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트렌드를 쫓는 게 아니라, 요즘 그냥 끌리는 걸 씁니다. 어떤 글은 흐름과 맞닿아 있을 수도 있고, 어떤 글은 한발 늦은 취향 고백에 그칠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상관없습니다. 가요, 방송, 영화. 신인, 스타 구분 없이, 지금 이 순간 눈에 밟히고 자꾸 생각나는 이유를 따라가 봅니다. 타이밍은 제각각이어도, 끌림만큼은 진심입니다.
(엑스포츠뉴스 이예진 기자) 어? 먹어본 맛인데 새롭다!
"결국 내 취향은 이수만이었던 걸까." 예상치 못한 신선한 충격에 K팝 팬들이 유쾌한 탄식을 내놓고 있다. 'K팝이 재밌어지기 시작했다'는 반응까지 나온다.
1세대 S.E.S.부터 소녀시대, f(x), 레드벨벳, 에스파까지. 세대를 거듭하며 K팝의 한 축을 만들어온 이수만 프로듀서가 이번에는 9인조 걸그룹 A2O LITE(에이투오 라이트)로 또 한 번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무대 시작 30초 만에 시선을 빼앗는 강렬한 퍼포먼스가 압권이다. 익숙한 이수만표 음악에 신인답지 않은 무대 장악력이 더해지면서 오랜 K팝 팬들마저 놀라게 했다. '신인 걸그룹을 보고 이렇게 놀란 게 얼마 만인가' 싶을 정도.

엑스포츠뉴스DB, A2O라이트
요즘 알고리즘이 온통 이들로 가득하다. 체감상 노래만 500번은 들은 것 같다. 데뷔 무대부터 직캠, 각종 패러디 영상까지. 한 번 보기 시작하면 다음 영상으로 넘어가는 건 시간문제다.
지난 12일 데뷔한 A2O LITE는 데뷔곡 'NEON'(니온)으로 발매 29시간 만에 멜론 TOP100 정상에 올랐다. 음악방송 출연조차 하지 않은 신인 걸그룹이 데뷔 직후 음원차트 1위를 차지한 것은 이례적인 성과다. 여기에 각종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까지 달구며 화제성을 이어가고 있다.
흥미로운 건 'NEON'이 전형적인 숏폼형 음악과는 거리가 있다는 점이다. 3분이 넘는 러닝타임에 댄스 브레이크, 보컬이 돋보이는 브리지 구간까지 갖췄다. 한 곡의 흐름을 살린, 익숙한 '이수만표 K팝'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대중은 이 노래를 숏폼에서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즐기고 있다. 정해진 챌린지를 따라 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재미있는 부분을 직접 찾아내 새로운 콘텐츠로 만들어낸다.
"미혼 앤 비혼~ 위염 앤 비염~"
원래 가사는 'NEON AND BEYOND'(니온 앤 비욘드)지만 네티즌들은 이를 재치있게 해석하고 있다. '미혼 앤 비혼'에 이어 '위염 앤 비염'까지 등장했다. 엉뚱한 가사 해석이 하나의 밈이 되면서 노래를 즐기는 방법도 늘어났다.

엑스포뉴스DB
인공지능(AI) 기술까지 가세하면서 예상치 못한 인물들도 소환됐다. 영화 '올드보이'의 오대수와 이우진부터 '무한도전'의 하와수 조합까지. 이들이 'NEON'의 도입부 안무를 추는 듯한 영상들이 등장한 것이다.
영상만큼 재미있는 건 댓글창이다.
"이렇게까지 기술이 발전하길 바란 건 아니었는데", "연습생만 15년, 같은 춤만 연습했다", "가둬놓고 춤 연습만 시켰나 봐."
AI 영상 속 인물들에게 느닷없이 연습생 경력까지 만들어준다. 영상을 보고 웃었다가 댓글을 읽으며 한 번 더 웃게 되는 이유다.
급기야 이수만과 유영진까지 춤을 추기 시작했다. 소녀시대 써니가 두 프로듀서의 모습을 활용한 AI 영상을 올렸고, A2O LITE 공식 계정에서도 이를 공유했다. 자신들이 만든 노래에 맞춰 제작자들이 춤추는 상황이라니. K팝을 만들어온 사람들이 이제는 K팝 밈의 주인공이 됐다.

AI로 만든 A2O라이트 안무.
오랜 K팝 팬들의 반응도 흥미롭다.
"역시 아는 맛이 무서운 거임", "중고등학교 때 친구들이랑 '나는 평생 이수만 노래나 듣고 살겠지'라고 농담하던 게 진짜 현실이 될 줄이야", "다음 세대라는 건 주장한다고 되는 게 아니구나. 그냥 본능적으로 체감이 되네."
익숙한 제작자의 손에서 나온 낯선 신인들이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과거의 K팝을 떠올리게 하는 음악적 색깔에 한층 강렬해진 퍼포먼스가 더해지면서 오랜 팬들은 물론 새로운 리스너들의 시선까지 붙잡았다.
무대를 향한 호평도 쏟아졌다. 네티즌들은 "눈빛이 당당하고 총명하다", "너무 어린 거 아닌가 했는데 지금 데뷔 안 시키면 안 되겠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어린 나이에 대한 우려가 실력을 향한 감탄으로 이어질 만큼 무대 위 존재감은 강렬했다.
그 중심에는 최연소 멤버인 2013년생 아이찡도 있다. 어린 나이가 믿기지 않는 퍼포먼스로 눈길을 끌었다. 다만 뛰어난 무대 완성도와는 별개로, 어린 멤버들의 활동 환경과 스타일링에 대해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시선도 존재한다.
무대 밖에서는 또 다른 매력이 드러났다. 각종 매거진 영상에서 유행하는 밈을 따라 하는 멤버들의 모습이 화제를 모은 것. 다국적 그룹인 만큼 각기 다른 발음과 아직 앳된 모습이 고스란히 드러나면서, 무대 위 카리스마와는 사뭇 다른 풋풋한 매력까지 눈길을 끌었다.
이쯤에서 이수만이 데뷔 쇼케이스에서 했던 말이 떠오른다.
그는 기존 K팝과의 차별점에 대한 질문에 "K팝 그룹이 '가수'라고 불리는 한 결국 가장 중요한 시작은 '곡'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다르다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차별화 자체보다 대중이 좋아하고 사랑할 수 있는 결과물을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무엇이 다른지 따지기에 앞서 먼저 "좋다"라는 느낌을 받아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엑스포츠뉴스DB
지금 'NEON'을 둘러싼 풍경이 그의 말과 맞닿아 있다. 숏폼에서 유행할 몇 초를 만드는 데만 집중하지 않아도, 노래가 좋고 무대가 재미있으면 대중은 알아서 즐길 방법을 찾는다.
누군가는 가사를 엉뚱하게 따라 부르고, 누군가는 AI로 예상치 못한 인물들을 춤추게 한다. 또 누군가는 댓글로 한마디를 보태며 웃는다.
아는 맛인데 새롭다. 오랜 K팝 팬들마저 놀라게 한 신선한 충격은 새로운 세대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노래 한 곡에 온갖 패러디가 쏟아지고, 댓글창까지 웃음으로 가득하다. 요즘 K팝을 즐기는 재미가 쏠쏠하다.
1세대 걸그룹의 문을 열었던 이수만이 이번에는 새로운 세대의 문까지 두드리고 있다. 그렇게 다시 한번 취향을 확인한 K팝 팬들의 알고리즘은 오늘도 'NEON'으로 가득하다.
사진=엑스포츠뉴스DB, A2O라이트
이예진 기자 leeyj0124@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