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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상열의 인사이드MLB] 조범현 감독은 어떤 스타일?

기사입력 2013.08.09 14:22

김덕중 기자


[엑스포츠뉴스=문상열 칼럼니스트  ]최근 국내에서 있었던 인사를 보고 있노라면 참신함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느꼈다. 대통령 비서실장과 프로야구 제10구단 KT 감독의 선임이 그렇다. 그래서 그 나물에 그 밥이고, 회전문 인사라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지난해 메이저리그에서 발탁된 2명의 감독은 코치 경력조차 없었다. 시카고 화이트삭스 로빈 벤추라,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마이크 매티니 감독이 주인공이다. 올해는 콜로라도 로키스가 고등학교 감독을 하고 있는 월트 와이스를 새 사령탑으로 임명했다. 신선했다.

프로 구단은 시즌이 끝나면 감독 물갈이가 자연스럽다.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는 팀이 있으면 떨어지는 팀이 있게 마련이다. 성적이 부진하면 시즌 도중에 감독을 해고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시즌 도중 해고는 농구가 가장 많다. 경기가 5명으로 벌어지고 감독의 전술전략이 승패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두번째로 시즌 도중에 해고하는 게 야구와 이이스하키다. 국내 프로야구에서는 올스타게임을 기점으로 감독 해고가 자주 벌어진다. 풋볼은 성적이 부진해도 절대로 시즌 도중에 해고하지 않는다. 전술 전략이 담겨있는 플레이북을 완전히 바꿔야 하기 때문이다. 선수들이 플레이북을 모두 숙지해야한다.

최근 욱일승천의 기세로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선두를 지키고 있는 LA 다저스 돈 매팅리 감독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전에서 기자들에게 스탠 캐스텐 사장이 시즌 초반 부진했을 때 변화를 주지 않으면 사령탑이 바뀔 수 있다는 경고를 했다고 털어 놓았다. 실제 폭스스포츠의 야구전문기자 켄 로젠탈은 6월에 “매팅리는 해고돼야 한다”는 기사를 써 그를 궁지에 몰기도 했다. 후반기를 시작하면서 로젠탈 기자는 자신의 판단이 잘못됐다며 사과했다. 기사가 보도됐을 때 캐스텐 사장은 매팅리를 옹호하고 이 체제로 간다고 힘을 실어 준 주인공이다.

이번에 신생팀 KT 스포츠단의 권사일 사장은 조범현 감독을 임명하면서 “프로야구의 제갈량같은 감독이다”며 극찬을 했다. 사실 국내 야구단 사장들은 감독을 절대적인 존재 쯤으로 파악하고 있다. 야구 역사가 짧은 탓이다. 미국 스포츠에서 가장 많은 명언을 남긴 괴짜 요기 베라는 뉴욕 메츠 감독 시절(1972년-1975년) 한 기자가 “무엇이 좋은 감독을 만드냐(What makes a good manager?)”고 물었다. 베라는 주저없이 “좋은 선수(Good players!)”라고 답했다. 요즘 한화 이글스 김응룡 감독 보면 베라는 일찍부터 정답을 알고 있었다. 3년 전 LA 에인절스 마이크 소시아 감독을 취재하면서 “당신이 현역 최고의 감독으로 평가받는데 비결이 무엇이냐”고 하자 “좋은 선수들이 있어서 그런 평가를 받는다”며 겸손해 했다. 소시아는 최근 성적부진으로 최고의 감독이라는 평가가 무색해지고 있다. 비싼 돈 들여서 영입한 앨버트 푸홀스(부상중), 조시 해밀턴이 부진하면서 평가도 달라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감독을 지장, 용장, 덕장 등으로 구분한다. 이는 언론이 긍정적으로 보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이를 거꾸로 해석하면 지장은 잔머리만 굴리는 감독이 될 수 있다. 용장이나 맹장은 스파르타식의 무식한 지도자들이다. 덕장은 사람만 좋다. 요즘은 감독을 오래하고 두세번 기회를 잡는 지도자들에게 복에 겹다는 의미의 복장도 붙여주고 있다. 감독들이 가장 원하는 바다.

조범현 감독은 SK 감독을 거쳐 기아에 이어 KT 사령탑을 맡았다. 감독의 기회를 한 번도 잡기 어려운 판에 세컨드, 써드 찬스를 잡은 복많은 감독이다. 한국시리즈 우승이라는 훈장 때문일 것이다. 플레이오프에도 진출하지 못하면서 두번, 세번의 기회를 잡은 김시진 롯데 감독은 매우 이례적인 케이스에 속한다. 무너지는 현대 감독에 부임했다가 넥센을 거쳐 롯데 감독까지 맡았다. 프로야구사에 플레이오프에도 진출하지 못한 성적으로 3번의 감독 기회를 잡은 것은 김시진 감독이 유일하고 앞으로도 이런 상황은 절대 벌어지지 않는다. 인간성도 지도자 선택에 매우 중요한 요소임을 김시진 감독이 알려주고 있는 셈이다.

미국 프로 스포츠에서는 보통 감독을 ‘마이크로 매니저’ ‘매크로 매니저’로 구분한다. 좁쌀스타일과 거시적으로 선수단을 운영하는 스타일이다. 예전 최희섭이 LA 다저스에 있을 때 감독이 짐 트레이시였다. LA 타임스 칼럼니스트는 항상 마이크로 매니저라고 비아냥거렸다. 현미경처럼 살피고 선수들에게 일일이 간섭하는 스타일로 보면 된다. 트레이시 감독은 인간적으로 매우 훌륭한 사람이다. 자신을 낮췄다.

2012-2013시즌 단 5경기 만에 해고된 마이크 브라운 감독(현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도 전형적인 마이크로 코치에 속했다. 미국에서는 야구는 매니저라고 부르고 다른 종목은 감독을 모두 코치라고 한다. 야구는 관리적인 측면이 중요하다. 브라운 감독은 지난 시즌 ‘프린스턴 오펜스’를 들고 나와 언론으로부터 호된 질타를 받았다.

‘프린스턴 오펜스’는 프린스턴 대학의 감독을 지낸 피트 캐릴이 창안해낸 것으로 선수들이 계속해서 움직이고, 패스하고 백도어 컷을 하면서 득점을 올리는 오펜스 전술이다. 프린스턴 대학에는 뛰어난 자질을 갖춘 선수가 없기 때문에 이 전술이 통했다. 아이비리그 프린스턴 대학은 농구장학금이 없다. 그러나 레이커스는 코비 브라이언트, 드와이트 하워드, 스티브 내쉬, 파우 가솔등 올스타멤버들로 구성된 팀이었다. 브라운 감독은 명문 레이커스에서 꽃도 피우지 못하고 해고의 쓴 맛을 본 것이다.

미국 스포츠에서 꼽는 위대한 지도자들은 대부분 매크로 감독 형이다. 뉴욕 양키스, LA 다저스 감독을 지낸 조 토리, 시카고 불스, LA 레이커스를 11차례나 우승시킨 필 잭슨, ‘더 코치’로 불리우는 미국 스포츠 최고 지도자 빈스 롬바르디 등이 대표적이다.

국내 프로야구 감독들은 대부분 마이크로 스타일이다. 특히 김성근 전 SK 감독, 이번에 KT에 임명된 조범현 감독이 두드러진다. 야구를 선수들에게 맡기는 게 아니고 주물럭거린다. 그러다보니까 승리는 선수의 몫이 아니고 항상 감독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쏠린다. 1982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를 월드시리즈 정상에 올려 놓은 화이트 허조그 감독은 “감독의 할 일은 간단하다. 가능한 자주 포지션에 최고의 선수를 뽑아 출장시키면 된다”고 했다. 게임은 선수가 하는 것이다.

감독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은 리더십, 동기부여, 정확한 선수 파악 및 장악력 등이다. 그리고 사심이 끼여 들면 안된다. 프로 초창기에는 리더십없는 감독들도 꽤 있었다. 국내 프로야구도 30년이 됐다. 'Good Manager'는 있어도 'Great Manager'는 아직 눈에 띄지 않는다. 



문상열 스포츠 칼럼니스트 sports@xportsnews.com

[사진=조범현 ⓒ KT 위즈 제공]


김덕중 기자 djkim@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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