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5-18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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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G’학개론] 제4장. 자조? 조롱? 프로야구의 새 콘텐츠

기사입력 2015.12.04 06:04 / 기사수정 2015.12.03 17:21

이은경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은혜 기자] ‘탈G효과’ ‘입G효과’ ‘DTD’ ‘G동설’ ‘엘꼴라시코’ ‘엘롯기’ ‘엘레발’….
이 단어가 무슨 뜻인지 그 유래와 용례를 모두 알고 있다면, 당신은 프로야구에 관심이 매우 높거나 혹은 LG의 골수팬이다.

지금까지 LG의 ‘탈G효과’에 대해 길게 논했는데, 우리가 추가로 주목해야 할 점이 하나 더 있다. LG가 그 동안 성적과 구단 운영, 선수단 운용과 코칭스태프 선임 등등 모든 면에서 기대 이하의 결과를 자주 내놓긴 했지만, 그 사실을 비난하면서도 끝까지 지켜보고 응원하는 팬들이 많은 인기구단이 바로 LG라는 점이다.

LG와 롯데, 한화 등 인기팀들은 유독 팬들이 만들어낸 자조적인 조어들이 많다. 그런 면에서 LG로서는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지만) 수많은 자조와 조롱이 섞인 이 조어들이 ‘인기와 관심의 상징’이라는 점을 받아들일 필요도 있겠다.

한국 프로야구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이후 관중과 흥행에서 폭발적인 성장을 이뤄냈다. 경기장 안의 기록 외에도 팬들의 애정과 유머감각이 엿보이는 ‘팬 제작 콘텐츠’는 현재 팬들이 프로야구를 즐기는 새로운 방법이자 야구팬들에게 웃음을 주는 새로운 콘텐츠임이 분명하다.
다음은 LG를 소재로 만들어진 주요 용어들에 대한 설명이다.




앞서 길게 설명한 내용. 최근에는 한 팬이 동요의 가사를 개사한 한 댓글이 큰 인기를 얻고 있으니 참고하시라.


 


 
‘탈G효과’의 반대 개념이다. 타팀에서 잘 나가던 타자들이 LG 유니폼을 입으면 힘을 못 쓰는 현상을 가리킨다.
2000~2001시즌 현대의 톰 퀸란은 두 시즌간 65홈런 157타점으로 현대 왕조의 중심을 잡아줬다. 그런데 2002년 LG로 이적한 퀸란은 13경기에서 단 한 개의 안타도 치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1999년 한화의 창단 첫 우승을 이끌었던 댄 로마이어(해당 시즌 45홈런 109타점)는 2001년 LG에 입단한 후 타율 .268, 11홈런으로 기대 이하의 활약을 보여 한국을 떠났다.
30-30을 기록했던 해태의 홍현우는 2001년 시즌을 앞두고 LG와 20억원 규모의 FA계약을 체결하며 잠실에 입성했는데, 4시즌간 14홈런에 그쳤다.
 


 
‘내려갈 팀은 내려간다(Down Team is Down)’는 콩글리시의 이니셜을 딴 용어. 엉터리 영어지만, 이제 스포츠팬 사이에선 일반명사처럼 널리 쓰인다.
2005년 당시 현대 유니콘스 감독이던 김재박 감독이 예상보다 성적이 부진하다는 기자들 말에 “5월이 되면 내려가는 팀이 나온다”는 대답을 한 게 발단이 됐다. 김재박 감독이 당시 명확하게 밝히진 않았지만, 롯데가 주로 시즌 초반에만 반짝하다가 중반 이후 순위가 떨어지는 걸 꼬집은 말이라는 게 정설이다.

그러나 엉뚱하게도 이 말은 이후 LG를 가리키는 말처럼 사용되는데, 김재박 감독이 2007년 LG 감독을 맡아서 시즌 초반 2위에 오르며 돌풍을 일으키다가 결국은 5위로 가을야구에 실패한 것을 비꼬는 뜻으로 쓰였기 때문이다. 팬들은 ‘DTD’ 외에도 ‘내팀내(내려갈 팀은 내려간다)’, ‘올팀올(올라갈 팀은 올라간다)’, ‘UTU(Up Team is Up)’ 등으로 다양하게 변주한다. LG 암흑기 시절에는 LG가 ‘Law of Gravity(중력의 법칙)’의 약자라서 LG는 DTD가 될 수밖에 없다는 등 자조적이지만 웃지 않을 수 없는 농담까지 나왔다.
 

 
2014년 한 경기에서 LG가 롯데에 1-9로 지고 있었는데, 갑자기 비가 내리면서 노게임이 선언된 일이 있었다. 이때 모 매체가 “LG를 중심으로 우주의 기운이 돌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양상문 LG 감독의 농담을 그대로 기사화했다.
이후 팬들은 이 멘트를 상기시키며 ‘LG를 중심으로 우주가 돈다’는 뜻의 ‘G동설’이란 말을 만들어냈다. 그런데 그 뉘앙스는 LG에 대한 자부심이 담겼다기 보다는 ‘우주의 기운이 돈다더니 성적은 왜 이 모양이냐’는 자조적인 느낌이 더욱 강하다.
 


 
LG와 관련된 수많은 조어 중에 이제는 일반명사처럼 자리잡은 게 바로 ‘엘롯기’다. LG-롯데-KIA 등 프로야구 최고의 인기구단 세 팀을 가리키는 말인데, 이 팀들이 2000년대 초중반까지 꼴찌를 번갈아 가면서 했기 때문에 ‘엘롯기 동맹’이라는 말이 만들어졌다.

그 중에서도 LG와 롯데는 강력한 타선을 갖추고도 투수력, 특히 불펜이 허약해서 경기 중반 이후 상대에게 점수를 크게 허용하는 롤러코스터 같은 경기를 자주 했다. 그래서 LG와 롯데, 두 팀이 만나면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대량득점의 시소게임이 이어졌고, 이를 가리켜 팬들은 ‘명불허전의 라이벌전’이라며 ‘엘꼴라시코’라고 불렀다. LG의 ‘엘’과 ‘꼴데(롯데가 꼴찌를 많이 했다고 해서 비하해서 부르는 말)’의 ‘꼴’을 합친 조어다. 전체적으로는 ‘엘클라시코(프리메라리가의 오랜 라이벌전인 바르셀로나-레알 마드리드의 경기를 가리키는 말)’를 재치 있게 변형시킨 것이다.
최근에는 롯데보다도 LG와 넥센의 경기에서 이런 양상이 더욱 두드러져서 ‘엘넥라시코’라는 말도 등장했다.
 
eunhwe@xportsnews.com /사진=엑스포츠뉴스DB, 그래픽=조은혜 기자

<‘탈G’학개론> 전체 강의듣기
제1장. ‘탈G효과’의 성공사
제2장. 왜 LG를 떠나면 잠재력이 폭발하나
제3장. LG의 화려한 사건사고사
 

이은경 기자 kyong@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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