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5-29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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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칼럼] 상처뿐인 영광, 배리 본즈.

기사입력 2007.12.22 01:53 / 기사수정 2007.12.22 01:53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지금 미국 스포츠 계는 ‘미첼 보고서’로 시끄럽습니다. 아니 그보단 충격적이란 표현이 더 적합할 것 같습니다. 그동안 은연중에 들렸던 일들이 마침내 구체적인 보고서로 나왔기 때문입니다.

이 보고서에 대해 제각기 다르게 반응하는 선수들의 모습은 천태만상입니다. 앤디 페티트처럼 떳떳하지 못했음을 반성하고 인정하는 선수들이 있는 반면에, ‘로켓맨’ 로저 클레멘스는 변호사를 고용하고 자신이 약물을 안했다고 성명서를 발표하는 것처럼 끝까지 인정하지 않으려는 자세를 고수하고 있습니다.

메이저리그 역사에 뜻 깊은 기록이 많이 세워졌던 2007년에 터진 사건이라서 더욱 아쉽기만 합니다. 야구팬들을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그 찬란한 순간들은 한순간에 실망감으로 점칠 되어 다가왔습니다.

스테로이드 복용을 했다는 선수들의 명단엔 사이영 최다 수상자인 로저 클레멘스를 비롯해 뉴욕 양키스와 휴스턴 애스트로스에서 한솥밥을 먹은 단짝 친구인 앤디 페티트의 이름도 들어가 있습니다. 또한 양키스의 제이슨 지암비와 볼티모어의 미겔 테하다, 그리고 은퇴한 홈런왕인 마크 멕과이어를 비롯한 전, 현직의 수많은 슈퍼스타들이 대거 포진돼 있어 충격의 여파는 상당히 크게 작용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가장 논란이 많았던 선수 역시 빠지지 않고 미첼 보고서 명단에 들어가 있습니다. 바로 메이저리그 역사에서 가장 많은 MVP 수상과 역대 최다 홈런 신기록을 가지고 있는 배리 본즈입니다.

  본즈의 약물 사건은 이미 오래전부터 들끓어 오른 뜨거운 감자였습니다. 본격적으로 그의 약물 사건이 고개를 들기 시작한 무렵은 2000년부터였습니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새로운 구장인 AT&T 파크(당시 퍼시픽벨 파크)가 문을 연 첫해이기도 한 2000년에 30대 후반으로 접어들던 본즈는 자신의 한 시즌 홈런 최고기록인 49개를 AT&T 파크 담장 뒤편으로 넘겼습니다.

  그런데 나이에 비해 갑자기 늘어난 홈런 수도 문제였지만 가장 논란이 됐던 것은 호타준족으로 적당한 체구를 지닌 그의 몸이 지나치게 불어있다는 점이었습니다. 본즈 자신은 꾸준한 웨이트트레이닝으로 몸을 다져왔다고 밝혔지만 갑자기 불어난 몸에 세월을 거스르는 파워는 약물복용이 아니냐는 의심을 자아내게 했습니다.

  그러한 의심은 다음해인 2001년에 더욱 커집니다. 2001년의 본즈를 기억하는 팬들이라면 인간의 한계를 넘어선 그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98년 새미 소사와 홈런레이스를 펼치며 70개의 한 시즌 최다 홈런 기록을 세운 마크 멕과이어의 기록은 불과 3년을 넘기지 못하고 본즈에 의해 깨지고 맙니다.

  당시 AT&T 파크에서 벌어진 LA 다저스와의 경기에서 박찬호를 상대로 71호와 72호를 쏘아올린 본즈의 위풍당당한 모습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됩니다. 시즌 최종 73개의 홈런에 0.328리의 타율, 그리고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장타율인 0.863을 기록합니다. 그의 이러한 기록은 2004년까지 꾸준하게 이어집니다. 2002년엔 46개의 홈런에 0.370의 타율을 기록하고 2003년 45개의 홈런에 0.341, 2004년은 역시 45개의 홈런에 0.362, 장타율 0.812, 그리고 볼넷은 무려 232개나 얻어냈습니다.

  2000년부터 2004년까지 본즈가 이룩해낸 스코어는 메이저리그 역사에 그 이전에도 그리고 본즈 이후에도 도저히 현실로 쌓을 수 없는 초인적인 기록이었습니다. 이러한 말로 표현될 수 없는 본즈의 기량에 어떤 평론가들은 ‘인간이 아니다.’라며 찬사를 보낸 이도 있었지만 대다수의 많은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의심스런 눈길을 보이며 그의 기록을 인정하려 들지 않았습니다.

  그가 약물을 했건 안했건 간에 이런 기록을 낸 것이 대단하단 의견도 나오고 있지만 분명히 스테로이드 복용은 다른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야구선수에게 불명예적인 행위이고 그것을 거짓발언으로 무마하려 했다면 범죄행위로 치부되기 쉽습니다.

  이번 시즌이 끝나고 나서 현재 본즈는 자신의 야구인생은 물론 전체적인 인생사에 있어서 최악의 위기에 몰려있습니다. 연방정부로부터 약물복용에 대한 위증 혐의로 기소된 데다가 탈세혐의까지 조사받고 있습니다. 자신은 변호사를 고용하며 끝까지 자신이 무고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재판의 흐름이 어떻게 흐를지는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또한 내년 시즌에서도 뛰기를 바라는 본즈지만 자신을 불러주는 팀은 보이지 않습니다. 선수의 기량만 놓고 볼 때, 본즈는 분명히 위대한 선수지만 현재 법정에 서 있는 그를 쉽게 반겨줄 팀은 쉽게 다가서고 있지 않습니다.

  본즈는 지금 다가온 역경을 이기고 내년시즌에도 참가해 통산 최다안타 기록까지 깰 의지를 드러낸바 있습니다. 만약 그의 이러한 도전이 약물 스캔들과 별개로 나타났다면 평소 오만했던 그의 성격과 언론에 대한 태도는 그의 위대한 업적에 가려질 공산이 컸을 것입니다.

  그가 위대한 기록을 세운 선수지만 흑인이었다는 점과 평소 좋지 않은 성격도 문제가 됐지만 의도가 어떻든 간에 약물 스캔들은 너무 커져버렸고 만약 재판이 그의 의도대로 풀리지 않는다면 그가 세운 위대한 기록들이 어떻게 처리 될지도 논란이 따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물론 본즈의 의견대로 자신이 흑인이고 다른 선수들에 비해 너무 가혹한 평가를 받았다는 의견도 전혀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수년간 그의 발목을 잡았던 약물의 논란들이 서서히 종착역을 향해 다가서고 있다는 것이며 야구팬들이라면 결코 확인하고 싶지 않은 진실의 여부가 베일을 벗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 문제는 비단 본즈의 문제에만 국한된 것은 절대로 아닙니다. 만약 다른 선수들도 약물을 했고 클레멘스같은 선수가 위증혐의로 판명이 된다면, 어느 선수들과 차별 없는 판결이 이루어져야 됩니다. 그러나 이러한 판결이 뒤따른다고 해서 미첼 보고서와 같은 약물 스캔들이 가져다 준 상처는 메이저리그 역사에서 남긴 큰 상처를 지우지는 못합니다.

  또한, 앞으로 야구란 경기에 있어서 적합 한가 그렇지 않으냐의 논란을 떠나 모든 약물의 문제는 체계적인 규정 속에서 철저히 규제되어야 할 것입니다.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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