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5-21 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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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 인사이드] '여심(女心)'을 자극시킨 김연아와 피겨스케이팅

기사입력 2008.07.10 01:35 / 기사수정 2008.07.10 01:35

조영준 기자


김연아란 존재로 인해 한국에서도 피겨스케이팅이 인기스포츠 종목으로 급부상했지만 최근 다른 선수들에 관한 관심도 높아져 가고 있습니다. 김연아의 뒤를 이어가는 유망주들이자 모두 최연소 국가대표인 곽민정(14, 평촌중)과 윤예지(14, 과천중)에 대한 관심도 뜨겁고 조니 위어(미국)와 제프리 버틀(캐나다), 그리고 스테판 랑비엘(스위스)같은 멋진 남자스케이터들도 이들의 관심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특정 선수를 응원하는 차원을 넘어서 스포츠에 능동적으로 참여하고 싶은 심리

필자가 피겨스케이팅이란 종목에 깊숙이 파고들 때마다 느끼는 생각은 ‘복잡하고 어렵지만 섬세하고 재미있다.’라는 것이었습니다. 김연아를 오늘날의 위치가 있기까지 가장 큰 역할을 한 어머니인 박미희씨도 사실, 어릴 적부터 피겨선수가 되고픈 꿈이 있었습니다.

자신의 꿈을 스스로 이룩하진 못했지만 박미희씨의 열정은 둘째딸인 김연아를 통해 실현되었습니다. 김연아가 피겨를 시작하면서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딸의 곁을 떠나지 않은 박미희씨는 단지 김연아의 뒷바라지에 전념하는 어머니가 아닌 가장 가까운 코치가 되어서 오늘날의 김연아를 완성했습니다.

피겨에 전념하면서부터 그 섬세하고 오묘한 맛에 흠뻑 빠진 박미희씨는 자신도 모르게 피겨코치가 되어있었고 외국선수들이 가진 기량의 장단점과 김연아가 이 선수들과 맞붙어 이길 수 있는 기술조합에까지 관심을 기울이며 김연아를 독려하고 채찍질했습니다.

여성 스포츠팬들이 축구와 이종격투기 같은 남성성이 강한 스포츠를 즐기면서 그 선수들에게 매력을 느끼고 나름대로 경기를 즐기며 분석하는 경우는 예전에도 충분히 있었습니다. 그러나 피겨스케이팅 같은 경우는 겉으로 표현되는 정서적인 측면이 매우 여성성과 가깝고 피겨의 기술을 구성하는 세세한 부분까지 들어서면 섬세한 측면이 보다 강하게 나타납니다.

김연아를 비롯한 피겨스케이팅 팬들의 대부분은 김연아가 어떤 점프를 뛰고 있으며 외국선수들과 어떤 차이를 보이고 있는지를 감지하고 있습니다. 물론 팬들이 보이는 성향 중에 그릇된 부분도 충분히 존재하지만 김연아를 계기로 알게 된 피겨의 섬세함에 빠진 팬들은 남성보다 여성들이 압도적으로 많은 것은 사실입니다.

그리고 축구와 야구처럼 특정선수와 팬들을 열렬히 응원하는 수동적인 팬을 뛰어넘는 것이 바로 피겨 팬들입니다. 수많은 남자 스포츠팬들이 박지성과 박찬호, 그리고 격투기 황제인 에밀리아넨코 효도르(러시아)같은 선수들의 활약을 보고 자신의 욕구를 해소하는 것과 같이 여성 스포츠팬들도 ‘김연아’란 존재를 통해 자신들의 욕구를 해결하고 있습니다.

또한, 피겨 팬들의 질문은 꽤 전문적인 것들이 많고 자신들이 빙판에 서는 것을 시뮬레이션화시키는 질문들도 상당히 나타나고 있습니다.

김연아의 스토리 자체는 바로 ‘여성들의 이야기’이기에 더욱 공감

최근 박미희씨는 김연아와 관련된 사연들이 구구절절 수록된 책을 발간하였습니다. 이 책의 발매에 앞서 오늘날의 김연아를 완성한 1등 공신으로 이미 박미희씨가 많은 언론을 통해 보도되었습니다.

김연아와 피겨스케이팅이 여심(女心)을 자극하는 또 다른 이유는 바로 모녀가 이룩한 눈물겨운 스토리라는 점입니다. 피겨에만 매달려야 하는 어려움과 어린 시절부터 찾아온 부상의 악몽으로 인해 피겨를 관두고 싶었던 사연들과 발에 맞는 스케이트를 도저히 해결하지 못해 은퇴하고 싶다고 밝힌 부분은 바로 두 모녀가 겪은 눈물겨운 스토리였습니다.

한국의 중산층이 감당할 수 없는 막대한 훈련비와 전문링크장이 없어서 시간을 쪼개고 장소를 이리저리 움직여가며 훈련을 치를 수밖에 없었던 그 순간에도 결코 피겨를 포기하지 않았던 김연아와 박미희씨의 사연은 누구보다 같은 여성들에게 크게 어필했습니다. 딸의 재능과 미래를 위해 모진 시련을 감내하고 이겨온 ‘강한 어머니’와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찾아오는 부상과 불운은 스스로 이겨낸 ‘당찬 딸’의 이야기는 정말 여성들이 공감하고 호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드라마였습니다.

이렇게 남성 스포츠팬들이 박지성과 박찬호의 성공담으로 느끼는 쾌감이 있듯이 여성 스포츠팬들은 김연아와 피겨스케이팅을 통해서 감동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최근, 한국에서 12월 달에 벌어질 그랑프리 파이널의 장소 문제로 인해 빙상연맹을 직접 찾은 팬들을 만나본 이치상 부회장과 김풍렬 부회장은 모두 이렇게 열정적이고 능동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피겨 팬들의 관심이 인상 깊었다고 밝혔습니다.

물론, 이들 팬들의 움직임과 반응 중 지나친 부분이 있다면 시정돼야 하고 김연아와 함께 경쟁하는 다른 선수들을 무엇보다 존중하는 태도도 분명히 필요할 것입니다.

김연아와 피겨스케이팅을 통해서 나타나는 여성 스포츠팬들의 열광은 새롭고 고무적인 현상입니다. 이러한 움직임이 좋은 방향으로 꾸준하게 흘러가 피겨 팬들의 인구가 더욱 다양한 계층에서 늘어가는 것 역시 필요한 점입니다.

[사진 = 김연아 (C) 엑스포츠뉴스 남궁경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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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츠뉴스 브랜드테마] 조영준의 피겨 인사이드. 김연아의 등장으로 한국 피겨스케이팅은 오랜 동면에서 깨어나 기지개를 펴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비록 걸음마 단계이지만 한국 피겨의 미래를 빛낼 많은 유망주들이 자라나고 있었습니다. 이렇듯 필자가 미래에 한국 스포츠가 국제적인 위상을 떨칠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 한 종목이 바로 피겨스케이팅이었습니다.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지난, 5월 중순에 벌어졌던 김연아(18, 군포 수리고)가 메인 선수로 참여한 ‘페스타 온 아이스’ 공연이 벌어진 목동 아이스링크를 점령하고 있던 관객의 대부분은 놀랍게도 20대 여성들이었습니다. 그리고 지난 6월 1일에 있었던 김연아의 팬 미팅 행사에 참여한 팬들도 남성보다 여성들이 압도적으로 많았으며 김연아에게 선물을 주기 위해 길게 줄지어 서있는 ‘언니 부대’들의 모습은 끝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최근 급격히 늘어가고 있는 피겨 팬들과 한국 피겨의 발전을 위해서 올바른 정보와 균형 있는 칼럼을 섞은 새로운 형식의 기사로 ‘피겨 인사이드’를 구상했습니다. 피겨 팬들에게 유익한 정보를 제공하고 의견의 소통을 나누는 장으로 만드는 것이 ‘피겨 인사이드’의 취지입니다.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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