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5-17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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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서 황혼까지' 서건창이 하루를 보내는 법

기사입력 2015.02.02 07:19 / 기사수정 2015.02.02 07:19

나유리 기자



[엑스포츠뉴스=서프라이즈(애리조나), 나유리 기자] "이게 정말 기사가 될까요? 재미 없을 것 같은데…." 캠프에서 하루를 어떻게 보내는지 밀착 취재 하고 싶다고 요청했더니 서건창(26,넥센)은 걱정을 먼저 했다. 정석에서 특별히 벗어나지 않는 서건창의 하루. 하지만 분명 가까이서 지켜보는 재미가 있는 선수였다.



스프링캠프에서 서건창의 하루는 아침 일찍부터 시작된다. 오전 6시 30분~6시 50분 사이 기상하면 채비를 마치고 야구장으로 향한다. 넥센 선수단이 사용하는 숙소에서 텍사스 레인저스 연습구장까지는 걸어서 10분 가까이 소요된다. 30살 이상의 선수들은 숙소에서 야구장을 오갈 때 자전거를 이용하지만 아직 27살인 서건창은 "해당 사항이 없다"며 웃는다.

오전 7시~7시 20분 사이 야구장에 도착한 서건창은 옷을 갈아입고 곧바로 웨이트 트레이닝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곳에는 이미 강정호, 박병호, 문우람, 이성열 등 팀 동료들이 새벽 운동을 시작했다. 서건창도 가장 먼저 체중을 잰 후 가벼운 러닝머신 달리기로 몸을 풀었다. 

웨이트는 매일 한시간 가량 소요되며 서건창은 주로 상체 단련 위주의 운동을 한다. 등 근육 강화 운동, 팔 근육 운동, 덤벨 컬을 이용한 중심 강화 훈련 등으로 땀을 흘렸다.



오전 8시 35분. 웨이트가 끝났다. 다시 옷을 갈아입은 서건창은 웨이트장 옆에 있는 클럽하우스 식당에서 아침 식사를 먹는다. "특별히 가리는 것도 없고 음식은 골고루 잘먹는다"는 서건창은 물에 탄 프로틴을 함께 곁들여 마셨다. 

그러고보니 이번 캠프에서 서건창은 가장 눈에 띄게 몸이 커진 선수였다. 지난 시즌과 비교했을 때도 한 눈에 알 수 있을만큼 상,하체 고루 탄탄해졌다. 정확히 체중이 얼마나, 그 중에서도 근육량이 얼마나 증가했냐고 물으니 "비밀"이란다. "아직은 만들어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정확한 수치는 알려주지 않을 것"이라며 단호하게 답했다.



아침 식사를 마친 서건창은 다시 유니폼으로 환복한 후 야구장으로 향했다. 넥센 선수단은 오전 9시를 전후로 그라운드에 모인다. 서건창 역시 간단한 전체 미팅과 야수 미팅을 마친 후 스트레칭으로 본격적인 하루를 시작했다. 

서건창의 '캐치볼 짝꿍'은 강정호다. 하지만 이제 곧 파트너를 바꿔야 한다.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는 강정호가 현재는 넥센 선수단과 함께 훈련을 하고 있지만 조만간 피츠버그로 떠나기 때문이다. 강정호는 서건창의 전 룸메이트이기도 했다. '키스톤 콤비'로서의 우정도 각별했다. 서건창은 "부럽기도 하고 형을 보면서 나도 꼭 꿈을 키우며 열심히 하겠다. 형은 충분히 잘할거라고 믿는다"며 응원 메시지를 남겼다. 



번트 쉬프트와 2,3루 견제유도 홈스틸, 기본 내야 수비 연습 그리고 배팅 훈련까지 모두 마치자 어느덧 오전이 훌쩍 지나갔다. 배팅 훈련을 하면서도 서건창은 심재학 타격코치와 꾸준히 의견을 주고 받았다. 일단 지난해 201개의 시즌 안타를 때려내며 최고의 한 해를 보낸만큼 타격폼이나 스윙에 변화는 없다. 그러나 좋은 감각을 기복 없이 유지하기 위해 서건창이 선택한 최고의 방법은 "슬럼프가 왔을 때 코칭스태프, 선배들의 조언을 귀 기울여 듣는 것"이다. 

오전 훈련으로 정식적인 팀 훈련은 모두 끝났지만 이날 서건창은 베이스 러닝 '엑스트라 조'에 포함돼 있었다. 다시 클럽하우스에서 점심을 먹고 팀 동료들과 수다를 떨며 짧은 휴식을 취한 후 옷을 갈아입고 그라운드로 향했다. 이 훈련은 정식 팀 스케줄이 아닌만큼 오전 훈련때 입었던 유니폼보다 더 편안한 복장이었다.



선배 유재신 그리고 최만호 작전·주루 코치와 함께 도루 스타트 연습을 마친 서건창은 훈련 도중 찍은 영상을 곧바로 확인했다. 세사람은 머리를 맞대고 한참 동안 영상을 느리게 혹은 빠르게 돌려보며 심도 깊은 연구를 했다. 유재신은 "항상 건창이와 베이스 러닝 연습을 했으면 좋겠다. 나랑 또 같이 하자"며 파트너에 대한 높은 만족도를 드러냈다. 서건창도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드디어 찾아온 짧은 휴식 시간. 엑스트라 훈련을 마치고 나니 어느덧 3시를 훌쩍 넘겼다. 저녁밥을 먹는 오후 6시까지 사이 시간은 숙소로 돌아가 쉴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다.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숙소에서 달콤한 휴식을 마친 서건창은 해가 뉘엿뉘엿 질 무렵 야간 훈련을 위해 다시 야구장을 찾았다. 약 1시간 가까이 진행되는 넥센의 야간 훈련에서 서건창은 실내 배팅장 안에서 타격 훈련에 매진했다.

하루 일과를 마친 서건창에서 보통 훈련할때 어떤 생각을 하느냐고 물으니 "잡생각을 하지 말자는 생각을 한다. 생각을 안하려는 생각을 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4년전 신고선수 신분으로 스프링캠프에 참가했던 서건창은 이제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명한 야구선수 중 한명으로 성장했다. 그래도 "초심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야구만 열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하는 마음가짐은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다"며 해맑게 웃는다.



이제 나름대로의 노하우와 경험도 쌓은 서건창은 휴일도 허투루 보내지 않는다. 정말 말그대로 푹 쉰다. 쇼핑이나 외출보다는 체력 충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있다.

오후 8시. 새벽에서 황혼까지 정신 없이 달린 서건창의 하루가 끝이 났다. 편한 복장과 가벼운 발걸음으로 숙소로 향한 서건창은 또다른 하루를 맞이하기 위해 잠자리에 들었다.

나유리 기자 NYR@xportsnews.com

[사진 = ⓒ 넥센 히어로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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