다."

-90구 이전 마운드를 내려간 적이 많았다.
"기사를 보니 감독님이 90개 이후 투구에서 결과가 안좋았다고 얘기 하셨더라. 인정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아마 우리 팀 선발 중 나만 110개 이상 투구가 없을 거다. 벽을 깨고 싶고, 더 던지고 싶은 욕심은 난다. 하지만 팀의 판단이니까. 바로 그 팀의 판단으로 내가 10승을 한 걸 수도 있다."

-팀이 5강 경쟁 중인데, 여러모로 이 이후 경기들이 더 중요해졌다. 마음가짐은.
"내가 던지고 있을 때 패를 안했으면 좋겠다. 패를 안하면 승이겠지만, 적어도 내가 던지고 있는 5~6이닝 사이에 지고 싶지 않다."

-2015년 와일드카드 진출 당시에는 엔트리에 포함됐지만 등판하지 못했다. 포스트시즌에 대한 기대도 있을 것 같은데.
"몸만 풀다 끝이 났다(웃음). 당연히 가을야구를 한번도 해본 적이 없어서 기대는 늘 크다. 포스트시즌 나가려고 144경기 열심히 하는 것 아닐까. 누군들 나가고 싶지 않겠나."

-2011년 2군에 있을 당시 나온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 '지금은 그냥 잠수함이고, 핵잠수함 투수가 되려면 스위치만 누르면 된다'고 한 장면이 있었다. 이제 스위치를 눌렀다고 봐도 될까.
"아직…. 지금 카운트다운 세고 있다."

eunhwe@xportsnews.com / 사진=엑스포츠뉴스DB

조은혜 기자 eunhw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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