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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준의 피겨 인사이드] '지옥에서 천국으로' 김연아, 무엇이 문제였나

기사입력 2013.01.06 02:09 / 기사수정 2013.01.06 10:34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아찔한 상황이 눈앞에서 펼쳐졌다. 그러나 '피겨 여왕'의 노련함은 살아있었다. 위기 상황에서도 트리플 플립 단독 점프를 순식간에 트리플 플립+트리플 토루프로 격상시킨 김연아(23, 고려대)의 집중력은 대단했다.

지난 4일부터 6일까지 서울 목동아이스링크에서 열리는 'KB금융그룹 코리아 피겨스케이팅 챔피언십 2013(제67회 전국남녀종합피겨스케이팅선수권대회)'은 김연아가 7년 만에 출전한 국내 대회다.

김연아의 쇼트프로그램이 열렸던 5일. 4천여 명의 관중들은 목동아이스링크를 가득 채웠다. 김연아가 속한 여자 싱글 시니어부 마지막 조가 나타나자 함성 소리가 들렸다. '피겨 여제'를 직접 보는 즐거움에 관중들은 들 떠 있었다.

시니어 여자 싱글 출전 선수 18명 중 김연아는 가장 마지막으로 링크에 등장했다. 그리고 순식간에 2분40초의 시간이 지나갔다. 3분이 안 되는 짧은 시간동안 지옥과 천국이 동시에 스쳐지나갔다.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렸지만 가슴을 철렁거리게 만드는 장면이 이어졌다. 도대체 이 짧은 시간동안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김연아가 빙판에 넘어졌던 원인

마지막 그룹의 웜업 시간. 김연아는 다섯 명의 후배들과 함께 최종 몸 풀기에 들어갔다. 사실 김연아는 최종 연습 때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를 깨끗하게 성공시켰다.

김연아는 웜업 시간 때 더블 악셀을 처음 구사했다. 가장 편한 점프로 실전을 대비한 그는 트리플 플립과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를 차례로 연습했다. 하지만 3+3 콤비네이션 점프를 구사할 때 김연아는 조심스러웠다. 트리플 러츠는 앞을 보지 않고 뒤쪽으로 길게 활주한 뒤 도약하는 특징이 있다. 홀로 링크에 있는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에 자신의 등 뒤를 살피며 후배들이 있는지 없는 지를 확인했다.

고개를 돌려 뒤를 몇 번 돌아볼 때 활주 거리도 늘어났다. 김연아의 스승인 신혜숙 코치는 "최종 연습을 할 때 (김)연아는 이 점프를 성공시켰다. 하지만 웜업 시간 때는 다른 선수들이 있다 보니 뒤를 살피게 됐다. 고개를 뒤로 몇 번 돌릴 때 세 걸음은 다섯 걸음 정도로 늘어난다. 이러다보니 트리플 러츠에 이은 트리플 토룹을 구사할 때는 펜스 가까이에 근접한다"고 밝혔다.



김연아의 버기리가 높은 점프는 스피드와 긴 활주를 필요로 한다. 목동 아이스링크의 크기가 작다는 의문점도 나왔지만 아이스링크의 규격은 이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의 관계자는 "목동 아이스링크의 규격은 국제빙상경기연맹(ISU)이 요하는 크기와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신 코치 역시 "목동 아이스링크의 규격은 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함께 웜업을 하는 후배들을 살피기 위해 뒤를 돌아보는 사이 김연아의 세 걸음은 다섯 걸음 정도로 늘어나있었다. 결국 후속 점프를 구사하는 지점은 펜스와 가까워졌다.

김연아는 쇼트프로그램 시작과 동시에 활주에 들어갔다. 그러나 뜻하지 않게 링크에 넘어졌다. 신 코치는 "갑자기 넘어져서 깜짝 놀랐는데 이물질에 걸려 넘어진 것 같았다"고 전했다. 목동 아이스링크는 아이스하키가 주로 열리는 곳이다. 빙질이 딱딱하기 때문에 이번 대회를 앞두고 부드럽게 만들었다. 아이스하키와는 달리 피겨 스케이팅은 다양한 원과 곡선을 그리며 빙판을 활주하기 때문에 한결 부드러워야 한다.

하지만 이번 대회를 통해 빙질이 그리 좋지 않음이 드러났다. 또한 빙판 위로 선물을 던질 때 자잘한 파편이 생기면 경기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피겨 스케이팅은 평평한 지면이 아닌 액체를 얼려서 만든 빙판 위에서 펼쳐진다. 스케이트를 타고 다양한 곡선을 그리기 때문에 예기치 않는 상황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

최적의 빙질로 이루어진 전용 아이스링크가 다시 한번 아쉬운 상황이었다.



'난 괜찮아'라며 위기를 극복한 피겨 여제


프로그램 초반에 큰 실수를 범하면 매우 치명적이다. 비범한 선수와 평범한 선수의 차이는 위기 극복 능력에서 나타난다. 활주 도중 넘어지고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점프까지 구사하지 못한 김연아는 흔들리는 듯 보였다.

그러나 예전처럼 위기를 스스로 극복해내는 노련함은 여전했다. 김연아는 단독 트리플 플립을 구사한 뒤 더블 토룹을 뛰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한층 강하게 회전하기 시작했고 2회전이 아닌 3회전 토루프를 구사했다.

실로 오랜만에 보는 김연아의 트리플 플립+트리플 토루프였다. 최악의 상황에서 탈출한 그는 남은 과제도 무난하게 소화했다. 지옥에서 천국으로 비상한 김연아는 64.97점을 받으며 여자 싱글 시니어부 1위에 올랐다.

경기를 마친 김연아는 "연습할 때 콤비네이션 점프를 성공해도 편안한 느낌은 아니었다. 두 번째 점프를 시도할 때 트리플 플립에 또 연결 점프를 붙여야 하는 부담이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많은 분들이 오셨는데 실수도 하고 정신없이 경기를 마쳤다"고 말한 김연아는 "200점에 대한 욕심은 없다. 하던 대로 잘하는 것이 목표다"라고 덧붙었다.

김연아는 7일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 출전해 '레미제라블'을 연기한다. 김연아는 실수를 하고 난 뒤에는 이를 만회하기 위해 이를 악물며 집중력을 발휘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레미제라블의 연기가 더욱 기대된다.



[사진 = 김연아 (C) 엑스포츠뉴스 김성진 기자]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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