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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 2008] 크로아티아전을 통해 실체가 드러난 '독일제 시한폭탄'

기사입력 2008.06.13 13:56 / 기사수정 2008.06.13 13:56

박중현 기자



[엑스포츠뉴스=박중현 기자] 클라겐푸르트에서의 크로아티아와 독일의 매치의 승리는 '체크무늬 져지'의 주인공 크로아티아가 되었다.

크로아티아는 다시 한번 메이저 대회에서 독일을 꺾으며, 이번 대회 돌풍을 예고했다.

독일을 상대로 중원에서 주도권을 잡으며 독일의 수비라인을 지속적으로 괴롭힌 결과 두 골을 먼저 뽑아 낼 수 있었고, 독일은 늦게나마 포돌스키가 한 골을 득점했지만 팀의 승패를 바꾸어 놓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반면, 독일은 모든 면에서 크로아티아에 뒤지며, 무기력한 패배를 기록하였다. 독일이 가지고 있던 문제점을 거의 드러낸 경기가 된 것.

독일로서는 이번 경기가 진정한 팀의 첫 시험 무대였는데, 첫 시험을 보기 좋게 망쳐 버리며, 다음 경기를 대비하는데 많은 과제를 풀어야만 하는 시점에 놓이게 되었다. 독일이 이번 경기에서 보여준 과제는 사실상 지금까지 독일이 계속해서 안고 있던 시한폭탄과도 같은 것들이었다.

첫 번째로는 너무나도 이미 알려진 레만 골키퍼의 기량 문제. 레만은 한 시즌 내내 아스날에서 거의 주전자리를 확보하지 못한 채 가끔 출장해온 탓에 경기력이 상당히 떨어져 있는 상태이며, 그뿐 아니라 기량 또한 노쇠화로 인해서 떨어져 있는 상태라 독일 현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컸고, 엔케, 힐데브란트, 아들러 등을 시험대에 올리지 않았던 뢰브가 상당한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이번 경기에서 레만은 몇몇 좋은 선방도 선보였지만 가끔 불안한 장면 또한 연출하면서, 독일 팬들의 우려를 낳았다.

둘 째는 수비진의 문제, 왼쪽 사이드백인 마르첼 얀젠은 독일이 자랑하는 재능이지만, 아직 유로 본선 무대에서 주전으로 뛰기에는 역부족임을 이번 경기를 통해서 여실히 드러냈다.

결국, 마르첼 얀젠은 크로아티아의 다리오 스르나에게 지속적으로 돌파를 허용하였고, 첫 번째 실점 장면에서 스르나를 놓치며 실점의 크나큰 빌미를 제공하였다. 또한, 이번 시즌 레알 마드리드에서 꾸준한 출장 기회를 부여받지도 못하고 부상으로 인해 대부분의 시즌을 날려 먹어야 했던 메첼더는 이 경기에서 자신의 한계를 어느 정도 드러냈다.

심지어, 메르테자커도 제 실력을 발휘 못 하며, 그라운드 전체를 열심히 뛰어다녔던 올리치에게 고전 했으며, 2선에서 자주 침투해 들어오는 니코 크란차르와 루카 모드리치, 그리고 다리오 스르나를 놓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셋 째는 경기가 독일 입장에서 답답하게 흘러가고, 중원에서 상대방의 압박에 밀린 상태에서 유연하게 이 압박을 풀어주거나 소위 말해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마법사 형의 스타일의 선수가 없는 것이 독일의 또 하나의 아킬레스건이다.

클로제나 고메즈는 분명 좋은 선수이고 발락과 프링스는 다른 어떤 미들진과 견주어도 손색없는 미들진이지만, 이들에게 마법을 기대하는 건 애초에 거의 불가능한 상황.

이탈리아의 델 피에로 혹은 카싸노, 그리고 포르투갈의 히카르두 콰레스마, 네덜란드의 로벤같이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선수는 독일 내에 거의 없다. 독일 축구 스타일 상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어린 나이의 마르코 마린의 국대 승선에 많은 독일팬이 환호를 했던 것이다.

하지만, 뢰브는 마린 대신에 같은 스타일의 트로쵸프스키와 빠르기로 게임을 풀어 줄 오동코어를 선택 했지만, 이렇게 중원이 밀린 경기에서는 트로쵸프스키를 선택해야 했다. 오동코어는 수비 뒷공간으로 내어주는 롱패스를 자신의 스피드를 이용해 받아서 해결하는 스타일이지 스스로 전진해나가는 스타일은 아니기 때문. 오히려 트로쵸프스키를 투입 했다면 답답한 상황을 어느 정도 해소해주었을 가능성이 있었을 것이다.

크로아티아는 많은 팬의 기대 이상으로 훌륭한 경기를 펼쳤는데 이 핵심에는 중앙에서의 니코 코바치와, 루카 모드리치, 그리고 수비에서의 로베르트 코바치 등의 힘이 있었다.

로 베르트 코바치와 니코 코바치는 불혹의 나이에 국가 대표팀에서의 마지막 불꽃을 태우듯. 자신이 가진 기량의 150%을 발휘하며 현재 크로아티아의 국가대표팀에 기를 불어넣고 있으며, 신성인 루카 모드리치는 이번 유로 2008로 인해 전 세계에 새로운 스타 탄생을 예고했다.

중 원에서 유연하게 게임을 풀어주며 횡 패스, 종 패스를 거침없이 날렸던 모드리치는 거의 크로아티아의 공격을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또한, 크란차르 아래에서 거의 앵커 역할로 플레이 하면서, 다음 시즌부터 뛰게 될 토트넘의 부족한 중앙 미드필더진에도 한줄기 빛이 되어줄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마 지막으로, 크로아티아의 승리는 슬라벤 빌리치의 승리. 빌리치는 올리치를 원톱으로 두고, 중원에 다섯 명의 선수를 배치하며 독일의 미드필더진을 상대로 훌륭한 승리를 거두었다. 오스트리아전에서 네 명의 미드필더를 구성했던 빌리치는 독일을 상대로 전술게임에서 완벽히 승리하였다.

후반 독일이 쿠라니를 교체하기 전에 스르나를 빼고 레코를 투입하며 더욱더 중원에서 높은 압박을 구사했고, 레코의 투입으로 모드리치를 좀 더 공격에 집중하게 하여주면서 몇몇 찬스를 더 만들어 내기도 하였다.

독일의 패배는 독일이 가지고 있던 시한폭탄과도 같았던 문제점을 한방에 드러내게 하였다. 만약 독일이 크로아티아를 상대로 또 한 번 승리를 거두었다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가지고 토너먼트에 임하게 되었을 것이다. 

여전히 독일에는 토너먼트로 가는 단계까지 한 경기가 남아 있는 상태이고 패인을 철저히 분석하고 이를 치유한다면 이 패배는 분명 독일에 약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박중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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