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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 인사이드] 한국 피겨의 미래, 곽민정을 만나다

기사입력 2008.09.21 03:20 / 기사수정 2008.09.21 03:20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 = 조영준 기자] 과천과 안양 실내 빙상장에 연습을 하고 있는 피겨 선수들의 부모님과 지도자들을 만나면 그분들이 한입을 모아서 전해주는 의견이 있습니다. 작년부터 피겨에 대한 인기가 급격하게 높아졌다는 것입니다.
'피겨 여왕' 김연아(18, 군포 수리고)가 일으킨 현상은 한국 피겨스케이팅의 미래를 짊어지고 갈 유망주들에게까지 미쳤습니다.

그 가운데서도 최근 무섭게 성장한 선수가 있습니다. 지난 14일, 멕시코의 멕시코시티에서 벌어진 ISU(세계빙상연맹) 제3차 주니어 그랑프리대회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곽민정(14, 평촌중)입니다.

곽민정은 주니어 그랑프리 대회에서 3위권 내에 입상한 다섯 번째 한국피겨선수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조짐은 이미 조심스럽게 예상됐었습니다. 국내주니어선수들 중, 토 점프 중에서 가장 난이도가 높은 러츠 점프를 트리플로 구사할 줄 아는 선수가 곽민정이었습니다. 여기에 스핀과 스파이럴도 레벨 4에 이를 만큼 수준급입니다.

피겨와 관련된 여러 가지 기술에서 고르게 장점을 가지고 있는 곽민정은 올해에 들어서면서 마침내 자신의 재능을 꽃피우기 시작했습니다. 아직 만 14세란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지난 8월 초엔 국내의 쟁쟁한 경쟁자들을 이기며 주니어국가대표선발전에서 1위를 차지했습니다. 

그리고 이번 주니어그랑프리대회에서 메달을 획득하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멕시코대회에서 기분 좋은 소식을 가지고 돌아온 곽민정을 자신과 가장 친숙한 장소인 과천실내링크장에서 만나고 돌아왔습니다.

곽민정이란 피겨 유망주와 대화하면서 든 느낌은 여느 평범한 14세 소녀들과도 비슷한 느낌이 우선적으로 들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무척이나 솔직하면서도 직설적인 모습이 인상적이었으며 무엇보다 자신감이 넘치고 당찬 기질에 놀랐었습니다. 김연아에게 느껴졌던 내적인 강함을 곽민정에게서도 확인하면서 이 소녀를 계속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굳어져갔습니다.

Q : 우선 이번 제3차 주니어 그랑프리대회에서 동메달 획득한 것 축하드려요. 한국 여자피겨선수들 가운데 김연아, 최지은(20, 고려대), 김나영(18, 연수여고), 신예지(20, 서울여대) 선수에 이어 다섯 번째로 주니어그랑프리대회에서 메달을 획득했는데 소감이 어때요?

곽민정(이하, '곽'으로 표기) : 스케이트를 잘 타는 언니들에 이어 저도 주니어그랑프리대회에서 입상해 매우 기뻐하고 있어요. 제가 다섯 번째였다는 것은 모르고 있었는데 지금 처음으로 알게 됐네요.

Q : 지금도 조금은 피곤해 보이는데 멕시코 다녀오고 나서 아직 시차적응이 잘 안 되죠?

곽 : 멕시코와 우리나라의 시간차가 정반대라서 아직도 고생하고 있어요. 예전에 국제대회 참가할 적에는 시차를 맞춰서 비행기 안에서도 잤었는데 이번에는 비행기에서도 제대로 자지 못했어요. 그런데 저와 이번 대회에 함께 참가한 김민석(15, 불암고, 남자피겨국가대표) 오빠는 너무 잘 잤어요. 그래서 제가 비행기 안에서 좀 심심했어요.(웃음)

Q : 한국에 돌아오고 나서 축하는 많이 받았어요?

곽 : 멕시코에 다녀오고 나서 오늘(19일) 학교에 처음으로 갔었는데 체육선생님들과 담임선생님이 많이 축하해주셨어요. 하지만 아쉽게도 학교 친구들은 잘 모르고 있었어요.(웃음)

Q : 피겨선수가 되면서 하루 종일 운동만 해서 좀 지겨울 때는 없었어요? 그리고 가끔은 피겨보다 학교에 가서 공부하고 싶은 생각도 했을 텐데?

곽 : 초등학교 때는 공부도 좋았고 잘했었어요. 그러나 운동을 하면서부터 피겨가 너무 좋아졌어요. 지금도 학교에서 공부하는 것보다 피겨를 하는 게 더 좋고 재미있어요. 그리고 내가 피겨는 내가 가야할 길이니까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Q : 이번 대회에서 실수가 적은 편이었는데 멕시코에 가기 전에 실수를 줄이는 부분에 중점을 두면서 연습을 했었나요?

곽 : 이번 그랑프리대회에서는 주니어대표선발전 때보다 실수가 적었어요. 연습할 때 실수가 많아서 걱정을 했었지만 언제나 줄이려고 노력을 많이 했어요. 실수는 줄이는 훈련은 음악에 맞춰서 계속 반복 연습을 하는 거예요.

Q : 국제대회에 나가서 잘하는 선수들을 많이 보고 왔을 텐데 그 선수들이 국내선수들보다 확실히 잘하는 점은 뭐가 있는 것 같아요?

곽 : 일단 그 선수들 중, 트리플 점프를 5가지(살코, 토룹, 룹, 플립, 러츠) 다하는 선수들이 꽤 있었어요. 그리고 점프의 스케일도 크고 멋있어요. 1등과 2등을 한 미국 선수들의 점프는 탄력도 좋고 높이도 좋아 보였어요. 그리고 그런 점은 저도 부러웠어요.

Q : 멕시코대회에서 경기가 끝난 다음에 선수들과 파티도 있었고 관광도 다녀왔을 텐데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있어요?

곽 : 우선, 멕시코시티에 있는 피라미드에 다녀왔는데 그곳이 무척 인상적이었어요. 피라미드 꼭대기까지 올라가는 계단이 있는데 너무 경사가 심하고 높아서 꼭대기까지 올라가지는 못했어요. 같이 올라간 민석이 오빠도 마찬가지였죠.(웃음) 올라가는 것도 힘들지만 내려올 때는 정말 무서워요. 피라미드의 경사가 가파르다보니 옆에 있는 줄을 잡고 천천히 내려와야 했었어요.

그리고 경기가 끝난 뒤, 가진 선수들과의 파티도 재미있었어요. 저와 민석이 오빠는 모두 노는데 적극적이지 못해서 처음엔 그냥 가만히 앉아있었는데 중국선수들이 저희에게로 다가와서 친해질 수 있었어요. 시간이 좀 흐른 뒤에는 민석이 오빠와 저도 중국선수들과 함께 댄스파티에 참가할 수 있었죠.(웃음)

Q : 메달 권에 들면서 처음으로 국제대회에서 갈라 쇼도 했었는데 느낌이 어땠어요?

곽 : 갈라복을 가져갔다는 소문이 있는데 그건 사실이 아니에요. 그리고 제 갈라 복은 치마가 아닌 바지인데 이젠 제가 좀 커서 그 옷이 맞질 않아요.(웃음) 멕시코의 링크장이 규모도 적었었지만 팬들의 호응이 없었던 게 좀 아쉬웠어요. 그곳 팬들은 그냥 연기가 끝나면 박수나 가볍게 치고 끝이었는데 적응이 좀 안됐어요.

지난번 우리나라에서 치러진 아이쇼에서 저도 연기를 했었는데 그때 큰 경기장을 가둔 메운 관중들이 보낸 환호는 어디에서도 느낄 수 없는 것이거든요. 지난 주니어대표선발전에서도 너무 많은 분들이 오셔서 환호를 보내주시고 선물도 너무 많이 주셨었어요. 피겨 팬들의 호응은 역시 우리나라가 최고인거 같아요.(웃음)



Q : 곽민정 선수의 트레이드마크는 짧은 머리에 보이쉬한 느낌인데 이러한 컨셉에 대해 본인은 어떻게 생각해요?

곽 : 이러한 컨셉은 어릴 적부터 저를 오랫동안 지도해주신 이규현 전 코치님이 설정해 주셨어요. 저도 나름대로 어울린다고 생각하는데 머리 길러서 묶어보고 싶은 생각은 커요. 아무래도 연기하다 보면 불편할 때가 있거든요. 그런데 팬들이 계속 짧은 머리가 어울린다고 하고 개성 있다고 말하시니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웃음)

Q : 이번 대회에 민석 선수와 함께 동행해서 적적하지는 않았죠? 그리고 최근 민석 선수의 인기가 피겨 팬들 사이에서 상종가를 치고 있는데 평소의 민석 선수는 어떤 오빠에요?

곽 : 함께 가서 재미는 있었는데 훈련과 경기할 때는 서로 전념해야 하니 거의 얘기할 수 없었고 비행기 안에서는 민석 오빠가 잠을 너무 잘 자서 제가 심심했어요.(웃음) 장시간동안 비행기에 있어야 하는데 민석 오빠는 계속 잠만 자서 저는 혼자 영화보고 닌텐도 게임하면서 놀았어요.

그리고 민석 오빠는 팬들이 앞에 있을 땐 엄청 착한 척하고 얌전하게 있는데 제가 평소에 본 민석 오빠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어요.(웃음) 장난도 잘치고 짓궂은 면도 있는데 사실 엄청 썰렁하거든요.(웃음) 그런데 그 썰렁한 게 웃길 때도 있어요. 민석이 오빠 팬들이 최근 많이 생기는 거 같은데 팬 관리 진짜 잘하는 거 같아요.(웃음)

Q : 곽민정 선수와 친한 피겨 선수와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피겨 선수는요?

곽 : 대부분의 선수들과 친하게 지내는데 저와 특별히 친한 선수들은 우선, 최지은 언니하고 김수진 언니, 그리고 김민석 오빠와 동생인 차인영 선수가 있어요.

그리고 존경하는 선수로는 김연아 언니를 빼놓을 수 없고요. 외국 선수는 다카하시 다이스케와 이반 라이사책 선수에요.

Q : 이번 맥시코 대회에서 2위를 차지한 미국의 알렉스 길스는 주니어 선수들 가운데 꽤 유명한 선수인데 이 선수가 트리플 + 트리플 콤비네이션 점프를 구사하는데요. 민정 선수도 현재 트리플 + 트리플 콤비네이션 점프를 연습 중에는 시도 하나요?

곽 : 트리플 + 트리플 점프는 아직 시도하지 않고 있는데 연습 중에 더블 악셀 + 트리플 토룹은 시도하고 있어요. 아직 실전에서는 성공시킬 수 없고 연습만 하고 있죠. 그러나 이것도 반드시 성공시키고 싶어요. 그리고 현재 구사하고 있는 트리플 러츠에 이어지는 더블 점프 콤비네이션도 성공률을 높이고 싶어요.

Q : 민정 선수는 어린 선수치고 점프도 일품이지만 스핀과 스파이럴도 가장 높은 레벨인 4에 이르는데 이번 대회에서 스핀과 스파이럴은 어느 정도의 레벨을 받았나요?

곽 : 어릴 적부터 레벨 4짜리 스핀을 구사했지만 그동안 좋은 레벨을 받지 못했었어요. 시합에 나가면 2, 3점의 레벨만 받았었는데 멕시코 그랑프리 대회에서 레벨 4를 받아 기뻤어요. 그리고 연아 언니가 구사하는 ‘연아 스핀’도 하고 있는데 지금은 흉내 내고 있는 정도에요.

그리고 스파이럴은 가장 아쉬움이 많이 남아요. 쇼트프로그램에서 레벨 1밖에 못 받았는데 만약 레벨 4를 받았다면 쇼트에서도 3위가 가능했을 거예요. 제 생각엔 무릎이 구부려져서 그런 것 같은데 스파이럴은 다시 생각해도 아쉬움이 많아요.

Q : 여자 선수들은 사춘기가 오면 피겨생활에 대해 여러 가지 갈등이 온다고 하는데 곽민정 선수는 어때요?

곽 : 저는 지금이 사춘기에요. 그래서 나름대로 갈등을 겪고 있는데 피겨가 하기 싫다고 싸운 적은 한번도 없었어요. 엄마와는 매일 싸우고 있거든요. 주로 싸우는 이유는 연습할 때, 주문하는 것을 가지고 다툴 때가 많아요. 훈련 지시로 인해 제가 스트레스를 받을 때가 많거든요.

Q : 피겨선수들은 어머니하고 하루 종일 함께 있을 때가 많잖아요? 이것으로 인해 갈등을 느낀 적은 없어요?

곽 : 매일 엄마하고 함께 있으니까 어쩔 땐 엄마 품을 떠나 전지훈련 가고 싶을 때도 많아요. 하지만 막상 전지훈련 가서 일주일정도 지나면 엄마가 보고 싶어요.

Q : 곽민정 선수 미니홈피를 보니 아버님이 민정선수를 위해 쓴 시와 글귀가 인상적이었는데 이 자리를 빌어서 아버지한테 하고 싶은 말은?

곽 : 우리 아빠는 저한테 정말 잘해주세요. 제 생일 때도 정성어린 편지를 써서 제게 전해주시거든요. 저는 훈련으로 인해 아빠와 함께 보낼 시간이 없어서 아쉽거든요. 그리고 아빠한테 하고 싶은 말은 좀 쉬셨으면 좋겠어요.(기자와 곽민정 선수 동시에 폭소) 너무 일을 많이 하셔서 많이 피곤하실 거 같고 아빠와 함께 놀아본지도 엄청 오래됐거든요.

Q : 남동생도 있는데 피겨선수로서 가족들에게 고마운 점도 많을 것 같아요?

곽 :  제 동생은 정말 착해요. 누나 말을 아주 잘 듣거든요.(웃음) 그리고 누나가 피겨 선수라는 것에 대해서 자랑도 많이 하고 다녀요. 그리고 가족들에게는 항상 고마워하고 있어요.



Q : 만약 피겨를 1주일동안 하지 않는다면 그 기간동안 어떻게 보내고 싶어요?

곽 : 우선 먹고 싶은 것을 충분히 먹고 싶어요. 제일 먹고 싶은 건 케이크이고 절친한 피겨선수들과 놀이공원에 가고 싶어요. 또한 동대문 같은 곳에 가서 구경도하고 쇼핑도 하고 싶은데 보통 10대 소녀들이 즐기는 것을 하지 못하면서 보내니까 이런 것들을 조금이라도 누려보고 싶어요.

Q : 최근에 피겨 팬들이 많이 늘고 있잖아요. 이런 팬들의 호응을 언제 가장 크게 느껴요? 그리고 팬들이 늘어나면 기쁜 점도 있겠지만 더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을 텐데요?

곽 : 시합 때마다 많이 보러 와주시는 팬들을 볼 때, 정말 피겨에 대한 관심이 많아진다는 것을 한눈에 느낄 수 있었어요. 그리고 팬들로부터 받는 선물들이 넘쳐날 때도 느낄 수 있었죠. 팬들이 늘어나면서 부담감이 생기는 것도 있지만 그래도 기쁠 때가 더 많아요. 항상 힘이 되고 감사하니까요.

Q : 이제 마지막 질문인데 다음달에 영국 셰필드 있을 주니어 그랑프리 8차 대회에 대한 대비와 피겨선수로서 최종적인 꿈이 있다면?

곽 : 셰필드 대회는 출전 선수들이 더욱 쟁쟁하거든요. 그래서 순위보다는 이번에 멕시코대회에서 세운 제 최고 기록을 갱신하는데 목표를 두려고 해요. 그리고 다른 선수들도 그렇겠지만 올림픽 출전이 제 꿈이에요.

장시간의 인터뷰가 끝나고 나서 어머니인 노성희 씨와 대화를 나누는 자리도 가졌었습니다. 자기 주장이 강하고 고집이 있는 딸의 강한 성격이 경기에서 강인한 정신력이 요구되는 피겨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어릴 적부터 고난도의 기술을 시도해 왔던 곽민정은 지난 시즌에도 난이도가 높은 프로그램을 수행해왔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들이 제대로 완성되지 않아 실수가 많아서 주니어 1인자 자리에서 물러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번 시즌에 돌입하면서 곽민정은 무섭게 성장했습니다. 지난 시즌에 제대로 구사하지 못했던 기술들이 통하기 시작하면서 어느덧 국내 선발전 1인자의 위치에 올랐고 주니어 그랑프리 대회에서 메달을 획득했습니다.

아직도 14세의 어린 곽민정이 지금처럼만 성장해 준다면 김연아의 뒤를 이어 한국 피겨의 미래를 책임질 재목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자존심 강하고 당찬 면도 있지만 매우 활기차고 배려심도 있는 이 소녀와 헤어질 쯤에 이런 말을 남겼었습니다. 성적에 얽매이는 것보다 항상 부담 없이 즐기면서 스케이트를 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이죠.

[사진 = 곽민정 (C) 전현진, 조영준 기자]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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