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5-17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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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한 제자 향한 신치용의 내리사랑

기사입력 2015.03.19 03:08 / 기사수정 2015.03.19 03:12

김승현 기자


[엑스포츠뉴스=김승현 기자] 도전자 입장으로 존경하고 우러러보던 스승의 곁에 섰다. 삼성화재 신치용(60) 감독은 어느새 대항마가 된 제자의 성장이 흐뭇하기만 하다. 

5개월 대장정의 정규리그를 끝낸 NH농협 2014-15 V리그가 오는 21일 플레이오프(3전 2승제)에 돌입한다. 역전 우승을 도모하고자 하는 2위 OK저축은행과 3위 한국전력의 박 터지는 승부가 펼쳐질 전망이다.

두 팀의 수장은 신치용 감독과 오랜 사제의 연을 맺고 있다. 김세진 OK저축은행 감독은 프로 데뷔 후 삼성화재에서만 뛰었고, 대표팀에서도 신치용 감독과 함께했다. 신영철 감독도 한국전력 시절 선수로, 삼성화재 때 코치로 가르침을 받았다. 

긴 세월 함께 했기 때문에, 무엇보다 기본기를 중시하는 지도 철학이 비슷하다. 명장의 영향을 받은 김세진 감독과 신영철 감독은 빠르게 팀을 탈바꿈했고, 지난 시즌 하위권에 있던 팀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끌었다.

18일 V리그 포스트시즌 미디어데이에는 봄 배구행 티켓을 따낸 세 감독이 동석했다. 은근한 신경전이 펼쳐진 여자부와 달리, 남자부는 훈훈한 분위기를 풍기며 진행됐다. 존경심 표출과 칭찬이 오가며 승부사들의 냉정함은 눈 녹듯이 사라졌다.

제자들이 먼저 나섰다. 김세진 감독은 "배구 인생에서 존경하는 스승이다"고 했고, 신영철 감독은 "사석에서 '선생님'이라 부른다"며 깍듯이 모신다고 말했다.

'배구의 신'이라 불리는 신치용 감독은 삼성화재를 대표하는 얼굴이다. 그의 세심한 손길이 들어간 삼성화재는 지난 2005년 V리그의 출범 이후 7번째 정규리그 우승을 거뒀고, 8년 연속 챔피언을 목전에 두고 있다. 자타공인 최강자의 위용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신치용 감독의 지도력은 말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탁월하다. 신영철 감독은 "김세진 감독이 코치를 거치지 않고 감독으로 성공한 것을 보면, 신치용 감독님 밑에서 제대로 배운 것을 느낀다"면서 우회적으로 신치용 감독의 리더십에 엄지 손가락을 들었다.

미소를 짓던 신치용 감독이 내리사랑으로 응답했다. 포스트시즌 미디어데이는 익숙한 연례행사가 된 신치용 감독은 다소 낯선 인물들이 옆자리를 차지하자 "멤버가 바뀌었다"고 웃어 보였다. 신기함과 칭찬이 골고루 섞인 한 마디였다. 

엄격한 잣대가 작용하는 사제지간이지만, 신치용 감독은 자신이 키운 자식을 보듯 푸근하고 동등하게 두 감독을 바라봤다. 선호하는 챔피언결정전 파트너를 언급하지 않는 배려심을 보이며 "김세진 감독은 카리스마로 젊은 선수들을 이끌었고, 신영철 감독은 배구 지식이 해박하다"며 OK저축은행과 한국전력이 자기만의 색채로 호성적을 거뒀다고 진단했다.

애정은 더욱 짙게 묻어났다. 신치용 감독은 오랜 인연을 맺은 두 감독에게 "오늘이 있기까지 함께 삼성화재를 만들어 항상 고맙게 생각한다"면서 "다른 감독에겐 미안하지만, 이왕이면 나와 오랜 시간 함께한 사람에게 지고 싶다. 그래서 챔피언결정전을 마음 편하게 임할 수 있고, 지더라도 웃으면서 물러날 수 있을 듯하다"고 남다른 기분을 전했다. 

하지만 최후의 1인은 가려야 하는 법이다. 마지막 생존을 두고 친분은 잠시 접어야 한다. 신치용 감독은 "올해까지만 삼성화재에 양보했으면 좋겠다"고 유쾌하게 말하며 승부사 기질을 보였다. '신치용과 제자들'이 그려낼 포스트시즌 이야깃거리는 더욱 풍성해지고 있다. 
 
김승현 기자 drogba@xportsnews.com     

[사진= 신치용 감독 ⓒ 엑스포츠뉴스 권태완 기자]

김승현 기자 drogba@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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