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윤준석 기자) '경기 해설을 하는 거야? 안세영 험담을 하는 거야?'
안세영이 3년 연속 덴마크 오픈 결승에 올라 대회 2연패까지 단 한 걸음만 남겨놓은 가운데 전 덴마크 대표팀 감독인 스틴 페데르센의 발언이 시선을 끈다.
안세영과 오쿠하라 노조미(일본)의 준결승을 해설하면서 안세영을 사실상 폄하하는 코멘트를 자주 내놨기 때문이다.
안세영이 오쿠하라를 35분 만에 2-0으로 이기고 결승행을 확정 지은 뒤 칭찬을 하긴 했지만 경기 중엔 "안세영이 무슨 동기부여를 갖겠는가", "여자단식 황금기 선수들의 경기력이 더 좋았다"는 등 안세영의 완벽한 경기력에 호응하지 않는 코멘트를 적지 않게 내놨다.
안세영은 17일(한국시간) 덴마크 오덴세에서 열린 2026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투어 덴마크 오픈 4강전에서 오쿠하라를 게임스코어 2-0(21-16 21-8)으로 제압하고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오쿠하라는 2016 리우 올림픽 이 종목 동메달리스트로, 한때 세계 1위에 올랐던 31살 베테랑이다.
지난해까지 부상에 시달렸다가 올해 반등세를 타며 세계랭킹이 10위 안팎까지 치솟았다. 키 158cm의 단신이다.
다만 안세영은 오쿠하라를 상대로 5전 전승을 기록 중이어서 이번 준결승에서도 낙승이 예상됐고, 실제로 어렵지 않게 이겼다.
안세영은 1게임 6-6에서 강력한 수비로 11-7까지 달아나며 점수 차를 벌린 뒤 추격을 허용하지 않고 게임을 따냈다.
2게임에선 초반부터 실력과 체력 등에서 격차가 뚜렷했다. 단식 세계 1~15위 선수들의 의무 참가 대회 준결승임에도 8점만 내주며 어렵지 않게 결승 티켓을 손에 쥐었다.
안세영은 이번 대회에서 단 한 게임도 내주지 않는 퍼펙트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안세영은 1회전(32강)과 2회전(16강)에서 폴리나 부로바(우크라이나·세계 41위), 리네 크리스토페르센(덴마크·세계 12위)을 연달아 2-0으로 완파했다. 8강에선 인도의 17세 유망주 탄비 샤르마(세계 24위)를 레슨하듯 손쉽게 2-0으로 물리쳤다.
오쿠하라와의 준결승에서도 2-0 승리를 챙겼다.
또한 이날 승리로 올해 60승 1패가 되면서 승률 98.36%를 찍었다. 자신이 지난해 세운 남녀를 통틀어 단식 최고 승률 94.81%를 스스로 넘을 태세다.
그런데 안세영의 압도적인 경기력에도 BWF 국제 신호 영어 중계에서 해설을 맡고 있는 페데르센은 안세영의 좋은 플레이가 나올 때마다 사실상 분위기를 가라앉히는 코멘트를 내놓은 것이다.
이날 안세영-오쿠하라 맞대결은 BWF에서 가장 유명한 해설자인 전 영국 국가대표 출신 질리언 클라크와 페데르센이 진행했다.
2019년 17세 안세영이 프랑스 오픈(슈퍼 750)에서 우승했을 당시 "별이 태어났다"며 세계 배드민턴을 뒤흔들 대형 스타의 출현을 알린 클라크는 이번 중계에서도 안세영을 칭찬하기 바빴다.
클라크는 경기 전 "안세영은 아직 24세에 불과한데 놀라운 선수다. 세계 1위인 그가 통산 166주째 세계 정상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며 "이번이 다섯 번째 덴마크 오픈 출전이다. 앞선 네 차례 출전 가운데 세 번이나 결승에 올랐다는 점도 대단하다"면서 칭찬을 한바탕 늘어놨다.
이어 경기가 시작된 뒤엔 "안세영이 저걸 어떻게 받아냈나? 믿을 수 없는 수비다(1게임 6-6)", "안세영이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2게임 3-0)", "오쿠하라는 점수를 따라잡기 위해 분투하고 있지만, 안세영의 수비를 뚫기가 쉽지 않다(2게임 12-6)", "세상에! 저걸 어떻게 받아냈나? 오쿠하라가 '어떻게 해야 점수를 낼 수 있을까'라고 절망하는 표정이다(2게임 16-7)" 등으로 안세영의 기량을 자세하게 설명했다.
하지만 페데르센은 그렇지 않았다.
그는 "솔직히 난 황금기(2016년 전후로 많은 여자단식 신예 선수들이 등장하며 경쟁했을 때) 당시 선수들의 경기 수준이 더 높았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더 많은 젊은 선수들이 등장해 이 선수들(안세영, 오쿠하라)에게 도전했으면 좋겠다"며 지금 세계 최강이자 배드민턴 여자단식 역대 최고의 선수로 올라서고 있는 안세영의 존재감을 배제했다.
페데르센은 안세영이 1게임 17-15로 앞서자 느닷없이 "안세영처럼 압도적인 선수가 계속 동기를 유지할 수 있을지도 흥미로운 부분"이라며 동기부여 얘기를 꺼내기도 했다.
이에 클라크가 "목표를 새롭게 세우면 된다. 성공한 선수들은 늘 발전을 추구한다. 안세영 역시 더 나아지고 싶다는 이야기를 공개적으로 해왔고, 세계 정상급 남자 선수들의 플레이도 살펴보며 배우려 하고 있다"고 '배드민턴 여제'를 변호하자, 페데르센은 "안세영이 계속 지배적인 경기력을 유지하려면 훈련량과 몸 관리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야 한다. 지금처럼 적은 실점으로 계속 이길 수 있다면, 훈련을 조금 줄이더라도 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지 않을까"라며 갑자기 훈련량을 거론했다.
페데르센은 이전에도 안세영을 깎아내리는 해설을 해 유럽 배드민턴 팬들 사이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지난 6월 인도네시아 오픈(슈퍼 1000) 결승에선 "통계만 보면 안세영이 우세하지만 오늘은 야마구치(아카네)의 날이 될 수도 있다. 안세영은 싱가포르 오픈 결승과 전날 천위페이와의 대결에서 위기를 가까스로 벗어났다"며 뚜렷한 근거 없이 일본의 에이스 야마구치 아카네의 손을 들어주기도 했다. 물론 경기는 안세영의 2-0 승리였다.
페데르센이 결승에선 안세영에 대해 어떤 코멘트를 남길지도 궁금하게 됐다.
안세영은 결승에서 야마구치와 다시 한 번 격돌한다.
사진=연합뉴스 / 엑스포츠뉴스DB / 대한배드민턴협회
윤준석 기자 jupremebd@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