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2O LITE.
[장인영의 0점]은 이름의 '영(Young)'과 숫자 '0(영)'에서 출발한 코너입니다. 뜨겁게 소비된 이슈일수록 잠시 영점으로 돌아가 처음부터 다시 들여다봅니다. 이미 내려진 결론과 편 가르기에서 벗어나, 우리가 놓친 지점은 없었는지 다시 한번 짚어봅니다. <편집자주>
(엑스포츠뉴스 장인영 기자) "이수만 선생님 100살까지 그룹 만들어주시길."
이수만이 경업금지 약정 해제 후 선보인 첫 K팝 걸그룹 A2O LITE가 데뷔와 동시에 심상치 않은 반응을 얻고 있다.
단순히 새로운 걸그룹의 등장이나 '5세대 신인'이라는 수식어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열기다. 숏폼과 챌린지 중심으로 빠르게 변화한 K팝 시장에서 오히려 과거의 음악적 문법을 꺼내 든 이들의 행보가 대중을 열광시키고 있다.
A2O LITE는 영(한국), 히메키(일본), 보라(한국), 시리(중국), 라다(태국), 메르시(중국), 아윤(한국), 오아(미국·일본), 아이찡(중국)으로 구성된 9인조 다국적 걸그룹이다.

A2O LITE.
이들은 지난 13일 데뷔 싱글 '니온'(NEON)을 발매하며 가요계에 첫발을 내디뎠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니온'은 발매 다음 날인 14일 오후 멜론 메인차트 TOP100 1위에 올랐다. 음원 공개 29시간 만에 정상에 오른 것으로, 2021년 8월 멜론이 TOP100 체제로 개편한 이후 신인 그룹 데뷔곡 중 최단기간 1위 기록이다.
이제 막 데뷔한 신인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 이례적인 성적이다. 그렇다면 A2O LITE는 무엇이 달랐을까.
기존 K팝 시장의 유행과 정반대의 길을 택한 것이 성공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최근 K팝 시장에서는 숏폼 플랫폼과 댄스 챌린지를 고려한 음악과 퍼포먼스가 하나의 흐름으로 자리 잡았다. 짧고 반복적인 후렴구, 누군가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포인트 안무, 3분을 넘기지 않는 간결한 곡 구성이 대표적이다. 음악을 빠르게 소비하고 확산하기에 유리한 방식이지만, 비슷한 구성과 의미없이 반복되는 가사에 피로감을 느끼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A2O LITE 아이찡.
이러한 흐름 속에서 등장한 A2O LITE의 '니온'은 3분이 넘는 곡 길이부터 묵직한 베이스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사운드와 여러 멤버의 목소리가 겹겹이 쌓이며 만들어내는 풍성한 사운드, 후반부 고음을 내지르는 이른바 '성녀 파트' 등 기존 K팝에서 선보여왔던 요소들이 곳곳에 자리한다.
퍼포먼스 역시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포인트 안무보다 난도 높은 동작과 멤버 간 합을 강조한 군무를 앞세워 보는 재미를 더했다.
이 가운데 중국인 멤버이자 막내 아이찡은 곡 초반부터 강렬한 댄스 브레이크를 선보이며 13세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는 춤 실력으로 연일 화제를 모으고 있다. 귀여운 비주얼과 긴 갈색 생머리 스타일링은 보아의 데뷔 초창기를 연상케 한다는 반응을 얻고 있다.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이러한 음악적 요소들이 과거 SM엔터테인먼트의 전성기를 떠올리게 한다는 것이다. 강렬한 비트와 복잡한 곡 구성, 폭발적인 고음, 정교한 화성, 높은 완성도의 퍼포먼스까지, 이수만이 오랜 시간 구축해 온 K팝 특유의 음악적 색깔이 '니온'에서도 고스란히 느껴진다.

이수만.
오랜 공백 끝에 다시 K팝 시장에 뛰어든 이수만이지만, 유행에 탑승하기보다 자신이 가장 잘하는 음악을 전면에 내세웠다. 그 결과 익숙하면서도 지금의 K팝 시장에서는 오히려 새롭게 느껴지는 음악으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누리꾼들은 "이수만 선생님 100살까지 그룹 만들어주시길", "신인의 싱그러움과 독기가 모두 느껴지는 무대는 오랜만이다", "K팝의 정수가 돌아왔다", "비트가 심금을 울린다", "돌고 돌아 이수만", "스타성이 장난 아니네", "댓글이 모두 한국어인 것부터가 대성공이다", "아 심장 뛴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물론 데뷔곡의 폭발적인 반응이 곧 장기적인 흥행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앞으로 A2O LITE가 팀만의 정체성을 어떻게 확장하고 음악적 완성도를 이어갈지가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다.
그럼에도 이번 데뷔가 던진 메시지는 분명하다. 빠르고 짧게 소비되는 음악이 주류가 된 시대에도, K팝 팬들은 여전히 듣는 재미와 보는 재미가 충실한 무대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점이다. 'K팝의 순정'을 꺼내 든 이수만의 선택이 새로운 흐름으로 이어갈지 관심이 쏠린다.
사진=엑스포츠뉴스 DB
장인영 기자 inzero62@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