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6-02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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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아저씨' 베컴에 반하다

기사입력 2008.02.28 18:55 / 기사수정 2008.02.28 18:55

이우람 기자

[엑스포츠뉴스=이우람] 저에게 2008년 2월 28일은 두고두고 회자될 것 같습니다. 바로 세계적인 축구 스타 데이비드 베컴과 만났기 때문이죠. 내달 1일 '2008 모토로라컵 LA 갤럭시 코리아 투어'를 위해 지난 27일 방한한 베컴은 입국 이틀째인 오늘 서울월드컵경기장 보조구장서 공개연습훈련을 치렀습니다. 

그동안 숱한 취재를 통해 별의별 유명한 스타를 만나봤지만,  과연 그 중에서 '데이비드 베컴'이라는 엄청난 브랜드와 필적할만한 취재원이 앞으로 또 누가 있을까요. 지난해 여름 한국을 뜨겁게 달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라는 '빅 클럽' 정도는 돼야 할 것 같습니다.

세계적인 '거성'과 가까이한다는 것은, 설령 일대일 인터뷰가 아니더라도 매우 떨리는 일입니다.  베컴과 같은 공간에서, 함께 숨을 쉰다는 생각만으로도 별의별 생각이 들더군요. 

대체 베컴은 어떤 사람일까요? 아래 화보를 통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짜잔" 세계적인 스타 베컴과 처음으로 만나는 순간입니다. 그가 그라운드에 점점 가까이 들어올수록, 팬들의 환호성도 더욱 뜨거워지더군요. 그런데 아직은 낯선지 다소 무뚝뚝해 보이는 베컴입니다.





"존스~ 나 얼굴에 뭐 묻은 거 있어?" (고개를 끄덕였던 존스)

연습전 LA 갤럭시의 프랜차이즈 선수였다가 지금은 코칭스태프로 물러난 코비 존스와 정겹게 대화를 나누고 있는 베컴입니다. 벤치로 가려진 베컴을 어떻게든 카메라에 담아보려는 팬들의 모습에서 '무한 열정'이 느껴지더군요. 



"프로는 훈련도 진지하게" 친선경기에 나선 LA 갤럭시인 만큼, 이 날 훈련도 대체로 쉬운 모양새였습니다. 그럼에도, 훈련에 임하는 베컴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더군요.

요즘 말로 '포스'라고 해야 할까요. 역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레알 마드리드라는 큰 무대에서 뛰다온 그런 기운이 소소한 훈련에서도 엿보였습니다. 베컴이 갤럭시의 주장을 맡고 있다고 들었는데, 선수들 또한 베컴에게 이런 저런 조언을 구하는 모습이 보이더군요.  



"놓치고 싶지 않아~"



"자~ 받아봐!"




"이런, 놓쳤네!" 호탕하게 웃는 모습이 인상적인 루드 굴리트 LA 갤럭시 감독(가운데)입니다.

풍채가 우람하시던데, 연습 때 선수들에게 주문하는 내용도 솔직하더군요 "ridiculous"를 연방 외치시던데, 이게 뜻 'a. 웃기는, 우스꽝스러운;터무니없는, 바보 같은'입니다. 

그래도 그런 감독이 믿음직스러운 듯 과거 90년대 미국프로축구를 대표하던 스타 플레이어 출신 구단주 알렉스 랄라스(오른쪽 흰 모자)가 웃으면서 쳐다보고 있습니다. 



"슬슬 시작해볼까?"



"멋있다" 패션업계에서는 흔히 '베컴 비니'라고 해서 이름을 붙여 팔던데, 그 이유를 인제 알 것 같더군요.



그러나 아무리 멋진 베컴이라도 한들, 갑자기 놀라오는 공에는 장사 없더군요.



"어머나~"



"자, 지금부터 프리킥을 차겠어" (코비 존스) 지금껏 위에서 본 사진으로만 보면, 킥 연습을 마치 10분 만에 시작한 것처럼 보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갤럭시 선수단은 시차 적응을 고려한 듯, 무거운 훈련보단 가벼운 스트레칭과 러닝 그리고 공 뺏기 정도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더군요. 정확히 훈련을 시작한 지 1시간이 조금 안 돼서야 킥 연습에 들어갔습니다. 



"자, 올라간다!" 몸 풀기와 공 뺏기로 워밍업을 마친 갤럭시 선수들은 좌우 측면 크로스에 의한 전방 공격수의 골 넣기로 본격적인 조직력 훈련을 시작했습니다. 처음에 선수 입장할 때 잠시 '번쩍'하던 400여 명에 이르는 관중도 오랜 침묵을 깨고 다시 응원에 나섰습니다.



'환상의 오른발' 베컴이 크로스를 올리고 있습니다.  베컴은 자신의 프리킥에 대한 비법을 묻는 질문에 "특별한 비법이 있기보다는 연습, 또 연습의 산물"이라면서 "프리킥뿐 아니라 다른 기술도 비슷한 수준으로 연습하고 있다"고 다소 상투적인 답변으로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자, 우리는 저 패스를 받아 슈팅으로 연결할거야" (굴리트 감독)

'네덜란드의 축구영웅' 굴리트 감독은 지난 1979년 하르렘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 페예노르트, PSV아인트호벤, AC밀란, 삼프도리아, 첼시 등에서 세계적인 스타로 사랑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현역에서 은퇴하고 프리미어리그 뉴캐슬 유나이티드, 페예노르트를 받았지만,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습니다. 그런 굴리트 감독이 지난 시즌 서부리그 6위, 통합 순위 11위로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한 갤럭시에서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일단, 선수단 장악 능력에서는 '카리스마'가 넘쳐 보이더군요.




"드디어, 프리킥! 내 차례는 언제 오나?" 베컴은 총 4차례의 직접 프리킥을 날려 2번을 성공시켰습니다. 포물선을 그리는 공의 궤적을 바라보니 저도 모르게 '환상의 오른발'이라고 추켜 세우게 되더군요. 이 장면을 지켜봤다는 생각을 하니, 감개가 무량했습니다.




그런데 굴리트 감독은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몰라도 선수들의 프리킥이 맘에 안 드는지, 단체 벌칙으로 팔굽혀펴기를 시키더군요. 뺀질 거리는 선수들도 있던 가운데, 베컴은 날렵한 몸 눌림으로 순식간에 벌칙을 해치우며 남성미를 물씬 풍기더군요. 



"애들아, 제발 좀 넣어 보자" 세트피스-프리킥 연습을 마치고 갤럭시의 공식 훈련은 이렇게 끝이 났고, 행사는 곧장 유소년클리닉으로 진행이 됐습니다. 





"얘야, 너 차례란다" 정말이지 저는 이 자리에서 베컴의 친절함에 탄복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작은 행동 하나하나에서 아이들을 사랑하는 그의 진실한 마음이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비록 오늘은 세 아들을 둔 아버지에서 아저씨가 되었지만, 일라이 앨런, 마이클 개빈, 브랜든 맥도날드, 그레고리 베니 등과 함께 유소년을 대상으로 1시간여 축구 교실을 가진 베컴은 미니 게임을 하는 내내 웃음을 잃지 않았습니다.

아이들과 손뼉을 치며 정겹게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모습에서 슈퍼스타 베컴이 왜 이렇게 사랑받는 선수가 되었는지 새삼 알 것도 같더군요. 



"파울은 이렇게~(?)"



"자! 파이팅" '차범근 축구 교실' 어린이 회원 19명과 일일 축구클리닉 행사를 마친 베컴이 기념 촬영에 응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마지막에 파이팅을 하는데, 베컴이 '콩글리쉬'인 파이팅을 알아들을 리가 만무했습니다.

그냥 손짓을 보고 따라하고만 있군요. 알고 보니까 보통 외국에서는 "Cheers 내지는 Let's go" 이렇게 즐겨 쓴다고 합니다.



베컴은 마지막으로 동료와 자신의 등번호와 이름이 마킹된 어린이들의 유니폼에 하나하나 사인을 해줬고, 여전히 스탠드에 앉아 자신의 이름을 외치는 팬들에게 손을 흔들어 성원에 감사의 뜻을 전했습니다. 



"다음에 또 만나요~" 베컴은 어린이들에게 "LA갤럭시 투어 중 가장 즐거운 시간이었다"며 "기량을 잘 발전시켜 좋은 선수로 성장하길 바란다"고 조언도 잊지 않았습니다. 정말이지 너무나 인간적인 슈퍼슈타의 면모가 느껴지더군요. 



잉글랜드 유명 칼럼니스트 헨리 윈터는 베컴을 두고 "그는 많은 팬과 사람들과의 관계 자체를 즐겼다. 맨유 원정이나 잉글랜드 원정에서, 베컴은 절대로 팬들을 외면하지 않았다. 실제로 베컴은 몇 시간이든 팬들과 시간을 보내고 사인을 해줬으며, 공개 훈련의 경우 볼도 차주고 농담도 건냈다"며 팬을 아끼는 베컴의 그런 모습을 높이 샀습니다. 

오늘, 이 자리를 두고두고 기억할 수 있는 것 또한 그런 베컴의 따스한 친절함에서 묻어나오는 매력에 푹 빠져버렸기 때문이 아닐는지요.



이우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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