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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장과 극장사이' 2015 KBO리그 잊을 수 없는 승부

기사입력 2015.12.24 10:11 / 기사수정 2015.12.24 10:11

나유리 기자


[엑스포츠뉴스=나유리 기자] '굳이 승패에 목숨 걸어야하는 이유가 있나' 싶어 허무하다가도, 끝내주는 짜릿한 승부를 볼 때면 '이 맛에 야구 본다' 싶은게 또 야구다. 2015년도 이제 딱 일주일이 남았다. 2015시즌에 작별을 고하고 다가올 2016시즌을 환영하는 마음으로 올해 잊을 수 없는 명승부를 주관적으로 꼽아봤다.

8. 8월 22일 광주 KIA-한화전 : 로저스 vs 양현종 맞대결, 과열됐던 분위기 

지난 8월 KBO리그에 입성한 에스밀 로저스는 첫 등판부터 스타가 됐다. 무서운 속도로 완투와 완봉을 쌓아가며 경기를 책임졌고, 혹서기에 잠시 주춤했던 한화는 로저스의 등장 이후 다시 힘을 얻었다. 8월 22일 광주 KIA-한화전은 그런 로저스와 KIA의 '좌완 에이스' 양현종이 맞붙은 경기였다.

양팀의 매치는 초미의 관심사였다. KIA와 한화가 나란히 5위권 진입을 위해 치열한 순위 싸움을 펼치고 있었고, 김성근과 김기태라는 확연히 스타일이 다른 양팀 수장의 수싸움도 지켜보는 재미가 있었다. 또 챔피언스필드에서 주말을 맞아 만원 관중이 찾은 가운데 펼쳐진 경기는 '빅매치'로 주목받았다.

결과는 로저스의 판정승. 양현종이 6이닝 1실점으로 호투하고도 패전 투수가 됐고, 로저스는 무섭게 KIA 타자들을 돌려세웠다. 이날 로저스는 9이닝 5피안타 9탈삼진 1볼넷 무실점으로 완봉승을 거뒀고 KBO리그 입성 이후 4경기에서 3번의 완투, 2번의 완봉으로 괴력을 뽐냈다. 

이날 경기에서는 한화의 외야수 이용규가 외야 관중과 잠시 신경전을 벌이는 모습도 화제가 됐다. 한 관중이 외야 그라운드 내에 이물질을 투척해 다시 한번 '관중 매너'가 화두에 올랐다.



7. 5월 15일 수원, 6월 10일 사직 kt-롯데전 : 만나기만 하면 으르렁

롯데와 kt는 올해 만났다하면 물고 뜯는 경기를 했다. 5월 15일 수원 혈투와 6월 10일 혈투가 대표적이다. 5월 15일 경기에서는 당시 올 시즌 최장시간 기록이었던 5시간 6분의 경기 시간을 기록하며 연장 12회 경기를 펼쳤다. 7-1로 앞서가던 kt는 경기 후반 실점해 롯데의 역전을 허용했다. 하지만 kt가 9회말 하준호, 장성우의 2타점이 터지며 9-9 동점을 만들었고 기어이 승부를 연장까지 끌고갔다. 

을씨년스러운 날씨 속에서 계속된 롯데와 kt의 승부는 연장 12회에 갈렸다. 롯데가 먼저 점수를 냈다. 12회초 안중열의 믿을 수 없는 2타점 적시 2루타가 터지면서 11-9로 앞서 나갔다. 결국 롯데가 승리했지만 마지막까지 '극장 승부'였다. 12회말 김성배가 아웃카운트 3개를 잡기까지 참으로 멀고도 험했다. 롯데는 12회말 1실점하고 길었던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채 한달도 안돼 다시 만난 두 팀은 이번엔 사직으로 무대를 옮겨 다른 드라마를 찍었다. 이번엔 승리팀이 바뀌었다. 7-1로 앞서던 롯데가 8회에 1실점 하고 9회초 이정민-심수창-이성민까지 3명의 투수를 쏟아부었지만 7-7 동점이 되는 비극을 막지 못했다. 

그리고 연장 10회초. kt의 첫번째 타자 댄블랙이 이성민의 초구를 받아쳐 오른쪽 담장을 넘기는 역전 홈런을 터트렸고, 롯데는 교체 출전한 이여상의 실책 이후 박경수의 투런 홈런으로 넉다운 되고 말았다. 

6. 4월 9일 잠실 두산-넥센전 : 마야의 '노히트 노런'. 시몬의 합작품?

두산의 외국인 투수 유네스키 마야가 리그 최강 타선을 자랑하는 넥센을 상대로 '노히트 노런' 대기록을 달성했다. 9이닝 동안 투구수 136개를 기록하며 무피안타 3볼넷 8탈삼진 무실점으로 역대 12번째, 외국인 선수로는 역대 두번째 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재밌는 에피소드는, 이날 두산-넥센전 시구자는 마야와 같은 쿠바 출신이자 '절친'인 배구선수 로버트랜디 시몬. 지난 시즌 남자배구 우승팀인 OK저축은행 소속인 시몬은 친구에게 우승 기운을 제대로 선사하며 대기록의 현장을 목격했다. 

하지만 시몬의 우승 기운이 오래가지 못한 것일까. 마야는 2개월 후인 6월 13일 부진 끝에 방출되며 두산과 작별했다.



5. 9월 20일 사직 롯데-삼성전 : 박석민 사이클링 홈런 될 뻔

말 그대로 박석민의 '원맨쇼'가 펼쳐졌던 경기다. 이날 삼성과 롯데는 정규 이닝 동안 양팀 합계 37안타라는 난타전을 펼쳤다. 한팀이 일방적으로 두들긴 것이 아니라 약속이나 한듯 투수진이 함께 무너졌다. 더욱이 삼성과 롯데 모두 '에이스'를 내세운 것이라 여파는 더 컸다.

삼성의 선발 투수였던 윤성환은 5이닝 동안 11피안타(2홈런) 7실점을 기록하고 물러났고, 롯데의 선발 조쉬 린드블럼은 3⅓이닝 만에 9피안타(2홈런) 8실점으로 강판됐다. 

삼성이 17개의 팀 안타로 롯데(20안타)보다 덜 치고도 17-13으로 승리할 수 있었던 까닭은 박석민의 '접신'이 있었다. 이날 박석민은 혼자서 만루홈런, 3점 홈런, 2점 홈런까지 홈런 3방에 9타점 2볼넷으로 미친 활약을 펼쳤다. 가장 쉬운(?) 솔로 홈런 한개만 더 추가됐다면 전무후무 한 사이클링 홈런을 볼 수도 있었는데 거기까지는 닿지 못했다. 롯데가 8회말 6점을 내며 삼성에 위기가 찾아왔지만 필승조가 뒷문을 잠가 삼성이 승리했다. 

4. 7월 28일~8월 2일 : KIA, 그해 여름은 뜨거웠다

올 시즌을 7위로 마감한 KIA지만 무척이나 뜨거운 여름을 보냈다. 바로 7월 28일 홈 경기를 시작으로 SK-한화를 상대해 6연승을 질주한 것. KIA의 6연승을 명승부로 꼽은 까닭은 1승, 1승이 극적이었기 때문이다. 

시작은 끝내기 홈런이었다. SK에 2-3으로 뒤지던 KIA는 9회말 SK의 마무리 투수 정우람을 상대했다. 선두타자 나지완의 2루타가 터지면서 분위기가 묘해졌다. 주자 3루 찬스에서 SK 유격수 김성현의 실책으로 3-3 동점이 됐고, 계속되는 주자 1,2루 찬스에서 타석에 선 타자는 김원섭. 그리고 김원섭은 2볼-1스트라이크에서 정우람을 상대로 '굿바이' 스리런 홈런을 터트렸다. 무엇보다 이날은 김원섭의 프로 1000번째 경기였다. 가족들이 보는 앞에서 김원섭도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이튿날에도 정우람을 무너트리며 브렛 필의 2타점 끝내기 안타로 2연승을 거둔 KIA는 3번째 경기도 7회말 백용환의 역전 스리런 홈런으로 SK전 스윕을 달성한다.

주말에는 대전으로 무대를 옮겼다. 첫날 12-4로 대승을 거뒀고, 이튿날 윤석민이 3이닝 마무리로 경기를 매듭지으며 5연승을 질주했다. 

마지막 6연승의 완성은 더욱 극적이었다. 차곡차곡 1점씩 쌓아 3-2 리드를 잡은 KIA는 양현종-윤석민으로 이어지는 더블 스토퍼로 경기를 매듭지었는데, 9회말 실점 위기 상황에서 황선일의 땅볼 타구때 병살타냐 아니냐를 두고 KIA 벤치가 합의 판정을 신청한다. 만약 원심이 유지된다면 3-3 동점이 되는 상황. 하지만 휴대폰으로 중계 화면을 본 원정팬 관중석에서 함성이 터져나왔고 KIA는 '끝내기 합의 판정'이라는 희귀한 경험을 하게 된다.



3. 10월 14일 넥센-두산 준플레이오프 4차전 : '미라클두' 우승의 서막 

두산의 '우승 징조'는 이때부터였다. 10월 14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넥센의 준플레이오프 4차전. 3차전까지의 상대 전적은 2승 1패로 두산이 앞서있었지만, 4차전에서 넥센이 리드를 잡고 있는 상황이었다. 만약 4차전을 넥센이 가져간다면 2승 2패, 승부는 원점으로 돌아간다. 

더욱이 넥센이 6회말까지 9-2로 크게 앞서 있었다. 그런데 반전이 일어났다. 7회에 2점, 8회에 1점을 만회한 두산이 9회에도 기회를 잡은 것이다. 오재원이 시작이었다. 한현희를 상대해 오재원-김재호의 연속 안타가 나오면서 1사 1,3루 찬스가 허경민을 향했다. 넥센은 투수를 강속구 투수 조상우로 교체했다. 

하지만 허경민이 조상우의 2구째를 받아쳐 3루 주자를 불러들이는 1타점 적시타를 터트렸다. 분위기가 서서히 달아올랐고, 대타 오재일이 조상우를 상대로 스트레이트 볼넷을 골라나가면서 주자가 꽉 들어찼다. 만루 찬스에서 김현수가 주자 2명을 불러들이는 적시타로 이제 1점차. 그리고 양의지가 기어이 조상우를 상대로 역전 안타를 터트리면서 흐름을 끌고왔다. 두산은 넥센의 필승조를 상대로 9회에만 6점을 내며 승부를 뒤집었고, 힘 빠진 넥센은 9회말도 소득 없이 넘겼다. 넥센을 꺾고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두산은 한국시리즈에서 삼성을 꺾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다. 우승의 서막은 이 경기가 시작이었다. 



2. 10월 7일 목동 넥센-SK전 : 김성현의 잊고싶은 기억

올해 도입된 '와일드카드 결정전'이 없었다면 페넌트레이스 승부는 훨씬 더 싱거웠을 것이다. 1위부터 4위까지 순위가 고착됐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5위에게 주어지는 '특권'이 KBO리그의 흥행을 끌어올렸다. 

그리고 그렇게 어렵게 올라간 5위 SK와 4위 넥센의 와일드카드 결정전도 '빅' 재미를 만들었다. 앞도, 뒤도 없는 단판 승부. SK는 넥센을 2번 연속 이겨야 하고, 넥센은 1번만 이겨도 다음 라운드에 진출할 수 있는 상황. 

SK가 5회초 3점을 내며 3-1로 뒤집었을 때까지만 해도 분위기는 SK쪽이었다. 그러나 넥센이 7회말 고종욱의 3루타와 이택근의 땅볼로 3-3 동점을 만들었다. 

9회가 지나도록 승부를 가리지 못한 양 팀은 11회에서야 갈렸다. 11회초 SK가 먼저 점수를 냈다. 한현희를 상대로 안타, 폭투, 안타, 볼넷. 주자가 계속 나가면서도 득점은 못하는 진귀한 상황에서 최정 타석때 상대 포수 박동원의 포일로 3루에 있던 나주환이 홈을 밟았다. 다시 SK가 리드를 쥔 것이다. 

하지만 끝날 때까지 끝난게 아니었다. 넥센은 11회말 안타 2개로 너무나 쉽게 다시 동점을 만들었다. SK 벤치는 역전을 허용한 정우람을 윤길현으로 교체했고, 다시 신재웅을 올렸다. 살 떨리는 만루 상황. 3루 주자가 홈을 밟으면 넥센이 끝내기 승리를 거둔다. 그때 넥센의 마지막 타자 윤석민의 타구가 내야 높이 떴다. 타구가 조금 빠르긴 했어도 잡을 수 있다고 봤다. SK의 내야수들이 모두 모여들었다. 

그러나 타구가 달려오면서 글러브를 뻗은 유격수 김성현을 비껴갔다. 공은 김성현의 글러브 속이 아닌 그라운드로 떨어졌고, 그렇게 준플레이오프 진출 티켓은 넥센이 가져갔다. 단판 승부의 묘미를 제대로 보여준 승부였다.



1. 5월 17일 대전 한화-넥센전 : 0:6 -> 7:6, 잠 못 이뤘을 팬들을 위하여

올 시즌 가장 '핫' 했던 팀은 누가 뭐래도 한화 이글스다. 구설수도, 사건·사고도 많았지만 쉽게 물러서지 않고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는 팀이 됐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한화는 달라졌다. 시즌초인 5월 17일 홈 대전 구장에서 열렸던 넥센전은 달라진 한화를 확인할 수 있었던 가장 최고의 사례다. 

안영명과 이동걸이 3회까지 6점을 내줬을 때까지만 해도 쉽지 않은 경기로 보였다. 3-6으로 지고 있던 한화가 7회 권용관의 적시타, 8회 이용규의 번트 안타로 5-6을 만들었다. 넥센은 '어? 어?' 하는 사이 쫓기는 입장이 되고 말았다. 

이렇게 된 이상 한화도 반드시 잡아야하는 경기가 됐다. 한화는 7명의 투수를 쏟아 부었고 쓸 수 있는 야수도 모두 다 썼다. 9회말 선두 타자 김경언이 손승락을 상대로 6-6 동점 솔로 홈런을 쏘아올리면서 승부는 원점으로 돌아갔고, 2사 만루 찬스에서 타석에 들어선 타자는 권혁이었다. 권혁을 교체할 수 없었던 한화는 어쩔 수 없이 타석에 세웠다. 헬멧을 쓴 권혁은 손승락과 풀카운트까지 가는 접전을 펼쳤으나 삼진 아웃으로 물러나며 연장 승부를 기약했다. 

권혁이 10회초 실점 위기를 넘기자 10회말 다시 한화쪽으로 행운이 따랐다. 넥센이 마무리 손승락을 내리고 배힘찬을 올렸다. 배힘찬의 제구가 안잡히면서 2사 만루. 8번 타자 강경학이 1볼-2스트라이크에서 3연속 볼을 골라냈다. 길고 길었던 승부가 한화의 끝내기로 끝났던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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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유리 기자 NY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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