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5-20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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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월드컵 결산②] 제 2의 지소연을 만들 힘은 '시스템'

기사입력 2015.06.24 06:11 / 기사수정 2015.06.24 10:51

김형민 기자


[엑스포츠뉴스=김형민 기자] 현대 축구는 시스템의 축구라고 부른다. 시스템은 여러 방면에 적용된다. 경기를 시작하기 전부터 선수를 구성하고 전술을 짜는 것부터 시작해 경기를 풀어가고 끝내기까지 일련의 과정에서 그 팀 특유의 시스템은 매우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여자축구에서도 역시 시스템이 필요하다. 현재 열악하다고 말하는 한국 무대에서 여자축구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제대로 갖춰진 시스템이 필요하고 이를 구축하기 위한 시간과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이미 입이 아프도록 많은 이들이 주장하고 있는 내용인데 이번 여자월드컵 16강 진출을 계기로 투자의 필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지소연과 박은선 등 새로운 황금세대를 앞세워 캐나다에서 역사를 썼던 것처럼 다시 한번 붉은 물결이 일기 위해서는 시스템에 대한 지원이 지금부터 잘 이뤄져야 한다.

아마추어→대학→실업, 선순환 구조 필요

한국은 여자들이 축구하기에는 어려운 환경인 것이 사실이다. 단순한 편견에서부터 공을 찰 수 있는 팀수도 적은 현재, 여자축구는 보다 나은 미래를 원하고 있다.

가장 먼저 만들어져야 하는 것은 선순환 구조다. 초중고 등 학교 기반의 아마주어리그부터 유망주들이 성장해 대학리그와 실업리그로 천천히 밟아 올라올 수 있는 안정된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다. 지금 우리 나라의 여자축구는 1700명 수준으로 돌아가고 있다. 선수 현황을 보면 초등학교 422명, 중학교 494명, 고등학교 367명, 대학교 209명, 실업 213명에 불과하다.

일부 변화들이 조심스럽게 이뤄지고 있지만 불안한 미래로 흔들리고 있다. 고려대학교는 지난해 여자축구부를 만들면서 대학가 신선한 가능성을 제시했지만 2012년 충남 일화가 해체되고 수원FMC도 해체수순을 밟아 논란이 되는 등 여전히 여건은 어려운 실정이다.

이번 여자월드컵 16강 진출로 WK리그의 가능성을 본 만큼 지금보다 더욱 발전할 수 있는 토대와 환경을 만들 필요가 있다. WK리그만을 지원하기보다는 리그의 아래 뿌리가 되는 대학, 아마추어에 대한 관심도 높여야 하는 숙제가 있다.

WK리그 부산 상무의 이미연 감독은 "고대를 비롯해 연세대까지 창단을 하면 여자축구가 더욱 활성화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고 실업팀 또한 두세개 정도 생긴다면 아이들의 꿈과 희망은 더욱 커질 것"이라면서 "어린 선수들이 여자축구를 통해 대학을 가고 실업팀으로 가는 문이 넓어진다고 생각하면 여자축구를 하는 선수들이 많이 생길 것 같다"고 내다봤다.

이어 "여자축구가 계속해서 발전해 나가야 하는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초등학교팀들은 계속해서 없어지고 있다. 이번에 월드컵 16강 진출을 통해 홍보활동으로 가능성을 부가시키면서 여자축구의 저변을 확대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제 2의 지소연 만드는 환경 필요하다

이번 캐나다월드컵은 여자축구가 5년 간 지은 농사의 결실을 맺은 순간이었다. 지난 2010년 20세이하 월드컵 우승을 이끌었던 멤버들이 주축이 된 황금세대는 어느덧 대표팀 핵심 선수들로 합류하면서 윤덕여호의 월드컵 16강 진출을 견인했다.

이제 한 세대를 넘기고 다음 4년 뒤 월드컵에서는 새로운 세대들로 한국 여자축구는 도전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제 2의 지소연, 제 2의 박은선을 발굴하고 키워 또 다른 월드컵을 준비해야 하는데 지금부터 새싹이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를 위해 또한 시스템이 필요한 것이다.

아마추어와 현재 한국 여자축구의 가장 큰 근원이 되는 WK리그의 저변이 커져야 선수자원도 늘어날 수 있다. 이는 결국 좋은 선수를 발견할 수 있는 가능성을 더욱 늘릴 수 있는 계기가 되면 치열한 경쟁구도도 만들어져 전체적인 축구 수준의 향상도 기대해 볼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이미연 감독은 "저변이 확대되어야 선수구성이 많아지고 인재를 많이 육성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강조하면서 "적은 인원에서 많은 인재를 육성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많은 인원에서 많은 인재를 육설할 수 있는 것도 중요하다. 시장이 넓으면 더 좋은 인프라가 구축되고 좋은 인재가 나올 수 있는 환경 자체가 높아질 수 있다. 지금 여자축구 인구가 적은 가운데서도 지소연, 박은선, 조소현 등이 나온다는 것은 또한 시장이 커지면 앞으로 더 많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해준다"고 설명했다.



일본과 중국의 힘 역시 시스템과 투자

캐나다월드컵에서 선전하고 있는 아시아 여자축구의 힘 역시 무시할 수 없다. 일본은 지난 대회에 이어 디펜딩챔피언으로 다시 한번 우승에 도전하고 있고 구관이 명관이라고 했듯이 중국 역시 8강에 합류하면서 아직 녹슬지 않은 저력을 과시했다.

같은 아시아권 팀들이지만 한국과는 다른 색깔을 내는 것이 이들의 특징이다. 유럽 및 아메리카의 강호들을 상대로도 대등한 경기력을 보여 눈길을 끈다. 아시아인으로서 불리할 수 밖에 없는 체격조건과 피지컬 능력을 기술 등으로 뛰어넘는 일본 여자축구의 활약상은 우리 대표팀에게도 좋은 본보기가 된다.

이들이 매 대회마다 좋은 성적을 남기는 힘도 역시 시스템이다. 일본은 여자축구대표팀에도 짧은 패스를 바탕으로 점유율을 높여가는 스타일을 잘 주입시켰고 중국은 국가적으로 2020프로젝트라는 계획하에 최근 하향세를 겪고 있는 북한 여자축구에 대한 집중적인 지원과 투자로 예전의 명성을 되찾고자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좋은 환경과 시스템이 뒷받침됐기에 이번 캐나다 대회에서도 순항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미연 감독은 "일본과 같은 경우에는 시스템적으로 내부적으로 잘 되어 있고 중국은 잠시 침체된 상황에서 2020프로젝트로 다시 정상에 올라서기 위해 투자를 하고 있다"면서 "한국 여자축구도 마찬가지로 이번을 계기로 2019년이라든지 그 이후에라도 프로젝트를 세워서 시스템을 구축하고 투자를 한다는 등 노력을 한다면 정상에 올라갈 수 있은 시기가 빨라지지 않을까 한다"고 전했다.

김형민 기자 khm193@xportsnews.com

[사진=지소연, 일본 여자축구 ⓒ 대한축구협회 제공, AFPBBNews=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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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월드컵 결산①] 여자축구도 A매치와 챔스가 필요하다

김형민 기자 sports@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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