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5-20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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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관중문화①] KBO 관중 퇴장 가이드라인 만들자

기사입력 2015.08.27 06:00 / 기사수정 2015.08.27 07:59

박진태 기자


[엑스포츠뉴스=야구팀] 지난 25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 SK 와이번스와의 경기에서 올 시즌 첫 '관중 퇴장'이 나왔다. 10회초 2사 상황 박찬호와 박정배의 맞대결서 당시 주심 권영철 심판위원이 갑자기 경기를 중단시켰다. 이후 김병주 심판조장이 그라운드에 나와 포수 후면석에서 관람하던 팬을 퇴장 조치시켰다.
 
SK 관계자는 "당시 한 팬이 볼 카운트에 대해 불만을 품고 욕설을 해 심판의 판단에 따라 퇴장 조치가 이루어진 것이다"라며 "10회 상황만이 아니라 그 전부터 판정에 불만이 있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올 시즌 공식적인 첫 관중 퇴장이다.

‘관중 퇴장’ 규정 있나?
 
2015 KBO리그 규정을 살펴보면 '관중 난동'에 따른 퇴장 명령 조항은 없다. 규정에서 유일하게 퇴장 조치를 명시한 부분은 24조 1항이지만, 대상은 감독·코치·선수·심판위원이다. 2015 KBO리그 규정 24조 1항은 "구장질서를 문란케 한 감독, 코치, 선수, 심판위원은 총재에 의해 엄중한 제재(제재금, 출장정지 또는 병과)가 가해진다. 제재가 가해질 때에는 벌칙내규에 따른다"고 명시돼 있다.

KBO 관계자는 "2015 KBO리그 규정에는 경기 진행을 방해하는 관중에 대한 퇴장 조항이 없다"며 "현장에서 관중 난동이 발생해 퇴장 조치가 필요한 경우 심판위원이 판단해 구단에 요청하고, 구단이 내규에 따라 (관중을 퇴장시킬지 말지) 진행한다"고 이야기했다.  
 
25일 KIA와 SK 경기에서 난동을 부린 팬을 퇴장시켰던 근거는 "경기 및 타인에게 방해되는 행위를 할 경우 퇴장 조치 및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다"는 입장권 뒷면의 약관이었다. 입장권 뒷면에는 퇴장조치 및 법적제재를 받을 수 있는 경우를 명시해 놓았는데, 이는 음주소란 및 폭력행위, 욕설, 투척행위, 애완동물 동반, 현수막 게첨, 사업적 행위 등이다.


 

‘이용규 사건’으로 ‘관중 퇴장’ 여론 형성
 
지난 22일 광주에서 열린 한화와 KIA와의 경기에서도 6회 외야수 이용규와 외야석의 관중 사이에 시비가 붙었다. 팬이 물병을 던지고 욕설을 하자 이용규가 화를 참지 못하고 반응했고, 언쟁이 이어졌다. 이날 해당 관중은 퇴장 조치를 받지 않았다.
 
KIA 구단 관계자의 설명에 따르면, 당시 이용규에게 욕을 한 팬과 물병을 던진 팬이 달랐다. 그런데 욕을 한 팬은 주변 증언 등의 물증이 없어서 제재를 가하지 못했다. 물병을 던진 팬은 즉시 퇴장시킬 수도 있었는데, 물병을 던졌다는 증거 확보를 위해 CCTV를 확인했지만 해당 장면이 잡히지 않아서 어쩔 수 없이 퇴장 조치를 내리지 못했다.
 
이용규와 팬의 언쟁은 야구팬 사이에서 큰 논란이 됐다. 여론의 분위기는 ‘이용규가 잘못했다’가 아니라 ‘관중 문화가 성숙해져야 한다’, ‘도가 지나치면 팬도 퇴장 당해야 한다’는 쪽으로 모아졌다. 결국 사흘 뒤 열린 문학 KIA-SK전에서 관중 퇴장 조치가 나온 배경이 됐다.
 
‘이용규 사건’과 더불어 최근 논란이 됐던 게 대전구장의 일명 ‘보문산 호루라기’로 불리는 팬의 과도한 응원이었다. 한화 관계자는 “이 분에 대한 항의가 많이 들어오는데, 욕설이나 폭력적인 행동을 하는게 아니라 애매한 부분이 있어서 구단 차원에서 자제시키는 정도다. 현재 호루라기 사용은 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단 가이드라인만 있다…KBO 규정도 바뀌어야
 
엑스포츠뉴스가 26일 프로야구 각 구단에 문의한 결과 대부분의 구단이 관중 퇴장에 대한 세부적인 가이드라인을 따로 갖고 있지 않았다. 두산, 한화, 삼성 등 대부분의 구단이 “입장권 뒷면에 명시된 약관이 전부다. 그라운드에 직접 난입하지 않는 한 퇴장 조치를 취하긴 쉽지 않다. 최근에 관중을 퇴장시킨 기억은 없다”고 답했다. 경찰을 홈 경기에 상주시키거나 보안업체 요원을 배치해서 돌발 사건에 대비하도록 하는 정도였다.
 
비교적 상세한 관중 퇴장 가이드라인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힌 곳은 롯데였다. 롯데 관계자는 “홈 경기 때 경찰이구장에 상주하며, 사고를 일으킨 팬이 있을 경우 인근 사직지구대로 인계한다”고 설명했다.
롯데 구단은 홈경기 때 전문 경호팀에 외주를 맡기는데, 이 경호팀이 자체적으로 ‘관중퇴장 내규’를 갖고 있다. 예를 들면 ▶관중석 흡연 ▶치어리더 성희롱 ▶경기장 월담 및 그라운드 난입 ▶무단으로 응원단상 진입 시엔 퇴장시킬 수 있다고 명시해 놓았다.



 
구단 관계자들은 “구단 자체 내규도 필요하지만, KBO 규정 차원에서 관중 퇴장에 관한 부분을 명시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5일 KIA-SK전의 예를 보면, 문제를 일으킨 팬을 퇴장시키기까지는 복잡한 절차가 필요했다. KBO 규정에 명시되지 않은 부분이기 때문에 심판이 홈팀의 퇴장 승인을 얻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주심이 대기심에게 퇴장을 건의했고, 대기심이 SK 마케팅팀의 승인을 받아야 했기 때문이다. 규정에 따라 심판 재량으로 직결할 수 있다면, 경기 진행이 훨씬 수월할 수 있다. 또 ‘고객이 왕인데, 고객을 구단이 퇴장시켜야 한다’는 과정이 홈팀으로선 큰 부담일 수 있다.
 
성숙한 관중 문화가 만들어지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게 마련이고, 그를 위해 강제로 관중에게 제재까지 가하는 건 옳지 않다는 시각도 분명 있다. 그러나 한국 최대 규모의 관중이 몰리는 프로야구 ‘콘텐츠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블랙 컨슈머’와도 같은 일부 몰지각한 관중에게도 제재를 줄 수 있는 가이드라인이 필요하지 않을까.  그리고 그런 점들이 공론화된 현재 시점이야말로 그런 가이드라인에 대해 팬과 선수, 구단이 모두 공감할 만한 규정을 함께 논의하기 가장 적절한 때가 아닐까 싶다.

baseball@xportsnews.com 사진=엑스포츠뉴스DB

◆관련기사 보기
[프로야구 관중문화②] KBO '팬 난동' 사례...팬도 변해야 한다
 


박진태 기자 parkjt21@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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