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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스컵] EPL 돌풍의 주역 레딩, 유럽무대 대신 피스컵을 택하다

기사입력 2007.05.29 17:51 / 기사수정 2007.05.29 17:51

박형진 기자

[엑스포츠뉴스 = 박형진 기자] 레딩에게 2006/7시즌은 가장 인상깊은 시즌으로 팬들의 가슴에 남을 것 같다. 그리고 그들은 새로운 시즌에 앞서 설기현의 조국 한국에서 새로운 도약을 보여줄 전망이다.

100년을 기다린 레딩, 길고 힘겨운 '승격 여정'

프리미어리그 8위팀 레딩의 정식이름은 '레딩 풋볼클럽(Reading Football Club)'. 레딩이란 버크샤이어 카운티의 레딩 타운을 지칭하며, 테임즈 강을 낀 런던 근교에 위치한 타운이다. 20만 남짓의 작은 인구를 가진 도시지역이지만, 최근 IT 산업과 보험업으로 부상하는 상업중심지이자 2개의 대학을 가진 교육도시이기도 하다. 레딩은 윈저궁이 위치한 곳이라 '버크샤이어 로열 카운티'라 불리기도 했으며, 이 때문에 레딩FC는 지금도 '로열즈'라는 애칭으로 불리고 있다.

레딩은 1871년 창단 이후 대부분 기간을 3부리그에서 보냈다. 1차대전 이전 레딩은 이탈리아 투어에서 AC밀란을 5-0으로 꺾고 이탈리아 대표팀을 2-0으로 꺾는 등 환상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1차대전으로 많은 레딩의 선수들이 사망하면서 레딩은 하부리그 신세를 오랫동안 면하지 못했다.

레딩은 부단히 상위리그로 도약하고자 많은 노력을 했으며, 그 과정에서 많은 감독이 레딩을 거쳐왔다. 그 중 한 명이 부산 아이파크의 감독이었던 이안 포터필드. 그는 1989년 레딩이 3부리그에 있는 상황에서 18개월간 팀을 맡았으나 승격에 실패하며 사임했다. 웨스트햄과 찰튼이 감독을 맡은 알란 파듀는 1999년부터 4년 동안 레딩을 맡으며 팀을 디비전 1(지금의 챔피언십)에 올려놓았다. 파듀 감독의 레딩은 디비전 1 승격 직후 4위에 오르며 프리미어리그 승격 문턱까지 갔으나 플레이오프에서 울버햄튼에 패배하며 꿈을 접어야 했다.

꿈 같은 프리미어리그 무대, 그리고 돌풍

레딩의 '승격의 꿈'은 알란 파듀의 후임 스티브 코펠에 의해 이루어졌다. 알란 파듀가 웨스트햄을 맡으며 레딩을 떠나자 그 후임으로 온 스티브 코펠은 2005/6 시즌 챔피언십 우승을 이끌며 레딩의 사상 첫 프리미어리그 승격을 이끌었다. 챔피언십에서 거둔 승점 106점, 99득점은 레딩 역사상 가장 우수한 성적이었다.

레딩은 승격 직후 상위리그에서 좋은 활약을 보여준 전례가 있었지만 프리미어리그 경험이 전혀 없었고, 이에 모든 전문가들은 레딩을 '강등 1순위' 후보로 꼽았다. 더욱이 레딩은 많은 선수영입 없이 챔피언십 우승 멤버를 주축으로 프리미어리그를 준비했다. 물론 팀 역사상 최고의 이적료를 지불한 설기현의 영입이 있기는 했지만, 설기현을 비롯한 대부분의 선수가 프리미어리그 경험이 없다는 것은 레딩의 최대 약점으로 꼽혔다.

그러나 레딩은 개막전부터 엄청난 활약으로 모든 전문가들과 팬들을 놀라게 했다. 전반 초반 미들즈브러에 두 골을 헌납하며 뒤처졌던 레딩은 순식간에 두 골을 넣으며 전반을 2-2 무승부로 끝낸 뒤 후반전에 한 골을 추가하며 3-2로 역전승했다. 오랫동안 호흡을 맞춘 레딩의 선수들은 자신감을 찾으며 세밀한 패싱 플레이로 미들즈브러를 압박했고, 결국 레딩은 팀 역사상 첫 번째 프리미어리그 승리를 따내며 돌풍을 예고했다.

레딩은 시즌 초반 맨유와 비기고 첼시에 근소한 차이로 패배하는 등 상위권 팀을 상대로 대등한 경기를 하며 위용을 과시했다. 케빈 도일과 레로이 리타가 득점행진을 벌인 가운데 시드웰과 하퍼의 중앙 미드필더는 프리미어리그에서도 수준급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주축 선수들이 부상당한 어려운 상황에서도 후보 선수들이 맹활약하며 팀의 상승세를 이어갔고, 결국 레딩은 안전하게 강등 위험을 넘어 리그 상위권 행진을 계속했다.

유럽 무대 대신 택한 피스컵, 코펠의 지략을 감상할 기회

코펠 감독은 시즌 후반 프리미어리그 잔류가 확정되자 숨고르기에 들어가는 모습이었다. 무리하게 UEFA컵 진출권을 따내지 않겠다는 계산이었다. 결국, 레딩은 8위로 시즌을 마치며 UEFA컵 진출에 실패했다. 인터토토컵 참가 기회도 있었지만 코펠 감독은 그 기회를 블랙번에 넘겼다. (9위 포츠머스 역시 인터토토컵 참가를 포기하면서 10위 블랙번이 기회를 잡았다.)

유럽 무대 대신 코펠 감독이 택한 것은 피스컵이었다. 장기 레이스인 유럽대회는 얇은 스쿼드를 갖춘 팀에게 '독'이 될 수도 있지만, 프리시즌에 열리는 친선대회 성격의 피스컵은 레딩이 다음 시즌을 위해 실전 감각을 다질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시드웰을 비롯한 여러 주축 선수들이 팀을 이탈할 수도 있기에, 새로운 선수들로 무장한 레딩으로서는 피스컵이 전력을 시험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레딩에는 송코, 쇼레이, 도일 등 많은 좋은 선수들이 있지만, 레딩의 핵심은 역시 스티브 코펠 감독이다. 별다른 선수 보강 없이 프리미어리그 첫 시즌을 성공적으로 마친 것은 코펠 감독의 공이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코펠 감독은 칼링 컵을 과감하게 포기하는 전략으로 리그 성적에 전력투구했고, 이것이 이번 시즌 좋은 성적으로 연결되었다. 주전 선수들을 지속적으로 기용, 조직력을 최대화하면서 후보 선수들의 투쟁심을 키워 맹활약하게 한 것 역시 코펠 감독의 지략이었다.

감독들이 뽑은 '올해의 감독상'을 2년 연속을 받은 코펠 감독은 피스컵에서 처음으로 해외리그의 구단과 대결하게 된다. 냉철한 분석으로 전 소속팀 맨유를 고전하게 하는 등 감독으로서 뛰어난 지략을 보여준 코펠, 그가 토트넘에 이어 피스컵에서 '잉글랜드 돌풍'을 불러일으킬지 기대된다. 최소 200만 파운드에 달하는 우승 상금까지 생각한다면 피스컵 우승은 레딩과 코펠 감독에게 큰 선물이자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

레딩의 예상 베스트 11 (4-4-2)
하네만 ; 쇼레이, 송코, 잉기마르손, 하포드 ; 헌트, 시세, 하퍼, 설기현 ; 도일, 리타
(페데리치, 리틀, 군나르손, 콘베이, 킷슨)



박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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