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5-16 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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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젤코 때문에 무너지지 않는 '최약체 KEPCO'

기사입력 2012.11.12 15:45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지난달 29일 열린 프로배구 남자부 미디어 데이에서 KEPCO는 최하위 후보로 지목됐다. 지난 시즌 KEPCO의 주전 선수 상당수는 승부조작 사건으로 코트를 떠났다. 창단 이후 처음으로 선두에 오르는 등 프로배구에 활기를 불어넣었던 KEPCO는 졸지에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버리고 말았다.

이러한 여파는 올 시즌까지 이어졌다. 신춘삼 KEPCO 감독은 선수를 찾기 위해 '전국 일주'를 감행했다. 자비를 털어 비치발리볼 대회와 전국 체전 등을 돌며 은퇴한 선수들을 찾아 나섰다.

가장 시급한 포지션은 세터였다. 당장 기용할 수 있는 자원은 조선대 출신의 김정석(23) 밖에 없었다. 신 감독은 프로 무대에서 은퇴를 선언한 이동엽(35)을 영입했다. 화성시청에서 뛰고 있던 이동엽은 신 감독의 부름을 받고 프로 무대에 복귀했다. 리베로 곽동혁(29)도 '외인 부대'인 KEPCO에 가세했다.

선수 기근에 시달리던 KEPCO는 신인 드래프트를 통해 안요한(22)과 양준식(21) 등을 영입했다. 신인 선수들을 영입했지만 곧바로 전력으로 투입할 기량은 갖추지 못했다. 임대 트레이드를 통해 대한항공으로부터 장광균(31)과 신경수(34)를 데리고 왔고 외국인 선수인 안젤코 추크(29, 크로아티아)와 재계약을 체결했다.

누가 봐도 6개 프로구단들 중 가장 떨어지는 전력이었다. 하지만 '잡초 정신'으로 뭉친 이들은 시즌 개막전부터 신선한 충격을 던졌다. '디펜딩 챔피언'인 삼성화재와 시즌 첫 경기를 치른 KEPCO는 1세트를 따내면서 분전했다. 그리고 대한항공과의 2차전에서는 0-3으로 무릎을 꿇었지만 러시앤캐시에 3-2로 승리하면서 시즌 첫 승을 신고했다.

신 감독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잡초정신'을 가지고 이번 시즌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선수 전원은 하고자하는 의지로 똘똘 뭉쳐있었으며 강팀을 만나고 대등한 경기력을 펼치는 끈끈함을 보여줬다.

지난 11일 열린 러시앤캐시와의 경기는 반드시 이겨야할 매치였다. KEPCO보다 한층 탄탄한 선수 구성을 자랑하는 러시앤캐시는 2,3세트를 따내며 세트스코어 2-1로 앞서나갔다. 이 상황에서 KEPCO 선수들은 볼을 살리기 위해 몸을 던졌고 걷어 올린 볼은 안젤코 쪽으로 날아갔다.

국내에서만 4시즌 째를 소화하고 있는 안젤코는 41득점에 50.72%의 공격성공률을 기록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여기에 18득점을 올린 김진만의 지원사격도 팀 승리의 촉매제가 됐다.



'한국형 외국인 선수'의 표본인 안젤코는 해결사는 물론 팀 리더 역할까지 수행하고 있다. 한국 문화에 완전히 녹아든 그는 자신의 플레이에만 집중하지 않는다. 격렬한 세리머니를 통해 동료들의 사기를 끌어올리고 나쁜 볼이 올라와도 연타로 처리하는 지능적인 플레이를 구사하고 있다.

러시앤캐시의 외국인 선수인 다미는 24득점에 24.11%의 좋은 기록을 남겼지만 결정적인 상황에서 단조로운 공격을 펼쳤다. KEPCO가 한두 점 싸움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원인은 안젤코의 분전이 컸다.

전성기 시절 안젤코는 뛰어난 수비수와 세터가 지원해주는 삼성화재에서 뛰었다. 두 시즌 연속 우승을 이끌었던 그는 일본 리그로 떠났지만 지는 시즌부터 하위팀인 KEPCO의 해결사로 나서고 있다.

안젤코는 '공격만 하는 외국인 선수'가 아닌 완전한 팀원으로 녹아들고 싶다고 밝혔다. 팀을 위해 희생정신을 앞세운 그의 플레이는 KEPCO의 선전으로 이어지고 있다.

[사진 = 안젤코 (C) 엑스포츠뉴스DB]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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