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이우진 기자) 국제축구연맹(FIFA)이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발생한 미국 국가대표 공격수 폴라린 발로건(25·AS모나코)의 퇴장 징계 유예 논란을 계기로 관련 규정 개정을 추진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개입 의혹으로 축구계에 거센 파문을 일으켰던 사건이 결국 FIFA의 징계 제도 변경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영국 스포츠 전문 매체 '토크스포츠'는 15일(한국시간) 보도를 통해 "FIFA가 발로건 사건과 같은 논란이 반복되는 것을 막기 위해 규정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며 "다만 이번 개정안이 FIFA와 잔니 인판티노 회장의 잘못을 덮으려는 시도라는 비판까지 제기되면서 새로운 논란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논란의 시작은 지난 7월 열린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32강전이었다. 당시 미국 대표팀 공격수 발로건은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와의 경기에서 후반 19분 상대 선수에게 심한 반칙을 범해 다이렉트 퇴장을 당했다.
미국은 수적 열세에도 2-0 승리를 거뒀지만, 발로건은 규정에 따라 벨기에와의 16강전에 출전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FIFA 징계위원회가 발로건에게 내려진 자동 1경기 출전 정지 징계의 집행을 유예하면서 상황이 뒤집혔다. 발로건은 벨기에와의 16강전에 정상적으로 출전했고, 미국은 1-4로 패하며 대회를 마감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개입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인판티노 회장에게 연락해 발로건의 퇴장 판정을 재검토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인정했다.
이에 대해 인판티노 회장은 자신이 징계위원회의 결정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FIFA 역시 징계위원회가 독립적으로 판단을 내렸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나 유럽축구연맹(UEFA)은 강하게 반발했다. UEFA는 당시 FIFA의 결정을 두고 "선을 넘었다"고 비판하면서 "전례 없고 이해할 수 없으며 정당화할 수도 없는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현행 FIFA 징계 규정은 다이렉트 퇴장 선수에게 최소 1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자동으로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반면 징계 규정 제27조에는 특정 징계의 집행을 유예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조항도 존재한다.
FIFA는 발로건 사건 당시 해당 조항을 근거로 징계 집행을 유예했다. 이번 개정안은 자동 1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유예 가능한 징계 대상에서 명시적으로 제외하는 것이 핵심이다.
'토크스포츠'에 따르면 FIFA는 오는 16일(한국시간) 스위스 취리히에서 열리는 37명 규모의 FIFA 평의회 회의에서 해당 개정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다만 개정안이 회의를 앞두고 급하게 마련됐다는 점도 논란이다. 당초 공개된 회의 안건에는 관련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매체는 "인판티노 회장은 발로건 사건과 관련한 모든 문서와 의사소통 기록을 공개하라는 요구에 직면해 있다"며 이번 규정 개정이 오히려 FIFA 지도부를 향한 의혹을 키울 가능성을 언급했다.
인판티노 회장을 둘러싼 논란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월드컵 상업적 권리 일부를 민간 투자자에게 매각하려던 계획이 알려지면서 UEFA를 비롯한 주요 축구 단체들의 반발까지 불러왔다.
이에 따라 차기 FIFA 회장 선거를 앞둔 인판티노 회장의 입지도 흔들리고 있다. 현재 토트넘 홋스퍼 출신 수비수 라몬 베가가 공식적으로 도전장을 내민 가운데, 아르센 벵거 전 아스널 감독도 잠재적 경쟁자로 거론되고 있다.
차기 FIFA 회장 선거 후보 등록은 오는 11월 19일(한국시간) 마감되며, 선거는 내년 3월 열리는 제77차 FIFA 총회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결국 발로건의 퇴장 징계 유예로 시작된 논란이 FIFA의 규정 개정과 인판티노 회장의 정치적 입지 문제로까지 번진 모양새다.
이번 개정안이 통과되더라도 당시 결정의 정당성을 둘러싼 논쟁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사진=연합뉴스
이우진 기자 wzyfooty@xportsnews.com