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5-07 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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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운의 프로존] 아름다운 축구, 비로소 벵거 손안에

기사입력 2013.10.02 15:44 / 기사수정 2013.10.02 18:28

조용운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용운 기자] 8년 넘게 용을 그리는 화백이 있다. 실제 동물의 장점만 취해 만들어낸 가상의 동물을 본 사람도, 잘 아는 이도 없는데 화백은 몇 년의 세월을 붙잡고 있다.

화백은 아르센 벵거(아스날) 감독이고 용은 그가 그토록 바라는 아름다운 축구다. 아름다운 축구, 용 만큼이나 사실상 실체가 없다. 축구는 치고 달리는 단순한 스포츠가 아니다. 쉴 새 없이 움직이고 변화하는 그 틀을 재빨리 이해하고 파고들어야 하는 스포츠다. 그렇기에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플레이를 두고 어떤 것이 정답이며 또 다른 것이 아름답다고 정의할 수 없다.

그럼에도 벵거 감독은 아름다운 축구라는 명제를 따르는 지도자다. "나의 꿈은 우승이 아니다. 그라운드에서 아름다운 축구가 5분 만이라도 그려지길 바란다"는 유명한 말은 벵거 감독의 철학을 잘 대변하는 문구다. 간결하면서도 공격적인 패스와 움직임 이를 바탕으로 한 볼의 점유는 벵거 감독이 과거부터 지금까지 신봉하고 다가가려는 축구다.

비록 지난 8년간 벵거 감독을 고뇌케 하면서도 열매와 평가를 주지 않은 축구이기도 하다. 8년 넘게 이어진 무관은 팬과 언론을 지치게 했고 선수들까지 등을 돌리는 이유가 됐다. 우승이 고픈 선수들을 회유하기에 적은 투자로 발휘되길 바라는 벵거 감독의 이상은 너무 초라했다. 티에리 앙리, 알렉산드르 흘렙, 세스크 파브레가스, 사미르 나스리, 로빈 반 페르시 등 매년 여름 핵심 선수들이 팀을 떠났고 아름다운 축구의 타이틀은 타 클럽의 몫이었다. 그저 아스날은 '아름다울 수 있을 것'이라는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평가만 줄을 이었다. 

8년 넘게 용을 그리면서도 마지막 눈을 그려넣지 못하던 벵거 감독이 2013년 끝손질을 할 기회를 잡았다. 오랜만에 여름에 선수를 잃지 않은 아스날의 올 시즌 초반 행보가 무섭다. 국내외 언론을 통해 벌써 우승에 대한 말이 나오고 벵거 감독도 조심스럽지만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무관의 시간 그토록 찾지 못하던 용의 눈은 대체로 메수트 외질을 가리킨다. 벵거 감독이 말한 '미친' 이적시장에서 모처럼 미친 행동을 한 외질 영입의 효과가 아스날의 눈을 뜨게 만들었다. 챔피언스리그 나폴리전에서 그는 전반 아스날의 2골을 홀로 책임지며 승리를 선물했고 중원에서 그토록 벵거 감독이 원하던 아름다운 축구 선봉을 섰다.

아스날은 전반에만 378개의 패스를 했고 90%의 성공률을 기록했다. 점유율은 80% 가까이 가져가면서 말그대로 45분을 지배했다. 볼을 점유해 상대를 가두고 압도적인 패스를 바탕으로 골까지 만들어낸 아스날의 축구에 벵거 감독도 "전반은 정말 엄청났고 환상적이었다"면서 "외질은 꿈만 꾸던 플레이를 보여줬다"고 만족감을 내비쳤다.

하지만 외질의 등장은 용의 발톱이지 눈은 아니다. 진짜 눈은 8년 동안 얻고 잃음을 반복하면서 구축한 지금의 중원에 있다. 현재 아스날 중원은 벵거 감독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패스앤무브에 최적화된 선수들로 채워졌다. 외질과 아론 램지, 미켈 아르테타, 토마시 로시츠키, 마티유 플라미니, 잭 윌셔, 산티 카솔라 등 창의적인 선수들의 집합소가 됐다.

그동안 부상과 회복을 번갈아 겪으면서 함께 뛰지 못하던 이들은 나폴리전을 통해 모조리 투입됐다. 그 효과는 승리와 함께 아름다운 축구의 실현으로 이어졌다. 다른 짝과 함께 하던 아름다운 축구가 2013년 제자리, 벵거 감독의 옆으로 오는 것이 시간문제인 이유다.

조용운 기자 puyol@xportsnews.com

[사진=벵거 ⓒ 아스날 홈페이지 캡쳐]



조용운 기자 puyol@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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